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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147화
PAYLUA ORIGINAL · 제147화

147화. 소환장에 적힌 낯선 목소리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3,570자

오프라인 책장
마이렌 앞으로 출석 요청서가 또 왔다. 이전 것과 달리 이번에는 법원 도장이 찍혀 있었다. 보호 담당자가 의심스럽다며 문서청에 문의했고, 문서청은 그 번호로 발송한 출석 요구가 없다고 답했다. 그것만으로 위조범이 누구인지 알 수는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마이렌에게 실제 법원의 명령이 도착한 것은 아니었다. “가짜 도장을 찍어서 사람을 부르려는 겁니까?” 루카스가 분노했다. “그럴 가능성을 조사해야 해. 먼저 누가 어떤 행동을 하길 원하는지 보자.” 요청서에는 장소와 시각이 적혀 있었다. 북문 밖 오래된 경비초소. 공개 법정도, 보호된 진술실도 아니었다. ‘지참 서류’ 칸에는 제12단위 원본과 비공개 신원 정정 확인서가 적혀 있었다. 나는 문서청에 위조 의심 사실의 보전과 보호 대상자에 대한 접촉 제한을 신청했다. 마이렌은 보호기관을 통해 한 문장만 보냈다. ‘그곳에는 가지 않겠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우리는 그에게 소환장 사본을 들고 나오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법원 내부 기록을 확인하고 현장의 안전을 점검하는 일은 우리의 몫이었다. 브란트는 밤에 경비초소를 조사했다. 사람을 미끼로 쓰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현장에는 낡은 탁자와 종이 봉투 몇 개가 있었고, 출석 예정 시간 전에 누군가 다녀간 흔적이 있었다. 발자국만으로 신원이나 방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경비대는 발견물을 봉인하고 소유자 확인 절차를 시작했다. 에리카가 봉투의 뒷면을 보았다. ‘미응답 시 예비 수령’이라는 글자가 있었다. 우리는 또 같은 구멍을 보고 있었다. 사람의 부재가 누군가의 권한이 되는 구멍이었다. “마이렌이 안 가면 그 사람들은 아무것도 못 하는 거죠?” 루카스가 물었다. “정상적인 법적 절차라면 그래야 해. 문제는 누군가 안 왔다는 사실을 나중에 동의했다고 꾸밀 수 있다는 거야.” 티르센은 소환장 도장과 실제 법원 도장을 비교했다. 왕실 법정의 공인 규격을 흉내 낸 흔적은 있으나 압력판의 홈이 달랐다. 북문 인쇄소의 기계와 유사한 부분도 있었다. 정밀한 일치 판정은 나오지 않았다. 누군가 비슷한 기구를 썼다는 사실만으로 바르크를 범인으로 지목할 수는 없었다. 그날 마이렌은 다시 비공개 진술을 요청했다. 자신이 출석하지 않겠다고 한 사실이 제12단위의 수령 완료처럼 기록될까 두렵다고 했다. 그는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범위를 확인받은 뒤 ‘그날 서명하지 않았다’는 기존 진술을 유지했다. 그리고 새로 온 종이는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저 대신 결정하지 말아 주세요.” 그가 장막 너머에서 말했다. 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그렇게 기록하겠습니다.” 대신 그를 안심시키겠다며 ‘모든 권리가 안전하다’고 약속하지는 않았다. 아직 위험이 있었고, 기관마다 보호 범위도 달랐다. 법원은 이번 요청서의 효력이 없다는 잠정 확인을 내리고 보호 명령을 보강했다. 그것이 우리가 실제로 확보한 안전이었다. 오후에는 메라에게도 비슷한 안내가 간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메라는 종이의 내용을 즉시 공개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보호 담당자는 접수 사실만 비공개로 통보했다. 우리는 두 사람에게 같은 대답을 강요하지 않았다. 마이렌의 ‘가지 않겠다’와 메라의 ‘아직 말하지 않겠다’는 모두 서로 다른 선택이었다. 세르나는 마계 왕궁에서 자료를 보내 왔다. 마이렌 앞으로 온 소환장에 쓰인 마계어 번역은 오래된 공식 용어가 아니었다. 오히려 최근 상인들이 쓰는 잘못된 표현과 닮았다. “누군가 원문을 모른 채 권위 있어 보이는 말을 이어 붙인 모양이군.” “그렇다고 마계 사람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죠.” “바로 그거다. 이제 나도 당신처럼 말하게 되는군.”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세르나가 한숨을 쉬더니 왕도 시장의 정상 통관 기록을 정리한 봉투를 던져 주었다. 분쟁 보관료와 상관없는 납부 자료였다. 마계 상인들의 정당한 거래는 멈추지 않아야 했다. 브란트는 북문 초소에서 발견된 신발 자국을 추적하자는 부하의 제안을 보류했다. 주변 마을에는 밤마다 비슷한 징이 박힌 신발을 신고 경비 일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신발의 무늬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민간인을 일렬로 세우면 소문의 출처만 늘어날 것이다. 대신 초소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 발급 기록과 그날 밤 경비 순찰 시간을 맞춰 봤다. 초소 열쇠 한 개는 두 달 전 분실 신고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지난주 정비 기록에는 같은 번호의 열쇠로 문을 열었다고 적혀 있었다. 정비 담당자는 다른 번호표를 잘못 적었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출입 기록을 보전하되 정비 담당자가 거짓말했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열쇠의 실물과 실제 방문자의 대조가 먼저였다. 그때 마이렌의 보호 담당자가 짧은 문의를 했다. 만약 소환장이 가짜라는 사실이 확정되면 마이렌의 기존 진술을 그대로 공개해도 되느냐는 질문이었다. 나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답했다. 가짜 서류에 대한 조사 결과와 보호받는 증인의 신상은 다른 영역이었다. 누군가 거짓 명령을 보냈다는 이유로 당사자의 비밀을 공개할 권리가 생기지는 않는다. 루카스는 제12단위 자료를 읽던 펜을 내려놓았다. “마이렌이 다시 증언하면 사건이 빨리 풀릴 텐데요.” “그 사람의 용기는 우리 조사 시간을 단축하라고 있는 게 아니야.” 그가 얼굴을 붉혔다. 나는 사과를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증인 보호 절차의 의미를 다음 날 직접 설명해 보기로 했다. 그가 장차 좋은 관리가 되려면 정답을 빨리 찾는 일보다 누가 질문을 거절할 수 있는지 배우는 편이 중요했다. 밤이 깊어지자 북문 경비초소에서 보전된 봉투 안쪽에 접착 흔적이 발견됐다. 똑같은 종이가 두 장 겹쳐 있었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 장에는 마이렌의 접수번호가, 다른 장에는 익명의 후보번호가 보였다. 원래 한 번에 붙였는지 뒤늦게 덧붙였는지 감정해야 했다. 서류가 두 장이라는 사실이 누군가 두 사람을 실제로 불렀다는 증거는 아니었다. 해 질 무렵 보존실의 오렐에게 연락이 왔다. 삼 년 전 화재 수거품 목록 가운데 ‘출석 통지’라는 표제가 처음 쓰인 시기는 열하루 전 전사본 작성 뒤였다. 옛 기록에는 그런 제목이 없었다. 문서 제목 하나가 실물의 성격을 바꾸지는 않지만, 지금 누군가 낡은 수거품을 새 소환장처럼 보이게 만들려 했을 가능성을 떠올리게 했다. 나는 루카스에게 두 목록을 다시 쓰게 했다. ‘화재 수거 종이’와 ‘최근 소환장’. 번호가 같아도 항목을 합치지 말라는 지시였다. 그리고 각 문서의 원본과 복사본을 나누어 봉투에 넣었다. 그날 밤 브란트가 현장에서 보전한 종이의 일부가 열람 가능해졌다. 나는 가장 먼저 대상자 이름을 찾았다. 마이렌 이름은 없었다. 대신 의아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출석 실패 시 서명란을 비워 둘 것. 해당 문서는 다음 후보에게 전송.’ ‘다음 후보’라는 말은 불길했다. 누군가 마이렌이 오지 않아도 낙담하지 않을 이유가 있었다는 뜻일 수 있었다. 빈칸을 채울 사람을 한 명으로 정한 게 아니었다. 그 종이 뒤편에는 세 줄의 후보번호가 있었다. 첫 번째는 지워졌고, 두 번째는 이름 대신 부호만 남았다. 세 번째에는 숫자와 함께 짧게 적혀 있었다. ‘외부 후보, 강태준.’ 나는 의자를 밀고 일어섰다. 이제 누군가 나를 부른다는 말보다, 누군가 차례대로 사람의 거절을 수집하고 있다는 의심이 더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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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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