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이름에 가격표를 붙이는 일은 생각보다 쉽다. ‘증명 발급 수수료’, ‘분실 보관료’, ‘반송 처리비’처럼 행정적으로 들리는 이름을 달면 된다. 문제는 그 돈이 실제 어떤 일을 위해 누구에게 갔는지다.
왕도 시장의 권리 연장 천막이 문을 닫은 뒤에도 비슷한 영수증이 나왔다. 새 영수증은 삼십 일 연장료가 아니라 ‘증언자 이름 반송료’였다. 수취인을 찾지 못해 원래 권리자에게 문서를 돌려보내는 비용이라는 설명이었다. 주민들은 돌려받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돈을 내고 있었다.
“말도 안 돼요.” 루카스가 영수증을 들었다. “내 이름을 내게 돌려주는 데 돈을 받아요?”
“택배비를 받을 수는 있겠지. 실제로 보냈다면.”
“그런데 아무것도 안 왔잖아요.”
“그래서 확인해야 하는 거야. 이름을 돌려줬다는 말과 실제 배송이 있었는지.”
나는 시장 감독관과 함께 접수 명세를 확인했다. 노인의 은화 세 닢과 젊은 목수의 은화 한 닢 등 신고된 피해는 이미 별도 기록에 남아 있었다. 새 반송료는 다른 거래였다. 우리는 두 건을 섞어서 총 피해액이 확정됐다고 발표하지 않았다. 영수증이 있어도 돈이 실제로 수납됐는지, 같은 사람이 중복 신고했는지, 서비스를 제공받았는지를 대조해야 했다.
시장 감독관이 보관한 현금함은 법원의 허가 아래 공개 입회로 열렸다. 안에는 은화 여러 닢과 구리화가 있었지만, 총액이 어떤 영수증에 대응하는지는 아직 불분명했다. 나는 개봉 조서에 수량과 봉인 상태만 적었다. 돈을 되찾는 일은 기뻤지만, 그 돈이 피해자에게 돌아가야 하는지 결제소의 정당한 보관료인지 심리하기 전에는 함부로 이름을 붙일 수 없었다.
에리카가 금액을 세다가 손을 멈췄다. “금화로 환산한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했습니다.”
“왜요?”
“재무대신실에서 국고 회수 예상액을 보고 싶다고요.”
나는 로웬에게 직접 갔다. “보고서 제목부터 바꾸겠습니다. 회수 예상액이 아니라 임시 보전된 민간 수납액입니다.”
로웬은 피곤한 얼굴로 나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국고에 들어온 게 아니라는 뜻이군.”
“그렇습니다. 법원이 피해자 반환을 명하면 국가 수입이 될 수도 없죠.”
“나도 돈이 필요한 건 알지 않습니까?”
“그래서 더 정확해야 합니다. 남의 돈까지 나라 돈이라고 적기 시작하면 다음 달에는 진짜 세금도 못 걷습니다.”
로웬은 보고서의 표제를 직접 고쳤다. 예전 같으면 왕실이 부족한 돈을 이유로 주민의 소액 수수료까지 가로챘을 것이다. 그가 종이 한 장의 제목을 고친 일이 국고에 금화를 추가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작은 진전이었다.
점심에는 나디아가 국경 상인들의 납부 신고서를 가져왔다. 정상적인 통관 비용을 내고도 ‘이름 반송료’를 추가로 청구받은 사례가 있었다. 어떤 영수증은 제대로 된 상품의 운송료와 반송료를 한 줄에 합쳐 적었다. 우리는 명세를 쪼개 실제로 제공된 운송 서비스의 비용을 부인하지 않았다. 사기와 정상 거래를 구분하지 않으면 정당하게 일한 운송인의 임금까지 피해를 입는다.
“다들 돈을 돌려받고 싶어 해요.” 나디아가 말했다.
“그럴 만해요.”
“하지만 지금 서류가 너무 많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이 일을 끝까지 따라갈 시간이 없어요.”
그 말은 내게 익숙한 문제였다. 한국에서 세무조사를 할 때도 돈과 시간이 많은 사람은 전문가를 고용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서류 한 장 때문에 생계를 포기하곤 했다. 나는 무료 접수 안내를 만들고 보호기관과 시장 감독관이 신고를 대신 접수할 수 있는 범위를 확인했다.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익명 상담만 받아도 되도록 했다.
그 과정에서 메라의 이름으로 발급됐다는 반송료 영수증이 발견됐다. 메라는 돈을 낸 적이 없다고 보호 담당자를 통해 답했다. 영수증에 이름이 있다는 사실이 납부를 뜻하지 않았고, 누군가 메라를 대신해 계약했음을 자동 증명하지도 않았다. 우리는 발급 시스템의 시험 출력인지, 허위 청구인지 따로 조사했다.
루카스가 영수증의 가장자리를 보다가 말했다. “여기에도 131이라고 찍혀 있어요.”
나는 그를 말렸다. “이번에는 숫자가 어디에 찍혔는지부터 보자.”
그것은 감사 통지 번호가 아니라 인쇄판 사양을 나타내는 코드였다. 북문 인쇄소에서 사용한 압인 장치의 제작 도면과 같은 위치에 있었다. 숫자 131이 반복된다는 이유로 모든 봉투가 같은 편지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오히려 조작의 기회를 제공했을 수 있었다.
우리는 131호의 실제 발신자를 찾지 못했지만, ‘131’이란 숫자를 신비로운 증언자 순번으로 꾸며 파는 영업 방식을 확인했다. 장터의 한 청년은 그 숫자가 마지막 증언자를 부르는 성스러운 징표라며 돈을 받았다는 신고를 받았다. 그 청년이 직접 거짓말을 꾸몄는지, 다른 사람의 말을 믿고 전달했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체포할 수는 없었다.
이르덴이 들고 왔던 접수 거절 목록의 사본을 법원에 보존할 수 있는지 묻는 절차도 진행됐다. 그는 당사자들의 신원을 가리면 일부 기록을 내놓을 수 있다고 했다. 나는 그가 사본을 직접 만들어 제공하는 동안 원본의 현재 보관 상태를 제삼의 보존관이 확인하도록 요청했다. 원본이 있다는 말만으로 내용이 진짜가 되지는 않았다.
그날 밤 사일라에게서 작은 편지가 왔다. 공동 보관함의 수리비 기부 명세에 새로운 사실이 있었다. 기부를 받은 은화는 실제 지붕 수리에 일부 쓰였으나, 같은 날 다른 장부에 ‘반송료 대납’이라는 항목이 생겼다고 했다. 그녀는 그것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나는 의심스러운 금액을 곧장 국고로 옮기지 말라고 했다. 사일라가 받은 기부와 결제소가 청구한 반송료는 별도의 회계였다. 돈이 섞였다는 증거가 있어야만 서로를 연결할 수 있었다.
이튿날 아침 자료대조에서 연결고리 하나가 나왔다. 기부 의뢰서의 외부 관리 번호와 일부 반송료 영수증의 결제 승인 번호 뒤 네 자리가 같았다. 같은 번호 체계를 공유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동일 계정이 실제 돈을 움직였는지에는 은행과 현금 수납자의 기록이 더 필요했다.
“하루 종일 숫자만 보고도 결론이 없네요.” 루카스가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결론은 있어. 피해자를 상대로 새로운 돈을 받을 근거를 아직 아무도 못 냈다는 거.”
나는 창구 밖을 내다봤다. 낮은 돌계단에 아까의 노인이 앉아 있었다. 그는 수수료를 돌려받으면 딸의 약을 사겠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변제 날짜를 약속하지 않았다. 대신 현재 돈이 보전 중이라는 사실, 자신의 영수증을 확인받을 방법, 비용 없이 상담받을 장소를 알려 주었다.
그가 일어나며 물었다. “이런 종이들은 언제 끝납니까?”
“누군가 계속 새 종이를 만들어도, 더는 돈을 내지 않으셔도 되는 근거를 밝히겠습니다.”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 말이 단지 위로가 되지 않게 하려고 다음 조사 일정을 잡았다. 은화 한 닢의 행방은 장부상 한 칸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며칠의 식사였다.
저녁에는 브란트가 구형 등록번호 보관고에서 나온 문서 한 장을 들고 왔다. 131이라는 숫자 옆에 ‘반송’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그러나 그 반송은 우편물이 아니라 장부 입력을 원상태로 돌리는 기술 용어일 수도 있었다. 문서 하단의 작은 글씨가 그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승인이 확인되지 않으면 이전 표기를 반송한다.’
나는 문서를 다시 읽었다. 누군가는 원래 승인되지 않은 기록을 되돌리는 절차를, 사람의 이름을 돈 주고 돌려주는 서비스로 바꿔 팔았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진짜로 돌려줘야 할 것은 이름이 아니라, 그 이름을 쓰겠다고 허락한 적 없는 사람의 권리였다.
제137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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