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령인은 아직 통지를 받지 않았다.’
같은 표식을 쓴 두 번째 서한에는 발신자가 없었다. 문장은 사실처럼 보였지만, 누가 마지막 수령인인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것이 사실일 수는 없었다. 나는 법원 조서에 서한의 원문을 적고 별도로 한 문장을 덧붙였다. ‘내용의 진실성, 발신 권한, 실제 송달 여부 확인되지 않음.’
루카스가 입을 삐죽거렸다. “그냥 멋있어 보이려고 쓴 편지 같기도 해요.”
“멋있는 편지가 사람의 권리를 없애면 무서운 편지가 되지.”
오전에는 시장의 권리 연장 천막을 이용했던 주민들이 재무청을 찾았다. ‘마지막 수령인이 아직 통지를 받지 않았다’는 소문이 장터에 돌면서 그들에게 새 수수료를 내라는 사람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연장 비용을 다시 납부하면 증언권을 대신 보존해 주겠다는 말이었다.
나는 새 안내문부터 붙였다. 법원은 제삼 결제소의 자동 기산을 근거로 한 일부 강제 징수를 중지했다. 그 판단은 피해자 모두에게 금전을 지급하겠다는 판결이 아니며, 제12단위의 적법한 최종 수령도 확정하지 않았다. 그런 사실을 쉬운 말로 적는 데 한 시간이 걸렸다. 어려운 용어를 줄이면서 사실관계를 틀리지 않게 쓰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노인이 떨리는 손으로 종이를 내밀었다. “어제 낸 돈도 못 받았는데 오늘 또 내야 하나요?”
“누가 내라고 했습니까?”
“검은 외투를 입은 청년이요. 시간이 다 됐다고…….”
“그 청년의 신원을 확인하기 전까지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지금 제시하신 문서만으로 추가 납부 의무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노인의 눈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는 내가 돈을 반드시 돌려주겠다고 말하지 않아서 오히려 믿음이 간다고 했다. 나는 기뻐할 수 없었다. 정직한 행정이 특별한 친절처럼 받아들여진다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근거 없는 약속에 시달렸다는 뜻일까.
에리카는 신고를 민간 대행료, 실제 보관 비용, 정상 국경세, 방벽 유지료 네 갈래로 나누었다. 어느 하나도 다른 항목의 채권이나 세금에 자동으로 합산되지 않았다. 루카스는 복잡하다며 머리를 감쌌지만 장부가 섞이면 피해자의 돈이 갑자기 국고 수입으로 둔갑할 수 있다고 설명하자 다시 펜을 들었다.
그때 보호기관에서 온 연락을 받았다. 마이렌과 메라의 이름을 적은 비공개 출석 요청이 떠돌고 있었다. 발신 기관은 역시 원 세 개의 문양으로만 적혀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출석에 동의한 사실이 없었고, 요청서는 보호기관의 공식 경로를 통하지 않았다.
“그럼 위조 공문 아닙니까?” 브란트가 물었다.
“공문이라고 주장하는 종이죠. 작성자와 법률상 효력을 확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 종이만으로 두 사람을 오게 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우리는 두 사람에게 직접 출석을 요구하지 않았다. 보호 담당자를 통해 서한의 존재를 알리고, 원하면 비공개로 의견을 남기거나 아무 답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메라가 며칠 전 제12단위 후보 원본을 내놓았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의 개인정보와 증언을 모두 공개할 의무는 생기지 않았다.
오후에 사일라의 관리대장 일부가 도착했다. 네 번째 주소의 공동 보관함은 지난 다섯 달 동안 수취인 직접 수령을 한 건도 기록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도 받지 않았다’와 다른 말이었다. 위임 수령이 적법하게 처리됐는지, 수령 자체가 없는지, 다른 나라의 기록에 남아 있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없음이라고 적힌 칸이 늘 무슨 뜻인지 묻는군요.” 루카스가 말했다.
“맞아. 숫자 영은 가끔 사건을 가장 크게 부풀리는 숫자야.”
에리카는 서류의 가장자리를 살피다가 다른 공통점을 발견했다. 131호 통지, 두 번째 익명 서한, 보호기관에 도착한 출석 요청의 하단 여백 길이가 같았다. 우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인쇄판을 잘랐을 때 남는 미세한 선이 비슷했다. 우리는 티르센에게 비파괴 비교를 의뢰했고 그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동일 제작자라고 적지 않았다.
그 사이 이르덴이 다시 찾아왔다. 그는 보호기관에 익명 출석 요청이 갔다는 말을 듣고 얼굴을 찌푸렸다.
“보관실의 원칙을 어겼군요.”
“당신이 속한 보관실의 원칙인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내가 말했다.
“그렇게 말씀하셔야 맞습니다. 그렇지만 제게 있는 구형 규정 사본을 보여 드릴 수 있습니다.”
그가 내민 문서에는 서명이 없었다. 오래된 필사체로 적힌 글은 당사자가 어떤 방식으로 거절을 표현했는지도 보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말을 하지 않는 선택 역시 강제로 다른 사람의 말로 대체할 수 없다는 조항처럼 읽혔다. 나는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원본과 연혁 확인을 요구했다.
“이 규정대로라면 마지막 수령인을 정하지 않아도 증언을 지킬 수 있습니까?” 에리카가 물었다.
“소유를 확정하지 않고 보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영구히 보관할 법적 근거와 비용 문제는 따로 남습니다.” 이르덴이 말했다.
그는 자기 주장에 유리한 답만 하지 않았다. 경계 보관함은 예전에는 공동 보관비를 지원받았지만 지금은 누가 비용을 부담할지 정식 합의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사일라가 개인 돈으로 지붕을 고친 적도 있다는 것이다. 오랜 보관기관의 이름을 내세운 사기가 있었다면, 그 사기 때문에 진짜 보관 종사자도 고통을 받고 있을 수 있었다.
정오를 넘긴 시각, 왕궁 문서청에서는 131호의 형식에 해당하는 옛 등록번호 목록을 찾지 못했다는 회신이 왔다. 마계도, 드워프도 같은 번호를 발신한 기록을 현재 확인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번호가 가짜라는 확정은 아니었다. 우리는 ‘세 기관 자료에서 현재 미확인’이라고 썼다.
해가 기울 무렵 마이렌의 보호 담당자가 봉투 하나를 보냈다. 발신인이 누구인지, 안에 어떤 말을 적었는지 외부에 알리지 않는 조건이었다. 나는 에리카와 함께 보호 담당자의 입회 아래 접수 여부만 기록했다. 봉투는 법원의 비공개 보관함으로 들어갔다. 메라 쪽에서는 아직 답이 없었다. 답하지 않은 것도 존중해야 했다.
루카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봉투에 마지막 증언자의 이름이 있을까요?”
“있어도 당장 공개할 권한은 없어.”
“그럼 저희가 알아낸 건 또 없나요?”
“그 사람에게 말할 기회와 말하지 않을 기회를 남겼지.”
잠시 뒤 법원 전달관이 서둘러 들어왔다. 티르센의 예비 보고였다. 세 통의 서한 아래쪽에서 같은 크기의 칼날 자국이 발견됐지만, 그 칼날은 왕궁 인쇄기가 아니라 북문 민간 인쇄소에서 쓰는 규격에 가까웠다.
기술감정을 기다리는 동안 에리카는 별도의 신고자 명부를 작성했다. 누가 돈을 냈는지보다 먼저, 누가 또 다른 연락을 받지 않길 원하는지 물었다. 노인은 자신의 주소를 공개하고 싶지 않다고 했고, 목수는 다른 피해자에게 자신이 돈을 냈다는 사실을 알리지 말아 달라고 했다. 우리는 사건이 공익적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요청을 무시하지 않았다. 재무청의 공개 보고서에는 필요한 거래 유형과 접수 건수만 담겼다. 오늘 우리를 찾아온 사람들이 내일 시장에서 서로를 손가락질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기록 담당자의 일이었다.
나는 루카스에게 신고 접수자 수와 실제 영수증의 수를 다른 열에 적으라고 했다. 한 사람이 여러 장을 가져올 수 있었고, 신고하지 않은 사람도 존재할 수 있었다. 숫자가 같지 않다는 이유로 누구를 거짓말쟁이로 만들 필요는 없었다. 피해 규모를 산정할 때는 중복과 누락을 동시에 확인해야 했다. 그 기본 원칙을 지켜야 다음 조사도 믿을 만해진다.
그 보고를 읽으며 나는 마지막 줄에 멈췄다. 민간 인쇄소가 최근 발행한 영수증 묶음의 표지에는 익숙한 항목이 적혀 있었다.
‘계수판 30호 교체용 부품 송부.’
누군가 출석을 요구하는 종이와 날짜를 조작하는 부품을 같은 창구에서 취급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다 해도 종이를 자른 사람과 명령을 내린 사람은 다를 것이다.
나는 증거 목록의 맨 아래에 새로운 칸을 그었다.
‘거절 의사 전달 경로.’
우리가 조사해야 할 것은 누가 남의 입을 대신 열었느냐만이 아니었다. 누군가 입을 닫겠다고 했을 때, 그 말을 누가 지웠는지도 찾아야 했다.
제133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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