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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128화
PAYLUA ORIGINAL · 제128화

128화. 서른 날이 시작되지 않은 날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5,115자

오프라인 책장
심리 당일 새벽, 법원 앞에 사람들이 모였다. 그들 중 절반은 화재 보상금이 끊길까 두려운 주민이었고 나머지는 제삼 결제소가 징세권을 가져가면 이득을 볼 거라 믿는 상단 직원들이었다. 누가 옳은지는 목소리 크기로 결정할 수 없었다. 법정 안에서 나는 징수관이 아닌 참고인으로 앉았다. 쟁점은 제12단위 후보의 적법한 수령 여부와 삼십 일 기산 규칙의 임시 적용이었다. 증언 내용에 관한 최종 판단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 테오른은 결제소 대리인으로 나와 말했다. “왕국은 봉투의 존재를 알고도 보관 절차를 지연했습니다. 지연으로 발생하는 손실을 결제소가 떠안을 이유가 없습니다.” 나는 그의 문장에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걸 알았다. 누군가 정당한 보관료를 지급하지 않았다면 분쟁 해결은 필요했다. 하지만 ‘보관료를 받을 수 있다’와 ‘왕국의 조세권을 일괄 관리할 수 있다’는 다른 문제였다. 에리카는 부친 사건과 직접 연관된 신원 부분에서 스스로 물러나 있었다. 독립 감정관 티르센이 봉투, 푸른 실, 열한 번째 수령표의 물리적 유사점과 아직 입증되지 않은 부분을 설명했다. 메라는 비공개 진술을 했고 법원은 공개 심리에서 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나는 증인이 원하지 않는 정보를 ‘공익’이라는 말로 끌어내지 않는 법정이 되기를 바랐다. “그렇다면 봉투는 발견됐지만 완료되지 않았다는 뜻입니까?” 판사가 물었다. “현재 증거로는 그 둘을 동일시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티르센이 답했다. 세르나는 마계 기록의 접경 반입 시점과 적법 수령 시점이 다르다는 점을 설명했고, 로흐는 드워프 보관 규약에서 봉투 수와 수령인 수를 구분하는 관행을 설명했다. 그들 모두 법원을 대신해 판결할 수는 없었다. 다만 서로 다른 기록 체계가 같은 용어를 다르게 쓴다는 사실은 분명해졌다. 재판장은 잠시 휴정했다. 기다리는 동안 루카스가 내게 속삭였다. “우리가 이기면 돈이 들어옵니까?” “아니. 적어도 오늘 판결로는 들어오지 않아.” “그럼 뭘 얻는 거죠?” “오늘 억울하게 돈을 뺏기지 않을 시간을 얻는 거지.” 법원은 제삼 결제소가 제출한 ‘발견 즉시 적법 수령 간주’ 규정의 원본과 적용 권한이 증명되지 않았고, 제12단위 후보의 적법한 수령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따라서 발견일에서 삼십 일을 세어 왕실 조세권 임시 관리가 자동으로 발생한다는 주장은 이번 임시 심리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존 집행정지와 정상 세입 관리권은 유지됐다. 그러나 모든 보관료가 불법이라고 확정한 것도 아니었다. 법정 밖에서 누군가 승리의 깃발을 들려고 했다. 나는 그 깃발을 내려놓게 했다. 보관료 피해자들의 돈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화재 사건은 해결되지 않았다. 판결을 과장하면 다음 사건의 상대방에게 손쉬운 반격 문구를 준다. 그날 늦게 사설 갱신 창구의 수금 명세 일부가 임의 보전됐다. 납부자는 여러 명이었고 일부는 은화 단위로 현금을 냈다고 확인됐다. 하지만 수금자가 왕실이나 제삼 결제소의 공식 징수 담당자였는지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법원은 민간 자금 흐름으로 별도 조사하라고 명령했다. 나는 국고 보고서의 한 줄에 ‘신규 회수 세액 없음’이라고 적었다. 루카스가 웃었다. “좋은 소식인데 숫자가 영이네요.” “이 왕국은 영이라는 숫자를 너무 과소평가해. 오늘은 국민이 내지 않아도 되는 돈이 생긴 날이니까.” 휴정 중 법원 복도에는 한때 제삼 결제소의 직원이었던 여성이 서 있었다. 그는 해고 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신문 발행사에서 임시 일을 한다고 했다. 자신이 법원의 증인이 될 수 있는지는 몰랐지만 오래된 수수료 표가 최근 새로 인쇄되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나는 오늘 판결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곧장 법정으로 데려가지 않았다. 변론이 시작된 뒤 새로운 증언을 밀어 넣으면 상대방에게 반박할 기회가 없어지고, 결국 사건 전체를 흔들 수 있었다. 독립 서기에게 진술 접수 절차를 안내하고 법원은 후속 심리에서 다룰지 결정하도록 했다. 여성은 내게 말했다. “결제소에서 일할 때는 우리가 왕국을 지키는 줄 알았어요. 돈을 맡아 주는 게 좋은 일이잖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돈을 맡는 일은 필요합니다. 맡은 돈을 자기 돈으로 바꾸지 않을 때요.” 그는 뺨을 쓸었다. “아직 제가 뭘 본 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럼 본 것만 말하세요.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결론은 내지 않아도 됩니다.” 그는 보호담당자가 건넨 절차 안내서를 손에 쥐고 천천히 돌아갔다. 법정 안에서는 결제소의 대리인이 시민 피해를 언급했다. 이미 보관료를 낸 사람들의 기한이 지나면 그 돈을 반환받을 수 없다는 취지였다. 판사는 그 주장에 실제 지급과 보관 계약의 적용 대상을 묻고 입증 자료를 요구했다. 테오른은 아직 사본밖에 없다고 인정했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그가 결제소의 모든 주장에 무조건 서명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실무적 신중함이 그의 책임을 지워 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어떤 문서를 알고 있었는지는 계속 확인해야 했다. 루카스는 방청석 맨 뒤에 앉은 시장 상인들을 살폈다. 노인은 제12단위 증서를 내밀며 누가 자신의 돈을 돌려주냐고 물었다. 직원이 그를 막으려 하자 루카스는 법원의 별도 피해 접수 창구를 안내했다. 노인은 실망한 표정이었다. 나는 그 표정을 잊지 않으려고 수첩에 그렸다. 법정이 조세권을 지키는 동안 시장에서는 작은 은화 세 닢 때문에 저녁밥을 걱정하는 사람이 있었다. 재판부가 돌아오기 전 나는 에리카의 빈 자리를 봤다. 그는 부친 사건의 기록 판단에서 이해충돌을 피하려고 오늘도 일부러 먼 책상에 앉아 있었다. 그러나 법원 직원이 그의 아버지 이름을 잘못 읽는 것을 보자 표정이 굳었다. 나는 그가 곧장 정정하지 않는 걸 보고 마음이 쓰였다. 사람은 아버지의 이름을 바로잡고 싶어 할 권리도 있다. 그래서 휴정 중 서기에게 객관적인 이름 정정 요청을 전달할 수 있게 했다. 에리카는 짧은 메모만 썼다. ‘벨란 감사관의 기록 번호를 확인해 주십시오.’ 공적인 자리에서 사적인 슬픔을 억지로 참는 일도 세상에는 있었다. 판결이 나온 뒤 국왕은 긴급 회의를 열었다. 일부 대신들은 지금이 기회라며 제삼 결제소와 연관된 모든 민간 창고 계약을 일괄 파기하자고 했다. 나는 반대했다. 실제 보관 서비스가 필요한 상인이 있었고, 계약 상대가 결제소와 거래했다는 이유로 모든 계약이 불법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 무엇을 해야 합니까?” 왕이 물었다. 나는 세입 관리권과 민간 계약의 담보를 분리해 검증하고, 추가 자동 징수를 중단시키는 법원 명령의 범위를 각 부서에 정확하게 전달하자고 했다. 계약을 모두 태우는 것은 시원하겠지만, 내일 아침 밀이 어느 창고에 있는지 모르게 되면 백성이 더 고통받는다. 로웬은 불만스러운 얼굴로 부서장들을 불러 모았다. 왕은 조금 뒤 내게 조용히 말했다. “그대는 언제나 내 명령이 짧아지는 걸 좋아하는군.” 나는 웃었다. “명령은 짧아도 근거는 길어야 합니다.” 왕이 처음으로 크게 웃었다. 그 소리는 옆방의 대신들까지 놀라게 했다. 한편 법정 밖의 환호는 금세 다른 소문으로 바뀌었다. ‘이제 모든 보관료가 면제됐다’는 말이었다. 그건 오늘 결정과 달랐다. 우리는 당일 공고문을 작성했다. 미확인 강제 징수의 제한과 정상 계약상 보관료의 존부는 다른 문제라고 알렸다. 벽보를 읽던 상인이 물었다. “그럼 내일 내야 하는 돈은요?” 나는 그 사람의 계약서와 실제 보관 서비스 내역을 확인해 담당 창구에서 판단받을 수 있도록 안내했다. 오늘 사건을 해결했다고 사람들이 내일의 의무를 잊도록 해서는 안 됐다. 판결문이 공개된 뒤 왕도의 회계 사무소에는 문의가 빗발쳤다. 법원은 자동 기산 출력에 근거한 조세권 이전을 제한했지만, 사람들은 모든 세금이 없어졌다는 뜻으로 읽기도 했다. 어떤 상인은 기존의 정상 수입세를 내지 않겠다고 버텼고 어떤 상단은 미납 보관료가 모두 환급된다고 주장했다. 나는 재무청 직원들에게 짧은 문답표를 만들어 줬다. ‘정상 세금 의무는 유지’, ‘강제 징수 중지의 대상은 분쟁 중인 항목’, ‘보관료 환급은 개별 확인 필요’. 우리가 법원보다 큰 약속을 하면 다음 달부터 재정은 다시 무너질 것이다. 아델리온 국왕은 그 문답표를 직접 읽어 보았다. 그는 어린 시절 국왕이란 말을 들으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되는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제는 법원 하나의 문장이 왕명 열 장보다 강하다는 걸 이해한다고 했다. “왕이 약해지는 것 아닙니까?” 내가 묻자 그는 잠시 생각했다. “아니. 내가 모든 일을 멋대로 정할 수 없다는 걸 백성도 알게 되는 것이겠지.” 나는 그 말이 신중한 통치자의 시작처럼 들렸다. 왕은 명령을 서두르지 않았고 재무청 각 부서의 시행 지침에 서명했다. 루카스는 아직도 돈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실망한 듯했다. 나는 그와 함께 피해 접수표를 들여다봤다. 노인 한 명이 낸 은화 세 닢, 수리공이 신고한 은화 한 닢, 실납부가 확인되지 않은 구두 약속. 금액은 작았지만 그 돈을 쓴 사람들에게는 모두 중요한 생활비였다. 나는 ‘국고에 들어올 돈’으로 분류하지 말고 ‘민간 피해 신고’로 기록하라고 했다. 돈이 필요한 나라일수록 타인의 손실을 국고의 예상 수입으로 바꿀 유혹이 크다. 그것을 막는 것이 내 역할이었다. 저녁에 법원 앞을 떠나던 테오른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패한 표정이 아니었다. 일부 보관료 채권은 앞으로도 심리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승리자의 표정을 짓지 않았다. 그가 나를 지나치며 말했다. “정식 본안에서는 더 많은 문서가 나올 겁니다.” 나는 답했다. “원본이면 더 좋겠습니다.” 그는 미소를 지었다. 그 말에 담긴 경고보다 중요한 건 실제 무엇을 제출할지였다. 다음 사건은 법정 구호가 아니라 문서의 선후로 결정될 것이다. 그때 오렐이 찾아왔다. 그는 법원 보존실 뒤편에서 수십 년 동안 쓰지 않은 서류상자를 정리하다가 새로 붙은 봉인을 발견했다고 했다. ‘재개 명령 대조용’이라는 표지가 있었고, 상자 번호는 에리카 부친이 남긴 검은 장부의 보존 번호와 연결돼 있었다. “열어 봤습니까?” 내가 물었다. “아직요. 정식 영장 없이는 열 수 없습니다.” 나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중요한 발견을 했다는 이유로 절차를 버리지 않는 사람은 언제나 사건을 살린다. 상자 겉면에는 누군가 적은 문장이 있었다. ‘기한을 멈춘 사람은 진실을 숨긴 사람이 아니다. 기한을 다시 돌린 사람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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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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