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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127화
PAYLUA ORIGINAL · 제127화

127화. 마계 달력의 빈 날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5,131자

오프라인 책장
마왕 아자르켄은 내게 달력을 한 장 보냈다. 세르나가 그것을 펼치는 동안 루카스는 무슨 대단한 금은보화라도 나올 듯 목을 길게 뺐다. “마계에서는 새해가 언제 시작합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네가 잔금을 내기 직전이다.” 세르나가 대꾸했다. “그런 법이 어디 있어요?” “마계에는 없지. 그래서 농담한 거다.” 나는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마계 달력은 왕국 달력과 완전히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국경을 넘어 서류를 전달한 날짜와, 서로가 그 서류를 ‘받았다’고 인정한 날짜에는 차이가 있었다. 사절이 경계석에 도착한 날, 문서가 검역소를 지난 날, 실제 수령 기관에 전달된 날. 세 날짜는 같은 날일 수도, 며칠 차이가 날 수도 있었다. “제삼 결제소가 화재 삼 주년을 종료일로 잡았다는 증거를 마계에서 찾으셨습니까?” 내가 물었다. “기대가 지나치군. 우린 그들의 기계를 보지 못했네.” 세르나가 말했다. “다만 그들이 말하는 ‘수령’이 우리 쪽 기록에서는 ‘접경 반입’에 해당한다는 건 확인했지.” 마계의 공개 가능한 경계대장을 펼치니 삼 년 전 화재가 발생한 날보다 이틀 앞서 보관용 봉투 한 개가 국경 검문을 통과했다는 흔적이 있었다. 번호는 같지 않았다. 물건의 소유자를 가리키는 기록도 없었다. 나는 그것이 제12단위라고 적지 않았다. 다만 그 서식과 회계 코드가 이 사건의 최근 청구 문서와 닮아 있다는 점을 감정 의뢰서에 썼다. 세르나는 내 머리 위에 손을 얹는 시늉을 했다. “인간은 왜 이렇게 서류를 어렵게 읽나? 그냥 마왕 폐하께 물으면 대답하실 텐데.” “폐하의 답도 출처가 필요합니다.” “자네는 마왕의 말을 영수증처럼 취급하는군.” “영수증도 필요하면 감정합니다.” 로흐가 드워프 쪽 기록을 가져와 세르나와 맞댔다. 드워프는 ‘물건을 보관하기 위해 가져간 날’을, 마계는 ‘경계를 통과해 접수한 날’을, 왕국은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날’을 따로 표시했다. 누군가는 이 세 가지를 하나의 날짜로 합쳐 놓고 수수료를 청구했다. 그것이 단순 관행인지 의도적 왜곡인지 판단하려면 실제 청구서를 만든 사람을 찾아야 했다. 한편 왕궁에는 급한 요청이 밀려들었다. 방벽 수리업자가 선금 지급을 요구했고, 국경 경비대는 늦은 배급에 항의했다. 로웬은 서류를 내던지고 말했다. “마계 달력 따위를 조사할 시간이 있나?” 나는 수리업자의 계약과 지급 기준을 확인했다. 이미 완성된 공정의 대가는 지급해야 했고, 아직 착공하지 않은 구간의 선금은 집행 조건을 봐야 했다. 결제소의 기산일 분쟁과 상관없는 집행이다. 로웬도 그걸 알고 있었지만, 알고 있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건 실무가 움직인다는 확인이었다. “오늘 밤 방벽을 지키는 병사들이 내일 아침 밥을 먹을 수 있게 하겠습니다. 다만 아직 납품되지 않은 자재를 받은 것처럼 적지는 않겠습니다.” 로웬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그게 내가 왕국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영웅담인지도 몰랐다. 마계 달력을 들여다보다가 나는 오래전에 세르나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마계의 계약은 이름보다 경계를 먼저 기록한다.’ 인간의 세금 제도에서는 거래의 당사자를 찾는 일이 먼저였다. 하지만 국경 협약에서는 물건이 어느 경계석을 지나갔는지를 먼저 적었다. 둘 중 어느 방식도 틀렸다고 할 수 없다. 다만 같은 서류에 두 의미를 뒤섞어 쓰면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날짜가 생긴다. 세르나는 마계의 봉인 창구에 문서를 보낸 사람이 실제 마왕의 관리였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 대신 그는 접수 대장에 남은 금속 도장 자국을 비교해 주었다. 세 개의 점은 마계의 ‘보관 중’ 표식이 아니라 ‘수령기관 미확정’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시기와 장소가 있었다. 그러나 모든 지역에서 통용되는 표시가 아니었다. 나는 그 불확실성을 그대로 적었다. 증거가 두 나라를 건너오면 보통은 더 믿을 만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만큼 번역과 관행의 틈이 늘어날 수 있었다. 로흐는 드워프 쪽 옛 장부에서 흥미로운 사례를 꺼냈다. 광산에서 금속 상자 열 개를 배에 실었으나 항구에서는 아홉 개만 확인됐던 사건이었다. 그들은 누락된 하나의 상자 값보다, 누가 그 상자를 받았다고 기록했는지를 더 오래 조사했다. 같은 배를 운반한 선원이 서명했다는 이유로 수령인이 된 것은 아니었다. 로흐는 말끝에 수염을 쓰다듬었다. “용의 금고라고 전부 용의 재산이 아니듯 말이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카르디온에게 과거 340금화 보전 요청서를 보였다고 해서 그가 그 돈을 내야 할 의무가 확정되는 건 아니다. 세르나가 그 말을 듣고 웃었다. “용이 자네를 싫어하지 않는 이유를 알겠군. 자네는 남의 주머니를 털면서도 주머니 주인을 먼저 확인해.” “털지 않습니다. 적법하게 걷죠.” “그게 마계에서는 더 무서운 말이네.” 우리는 잠깐 웃었다. 그렇게 웃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며칠 만의 여유였다. 그날 오후 왕궁의 방벽 공사 현장에 갔다. 재무대신이 수리업자 선금을 걱정했던 이유를 확인하고 싶었다. 현장에는 오래된 마법 검인기가 하나 놓여 있었다. 감독관은 물자가 들어올 때마다 검인을 찍었고, 검인 표식은 자재가 실제 설치됐는지까지 보여 주지는 못했다. 나는 납품 대장과 현장 설치 대장을 따로 받았다. 들어온 쇠막대 열 개 중 다섯 개만 설치됐다는 기록이 있었다. 나머지 다섯 개를 빼돌렸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었다. 창고에 남아 있다는 말도 확인이 필요했다. 그래서 현물 창고를 참관해 다섯 개를 세었다. 모두 있었다. 근로자들은 며칠 만에 감사관이 물건을 숨겼다고 몰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상하게 여겼다. “전엔 그냥 수량이 맞지 않으면 훔쳤다고 했거든요.” 감독관이 말했다. “그런 식으로 사람을 몰아붙이면 다음부터는 숫자를 맞추려고 허위 검인을 찍게 됩니다.” 나는 답했다. “숫자가 정확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숫자를 거짓으로 만들면 소용없죠.” 현장에서는 고정핀을 바꾸는 일이 늦어지고 있었다. 부품 납품을 맡은 상단이 결제소의 이중 납부 소문 때문에 운송료를 더 요구했기 때문이다. 나는 계약서에 없는 신규 운송료는 자동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안내하고 공사 책임자가 협의하도록 했다. 내가 모든 계약의 가격을 정할 수는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세르나가 내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자네의 기억은 좀 어떤가?” 그는 진실의 장부를 쓰면 대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최근 인증을 누른 적이 없고, 지금 흐릿한 기억을 새로운 마법의 대가라고 단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돌아갈 길을 찾는 것도 수사와 같은 거군.” 세르나가 말했다. “그러네요. 증거 없이 원인을 만들어 버리면 나 자신을 속일 테니까요.” 그는 이상하게도 그날 더는 농담하지 않았다. 저녁에 마계 대장의 사본을 정식 보존문서로 바꾸기 위한 절차를 진행했다. 마계 원본이 국경 밖에 있으므로 왕국 법원은 사본의 인증 절차를 별도로 거쳐야 했다. 로흐가 참관하고 세르나가 출처를 확인했다. 서로의 봉인표가 달라 절차는 느렸지만, 느린 만큼 빈칸도 줄었다. 마지막 표의 점 세 개를 보며 나는 생각했다. 누군가는 세 나라의 서로 다른 언어를 교묘하게 엮어 한 나라의 국고를 가져가려 했다. 그렇다면 다음에는 문장이 아니라 누가 그 문장을 서로에게 번역해 줬는지 찾아야 할 것이다. 마계의 사절이 떠나기 직전 나는 세르나에게 최근 발생한 허위 증언권 피해와 정상 국경세 수납의 차이를 다시 확인받았다. 마계에서는 왕국에서 납부한 정당한 거래세를 별도로 부인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자르켄이 약초방 거래세 12금화를 냈던 일이 떠올랐다. 적법한 납부 한 번을 성사시키는 데는 수많은 확인이 필요했지만, 근거 없는 청구서를 찍는 데는 잉크 한 번이면 충분했다. 나는 그 차이가 분노로만 남지 않도록 정식 회계 보고서에 적었다. 세르나는 마왕의 서한과 감정관 의견 사이에 선을 그었다. 폐하가 마지막 수령인이 왕관 쓴 자가 아니라고 말한 것은 중요한 단서였지만 법원을 대신하는 선언은 아니었다.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듣기 좋군요. 왕국에서는 왕이 직접 답을 주면 다들 그걸 정답으로 적으려 하거든요.” 세르나가 웃었다. “마왕도 비슷하지. 그래서 나 같은 감사관이 필요한 것이네.” 그날 오후 우리는 국경 역참의 오래된 대장을 새 서식으로 옮겼다. 오래된 이름은 지우지 않고 원문을 옆에 남겼다. 옮겨 적는 작업에 참여한 견습은 점 세 개의 의미를 ‘정보 없음’으로 통일하려 했다. 나는 그 손을 멈췄다. 정보 없음과 승인 미완료는 다르다. 번역 때문에 뜻이 바뀌면 나중에 누구도 책임 소재를 찾을 수 없다. 견습은 차이를 이해하자 수정을 취소했다. 실수는 있었지만 그 자리에서 바로잡았다면 거짓 기록이 되지 않았다. 돌아오는 마차 안에서 루카스는 국경 사람들이 서로 다른 달력을 쓰는데도 물건을 거래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럼 날마다 싸우는 거 아닙니까?” “싸울 때도 있겠지. 그래서 송달 날짜를 서로 인정하는 규칙을 만든 거야.” 나는 대답했다. “규칙은 신뢰가 없어서 만드는 게 아니라, 신뢰가 깨져도 사람들이 일을 계속할 수 있게 만드는 거지.” 그는 한참 창밖을 보다가 말했다. “그럼 저희가 하는 일도 나라를 계속 움직이게 하는 거네요.” “그렇지. 내일도 문을 열고 장사를 하고 밥을 먹을 수 있게.” 저녁 무렵 세르나는 마계 쪽 기록의 빈 칸 하나를 보여 주었다. 오래된 공동 관리단 문서에는 마지막 수령기관을 기입하는 칸이 있었는데, 그 칸에는 기관 이름 대신 점 세 개가 찍혀 있었다. “이게 누락입니까?” “아니. 마계 구형 서식에서 ‘아직 그 기관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표시일 수 있네. 하지만 확정하려면 당시 서식 지침을 봐야지.” 나는 그 점 셋을 서류에 그대로 옮겨 적었다. 왕관도 마왕도 최종 수령인이 아니라던 문장. 혹시 최종 수령인을 비워 둔 이유는 단 한 기관이 모든 사람을 대신해서 서명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을까. 세르나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한 가지 더. 이건 마계 공식 의견이 아니라 내 개인적인 의문이네.” “말씀하시죠.” “누군가 계속 서른 날을 세고 있다면, 정작 그들이 기다리는 건 계약 종료가 아닐 수도 있지 않겠나? 서른 날이 지났다고 믿는 사람이 충분해지는 순간일 수도 있어.” 나는 그의 말을 기록하지 않았다. 근거가 없는 생각을 증거처럼 남기고 싶지 않았다. 대신 밤늦도록 시장에서 걷힌 갱신 수수료 명세를 다시 펼쳤다. 누군가 사람의 공포가 끝나는 날을 기다리며 돈을 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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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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