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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156화
PAYLUA ORIGINAL · 제156화

156화. 불을 껐던 사람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3,781자

오프라인 책장
에리카는 두 번째 출입문이라는 말을 듣자 손끝을 굳혔다. 그 방은 부친의 검은 장부가 처음 발견됐던 방과 이어져 있었다. 삼 년 전 첫 번째 화재의 현장도 근처였지만, 같은 이름의 출입문이 같은 물리적 출입구를 가리키는지는 확인해야 했다. 옛 건물은 두 번 증축됐고 문서에는 그때마다 번호가 다시 매겨졌다.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지나간 문이라는 뜻일까요?” 에리카가 물었다. “가능성을 서두르지 맙시다. 우리가 가진 건 운송 의뢰서 한 조각뿐이에요.” 나는 그녀의 표정을 보며 말을 덧붙였다. “확인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확인을 위해 모든 걸 잃을 의무는 없어요.” 보존실 담당 오렐은 사고 날의 점검표를 내놓았다. 148화에 압인 가열판에서 연기가 났을 때 오렐은 먼저 직원들을 대피시키고 문을 닫았다. 기록이 조금 그을렸지만 사람이 다치지 않은 것은 그가 안전 절차를 지켰기 때문이었다. 누군가는 자료를 지킨 공을 칭찬했으나 나는 사람을 먼저 대피시킨 기록에 빨간 줄을 그었다. “그날 보관함을 직접 열었습니까?” “열었습니다. 이상한 열이 느껴져서 담당 안전관을 불렀어요. 봉인을 자르기 전에 입회 기록도 남겼고요.” 그의 이야기를 듣고 감정 담당 티르센이 남겨진 부품을 꺼냈다. 가열판에는 새 나사 두 개와 오래된 나사 하나가 있었다. 새 부품은 삼우 외주 협력사의 수리 목록과 같은 규격이었다. 그러나 흔한 규격의 나사만으로 주문자나 설치자를 특정할 수는 없다. 티르센은 부품의 표면이 마지막으로 언제 가열됐는지도 측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장 안전관이 제출한 온도 기록은 중요한 차이를 보여 주었다. 보존함의 안쪽에서부터 열이 올라갔다는 주장과 달리, 온도 상승은 압인판의 전원 접점 근처에서 먼저 관찰되었다. 원인이 고의적 가열인지 접촉 불량인지는 감정 중이었다. 나는 보고서에 ‘고의적 방화 장치 확인’이라고 쓰지 않았다. 대신 ‘전열 부품 과열 및 보존 기록 손상’이라고 적었다. 그날 법원은 기술 협력사에서 작업한 사람을 참고인으로 불렀다. 여자는 자신을 리엔이라고 소개했다. 인쇄 장비의 전원 접점을 고쳐 주는 계약 기술자였다. 그녀는 장부에 기재된 장비를 수리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보존함에 설치한 사람은 아니라고 했다. “수리하면서 전원을 분리했어요. 제 작업 내역도 남아 있습니다. 그 뒤에 누가 다시 연결했는지는 몰라요.” “그렇다면 열이 난 이유도 모르겠군요.” 루카스가 말했다. “모른다고 말하면 책임을 회피하는 것 같겠죠. 하지만 모르는 걸 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나는 그녀가 가져온 납품 확인서와 실제 설치 입회 기록을 대조했다. 납품서에는 수리 완료가 있었지만 설치 기록은 없었다. 두 문서 사이에 하루 간격이 있었다. 그 하루 동안 장비가 어디에 있었는지가 핵심이었다. 공동 수납실의 자루 기록과 북문 운송인의 작업표를 대조하자 중간 수령란이 비어 있었다. 누군가는 비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리엔이 가져갔다고 했다. 나는 그 추측을 배제했다. 수령란의 공백은 질문이지 대답이 아니었다. 보존실 안쪽 통로는 예상보다 좁았다. 돌벽에는 옛 화재 이후 새로 바른 회반죽이 남아 있었다. 오렐은 두 번째 출입문이 건물 북쪽의 새 문을 뜻할 때도 있고, 옛 창고의 지하문을 뜻할 때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문구가 다른 시기의 건물 도면에 적힌 셈이었다. 나는 원래 의뢰서의 작성 시기를 확인하기 전에는 어느 문을 가리키는지 결론 내릴 수 없다고 했다. 안전 담당자는 우리에게 신발 덮개와 얇은 장갑을 건넸다. 루카스는 긴장해서 장갑을 뒤집어 끼었다. “여기서도 장갑이네요.” 그가 중얼거렸다. 에리카가 오랜만에 웃었다. “이건 남의 권리를 훔치지 않는 장갑이면 좋겠네요.” 우리는 서로를 보며 짧게 웃었다. 웃음이 가신 뒤에도 공간의 무게는 여전했다. 벽 너머에는 그녀의 부친이 남긴 기록이 보존되어 있었다. 감정관은 밀폐된 가열판 대신 같은 규격의 새 시험 장치를 준비했다. 안전관 입회 아래 낮은 전압을 넣자 접점 근처부터 온도가 상승했다. 접점을 일부러 느슨하게 고정했을 때도 비슷한 열이 났다. 그러나 보존함에서 발견된 가열판이 같은 방식으로 고장났는지는 별도 조사 중이었다. 기술적 가능성을 보여 주는 시험을 사건의 원인 확정처럼 홍보하면 안 됐다. 실험이 끝나자 리엔이 손으로 배선의 분기점을 가리켰다. 원래 장치에는 자동 차단선이 달려야 했지만, 보존실에서 발견된 부품에는 차단선의 연결 부분이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수리했던 장비에는 차단선이 있었다고 했다. 나는 이를 듣고 즉시 누가 제거했냐고 묻지 않았다. 원래부터 다른 모델이었는지, 중간 수리 중 바뀌었는지, 증거품이 혼합됐는지 먼저 확인해야 했다. 오렐은 사고 직전 누군가 보관함 내부를 청소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기억했다. 정식 청소 주문은 없었고, 복도에서 구두로 부탁한 사람이 있었다고 했다. 얼굴을 묻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어요. 보존실 사람인지 외부인인지 모릅니다.” 그 진술에는 불확실함이 많았다. 하지만 그때 누구에게 출입증이 발급됐는지 확인할 이유가 생겼다. 우리는 무관한 방문자의 이름이 공개되지 않도록 법원에 조회 범위 제한을 요청했다. 에리카는 작업 뒤 홀로 남아 벽의 그을음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가 곧 떼었다. “아버지가 살아 있었다면 이런 걸 그냥 두진 않았겠죠.” 나는 대답을 고르다 말했다. “어떤 판단을 하셨을지는 모릅니다. 그런데 장부를 남겼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어요.” 그녀는 그 말이 위로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웃지 않았다. 대신 작업일지를 다시 펼쳤다. 우리는 화재의 원인을 오늘 확정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오늘 보호한 작은 기록이 가치 없는 것은 아니었다. 통로에서 나오는 길에 현장 관리인이 새 번호표를 발견했다고 알렸다. 표면에는 ‘두 번째 문’이라는 문구가 있었지만 옛 시기에 사용했던 번호인지 최근 재배치 번호인지 몰랐다. 나는 그 표를 보존 목록에 넣고 불완전한 날짜를 기록했다. 불길이 일어난 장소를 말하는 일과 불을 붙인 사람을 지목하는 일 사이에는 아직 많은 문이 남아 있었다. 에리카가 오래된 소방 일지를 가져왔다. 삼 년 전 두 번째 불이 보고됐을 때 기록에 등장한 것은 가열판이 아닌 기름 저장통과 종이 분진이었다. 당시 기록 자체의 완전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오늘 발견한 부품과 그때의 발화 원인을 같은 물건으로 묶을 수 없었다. 그녀는 일지 맨 마지막에 적힌 부친의 메모를 읽었다. ‘소유자가 확인되지 않은 기록을 승인된 것처럼 옮기지 말 것.’ 그 짧은 문장 때문에 에리카는 한동안 고개를 숙였다. 나는 옆에 조용히 서 있었다. 부친의 말이 무슨 의도로 적혔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그래도 그의 딸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성급한 결론이 아니라 지워지지 않는 기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리엔은 돌아가기 전에 내게 질문했다. “수리한 사람은 항상 화재의 의심을 받아야 하나요?” “수리 내역이 관련돼 있다면 질문을 받겠죠. 하지만 의심받는 사실과 책임이 확정되는 건 다릅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한 장의 추가 점검표를 꺼냈다. 외주 협력사 내부에서 남긴 장비 인계표였다. 맨 아래에는 ‘두 번째 문’으로 옮긴다는 문구가 있었으나 그 문이 현재 보존실의 문인지 옛 화재 창고의 문인지는 특정되지 않았다. 수신 담당자는 지워졌고, 종이 끝에 인쇄된 것은 부서명이었다. ‘외부 대조실—거절 통지 처리 담당.’ 나는 증거들을 나란히 놓았다. 공용 전송함의 작업과 가열판 이동에 같은 부서명이 등장했다. 같은 사람이 모든 일을 했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지만, 같은 업무 체계가 양쪽을 연결했을 가능성은 커졌다. 그 연결을 설명하려면 서류가 아니라 실제 사람과 인계 과정을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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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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