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도의 남쪽 시장에는 온갖 증명서를 파는 가게가 있었다. 배달 품질 보증서, 정품 약초 감정서, 강을 건너기 전에 미끄러지지 않겠다는 선원의 서약서. 유용한 것도 있었고 종잇값보다 못한 것도 있었다.
그날 새로 나온 상품은 ‘임시 감사관 적격 확인서’였다.
루카스가 신문 광고를 들고 달려왔다. 광고에는 왕궁 문서청과 비슷한 문양이 찍혀 있었다. ‘확인서를 소지하면 미수령 재산에 대한 대조권 우선 배정’이라는 문구도 있었다. 실제 법적 권한이 발생한다는 주장은 아니라고 아주 작은 글씨로 적혀 있었지만, 광고를 보는 사람들은 큰 글씨부터 읽는다.
“서류를 파는 사람에게 가 봅시다.” 내가 말했다.
“변장하시게요?” 루카스가 물었다.
“나를 모르는 장사꾼이 왕도에 얼마나 남았겠어.”
나는 정식 조사 신분을 밝히고 간단한 상품 설명을 요청했다. 상인은 친절하게 확인서 견본을 꺼냈다. 소유권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안내와 별도의 가입비가 붙어 있었다. 상인은 이것이 자료 제출 우선권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런 우선권이 보장되는지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이것으로 다른 사람의 보관물을 받을 수 있습니까?”
“그건 규정에 따라 다르겠죠.”
“무슨 규정입니까?”
상인은 작은 안내책자를 펼쳤다. 책자에는 제삼 결제소의 이름이 있었다. 하지만 계약 당사자는 ‘경계 권리 복구 조합’이었다. 나는 그 두 단체의 관계를 확인하려 했다. 상인은 자신도 위탁 판매만 한다며 의뢰서 사본을 보여 주었다.
상인은 불법 행위를 자백하지 않았다. 실제로 그가 믿고 파는 상품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구매자를 위협하거나 상인의 돈을 몰수하지 않았다. 상품 광고 문구와 판매 대장의 보전만 요청했다. 소비자 오인 여부는 별도 기관의 판단이 필요했다.
오후에 에리카는 경계 권리 복구 조합의 등록 서류를 찾았다. 조합은 세 달 전 만들어진 민간 단체였다. 임원 명단에는 다섯 명이 있었는데, 세 사람은 과거 결제소의 단기 계약 직원이었다. 나머지 둘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 이력이 곧 범죄 공모를 입증하지는 않았지만 조합이 결제소와 아무 관계가 없다는 주장은 적어도 의심스러웠다.
세르나가 마계에서 보내온 확인서도 흥미로웠다. 조합이 ‘마계와 공동 인정된 감사 자격’이라고 광고했지만 마계 계약 감사원에 해당 승인 기록은 없었다. 마계에서 비슷한 민간 협회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확인됐다. 그 협회와 이번 조합이 동일한 단체인지는 더 확인해야 했다.
“마왕 폐하 이름을 빌려 장사하는 놈들이 있군.” 세르나가 이를 갈았다.
“가게를 부수기 전에 민간 피해부터 분리합시다.”
“내가 가게를 부순다고 했나?”
“표정이 그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돌아갔다. 나는 그 뒤에서 루카스가 웃음을 참는 소리를 들었다.
법원은 광고 내용 일부가 소비자에게 법정의 권한 부여처럼 오인될 수 있다고 보고 임시 정정 고지를 권고했다. 아직 조합의 모든 계약을 무효로 하거나 판매대금 전액의 반환을 확정하지는 않았다. 실제 구매 내역과 설명의 방식, 피해자를 따로 조사해야 했다.
그날 저녁 정정 고지가 붙자 시장에는 갑작스럽게 줄이 생겼다. 사람들은 돈을 돌려받으려 했고, 일부는 자신들이 산 종이가 법원에서 무효가 되면 과거에 맡긴 물건도 위험해질까 두려워했다. 나는 접수 창구에 남아 설명했다. 가짜 권한을 샀다고 해서 실제로 맡긴 물건의 소유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보관계약과 감사 자격 상품은 서로 다른 문제였다.
소란이 잠잠해진 뒤 한 소녀가 작은 봉투를 내밀었다. 어머니가 시장에서 일을 하며 모아 둔 구리화로 확인서를 샀는데, 광고를 믿고 자신의 생존 확인까지 맡겼다고 했다. 나는 그 봉투를 열지 않았다. 개인정보가 들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호 담당자에게 전달해 달라고 하고, 소녀에게는 이름을 공개하지 않고도 상담받을 방법을 알려 주었다.
라니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사람들은 이름을 지키는 데도 증명서를 사야 한다고 믿어요.”
“그 믿음을 이용한 사람의 책임을 밝혀야죠. 다만 사람들에게 다시는 증명서를 사지 말라고 하는 것도 답이 아닙니다. 정당한 증명은 필요하니까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민들은 국가가 발행한 문서와 사설 업체가 만든 설명서를 구별할 수 있어야 했다. 국가가 그 구별을 어렵게 만들었다면 국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문서청 기술관이 확보한 광고 원판에는 흥미로운 흔적이 있었다. 왕궁 문양과 비슷한 표식의 원은 세 개였고, 그 아래에는 131 압인 규격이 적혀 있었다. 131이 곧 기관의 승인번호라는 설명을 만들 수 있는 조합이었다. 실제로는 인쇄판 규격 코드와 독립 보관 표식을 섞어 쓴 광고였다.
에리카가 말했다. “모든 속임수가 하나의 거대한 비밀에서 시작된 건 아닐지도 몰라요.”
“오래된 표식을 빌리고, 현대 인쇄기의 오류를 이용하고, 사람들이 두려워할 만한 이름을 붙였겠죠.”
물론 아직 그 조합을 실제로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수법의 구성 요소는 하나씩 드러나고 있었다. 사람을 속이는 장치에는 마법이 필요하지 않을 때가 많았다.
상인은 가게 문을 닫으면서 나를 붙잡았다. “저도 몰랐습니다. 정말로 사람들 물건을 지킬 수 있는 종이인 줄 알았습니다.” 나는 그가 피해자인지, 부주의한 판매자인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인지 아직 판단할 자료가 없었다. 다만 판매 설명과 실제 구매자에게 한 말을 기록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광고와 다른 내용의 영수증을 보여 주었다. 광고는 ‘감사관 적격’이라고 했지만 영수증에는 ‘서식 조회 서비스’라고 적혀 있었다. 같은 값을 받고 서로 다른 상품을 팔았을 가능성이 생겼다. 그러나 판매 시점의 구두 설명을 확인하지 않고 곧장 사기라고 확정할 수는 없었다.
라니아는 구매자 상담을 두 창구로 나누었다. 서류를 샀지만 실제 물건을 맡기지 않은 사람, 서류를 믿고 보관물 이전 절차까지 신청한 사람. 두 번째 창구에는 보호 담당자가 배치됐다. 그들이 자기 신분을 공개해야만 상담을 받을 이유는 없었다. 구매자 중에는 구형 협약 때문에 오랫동안 가족의 권리가 보류된 사람들도 있었다.
루카스는 왜 모두가 그런 광고를 믿었는지 묻다가 스스로 답했다. “권리가 불안하면 확실한 표시가 필요하니까요.”
“그렇지. 사람은 불안할수록 도장을 사고 싶어지거든. 그러니 그 도장을 만든 사람이 더 큰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어.”
나는 광고를 본 사람을 어리석다고 부르지 않았다. 시장에 필요한 건 남을 비웃는 말이 아니라 무엇이 진짜 법원 확인서인지 쉽게 알아보게 하는 표였다. 문서청이 임시 견본을 제작했다. 원본 법정 명령에는 사건번호와 발령 기관의 공개 조회 방법이 있고, 민간 확인서에는 없는 차이를 명확히 썼다.
그날 늦게 정정 표지가 붙은 가게 앞에서 구매자 몇 명이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누구도 자신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나는 그들이 문서를 갖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내일도 그 종이의 권한이 무엇인지 물어볼 수 있다면 오늘의 안내는 조금 쓸모가 있었다.
밤에 돌아온 서류 묶음 가운데 한 장에서 낯익은 계정 이름을 보았다. 삼우 문서대행의 외주 전송함 세 계정 중 하나와 경계 권리 복구 조합의 광고 인쇄 주문 계정이 일치했다. 계정 명의자는 확인됐으나 실제 접속자는 아직 특정되지 않았다.
루카스가 기뻐하며 말했다. “드디어 같은 사람이 연결됐어요!”
“같은 계정이 연결됐어. 사람은 아직 확인해야지.”
그는 잠깐 실망했다가 다시 기록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그를 칭찬했다. 서둘러 결론을 내려 주는 스승보다, 결론을 늦추는 이유를 보여 주는 스승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리고 그 계정에서 마지막으로 내려받은 파일의 제목을 보았을 때는 나도 손끝이 굳었다.
‘미승인 외부 후보 자동 대체 문안—강태준.’
제146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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