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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131화
PAYLUA ORIGINAL · 제131화

131화. 세 개의 원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3,637자

오프라인 책장
사람의 이름이 적힌 통지서가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은 이름이 아니다. 누가 보냈는지다. 나는 새벽부터 그 사실을 되뇌었다. 왕실 재무청의 식탁에는 세 개의 원이 겹친 봉투와 법원 보존 담당자가 작성한 개봉 조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봉투 안의 131호라는 숫자가 나를 부른다고 해서 내가 어딘가의 감사관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더구나 세 나라의 바깥에 있다는 기관이라면 그 세 나라가 허락한 권한이 무엇인지부터 따져야 했다. “왕국의 인장은 아니에요.” 에리카가 말했다. “마계 것도 드워프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정체불명이라는 말이지, 세 나라보다 높은 기관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루카스는 세 번째 잉크병의 뚜껑을 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세 나라 모두에게 공문을 보내나요?” “보내되, 같은 문장을 쓰지 말자. 각자가 무엇을 확인할 수 있는지 다르니까.” 왕국 문서청에는 발신 등록 번호와 접수 경로를, 마계 감사관 세르나에게는 옛 협약의 보관기관 표식을, 드워프 공동 보관회에는 원형 문장의 사용 이력과 제작 방식을 조회했다. 국경의 기록은 하나가 아니었다. 똑같은 봉투라도 누군가는 물품으로, 누군가는 통지로, 누군가는 아직 수령되지 않은 증언의 보관표로 분류했다. 그 차이를 무시한 채 한 장의 ‘최종 접수증’을 만들어 내면 제삼 결제소가 하던 일을 우리가 다시 하는 셈이었다. 오렐이 출입대장을 가져왔다. 봉투는 전날 마계 역참의 공식 우편낭에서 발견됐다. 그런데 발신인이 서명하는 칸에는 이름 대신 작은 동그라미 세 개가 찍혀 있었다. “이걸 받았다는 직원은요?” “공식 배달원입니다. 다만 역참이 최초 발신지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봉투는 여러 곳을 거쳐 왔어요.” 나는 그 배달원을 소환하지 않았다. 먼저 법원이 정한 자료보전 범위 안에서 우편낭의 봉인 목록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물건을 운반한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몰아주면 그 이전의 손을 찾을 수 없었다. “131호라는 숫자는 무엇을 셌을까요?” 루카스가 물었다. “모르지. 통지의 순번인지, 사건 번호인지, 물건 번호인지. 우리가 숫자를 보면 곧바로 사람 수로 바꾸는 버릇부터 버려야 해.” 에리카가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예전에 제 아버지도 그런 말을 했어요. ‘받았다고 쓰인 열두 번째 종이와 실제 말을 한 열두 번째 사람을 혼동하지 말라.’” 그녀는 말을 마치고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돌아가신 부친의 모든 문장을 증거처럼 내밀고 싶지 않은 마음을 나는 알았다. 그래서 그 문장을 정식 조서에 옮기지 않았다. 대신 에리카에게 기억에 의존한 단서로만 남겨 두자고 했다. 그 약속은 조사팀의 속도를 늦췄지만, 부친의 이름을 또 다른 가짜 권위로 쓰는 일을 막았다. 점심 무렵 세르나의 답장이 왔다. 마왕 아자르켄이 직접 결론을 내린 게 아니라 마계의 오래된 서식 관리자 둘이 대조했다는 보고였다. 원 세 개는 ‘각 당사자의 보관 주장과 독립된 증언 보존’을 의미하는 문장과 함께 쓰인 적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 표식이 현행 기관의 권위를 보증하는 것은 아니었다. 옛 필사본에는 ‘경계 밖에 둔다’는 표현이 있었으나 그것이 지리적 장소인지 법적 중립인지도 분명치 않았다. “드디어 신들의 회계감사인가 했더니 오래된 창고 얘기로 돌아왔네요.” 루카스가 한숨을 쉬었다. “좋은 소식이야. 신이라면 면담 일정을 잡기가 더 어렵거든.” 그는 웃었지만 에리카는 웃지 않았다. 제삼 결제소가 세 나라 밖의 보관기관을 흉내 냈다면, 그 행위는 오래된 인장을 단순히 베낀 문제가 아니었다. 사람들의 마지막 증언을 대신 받았다는 허위 기록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봉투의 종이를 들여다봤다. 티르센 감정관은 표식의 가장자리가 오래된 인장처럼 닳아 있으나 잉크는 최근 제작 계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봉투가 오래된 서식에서 복제됐을 가능성은 있어도 삼백 년 동안 봉인돼 있었다는 증거는 없었다. 사본과 원본의 나이가 다른 것처럼, 문장의 나이와 이 종이를 찍은 날도 달랐다. “정식 조사 요청을 보내는 대신 저쪽이 우리를 부르러 오면 어떡하죠?” 오렐이 물었다. “접수하죠. 그리고 권한 서류를 요구할 겁니다.” “만약 서류가 없다면요?” “말은 들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말을 명령으로 취급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날 오후, 실제로 누군가 방문했다. 회색 외투를 입은 노인이었고, 손에는 아무 무기도 없었다. 그는 자기를 ‘경계 보관실의 전달 보조인’이라고 소개했다. 이름은 이르덴. 접수증을 먼저 써 달라고 요구하지도 않았고, 무릎을 꿇으라고 하지도 않았다. 다만 한 가지 질문을 했다. “강태준 징수관님은 제12단위의 마지막 수령인이 누구인지 결정하셨습니까?” “아닙니다. 후보 원본의 적법한 수령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제가 가져온 서류는 지금 접수될 수 없겠군요.” 나는 뜻밖의 대답에 그를 살폈다. 정말 오래된 보관기관의 직원이라면 서류를 받을 자격부터 주장했을 텐데, 이르덴은 반대로 우리가 받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무슨 서류입니까?” “마지막 증언을 지키겠다는 사람들의 접수 거절 내역입니다.” 에리카가 책상에서 일어났다. “접수 거절?” “그렇습니다. 누군가 자신을 대신해 받지 말라고 했던 기록이죠. 원래는 거절도 보관해야 했습니다.” 그는 접힌 목록을 보여 주되 우리에게 넘기지 않았다. 목록 상단에는 원 세 개가 겹친 표시가 있었다. 그러나 밑에는 생소한 글씨가 적혀 있었다. ‘인계 전 공개 금지: 당사자 의사 확인.’ 나는 봉투를 받지 않고 그에게 자료 출처와 보관 책임자를 설명해 달라고 했다. 그는 잠깐 주저하다가 자신이 직접 작성자는 아니라고 답했다. 현행 업무 위임장도 없다고 했다. 그 한계를 스스로 밝힌 덕에 우리는 그를 무조건 내쫓지도, 기관의 대표로 인정하지도 않을 수 있었다. “그럼 오늘은 신원과 연락 경로만 기록하겠습니다.” “131호 통지 때문에 오신 겁니까?” 루카스가 불쑥 물었다. 이르덴의 시선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그는 책상 위 봉투를 보더니 아주 느리게 말했다. “그 통지는 제가 가져온 게 아닙니다.” 순간 방 안의 모든 펜이 멈췄다. “그렇다면 같은 표식을 쓰는 곳이 둘이라는 뜻입니까?” 내가 물었다. “적어도 제가 아는 보관실에서는 감사 대상자의 이름을 먼저 적지 않습니다. 증언의 소유자가 동의했는지부터 묻습니다.” 그의 손가락이 봉투 마지막 줄에 멈췄다. ‘강태준’이라는 이름 위였다. “그리고 우리 문서의 번호는 물건을 뜻합니다. 사람을 부르려고 쓰지 않아요.” 나는 이르덴의 진술을 확인되지 않은 주장으로 적었다. 그래도 새로운 질문 하나는 분명했다. 표식의 원래 뜻을 아는 사람조차 131호 통지를 자신들의 것이라고 하지 않는다면, 누가 오래된 보관기관의 이름을 빌려 내 이름을 썼는가. 그날 밤 법원으로부터 긴급 연락이 왔다. 131호 서한에 쓰인 배달 경로 중 한 구간이, 검은 장부 제2권의 날짜 계산표를 운반했던 민간 수레 번호와 일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수레 번호는 사람의 유죄를 말해 주지 않았다. 하지만 두 서류가 서로 무관하다는 가정도 이제 검증해야 했다. 나는 수첩에 세 줄을 적었다. 표식의 기원은 미확정. 이르덴의 권한도 미확정. 서한의 발신자 역시 미확정. 확실한 것은 딱 하나였다. 세 개의 원이 겹쳤다고 세 나라의 동의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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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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