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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14화
PAYLUA ORIGINAL · 제14화

14화. 영수증 없는 방벽세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5,834자

오프라인 책장
야간 교역소에는 오후 네 시부터 줄이 생겼다. 해가 남아 있는데도 사람들은 등불을 켜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밤이 오기 전부터 밤의 장사를 준비했다. 허리를 굽힌 농부가 소금 자루를 끌었고, 길게 귀가 뻗은 여행자가 마차에 밤꽃 약재를 실었다. 사람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마왕에게 세금을 걷겠다는 신문 기사가 나온 뒤부터 분위기가 험해졌다고 했다. “사절단을 부르지 않았습니까?” 브란트 대장이 물었다. “오늘은 상인들의 말을 먼저 듣겠습니다. 마왕이 거래 당사자인지조차 확인하지 않았는데 군대를 데려가면 어떤 대답이 나오겠습니까.” 나는 조사관 반지를 소매 안에 넣었다. 숨기겠다는 뜻이 아니었다. 제일 먼저 신분을 내세워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필요한 사람에게는 공식 임명장을 보여줄 생각이었다. 교역소 운영자는 여자였다. 이름은 나디아. 눈 밑에 긴 흉터가 있었고, 서류를 넘기는 손이 빠르고 조용했다. 내가 공식 통관 대조를 요청하자 그녀는 바로 접수 대장을 꺼냈다. “현장 출입은 가능합니다. 다만 상인 개개인의 계약서는 당사자 동의나 영장이 없으면 드리지 않아요.” “그 원칙은 저도 찬성입니다.” 그녀가 나를 다시 보았다. “왕국 관리가 그런 말을 하다니 희한하군요.” “제가 듣기에도 희한합니다.” 접수 대장은 세 종류였다. 왕국에서 마계로 나가는 물건, 마계에서 왕국으로 들어오는 물건, 그리고 국경에서 물건을 인도하고 그대로 돌아가는 통과 화물. 세금을 정하는 규칙도 각기 달랐다. 무엇보다 모든 마계 거래가 마왕 개인의 거래는 아니었다. 상인 길드와 작은 마을들은 자기 이름으로 계약하고 있었다. 나는 첫 번째 의문부터 접었다. 마계 물건을 샀다는 이유만으로 마왕에게 세금을 매길 수는 없다. 어느 법 아래 누가 무엇을 사고팔았는지 확인해야 했다. “이 삼 년 전 계약은 뭡니까?” 내가 가리킨 칸에는 매달 같은 숫자가 적혀 있었다. ‘방벽 유지료 60금화.’ 물건의 종류가 아니라 서비스였다. 수취인란에는 아자르켄의 인장이, 지급인란에는 왕실이 적혀 있었다. “왕국이 마왕에게 매달 돈을 준 겁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대장상으로는 그렇네. 실제 지급 증빙을 봐야 해.” 나디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국경 방벽에서 마물 떼를 막는 데 쓰는 돈이라고 들었어요. 처음에는 한 달에 스무 금화였는데, 삼 년 전부터 예순으로 올랐죠.” 삼 년. 에리카 아버지가 죽었고, 광산 새 계약이 등장했고, 왕실 부채가 급증한 해였다. 같은 시점에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중요했지만, 이것만으로 한 사람의 음모라고 할 수는 없었다. 우리는 국경 방벽 관리자를 만났다. 외팔의 늙은 기사가 지도를 펼쳐 보였다. 밤마다 북쪽 마물들이 접근하지만 교역소 바깥의 검은 돌기둥들이 길을 돌려놓는다는 것이었다. 검은 돌기둥은 마계 쪽 기술로 만들어졌다. “방벽 유지료는 필요합니다.” 기사가 말했다. “하지만 지난 한 해 동안은 돌기둥을 고친 사람이 없습니다.” “그런데 유지료는 계속 지급됐습니까?” “월별 청구서는 왔습니다. 저는 실제 돈이 나갔는지 모릅니다.” 기사는 관리 일지를 내주었다. 작년부터 방문 정비 기록은 비어 있었고, 대신 매달 검은 깃털 문양의 봉인이 찍힌 확인서가 붙어 있었다. 진짜 기술자가 다녀갔다는 물증은 없었다. “확인서를 누가 붙였습니까?” “군무청에서 온 사람이요. 얼굴은 기억 안 납니다.” 나는 계약서의 서명란을 보았다. 마왕 아자르켄이 아니라 ‘보증 관리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세 갈래 검은 깃털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에리카가 낮게 말했다. “관리인이라는 직책이 계속 나와요.” “그렇네요. 이름 대신 표식만 남긴 계약은 대조하기 어려워요.” 우리는 방벽 근처를 걸었다. 검은 돌기둥은 키 두 배 정도 높이로 줄지어 있었고, 그 사이로 얼음 같은 바람이 흘렀다. 루카스가 손을 뻗자 표면의 문양이 파랗게 빛났다. “만지지 마.” 나는 소년의 손목을 잡아 내렸다. 기사는 위험하지 않다고 했지만 확인하지 않은 마법 설비를 건드릴 이유는 없었다. 그때 울타리 밖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열 살 남짓한 아이가 울타리에 걸린 채 발버둥 치고 있었다. 뒤편에는 뿔 달린 짐승이 두 발로 서서 침을 흘리고 있었다. “마물이 넘어왔습니다!” 기사가 소리쳤다. 브란트가 방패를 들고 달려갔다. 나는 루카스를 뒤로 밀고 아이가 매달린 철망으로 뛰었다. 마물의 이빨이 쇠막대를 때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아이의 겉옷을 잡아당겼다. 천이 찢어지며 아이가 내 품으로 떨어졌다. 브란트의 검이 철망 밖을 후려쳤고, 마물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돌기둥 하나가 낮게 떨렸다. 파란 빛이 꺼지고, 울타리 뒤편 어둠이 그 틈을 메웠다. “방벽이 고장 났어요.” 에리카가 말했다. 기사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바로 수리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비사가 오지 않습니다.” 필요한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으면서 돈이 나갔다면 사기일 수 있다. 그러나 방벽을 당장 고치지 않으면 아이들이 위험해진다. 나는 조사보다 안전 조치를 먼저 요청했다. 브란트가 근처 병영에 신호를 보냈고, 상인들은 물건을 놓고 울타리 안쪽으로 들어왔다. 나디아가 말했다. “이럴 때마다 왕실은 우리에게 방벽세를 더 내라고 하죠.” “방벽세가 따로 있습니까?” “한 달에 한 번씩 가판대를 돌아다니며 걷어요. 영수증은 없습니다. 군무청 경비비라고만 해요.” 나는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정식 유지료와 비공식 방벽세. 두 줄 모두 같은 이름으로 돈을 걷고 있었다. “누가 받으러 옵니까?” “새로 온 경비대 부관입니다. 이름은 안 알려줘요. 문장만 보여줘요.” “무슨 문장입니까?” 그녀는 작은 탄 자국을 손등으로 그렸다. 검은 깃털 세 개가 원을 이루는 모양이었다. 밤이 가까워지자 통관 초소 앞에 마차 한 대가 멈췄다. 검은 외투의 남자가 내려 나디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번 달 방벽세를 내시오.” 나디아가 나를 보았다. 나는 앞으로 나서서 임명장을 펼쳤다. “왕실 감사원입니다. 징수 근거와 영수증 양식을 보여주십시오.” 남자는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전시 비상명령에 따른 징수입니다.” “명령 번호를 말씀하십시오.” “국경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방해하지 마시오.” “안전은 중요하죠. 그래서 더더욱 수납 근거를 확인해야 합니다.” 그는 내 얼굴을 살피더니 웃었다. “강태준 징수관. 결국 여기까지 왔군.” “저를 아십니까?” “당신이 모르는 사람도 당신을 알아.” 남자가 손가락을 튕기자 마차 안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브란트가 검을 들었지만 나는 앞을 가로막았다. 군중과 가판대가 가까웠다. 상대를 쫓겠다고 싸움을 시작하면 상인들이 다칠 수 있었다. “일단 뒤로 물러나세요!” 연기가 걷혔을 때 마차에는 아무도 없었다. 말은 묶인 채였고, 바닥에는 비어 있는 수납자루만 떨어져 있었다. 검은 깃털 세 개가 자루에 수놓아져 있었다. 연기가 가라앉은 뒤 상인들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려 했다. 나는 나디아와 함께 중앙 화로에 불을 다시 붙였다. 누군가 다친 사람을 확인하고, 누군가는 흩어진 물건을 찾아야 했다. 공식 조사를 핑계로 상인들의 영업을 한꺼번에 중단시킬 수는 없었다. “소금 다 젖었네.” 노파가 중얼거렸다. “오늘 장사 망했어.” 브란트가 병사들을 시켜 바닥에 굴러간 소금 자루를 세웠다. 자루에서 새어 나온 소금은 진흙에 섞여 판매하기 어려웠다. 나디아는 손해를 기록했다. 비공식 징수인과 그가 뿌린 연막 때문에 생긴 피해라면, 추후 책임을 물을 때 물증이 될 수 있었다. “누가 보상해 줍니까?” 상인이 물었다. “지금은 확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피해 사실은 접수하겠습니다.” “그 말도 소금에 뿌리면 맛이 나겠네!” 그가 성을 내자 나는 도망치지 않고 젖은 자루를 함께 들었다. 무릎이 젖고 옷에 흰 가루가 묻었다. 루카스가 내 모양을 보고 웃으려다 참았다. “웃어도 돼.” “아닙니다. 아주 멋진 징수관님이십니다.” “너희 왕국에서 '멋지다'라는 말의 뜻이 바뀌었나 보군.” 결국 노파는 우리가 마련한 건조대 한쪽을 빌렸다. 손해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나머지 상품을 살릴 수 있었다. 교역소 관리자는 상점별 피해액과 목격자를 적은 임시 기록을 만들었다. 다친 사람은 다행히 없었다. 그날 밤 돌기둥 너머에서 검은 빛이 흐를 때, 나는 시장 사람들이 서로의 등불을 나누는 모습을 보았다. 사람보다 뿔이 조금 큰 장인이 망가진 수레바퀴를 고쳐주었고, 인간 상인은 그에게 뜨거운 수프를 내밀었다. 서로를 적이라 부르던 신문은 이 장면을 싣지 않을 것이다. 나디아가 내 옆에 앉았다. “저 사람들은 나라와 나라의 싸움 때문에 매년 손해를 봅니다. 세금을 누가 내야 하는지도 모르는데 양쪽 경비가 와서 돈을 걷거든요.” “양쪽에서 걷는다면 어떤 근거를 대나요?” “한쪽은 통과세, 한쪽은 안전세. 다들 장사를 잃을까 봐 냅니다.” “영수증은요?” “정식 통과세는 있어요. 나머지는 없어요.” 나는 노파가 가져온 목패의 모양을 그려보았다. 통과세 영수증에는 등록 번호가 있는데 방벽세 목패에는 세 갈래 깃털만 있었다. 어느 나라 금고로 갔는지도 모를 돈을 세금이라 부르고 있는 셈이었다. 이건 단순히 왕실의 수입이 새고 있다는 문제가 아니었다. 필요할 때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지도 알 수 없게 만드는 구조였다. 나는 나디아에게 어떤 형식이든 지급했던 날짜와 액수, 징수인의 특징을 적어두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시장 한쪽에 상인들이 함께 확인하는 장부를 만들겠다고 했다. “서류를 잘 쓰면 마물도 막아주나요?” 나디아가 물었다.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마물을 막을 돈이 어디로 갔는지는 찾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밤하늘에는 별이 보였고, 망가진 돌기둥 하나만 끝내 불이 켜지지 않았다. 누군가 유지료를 챙겨가는 동안 그 빈틈을 어린아이가 몸으로 확인했다는 사실이 내내 마음을 눌렀다. 우리는 도망간 사람을 잡지 못했다. 대신 부당한 수납을 막았고, 경비병 두 명과 상인 일곱 명이 얼굴과 말을 기록해 주었다. 나디아는 보관하던 지난달 지급 표식을 증거로 제출했다. 그것은 국가 금고로 들어간 돈인지 확인할 수 없는 비공식 목패였다. 나디아는 우리에게 현장에서 쓰는 비상 종을 보여주었다. 첫 종은 상인들을 가판대 안쪽으로 모으고, 두 번째 종은 병사들에게만 마물 접근을 알린다고 했다. 아까 소란에서는 누가 종을 쳤는지도 알 수 없었다. 경보 규칙부터 다시 적기로 했다. “돈 내는 것보다 종을 치는 일이 먼저네요.” 루카스가 말했다. “그렇지. 안전을 지킬 사람이 도착하지 않으면 방벽세라는 이름도 공허해지니까.” 브란트는 병사 두 명을 남겨 교역소의 야간 순찰을 돕겠다고 했다. 나는 그 비용을 나중에 국고에 무단 청구하지 말고 지휘권과 예산을 확인하자고 덧붙였다. 브란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당신은 정말 전장에서 회계 장부를 펼칠 사람이군.” “부대가 다음 달 식량을 못 사면 전장에서 더 큰 문제가 생기잖아요.” 대장은 말없이 내 어깨를 두드렸다. 칭찬인지 체념인지 알 수 없었다. 잠시 뒤 부서진 방벽 너머에서 불그스름한 빛이 일었다. 마물들이 물러나고 대신 커다란 검은 그림자가 걸어왔다. 성인 남자보다 조금 큰 키, 뿔처럼 보이는 은빛 관, 검은 외투. 그는 경비대의 창 앞에 멈춰 서서 손을 들었다. “나는 남의 국경을 침범하러 온 게 아니다. 내 이름으로 청구되는 돈이 왜 세 배가 됐는지 묻고 싶다.” 나디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마계 사절…….” 그림자가 얼굴의 천을 걷어냈다. 눈동자가 황금빛이었다. “아자르켄 폐하께서 보낸 계약 감사관이다. 이름은 세르나.”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가 덧붙였다. “그리고 당신이 마왕에게 세금 고지서를 보내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먼저 우리 쪽에서 장부를 보여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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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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