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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130화
PAYLUA ORIGINAL · 제130화

130화. 시계를 멈추는 영수증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5,328자

오프라인 책장
마지막 증인의 이름을 찾으려던 일이 이제 기계의 영수증까지 왔다. 종이를 붙잡고 살다 보니 가장 위험한 거짓말이 거창한 맹세가 아니라 작은 ‘확인’이라는 두 글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제삼 결제소의 날짜 산출 장치를 검증하는 날이었다. 법원은 원본 장치를 이동하지 않고, 보존실에 둔 채 외부 입회 아래 각 기능을 조사하게 했다. 네일, 보딘, 티르센, 드워프 장인 호른델, 마계 감사관 세르나가 모였다. 각자의 기록 체계가 다르다는 점을 처음부터 문서에 적었다. 한 사람의 전문성을 다른 사람의 법적 권한으로 바꾸지 않기 위해서였다. 호른델은 톱니를 보고 눈썹을 올렸다. “서른 번째 눈금이 도는 순간 시작일을 인쇄하는 구조가 아니군. 이건 마지막으로 입력된 날을 반복 출력하는 구조다.” “무슨 차이입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입력값이 틀려도 기계는 성실하게 같은 틀린 날짜를 찍는다는 차이지.” 나는 네일에게 수동 초기화 절차를 설명해 달라고 했다. 그는 영수증의 ‘설치 후 정상 작동’은 기계가 종이를 내보냈다는 확인일 뿐, 그 종이에 적힌 날짜가 법적으로 유효하다는 뜻은 아니라고 했다. 기계가 틀린 데이터를 정확하게 복사한 것일 수도 있었다. 보딘은 원래 시계탑과 그 장치를 연결한 흔적이 없다고 확인했다. 지난번부터 사람들은 시계탑이 하루를 훔쳤다고 떠들었지만, 정작 왕궁의 종은 자기 일을 하고 있었다. 문제는 출입증 번호와 계약 기산점을 같은 톱니로 계산하려는 사람들에게 있었다. 티르센은 새로 발견된 영수증의 종이 재질과 최근 봉인 재질이 일치할 가능성을 설명했다. 정확한 제작 날짜는 범위를 좁힐 뿐 확정할 수 없었다. 나는 그 한계를 심리 자료에 그대로 적었다. 재판부는 임시 심리에서 발견일로부터 삼십 일을 자동 계산하는 시스템의 법적 효력을 다시 검토했다. 제삼 결제소 대리인은 장치가 ‘오래된 관행’을 구현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들은 제12단위의 적법 수령, 최종 수령인의 확인, 기계 입력 권한을 증명하지 못했다. “그럼 왕국은 장치를 사용하지 않아도 됩니까?” 판사가 물었다. “사용 여부가 아니라, 장치 출력만으로 조세권을 이전하지 못한다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내가 대답했다. 그날 판결은 명확하고 제한적이었다. 법원은 자동 기산 출력에 근거한 조세권 임시 이전을 불허하고, 미확인 보관료의 강제 징수도 별도 심리 전까지 중지시켰다. 민간 피해자의 환급 가능성과 진정한 보관료 채권의 존부는 독립 조사로 남겼다. 우리는 이겼지만 아직 돈을 되찾지 못했다. 나는 국고 수입란에 새 숫자를 적지 않았다. 법정이 끝나자 마이렌의 보호담당자가 찾아왔다. 그는 마이렌이 진술 여부를 다시 생각할 시간을 원한다고 전했다. 나는 그에게 아무 기한도 강요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왕국의 권리를 지키는 일에 사람의 몸을 담보로 쓸 수는 없었다. 에리카는 부친의 두 검은 장부에 관해 물었다. “제2권에 누가 새 문장을 넣었는지 밝혀지면 아버지의 죽음도 설명될까요?” “가능성이 커지겠죠. 하지만 저는 설명을 만들기보다 증거를 찾고 싶습니다.” 그녀는 오래 말이 없었다. 나는 위로를 서두르지 않았다. 살아 있는 사람이 감당해야 할 시간은 판사가 정해 주지 못하니까. 법정에서 기계의 효력을 다투기 전, 나는 제삼 결제소의 법률대리인 테오른과 마지막 비공식 면담을 했다. 그는 오래된 돌계단 위에 서서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시장에서는 아직도 보관료 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 측이 이겼다고 하던데요.” 그가 말했다. 나는 웃지 않았다. “법원이 무엇을 인정했는지는 판결문을 읽으면 됩니다.” 그는 내 옆으로 다가왔다. “정말 사람들을 구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보관료가 밀리면 실제 보관창고가 문을 닫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그의 말에 바로 반박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정상 계약과 정당한 비용을 제출하세요. 분쟁을 빌미로 국고를 붙잡지 말고.” 그는 잠시 눈을 가늘게 떴다. “기계는 거짓말하지 않아요.” “기계는 자기가 입력받은 숫자가 왜 거기 왔는지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가 대답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나는 대화를 마쳤다. 그 침묵을 자백으로 적지 않았다. 기계 입회 조사에는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신청했다. 인쇄실 직원, 시장 감독관, 왕궁 회계 담당자, 드워프 기술자, 마계 감사관. 모두 한 번씩 손을 대겠다고 했다. 나는 먼저 원본 보존 명령을 확인했다. 손을 댈 수 있는 사람과 관찰만 할 수 있는 사람을 구분하고, 장치 상태를 변경하는 실험은 재현 장비에서만 하기로 했다. 호른델은 아쉬워했지만 동의했다. “장치가 열리면 무엇이 나올지 보고 싶었는데.” “저도요.” 내가 말했다. “그래도 우리가 보고 싶은 것 때문에 남은 흔적을 망가뜨릴 수는 없습니다.” 호른델은 헛기침을 하고 스케치만 그리기 시작했다. 네일은 제삼 결제소의 계수판이 서른 번째 눈금을 넘겼을 때 ‘수령 완료’라는 글자를 찍도록 연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설정은 기계가 만든 결과였고, 원래 공동 보관 규약에서 요구한 증인의 동의나 법원의 수령 확인은 별개였다. 재현 장치에서 일부러 출입 확인 버튼을 누르지 않고 날짜만 돌리자 ‘수령 완료’라는 인쇄가 나타났다. 루카스가 얼굴을 찌푸렸다. “이거라면 아무도 안 왔는데 왔다고 만들겠군요.” “만들 수는 있지.” 네일이 답했다. “누가 그런 용도로 설치하라고 명령했는지는 계약서를 봐야 한다.” 나는 테스트 날짜와 설정 조건을 모두 기록했다. 실험 결과는 가능성을 보여 주지만 과거 실제 조작을 확정하진 않았다. 그날 증인석에서는 뜻밖에도 보딘이 중요한 말을 했다. 그는 시계탑 유지보수 계약서에 자신의 서명이 없는데도 작업 완료 표시가 찍혔던 일을 진술했다. 인쇄 기계의 확인 표식이 본인 노동의 확인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경험이었다. 테오른은 그 일이 이번 공동 증언 사건과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판사도 직접적인 관련성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기계의 출력이 사실 확인 절차를 대신하도록 설계됐다면 관리 책임은 따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서른이라는 숫자는 기한보다 먼저 사람의 임금을 어지럽혔을지도 몰랐다. 법정 밖에서 브란트는 병사들의 배급 예산이 풀렸다는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이 ‘분쟁 보관료가 왕국으로 돌아왔다’는 뜻으로 퍼지지 않도록 확인했다. 해당 지출은 기존 정상 예산의 집행이었다. 제삼 결제소의 자금은 여전히 다투고 있고, 방벽 유지료 승인 720금화 가운데 실제 수령이 확인된 돈은 여전히 따로 추적해야 했다. “징수관님은 이겼는데도 기뻐하지 않으십니까?” 브란트가 물었다. “기뻐하죠. 오늘 사람들이 밥을 먹는다면요.” 나는 답했다. 재판이 끝난 뒤 루카스는 자신이 처음 왕궁에 들어왔을 때를 떠올렸다. 급여를 세 달째 받지 못하고도 종이를 나르던 시절이었다. “저는 그때 서류를 빨리 처리하는 사람이 좋은 공무원인 줄 알았습니다.” 그는 말했다. “지금은요?” 내가 묻자 그가 대답했다. “아무도 받지 않은 걸 받은 걸로 적지 않는 사람요.” 나는 웃었다. “그게 제일 어렵지.” 루카스는 수첩에 그 문장을 적었다. 한때 어머니 약값 때문에 임시 조사권 반지가 무엇인지조차 겁먹던 견습이 이제 권한과 책임의 경계를 배워 가고 있었다. 에리카와 함께 보관실로 돌아오니 메라에게서 작은 빵이 도착해 있었다. 그것을 받은 오렐은 밥값을 회계에 어떻게 적어야 하는지 물었다. 나는 소액 식사의 수령 사실만 정확히 기록하면 된다고 했다. 메라는 빵 옆에 쪽지를 남겼다. ‘기다려 준 사람들에게. 이제는 내 말을 내 것으로 남겨 주세요.’ 나는 그 쪽지를 사건 자료에 억지로 편입하지 않았다. 메라가 원하지 않는다면 감사 문장조차 증거가 될 필요는 없었다. 그때 세르나가 마계 서기관에게 확인한 오래된 표식의 그림을 보여 주었다. 원 세 개가 겹친 문양은 왕국과 마계, 드워프의 연합 인장이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그 어떤 나라의 단독 소유로도 기록되지 않은 증언을 따로 보관할 때 쓰던 오래된 문장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제도의 현행 조직과 법적 권한은 확인되지 않았다. 나는 이 내용을 수첩 한쪽에 옮겼다. 이제 이야기가 신들의 영역으로 향하려 한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느낌을 명세서에 넣을 수는 없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문양을 실제로 찍은 손이었다. 그날 오후 나는 한국 수첩의 마지막 장에 작은 문장을 적었다. ‘오늘까지 귀환 기억을 대가로 하는 인증은 하지 않았다.’ 그러자 오래전에 적어 둔 커피 향과 현관문 소리가 눈에 들어왔다. 어떤 것은 흐릿했고 어떤 것은 여전히 선명했다. 기억이 사라지는 원인을 언제나 기계 탓으로 돌리면 나 자신에게도 거짓 증언을 하게 된다. 나는 그날 실제로 한 선택만 기록했다. 내 손으로 누르지 않은 버튼은 아직 누르지 않은 것이다. 앞으로 누군가 내 이름을 빌려 권한을 주장하더라도 내 의무를 그에게 넘길 수는 없다. 저녁 무렵 마계에서 한 통의 서한이 도착했다. 아자르켄이 직접 보낸 것은 아니었다. 왕국과 마계의 공동 기록을 오래전에 보관했다는 제삼의 기관이 발신처였다. 봉투에는 왕관도 검은 깃털도 없었다. 대신 원 세 개가 서로 겹친 표식이 새겨져 있었다. 세르나는 그 표식을 보자 바로 표정을 바꾸었다. “이건 마계 감사 인장이 아니네.” “그럼 누구 것입니까?” “예전에는 경계의 바깥에서 증언을 보관하던 곳이 있었지. 하지만 그 기관이 지금도 움직인다는 증거는 없었어.” 서한을 법원 기록담당자 앞에서 개봉했다. 첫 줄에는 ‘제12단위 최종 수령권에 관한 사전 통지’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하단의 서명과 권한을 확인하려다 멈췄다. ‘수령인 자격: 어느 왕관, 어느 마왕, 어느 용에게도 귀속되지 않음.’ ‘최종 인계 조건: 동의한 증언자 전원이 자신의 말을 되찾을 것.’ 그 아래에는 한 줄이 더 있었다. ‘감사 통지를 받는 자: 국고의 숫자가 아닌 사람의 이름을 끝까지 보존한 징수관.’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강태준. 나는 무의식중에 진실의 장부를 열려던 손을 멈췄다. 봉투는 진실의 장부가 아니었다. 기억을 대가로 한 인증 요청도 아직 수락하지 않았다. 누군가 내 이름을 안다는 사실은 신의 계시가 아니라 조사해야 할 사실일 뿐이었다. 오렐이 물었다. “저들의 이름을 공식 기록에 어떻게 적을까요?” 나는 서한의 겉면을 다시 바라봤다. 마계도 왕국도 아닌 발신처. 오래된 기록의 권위가 있다고 주장하는 새 신청인. “그냥 ‘발신 기관 미확인’이라고 적읍시다. 스스로 어떤 이름을 붙이든 우리 법원이 확인하기 전까지는 그뿐입니다.” 그러자 서한 안쪽에서 아주 작은 두 번째 봉투가 떨어졌다. 그곳에는 숫자 하나가 있었다. ‘감사 통지 예정: 131호.’ 나는 루카스를 보았다. 그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설마 신들한테도 세금을 걷으실 겁니까?” 나는 서류를 접었다. “먼저 누가 납세자인지부터 확인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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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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