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칸 유지 관리비’라는 항목을 처음 봤을 때 나는 오자를 의심했다. 이름을 적지 않은 칸에도 관리비를 낸다는 말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삼 결제소의 외주 비용 정산서에는 그 문구가 세 번 반복되어 있었다.
문구 수정 비용과 전송판 사용료, 자동 대조 유지비. 세 항목의 합계가 적힌 종이였지만, 실제 계좌에서 돈이 나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결제소가 비용을 인정했다고 해서 외주 인쇄업체가 받았다는 뜻은 아니었다.
“빈칸에 이렇게 비싼 값을 매기면 채운 글씨는 금으로 쓰겠어요.” 루카스가 투덜거렸다.
“금으로 썼다면 무게라도 재 보겠지.”
에리카는 웃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정산서 아랫부분에 머물렀다. 비용의 출처가 ‘민간 반송 수익’으로 적혀 있었다. 이름 반송료를 냈던 시민들의 돈이 자동 대조 장치를 유지하는 데 들어갔다는 주장인지, 단순히 장부 제목을 가져다 쓴 것인지 확인해야 했다.
우리는 북문 시장의 피해 접수 창구를 찾아갔다. 라니아는 이미 접수한 사람들에게 번호표를 나눠 주고 있었다. 번호표는 금액이 아니라 접수 순서를 나타냈다. 누군가는 은화 한 닢을 냈다고 했고, 다른 사람은 실제로 돈을 낸 적 없이 청구서만 받았다고 했다. 둘을 합치면 피해 규모가 커 보이겠지만, 실제 반환해야 할 돈은 뒤섞여 버린다.
노인은 접힌 영수증을 내밀었다. ‘이름이 보관함에 잘못 남았으니 반송 처리해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구리화 두 닢을 냈다고 했다. 그는 딸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는 것이 싫어서 서둘러 돈을 건넸다. 라니아는 딸의 이름을 보고서에 쓰지 않고 봉인된 연락처 별지에 적었다.
“두 닢이 큰돈은 아닙니다.” 노인이 말했다. “그런데 내가 남의 이름을 지키려 돈을 줬다는 게 억울하지요.”
나는 그 말에 곧장 환급을 약속하지 않았다. 실제 수령 주체와 계약 내용을 확인하고, 책임자가 합의하거나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했다. 다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있었다. 다시는 이름을 드러내야만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었다.
결제소의 공용 수납함은 법원의 보전 명령을 받아 봉인돼 있었다. 수납함 안의 동전이 얼마인지 공개되지 않았고, 그중 누구에게서 얼마를 받은 것인지도 대조 중이었다. 그 현금을 국고에 입금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했다.
라니아가 말했다. “사람들은 돈을 당장 주라고 합니다. 저도 그러고 싶어요.”
“환급 절차는 속도를 내야 하지만 소유자를 잘못 정하면 다른 피해가 생겨요. 우선 누가 실제로 냈는지부터 따로 분류합시다.”
에리카는 접수 장부에 열을 네 개 만들었다. 청구만 받은 사람, 실제 낸 사람, 수납 증빙이 있는 사람, 반환을 확인한 사람. 서로 겹치는 정보가 있어도 같은 숫자로 합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 청구서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실제 피해액’에 넣었던 기존 표의 오류를 고쳤다.
오후에는 마르켈의 상단에서 세관 통관세가 정상 징수되고 있는지 질의가 왔다. 시장에서는 ‘세금을 내면 결제소가 가져간다’는 소문이 돌았다. 나는 공식 창구에 게시문을 붙였다. 적법하게 확인된 정상 거래세는 종전 규정에 따라 납부한다. 결제소의 분쟁 보관료와 이름 반송료는 국세가 아니다. 법원의 임시 중지 대상도 이 후자의 강제징수 주장에 관한 것이다.
마르켈은 내 얼굴을 보고 혀를 찼다. “징수관이라는 사람이 시장에 세금 내지 말라는 말을 한다더군.”
“누가 그렇게 말합니까?”
“소문이야.”
“소문을 납세 고지서처럼 내밀지 마십시오.”
그는 잠깐 입을 다물었다. 이번만큼은 그가 상단 대표라는 이유로 관련 범죄를 모두 떠넘기지도 않았다. 확정된 통관 거래는 정상적으로 신고하도록 안내했다.
창구 뒤편에서는 루카스가 납부증과 청구서를 구별하는 작은 안내문을 만들었다. 한 사람이 돈을 냈다고 말할 때만 실제 납부로 적으면 증거가 부족할 수 있었다. 반대로 영수증을 잃어버렸다는 이유로 그 사람의 말을 거짓이라고 치부할 수도 없었다. 우리는 증언, 수납함 기록, 물품 전달 메모를 각각 보존하고 일치하는 부분만 임시로 표시했다.
라니아는 처음으로 자기 이름으로 설명문을 작성했다. ‘누구도 가족의 이름을 공개해야 환급 신청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구를 붙이자 사람들이 조용히 읽었다. 어떤 사람은 구리화 한 닢을 잃었고 어떤 사람은 서류만 받았다. 금액이 작다는 이유로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고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아무 돈도 내지 않은 사람이 신청하면 어떡하죠?” 젊은 접수원이 물었다.
“청구서를 받은 사실을 확인해 주면 됩니다. 환급 대상인지 확인하는 절차는 그다음이고요.”
그렇게 설명했더니 접수원은 별도 표를 꺼냈다. ‘피해 접수’와 ‘환급 확정’이 분리된 두 장이었다. 나는 그 사람이 숫자를 나눠 쓰는 데 얼마나 안도했는지 보았다. 공무원은 한 가지 숫자로 모든 상황을 설명하라고 요구받을 때 가장 쉽게 실수한다.
해가 기울어 시장의 가게들이 문을 닫을 무렵, 결제소와 무관한 세금 납부 창구에는 여전히 줄이 있었다. 주민 한 명이 내게 말했다. “그럼 우리 세금은 정상적으로 내도 되죠?” 나는 이번에는 간단하게 답했다. “근거가 확인된 세금은 내십시오. 의심스러운 민간 청구서는 창구에 문의하세요.”
정상 세입을 지키는 일은 보이지 않는 성과였다. 그러나 불분명한 세금이란 소문 하나로 상인들의 장사까지 멈춘다면, 진짜 국고는 더 가난해질 것이다.
해가 저물 무렵 라니아가 첫 분쟁 조정 결과를 가져왔다. 민간 수납업자 하나가 본인이 직접 받은 구리화 두 닢의 반환에 동의했고, 대면 대신 보호 창구를 거쳐 실제 전달했다. 수령인은 딸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라니아는 반환 확인서에 오직 사건번호와 두 닢이라는 금액만 적었다.
“이건 국고 회수로 쓰면 안 되는 거죠?” 루카스가 물었다.
“당연하지. 민간 피해자가 자기 돈을 돌려받은 거야.”
“그래도 오늘 처음으로 뭔가 돌려드렸네요.”
나는 그 말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우리가 살린 것은 금화 수백 닢의 국가 예산이 아니었다. 두 닢을 받지 않아도 딸의 이름이 지워지지 않는다는 확인이었다.
그러나 환급 확인서와 함께 들어온 다른 종이는 분위기를 바꾸었다. 민간 수납업자는 자신의 장부를 내놓으며 말했다. “그분에게 돌려드린 두 닢은 제가 받은 돈입니다. 그런데 저한테 그걸 다시 청구하는 회사가 있습니다.”
회사 이름은 삼우 문서대행이 아니었다. ‘경계 권리 복구 조합’. 아직 실체와 대표자가 확인되지 않은 단체였다. 그들은 이름 반송료를 먼저 받은 민간 창구가 수납액을 제삼 결제소에 보내지 않으면 ‘미완료된 이름’에 대한 관리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돈을 돌려줘도 빚이 남는 구조군요.” 에리카가 말했다.
“누군가가 그 구조를 실제로 집행할 수 있는지는 따져 봐야겠죠.”
조합의 발신 서류에는 익숙한 문구가 있었다. ‘본인 승인 미응답 시 예비 확인으로 전환’. 나는 그 종이를 별도 봉투에 넣었다. 노인에게 돌려간 구리화와 이 서류를 같은 회계 항목에 적지 않았다. 하나는 확인된 반환이고, 다른 하나는 아직 효력이 불분명한 청구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루카스가 물었다. “큰돈을 찾는 사건인데, 두 닢을 돌려준 게 그렇게 중요할까요?”
“중요해. 거액의 장부 한 줄보다 그 두 닢이 실제로 주인을 찾아갔다는 사실이 더 확실하니까.”
기록의 빈칸이 사람의 동의를 빼앗았다면, 돈의 빈칸도 언젠가 누군가의 생활을 가져갈 것이다. 오늘은 그 두 가지를 함께 막는 방법을 배운 날이었다.
제144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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