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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125화
PAYLUA ORIGINAL · 제125화

125화. 메라의 남은 한 줄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5,118자

오프라인 책장
메라에게 또 질문해야 한다는 말을 듣자 에리카가 먼저 자리를 떴다. “제가 같이 가면 아버지 이름을 듣고 감정을 통제하지 못할 것 같아요.” “그럼 오늘은 기록을 맡지 마세요. 그건 물러서는 게 아니라 절차를 지키는 겁니다.” 에리카는 나를 오래 보다가 웃었다. “세금 징수관이 사람 마음까지 감사하는 건 아니군요.” “감사할 수 있는 것보다 감사하면 안 되는 게 더 많아요.” 우리는 메라가 스스로 고른 급식실 부엌에서 만났다. 보호담당자와 독립 서기가 배석했고, 지난번 봉투에 관한 진술을 다시 강요하지 않았다. 메라는 두 손에 밀가루를 묻힌 채 앉아 있었다. 그는 내게 따뜻한 물을 건넨 뒤 오래 침묵했다. “벨란 감사관이 그 봉투를 맡기던 날,” 그가 말했다. “제가 왜 이름을 적지 않았는지 아십니까?” “말씀해 주시면 듣겠습니다.” “그 사람은 불 속에서 나온 게 아니라, 불 속에 다시 들어가려던 사람이었어요. 저는 문을 막았죠. 그때 감사관이 말했어요. ‘누군가를 살려서 내보냈다고 적지 말게. 내가 본 건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니까.’” 나는 그의 말을 서기가 정확히 옮기는지 확인했다. 그 말은 화재 당시 실종자 명단이 어떤 이유로 엇갈렸는지를 설명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벨란이 실제로 누군가를 구조했는지, 두 번째 화재를 목격했는지 아직 증거가 없었다. 메라는 잠시 창밖을 보았다. “그분이 남긴 건 한 줄뿐이었어요. 봉투 안의 열두 번째 종이는 제가 쓰지 않았습니다. 그분이 직접 쓴 것도 아니라고 했어요.” “그럼 누가 썼답니까?” “모른다고 했어요. 대신 그걸 적은 사람을 찾아서 묻기 전에는 누구도 받았다고 적지 말라고요.” 나는 지난번 검인 장치에 남은 임시 출석 표식을 떠올렸다. 서식의 발견과 사람의 동의를 같은 것으로 만드는 기술. 그 기술이 삼 년 전에도 존재했는지는 별개 문제였지만, 적어도 누군가 그 간극을 오래전부터 이용하려 했을 가능성이 생겼다. “봉투에 적힌 메라님의 이름은 누가 썼습니까?” “그건 제가 썼어요. 잃어버리지 않으려고요. 그런데 봉투 속 종이에는 다른 사람의 표식이 있었습니다.” “누구의 표식인지 아십니까?” “그날은 몰랐어요. 지금은… 몇 가지 생각이 있지만 말로 내뱉고 싶지 않아요.” 나는 더 묻지 않았다. 메라가 말을 멈출 권리를 존중해야 했다. 보호담당자는 오늘 진술을 언제든 수정하거나 보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엌을 나서려 할 때 그는 급식실의 옛 교대표를 보여 주었다. 열두 번째 자리에는 여러 날 동안 이름이 없었다. 대신 붉은 연필로 작은 점이 있었다. 메라는 그 점을 ‘먹지 못한 사람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사건 때문에 사망 처리된 사람에게 함부로 이름을 붙이기 싫어서 만든 표시라고 했다. “그 사람은 진짜로 죽었습니까?” 내가 물었다. “그건 제가 알 수 없는 일이었어요. 하지만 빵을 남겨 둔 건 사실이에요.”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는 사람의 빈자리를 결제소가 어떻게 이용하는지 생각했다. 빈칸이 있으면 완료를 미룰 수 있고, 완료를 미루면 보관료를 더 청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남겨 둔 빵의 값이 곧바로 돈을 받을 권리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돌아와서 티르센의 중간 감정 보고서를 읽었다. 제12단위 봉투의 푸른 실과 열한 번째 수령표의 실 흔적은 직조 방법이 유사했다. 실 조각의 절단면을 현재 상태로 맞출 수는 없었다. 봉투 안 문서의 잉크는 적어도 두 시기에 걸쳐 쓰인 흔적이 있었다. 그중 누가 먼저 썼는지는 추가 시험이 필요했다. “원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후보 원본이라고 부르자. 실이 같다고 문장의 진실까지 같아지지는 않으니까.” 부엌 진술을 마친 뒤 우리는 메라가 직접 선택한 독립 보관관에게 봉투의 이동 내역을 다시 확인받았다. 메라는 한때 두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한 사람은 밀가루를 나르는 수레꾼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급식실에서 바늘을 맡던 재봉 일꾼이었다. 이름을 공개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고, 우리는 법원 보호기관에 비공개 연결 확인을 신청했다. 증언을 받아낼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그들의 생계와 주소를 공개할 이유는 없었다. 나는 메라에게 말했다. “오늘은 누구에게 물건을 보여 줄지를 정해 주시면 됩니다. 누가 범인인지 말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는 긴 숨을 내쉬었다. “그게 가능하다는 걸 삼 년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가 봉투를 보관한 방식도 뜻밖이었다. 부엌의 벽 아래에는 오래된 발효 항아리가 있었다. 메라는 봉투를 그 안에 넣지 않았다. 습기 때문에 종이가 상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벽 뒤편의 마른 돌 틈에 나무판을 세워 두고 그 사이에 끼워 놓았다고 했다. 우리는 현장을 사진과 도면으로 기록할 수 있는지 허락을 받았다. 그러나 벽을 뜯지는 않았다. 이미 봉투는 법원에 제출돼 있었고, 현재 현장은 보관 경로를 검토하는 참고자료일 뿐이었다. 불필요한 파손은 메라에게 배상해야 할 새 문제만 만들 수 있었다. 나디아가 들고 온 피해자 목록에는 이번 주 같은 보관료를 두 번 냈다고 신고한 사람이 있었다. 마을의 제빵사는 북문 창구에 은화 한 닢, 왕도 시장의 임시 갱신소에 또 은화 한 닢을 냈다고 했다. 둘 다 영수증을 받았지만 이름은 달랐다. 우리는 두 영수증을 위조라고 단정하지 않고 발행 주체를 확인하기로 했다. 첫 영수증에는 단순 서류 대행 서비스가, 두 번째에는 권리 연장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만약 서비스가 실제 제공됐다면 첫 돈은 대행료일 수 있었다. 하지만 서류를 제출하지도 않았는데 연장됐다고 주장한다면 둘째 돈의 정당성은 의심스러웠다. 제빵사는 내게 물었다. “돌려받을 수 있겠습니까?”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영수증 덕분에 돈을 누구에게 줬는지 조사할 길은 있습니다. 다만 현금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기 전까지 환급을 약속할 수 없습니다.” 그가 조금 실망하자 루카스가 보탰다. “저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같은 이름으로 또 돈을 내지 않게 하는 거예요.” 나디아는 창구마다 안내문을 붙이자고 제안했다. 어디에도 ‘국왕 보증’ 같은 문구는 쓰지 않았다. 진짜보다 더 그럴듯한 거짓말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로웬은 그 사이 국경 수리 예산을 마련하느라 고생하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결제소의 미확정 청구와 법원이 이미 허용한 지출을 분리한 재정보고서를 건넸다. 금화 720의 승인 기록, 실제 출금이 확인된 480, 조폐소에서 보전된 260, 수령처를 확인해야 하는 140과 80. 이 숫자들은 서로 다른 항목을 다시 더하거나 빼는 방식으로 국고를 늘리지 않는다. 로웬은 이 보고서를 들여다보다가 물었다. “언제쯤 돈이 돌아오겠나?” 나는 “그날이 정해졌다면 벌써 달력에 표시했을 겁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피곤한 얼굴로 웃었다. 웃음은 작은 것이었지만 요즘 우리에게는 그것도 필요했다. 오후 늦게 에리카가 급식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오늘 참관하지 않았지만 메라에게 전해 줄 빵을 손에 들고 있었다. “제 아버지가 그분께 무엇을 부탁했는지 알아요?” 그가 물었다. “아직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나는 답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제가 해야 할 일도 서두르지 않아도 되겠네요.” 우리는 빵을 메라에게 전달하고 곧바로 돌아왔다. 진술을 받았다는 이유로 고마움이라는 이름의 압박을 더하지 않으려 했다. 메라는 문 앞에서 우리를 붙잡고 “내일은 쉬어 가라”고 했다. 그 말은 처음으로 사건이 아니라 사람에게 건네는 인사처럼 들렸다. 어둑해질 무렵 티르센이 봉투의 접힘을 확대해 보여 주었다. 앞면의 주름은 오래됐지만 뒷면에는 최근에 한 번 더 접힌 흔적이 있었다. 법원 제출 때 생겼을 수도 있으므로 새 조작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접힌 틈에서 문서 제작 때 쓰인 종이 섬유가 아닌 다른 색의 가는 실이 나왔다. 티르센은 그것을 별도 시료로 분리했다. 무슨 실인지 아직 모른다. 다만 한 장의 문서를 보관하는 동안 여러 사람이 손을 댔다는 사실만큼은 설명할 수 있었다. 그날 급식실의 식사는 묘하게 조용했다. 루카스는 늘 하던 농담을 하지 않았고, 메라는 빵을 두 개 더 구워 놓았다. 나는 왜 두 개냐고 묻지 않았다. 종이 위에서는 모든 빈칸을 채우고 싶었지만 사람의 식탁에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가 있다. 메라는 남겨 놓은 빵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삼 년 동안 그 사람들 몫을 버리지 않았어요. 그러면 제가 잘못 본 것까지 없던 일이 될 것 같아서.”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말은 증언이 아니라 후회에 가까웠다. 법원에 제출할 수 있는 문장과 마음속에 남겨 둘 문장은 달랐다. 왕궁으로 돌아오는 길에 에리카가 작은 질문을 했다. “우리가 언젠가 마지막 수령인을 찾더라도, 그 사람이 받기 싫다고 하면 어떻게 하죠?” “그럼 그 사람의 거절도 기록해야죠.” 내가 답했다. “하지만 왕국 재산이 걸려 있는데도요?” “그 재산이 실제 누구 것인지 먼저 확인해야 해요. 타인의 동의를 나라의 편의로 빼앗으면 나중에는 누구도 국가를 믿지 않겠죠.” 에리카는 오랫동안 걷다가 말했다. “아버지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까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언젠가 검은 장부의 진짜 내용을 확인할 날이 오면 그 질문의 일부에는 답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메라가 두고 온 빵에서는 조금 탄 냄새가 났다. 그는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먹을 수 있어요. 모양이 다르다고 버릴 건 아니잖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에게도 그런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그날 밤 제삼 결제소에서 새 고지서가 도착했다. ‘30일 기산 확인 특별 보관료’라는 명목이었다. 납부 기한은 내일 정오. 상단의 금박 도장은 그럴듯했지만 법원 명령 번호가 없었다. 나는 별도 고지서로 보전하고 결제소에 발행 근거를 요구했다. 재무대신 로웬이 책상을 치며 말했다. “그들은 우리가 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군.” “돈이 없어서 못 낸다고 말하지 맙시다. 권한이 확인되지 않아 낼 수 없다고 답해야 합니다.” “그 말이 우리를 살릴 수 있겠나?” “적어도 오늘은요.” 고지서 뒤에는 작은 송달증이 붙어 있었다. 수령인을 쓰는 칸에 오래된 글씨가 있었다. ‘제12단위 원수령인: 왕국 재무청이 아님.’ 아델리온 국왕도, 재무대신도, 나도 수령인이 아니라면 누가 최종 증언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 나는 그 이름을 알아내는 것보다 먼저, 그 이름을 팔아 돈을 받는 사람들의 손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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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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