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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151화
PAYLUA ORIGINAL · 제151화

151화. 발신자가 없는 질문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4,604자

오프라인 책장
151호 통지서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 없었다. 날짜도 있었고, 내 이름도 있었고, 그럴듯한 압인도 있었다. 그런데 발신 기관을 적는 칸은 종이의 여백처럼 말끔했다. “질문만 보내고 자기 이름은 숨긴 셈이군요.” 루카스가 말했다. “질문할 자유까지 금지할 수는 없지. 하지만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고 내 권리가 움직인다면 얘기가 달라져.” 나는 통지서의 마지막 문장을 다시 읽었다. ‘후보가 동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누가 대신 증명할 수 있는가.’ 다른 사람들이 읽으면 철학 문제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나는 세무조사관으로 일하면서 이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았다고 하셨는데, 사인하지 않았다는 증거는 있습니까? 계약이 있었다는 사람이 그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데도 어느새 서명하지 않은 사람이 자신의 부재를 증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지금 왕도에서 팔리는 확인서들이 바로 그런 뒤집힌 순서를 먹고 자라고 있었다. 에리카는 기록관이 작성한 봉투 인계표를 펼쳤다. 서한은 국경 보관실에서 직접 온 것이 아니었다. 북문 배달소에서 왕궁 문서청으로 왔고, 배달소는 민간 운송인의 묶음 자루 하나를 통해 받았다. 자루에는 원 세 개가 겹친 그림이 찍혀 있었다. 그림이 오래된 것과 유사하다는 이유만으로 옛 보관위원회의 발송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묶음 자루에 발신 주소가 있나요?” “주소는 ‘경계 공동 기록’이라고만 되어 있어요. 이런 이름의 창구는 등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파르덴을 불렀다. 북문 물류조합장인 그는 새 번호표 한 장을 들고 왔다. “151은 서한의 순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운송인들은 자루 안의 서류를 묶는 칸 번호로도 씁니다. 예전엔 물이 새는 수레에 붙이던 수선 번호이기도 했고요.” “151번 자루가 실제로 있었습니까?” “그건 확인해 보겠습니다. 번호가 있었다는 것과 어느 자루가 그 번호였는지 확인된다는 건 다르니까요.” 파르덴은 답을 꾸며 내지 않았다. 나는 그가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은 수사를 맡은 이가 단호하게 범인을 가리키길 기대한다. 그러나 빈칸을 비워 두는 정직함이야말로 이 사건에선 드물게 값비싼 물건이었다. 사일라가 경계 보관함의 오래된 접수 목록을 보내 왔다. 옛 서식에는 세 종류의 수령란이 있었다. 물품을 받은 자, 통지를 받은 자, 그리고 거절을 받았다고 확인한 자. 마지막 것은 거절한 사람의 이름을 대신 쓰는 칸이 아니었다. 통지를 받았는데 거절이 도착했다면 그 거절 통지의 수령 일시를 남기는 기록이었다. “원래는 우편물 수신 확인 같은 것이군요.” 에리카가 말했다. “그것도 정확히 일치하진 않아요. 증언 거절은 단순한 우편물이 아니니까. 적어도 이 기록만으로 증언자의 권리를 넘길 수 없다는 건 분명하죠.” 옛 목록의 글씨 일부는 훼손되어 있었다. 사일라는 물품 보관과 권리의 귀속을 구분해 달라는 설명을 여러 번 덧붙였다. 나는 그 설명을 조사서 앞에 넣었다. ‘거절 통지 수령 기록은 거절자의 권리 대리 행사와 다르다.’ 이 간단한 문장이 누군가의 장사에 방해가 될 모양이었다. 바르크의 인쇄소에는 같은 문양의 판형이 여섯 개 있었다. 오래된 공동 협약의 견본 둘, 민간 판매자가 가져온 그림 셋, 최근 제작 의뢰가 들어온 것 하나. 마지막 판에만 숫자 151이 원 세 개의 아랫부분과 아주 가까이 붙었다. 바르크는 견본을 만든 사실을 인정했다. 주문자가 최종 봉투를 인쇄했는지, 그 봉투가 내게 배달된 것인지는 모른다고 했다. “주문서를 보관했습니까?” “있습니다. 다만 계약 당사자는 삼우 문서대행입니다. 가게를 찾아온 사람과 계산한 계정이 달랐습니다.” 나는 주문서에서 계약자란을 확인했다. 삼우 문서대행의 공용 전송함 계정이었다. 146화에서 민간 확인서 광고를 주문한 것과 같은 계열이다. 동일한 계정은 단서였지만 동일한 사람의 서명은 아니었다. 법원에 기술감정 신청서를 냈다. 업무에 필요한 접속 시각과 주문 파일의 수정 이력만을 대상으로 했다. 직원들의 개인 편지까지 뒤질 권한을 내가 가진 것은 아니었다. 파르덴의 대장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북문 배달소를 직접 찾았다. 배달소는 우중충한 돌집이었는데, 천장에는 작은 마법 방울이 매달려 있었다. 방울은 우편 자루가 도착할 때마다 울린다고 했다. 루카스가 대뜸 그 소리를 물었다. “151호가 올 때 몇 번 울렸습니까?” 늙은 기록원은 빙긋 웃었다. “그걸 세면 물건을 안 봐도 되겠지요. 방울은 무게만 감지합니다. 자루를 둘 갖고 오면 두 번 울릴 수도 있어요.” 나는 상자마다 붙은 납 봉인을 보았다. 왕국 공문에 쓰는 별표 봉인, 상단이 쓰는 숫자 봉인, 여러 운송인이 공동으로 쓰는 단순한 물결 봉인이 달랐다. 151호 봉투의 끈은 셋 중 어디에도 정확히 맞지 않았다. 기록원은 “본 적 없다”고 말하지 않았다. “이 날의 보관 표본에서 일치하는 것을 찾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말의 끝에 훗날 다른 표본이 나오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여지가 남아 있었다. 배달소 창구 뒤에는 배달되지 못한 편지가 한 더미 쌓여 있었다. 국경 전쟁 때문에 마을이 사라진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 이름을 바꾼 사람에게 가야 했던 환급 통지, 주인을 찾지 못한 소액 지급서도 있었다. 나는 그중 한 장의 앞면을 읽지 않은 채 돌려놓았다. 불명확한 주소가 있다고 해서 그 안의 권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실무적인 지연으로 권리가 사라지지 않게 하려면 배달 불능 사유를 정확히 남기는 수밖에 없었다. 기록원의 제안으로 우리는 모형 봉투를 만들었다. 발신자를 지운 편지는 전달됐지만 발신 권한을 확인할 수 없었다. 반대로 발신인을 명시했지만 도착 주소가 잘못된 편지는 권한과 별개로 전달되지 않았다. 두 사례가 증명하는 것도 달랐다. 루카스는 손에 든 봉투를 번갈아 보다가 “서류가 사람을 바꾼 게 아니라 우리가 종이를 읽는 방식이 사람을 바꾸네요”라고 중얼거렸다. 나는 그의 공책에 그 말을 그대로 쓰라고 했다. 운송인 하나가 우리를 보더니 골목으로 물러났다. 루카스가 쫓아가겠냐고 물었지만 나는 그를 잡을 근거가 없다고 했다. 대신 배달소 관리인에게 일상적인 운송 협조 요청서를 내도록 했다. 놀라 도망친 것인지 쉬러 간 것인지도 모르는 사람을 추격하는 건 조사의 첫걸음이 될 수 없었다. 잠시 뒤 그는 스스로 돌아와 자신의 수레가 얼마 전 경계 보관실의 빈 상자를 옮겼다고 말했다. 수령 서명을 받지 못해 운송비를 못 받았다고 했다. 그 상자는 151호 서한이 왔다는 날보다 먼저 옮겨졌다. 나는 비용 청구서와 수레 운행표를 받아 적었다. 실제 물품 인도와 종이의 접수는 별개였다. 운송인은 입회와 보관 기록을 제공하기로 했지만 자신의 미수령 운송비를 국가가 바로 보상해 달라고 요구했다. 나는 그 문제를 민간 운송계약으로 분리해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왕국의 국고를 수사 협조의 대가로 마음대로 쓰기 시작하면 우리는 금방 다른 종류의 비공식 결제소가 될 것이었다. 오래된 우편함 앞에서 문득 한국의 택배 송장을 생각했다.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만으로 소유권이 증명되는 건 아니다. 누군가 내 집 앞으로 상자를 보냈다고 해서 그 안에 든 물건이 내 것이 되는 건 아니었다. 나는 그 당연한 사실을 이 세계에 와서 여러 번 설명해야 했다. 그래도 매번 새로운 사람이 그 설명을 처음 들은 얼굴을 했다. 나는 짜증을 내는 대신 설명을 조금씩 바꿨다. 점심 무렵 북문 배달소의 늙은 기록원이 자루 대장을 들고 왔다. 그는 번호표 아래에 그어진 작은 획 하나를 가리켰다. “어제는 저걸 날짜처럼 읽었는데, 사실 칸을 나누는 표식입니다. 발송 주체는 여전히 빈칸이에요.” 자루의 내용물을 받았다는 기록은 있었다. 누가 넣었는지는 없었다. 발신자 없는 통지로 강제 출석을 요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기록원은 웃었다. “그렇게 된다면 전 새벽마다 왕에게 명령서를 보내겠지요.” 오후에 왕실 회계 법정은 통지서의 발신 권한을 확인할 때까지 어떠한 출석·재산 인계도 요구할 수 없다는 확인서를 보내 왔다. 그것은 새로 승소했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이미 내려진 본인 미확인 서류의 임시 제한을 이번 봉투에도 적용하는 조치였다. 나는 보고서의 ‘현금 회수’란에 여전히 0이라고 적었다. 해 질 녘 사일라가 낡은 접수 표 한 장을 추가로 보냈다. 그 표에는 거절의 수령자가 서명해야 할 칸이 있었다. 그런데 열하루 전 전사본에는 그 칸의 제목이 바뀌어 있었다. ‘거절 증명 대행인의 권리 확인’. 수령 사실을 증명하는 일과 다른 사람의 권리를 대신 행사하는 일을 같은 문장으로 바꾼 것이다. 나는 통지서의 질문 아래 답을 써 보았다. ‘거절한 사람이 말할 수 있고, 수령한 사람이 수령을 증언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 차이를 팔아서는 안 된다.’ 보내지는 않았다. 아직 답을 받을 주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날 밤 문서청에서 전화가 왔다. 151호 서한과 같은 날 배달된 또 다른 봉투를 찾았다는 연락이었다. 수신자는 내가 아니었다. 봉투에는 마이렌의 오래된 번호가 적혀 있었고, 현재의 보호 주소를 알아낼 수 있는 정보는 없었다. 다행히 아직 개봉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표지 구석에 짧은 안내가 있었다. ‘거절 통지 미도착 시, 수령인은 다음 후보를 지정할 수 있음.’ 이 문구의 원래 근거를 찾아야 했다. 거절을 증명하는 자가 어느새 다음 사람을 정할 권한을 얻는다면, 누군가가 무응답을 원하게 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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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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