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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141화
PAYLUA ORIGINAL · 제141화

141화. 이름이 적힌 종이의 나이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3,746자

오프라인 책장
종이에 적힌 이름과 종이의 나이는 같지 않다. 세무조사에서 나는 그 사실을 자주 설명했다. 십 년 된 장부의 빈칸에 어제 쓴 금액이 있다고 해서 어제 거래가 십 년 전에 일어난 것이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간단한 원칙을 나 자신의 이름에 적용해야 했다. 왕궁 보존실의 오렐은 손상된 종이 조각을 얇은 유리판 사이에 넣었다. ‘후보 신원 확인’ 아래 강태준이라는 발음이 있었고, ‘본인 승인’ 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삼 년 전 화재 현장 목록에 올라 있었다는 설명은 들었다. 하지만 목록에 실린 시점, 종이에 글씨가 적힌 시점, 종이를 처음 누군가 보관한 시점은 서로 달랐다. “화재 당시부터 여기에 이름이 있었습니까?” 내가 물었다. 오렐은 고개를 저었다. “당시의 수거 목록에는 ‘가장자리 탄 문서 한 장’이라고만 적혀 있습니다. 세부 필기는 후대 보존실 전사 목록에서 처음 보입니다.” 에리카가 한숨을 삼켰다. 죽은 부친의 흔적을 따라온 끝에 나의 이름이 등장했다. 이런 때 누군가는 운명이라고 말할 것이다. 나는 일단 보존실 출입 대장부터 요청했다. 법원이 허락한 감정은 세 부분이었다. 종이 섬유의 제작 시기, 이름을 쓴 잉크의 다른 흔적과의 겹침, 종이가 탄 가장자리와 접힌 자국의 선후관계. 종이를 태워 연대를 맞히는 마법은 쓰지 않았다. 남은 문서는 그 한 장뿐이었고, 감정 때문에 증거를 소모할 권한도 없었다. 티르센은 광학판을 세워 글씨를 비췄다. ‘강’의 마지막 획은 종이의 옛 접힘선을 넘어가 있었다. 접힘선에는 먼지와 그을음이 오래 끼어 있었으나 글씨의 획은 그 층 위를 통과한 모양이었다. “이름은 접은 뒤에 적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접은 날짜와 화재 날짜가 같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는 추정의 한계를 먼저 말했다. 나는 그런 감정인을 신뢰한다. 확신을 서둘러 파는 사람은 대개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다. 루카스가 다른 도면을 들고 왔다. 보존실에서 오 년 전 필사 대조표와 최근의 검인판을 비교하던 중 ‘본인 승인’ 칸의 폭이 다르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구형 서식에서는 그 칸이 서명자가 직접 글을 적을 만큼 넓었다. 최근 전사본에서는 좁은 기호 칸과 작은 점 하나만 남았다. “승인을 글씨가 아니라 기계 표식으로 바꾸려 했을까요?”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폭이 다르다는 사실과 누가 무슨 목적으로 바꿨는지는 다른 질문이야.” 에리카는 종이에 선을 네 개 그었다. 원래 인쇄, 화재 수거, 보존실 재제본, 이름 필기. 선들 사이를 잇는 화살표는 아직 그리지 않았다. 나는 그중 한 선 옆에 작게 ‘현행 법적 효력 없음’이라고 적었다. 옛 종이가 오래됐다는 이유로 오늘 내 권한을 바꿀 수는 없었다. 그때 오렐이 입회 명단을 가리켰다. 화재 다음 날 수거품을 분류한 사람은 소방대원 이셀과 보존실 인부였다. 그런데 이름이 처음 등장한 전사 목록은 열하루 전 인쇄기 교체 뒤 수정되었다. 같은 목록의 다른 항목에는 ‘구형 번호 0’, ‘신규 표제 제0호 입국기록’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 “또 영번 기록봉과 연결되는군요.” 에리카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같은 목록에서 이름을 발견한 거예요. 기록봉과 내가 같은 물건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내 이름이 적힌 종이보다 무서운 것은 이름이 적혀 있다는 이유로 사람을 물품처럼 다루려는 습관이었다. 공동 보관의 언어는 원래 누군가의 말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 언어를 신원 이전과 과세권 확보에 활용하고 있었다. 독립 감정이 잠시 멈춘 동안 나는 오렐에게 화재 수거품의 목록 작성 규칙을 물었다. 삼 년 전의 목록은 방 하나를 비우고 물건을 분류하느라 급히 만들었다고 했다. 똑같은 상자에서 나왔다고 해서 원래 한 문서였다는 뜻은 아니었다. 타다 남은 종이, 떨어진 끈, 녹은 장식이 한데 담긴 항목도 있었다. “그럼 후보 신원 확인 칸이 원래 어느 문서에 속했는지도 모르겠군요.” “그럴 수 있습니다. 목록을 만들 때 단편끼리 묶었던 사정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그 말은 내 마음을 놓이게 하면서도 불편하게 했다. 나는 증거가 내게 유리한 방향으로 나오기를 바랐다. 오래된 종이에 내 이름이 없었다는 결론이 빨리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감정은 감정인에게 맡길 수 없었다. 나는 종이 묶음의 인계 과정을 모두 확인하는 것만 요청했다. 이셀이 남긴 개인 메모에는 수거 당시 인부 하나가 봉투를 손으로 접었다는 말이 있었다. 이름은 적혀 있지 않았다. 오렐은 그 인부를 찾는 데도 법원 승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래된 참고인을 불러 세우면 안전과 명예의 문제가 생긴다. 우리는 먼저 보존물 기록과 당시 근무명부를 대조하기로 했다. 에리카가 내 메모지를 보며 물었다. “왜 본인이 피해자일 수도 있는데 이렇게까지 조심해요?” “피해자일 수도 있다는 이유로 남을 무조건 가해자로 만들면, 나중에 내 말도 믿어 줄 사람이 없을 테니까요.” 그녀는 그 말을 적지 않았다. 대신 책상 한쪽에 빈 봉투를 더 준비했다. 답이 나오지 않은 자료를 넣어 두기 위한 봉투였다. 점심에 로웬 대신은 서류 세 묶음과 함께 찾아왔다. 왕실 예산이 다시 막혔다며 결제소가 멈춘 보관료를 합법적 세입으로 바꾸어 잡을 수 없는지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보관료의 채권자는 아직 다투고 있고, 임시 징수 중단은 환수도 아니다. 정상 세금은 기존대로 걷어야 했지만 불분명한 돈을 급한 국고에 넣을 수는 없었다. “여기서 금화가 한 닢이라도 실제로 들어왔습니까?” “아니오.” “그러면 예산표의 그 칸은 영입니다.” 대신은 지친 얼굴로 돌아갔다. 그는 좋은 소식이 필요했겠지만 좋은 소식을 만들어 내는 일과 진짜 돈을 찾아내는 일은 달랐다. 오후가 되자 종이 조각의 그을음과 비슷한 재가 묻은 보존 봉투가 발견되었다. 원래 화재 현장 봉투였는지 최근 같은 재를 묻혔는지는 감정해야 했다. 봉투 바닥에는 우표 크기의 직사각형 구멍이 뚫려 있었다. 어떤 표시가 그곳을 통과했는지 설명하기 어려웠다. 루카스가 봉투를 기울여 빛을 비췄다. 구멍의 오른쪽 가장자리에 희미한 선이 남아 있었다. 칼로 자른 흔적이 아니었다. 쇠침이 일정한 간격으로 찍힌 자국이었다. 우리는 북문 인쇄소의 131 압인판 가장자리와 간격을 대조하기로 했다. 에리카는 오늘의 감정 초안에 서명하지 않았다. ‘화재 당시 강태준 신원 확인’이라는 지나치게 넓은 제목이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제목을 고쳤다. ‘화재 수거품 목록에 포함된 종이 조각의 제작 시기 조사’. “좀 덜 극적이죠?” 그녀가 내게 물었다. “사람을 지키기에는 더 정확합니다.” 해 질 무렵 티르센이 잠정 소견을 보내 왔다. 종이의 가장자리 화상은 오래됐을 수 있다. 그러나 이름 필기는 그을음 위에 놓인 부분이 있고, 적어도 그 문구가 처음부터 종이와 함께 있었다는 주장은 뒷받침되지 않는다. 작성자는 불명이다. 그날 나는 개인 수첩을 펼쳤다. 기억을 대가로 하는 장부 정밀 열람은 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처음 소득세 신고서를 고쳐 주던 날, 누군가 내게 ‘빈칸을 멋대로 메우지 말라’고 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누가 그 말을 했는지는 흐릿했다. 나는 불확실하다고만 적고, 새 능력 사용 탓으로 돌리지 않았다. 돌아갈 준비를 하는데 오렐이 새로운 보존 목록을 꺼냈다. 그 목록에는 종이 조각의 원래 이름이 ‘미승인 외부 책임자 후보’로 적혀 있었다. 그런데 열하루 전 수정 이력에는 다른 말이 있었다. ‘후보 이름 확정, 승인 상태 변경 대기.’ 이름을 확정했다고 주장한 서류는 있었다. 정작 나에게 이름을 물어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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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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