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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119화
PAYLUA ORIGINAL · 제119화

119화. 메라가 맡은 봉투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5,323자

오프라인 책장
메라는 왕실에 오지 않겠다고 했다. “내가 말할 거면 내 부엌에서 말하겠어요. 거긴 내가 누구에게나 빵을 줄 수 있는 곳이니까.” 나는 그 요구를 받아들였다. 법원에는 비공개 임의 진술 장소를 지정해 달라는 신청서를 냈다. 진술 거절권과 녹취 범위, 원본 보관 방식도 사전에 설명했다. 에리카는 이해충돌 가능성을 이유로 아버지와 관련된 부분의 기록 판단을 독립 참관인에게 맡겼다. 메라는 그 설명을 듣고서야 의자에 앉았다. 부엌 창문으로 이른 빛이 들어왔다. 그녀는 어제 반죽해 둔 빵을 굽고 있었다. 나는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았다. 자칫 첫 질문이 마지막 질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삼 년 전 두 번째 종이 울린 뒤에 누가 들어왔냐고 했죠.” “그렇습니다.” “벨란 감사관이었어요.” 에리카의 어깨가 굳었다. 나는 그녀에게 말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다. 에리카는 이미 스스로 기록 담당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메라는 눈길을 낮추지 않았다. “그 사람은 한쪽 팔을 데었고, 옷소매에서 재가 떨어졌어요. 안고 있던 상자는 작았죠. 종이가 들어 있을 만한 납작한 상자였어요. 그때 누군가 그를 찾고 있었어요.” “누가요?” “모르겠어요. 발소리만 들었어요. 신발 밑창에 쇳조각을 박은 듯한 소리.” “상자를 받아 주셨습니까?” “아니요. 감사관은 상자를 내게 주지 않았어요. 오히려 내게 물었어요. ‘받지 않은 것을 받았다고 적을 수 있느냐’고.” 나는 펜을 멈췄다. “그래서 뭐라고 하셨습니까?” “안 된다고 했죠. 나는 빵을 열두 개 구웠어도 열한 개만 나눠 줬으면 열한 개만 받은 거라고 적는다고요.” 에리카가 고개를 들었다. “아버지가 뭐라고 하셨나요?” “그게 맞다고 하셨어요.” 메라는 뺨을 문질렀다. 시간이 그녀의 목소리를 잠깐 끊었다. “감사관은 상자를 놓고 가지 않았어요. 대신 꿰맨 자국이 있는 천 봉투 하나를 맡겼어요. ‘누가 가져가라고 해도 받았다는 서명부터 하지 말라’고 했죠. 그때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어요.” “그 봉투는 어디 있습니까?” “오랫동안 내가 갖고 있었어요.” 메라가 부엌 바닥의 돌판을 가리켰다. 돌판 아래에는 식재료를 보관하는 작은 건조 공간이 있었다. 그녀는 열쇠를 꺼내 잠금쇠를 열었다. 안에는 밀가루 포대와 오래된 나무 상자가 있었다. 나무 상자에는 표식 하나가 새겨져 있었다. 장갑 0호도, 왕실 인장도 아니었다. 푸른 실 세 가닥이 엇갈리는 무늬였다. “그 뒤로 옮긴 적 있습니까?” 독립 참관인이 물었다. “전쟁 때 이 부엌을 비운 적이 있어요. 그때는 나와 다른 두 사람이 옮겼죠. 누구였는지는 알려 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그들의 현재 주소는 보호해 주세요.” 그녀의 대답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물건이 한 번도 이동하지 않았다고 우기는 것보다 믿을 만했다. 보관 경로에 빈칸이 있다면 그 빈칸을 확인하면 된다. 상자를 열기 전 참관인은 상태를 촬영하고 외부 먼지를 채취했다. 법원 감정관이 도착하기 전에는 내부를 건드리지 않았다. 그 사이 메라는 뜨거운 빵을 우리 앞에 놓았다. “이럴 때도 먹어야 해요. 굶은 사람이 중요한 서류를 잘못 읽기 쉬워.” 나는 빵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오래된 비밀과 밀가루 냄새가 어울릴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그 냄새는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것 같았다. 티르센이 도착하기 전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자 메라는 오래된 급식표 한 장을 더 꺼냈다. 종이는 보존용이 아니어서 모서리가 닳아 있었다. 그녀는 일일이 날짜를 짚으며 말했다. “첫 번째 불이 났던 날, 우리는 빵을 백 스무 개 구웠어요. 군무청은 백 열아홉 개가 나갔다고 적었고요. 남은 하나는 누가 먹었다고 써 놓았더군요.” “그래서 계속 남은 빵 이야기를 하셨군요.” “그게 억울했어요. 빵 하나가 뭔데 싶겠지만, 그 애들은 진짜로 먹지 못했으니까.” 나는 그 기록의 정정 요청이 있었는지 물었다. 메라는 소방대에 여러 번 말했지만 화재 보고서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에는 사망자 명단과 건물 손실을 세느라 급식표를 살펴볼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작은 오류를 방치한 결과, 나중에는 누가 살아 있었는지조차 혼란스러워졌다. “이 표도 증거가 됩니까?” “서류 자체는 보존할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그날 누가 어떤 빵을 먹었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하죠.” 메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로 됐어요. 나도 내가 본 것보다 더 안다고 말하고 싶진 않으니까.” 에리카는 그녀에게 삼 년 전 아버지가 급식실에 오기 전 어떤 일을 했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메라는 그가 검은 장부 두 권을 가지고 왔었다고 회상했다. 한 권은 군량미 매입액, 다른 한 권은 환급 예정액이 적힌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가진 보관원장과 같은 물건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아버지께서 그 장부들을 어디에 두셨나요?” “급식실에선 내려놓지 않았어요. 팔에 끼고 있었죠. 불이 난 다음에는 손에 든 게 달라졌어요. 작은 상자 하나만 남았거든요.” 에리카는 잠깐 숨을 멈췄다. 나는 그녀가 대답하기 전에 물컵을 가까이 밀었다. 이 증언이 아버지의 마지막 행적을 바꿀지도 몰랐다. 그러나 기억은 충격적인 순간일수록 자세해지기도 하고, 이상하게 뒤섞이기도 한다. 그래서 에리카는 직접 결론을 적지 않고 독립 참관인에게 말했다. “그 기억을 사실로 인정할지 감정할 때는 제가 빠지겠습니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사건에서 한 걸음 물러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것 같았다. 참관인은 메라에게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를 했다. “그날 그 봉투를 받으면서 대가를 받았습니까?” 메라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었다. “아니요. 받긴 뭘 받아요. 창고가 불타고 애들이 울었는데.” “그 뒤 누군가 돈을 주겠다고 한 적은 있습니까?” “있었어요. 삼 년 뒤에 찾아와 아무것도 못 본 걸로 하면 금화 스무 닢을 주겠다고 하더군요.” “누굽니까?” “이름을 알지 못해요. 얼굴도 가렸어요. 마차가 북문 쪽에서 왔다는 것뿐이죠.” 나는 소름이 돋았다. 금화 스무 닢은 급식소에서 몇 달을 일해도 만지기 어려운 돈이었다. 그러나 누군가 돈을 제안했다는 말만으로 그가 보관권 조작의 주범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다. 나는 그 제안이 있었던 날짜와 장소, 메라가 기억하는 마차의 특징만 받아 적었다. “왜 거절하셨어요?” 루카스가 물었다. “그 돈으로 애들 밥을 해 먹이면 좋을 거라고 잠깐 생각했어요. 하지만 내가 못 본 걸로 하면, 살아 나온 애들까지 없던 사람이 될까 봐.” 메라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나도 한동안 말이 나오지 않았다. 우리는 세금으로 왕국을 살리려 했지만, 이 사람은 돈을 받지 않는 선택으로 누군가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녀의 증언은 완전히 새로운 수사 경로를 열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신변 보호의 필요를 즉시 평가하고, 익명 진술을 유지하도록 법원에 요청했다. 봉투를 내놓았다는 이유로 누군가 보복한다면 국가가 먼저 움직여야 했다. 메라는 그제야 조용히 물었다. “제가 이제는 이 부엌에서 계속 일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도록 보호기관과 협의하겠습니다. 오늘 당장 아무 위험도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혼자 두지는 않겠습니다.” 티르센이 도착하자 나무 상자를 열었다. 내부에는 천 봉투와 얇은 금속 고리가 있었다. 고리는 드워프 장인이 만든 봉인 부품처럼 보였다. 천 봉투의 실구멍 간격은 우리가 이미 확인한 열한 번째 수령표의 간격과 비슷했다. 그러나 원래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고 확정하려면 섬유와 끊어진 실 끝을 더 비교해야 했다. 봉투 안에는 작은 종이 뭉치가 있었다. 첫 장에는 이름이 없었다. 대신 단 한 줄이 쓰여 있었다. ‘공동 보관 증언 제12단위. 적법한 수령 확인 전까지 대리 완료를 금함.’ 그 아래에는 다른 잉크로 적힌 문장이 있었다. ‘보관자 메라. 물품 소유권 없음. 증언 내용 열람 권한 없음.’ 메라는 두 번째 문장을 보더니 눈을 크게 떴다. “저 글씨는 제가 쓴 게 아니에요.” “그럼 누가 썼는지 아십니까?” “아뇨. 봉투는 열어 본 적도 없어요.” 나는 그녀의 말을 그대로 기록했다. 봉투에 메라의 이름이 적혀 있다고 해서 그녀가 그 글을 썼다는 뜻은 아니었다. 누구든 나중에 적었을 수 있었다. 티르센은 잉크의 상대적인 작성 순서를 조사하겠다고 했다. 에리카는 첫 장의 필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 글씨와 닮았어요.” 그녀는 곧 말을 고쳤다. “닮았다는 느낌뿐이에요. 감정이 필요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리카가 자신의 기억보다 증거를 먼저 두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눈앞에 아버지의 마지막 흔적이 있을 때는. 봉투 안쪽에는 또 다른 접힌 종이가 있었다. 법원 감정관은 현장에서 더 펼치지 않기로 했다. 두 번째 장은 가장자리가 약해 종이가 찢어질 위험이 컸기 때문이다. 원본은 보호 상자에 넣고, 사본을 별도로 만들어 읽도록 했다. 메라는 물었다. “이걸 이제 가져가겠죠?” “법원 보호 아래 보관하겠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진술은 당신 것이고, 이 종이가 누구 소유인지도 별도로 심리해야 합니다.” “그럼 내가 삼 년 동안 숨긴 게 죄가 되나요?” “그 여부를 지금 제가 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자발적으로 보관 경위를 설명하셨다는 사실은 그대로 기록하겠습니다.” 메라는 긴 숨을 내쉬었다. 누군가를 보호하려고 한 행동이 잘못된 일이었는지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메라가 내게 물었다. “그 봉투 때문에 누군가 또 돈을 받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죠?” “아직 아무도 자동으로 돈을 받을 수 없습니다. 봉투가 있다는 것과 돈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은 다르니까요.” 그녀는 한참 내 말을 곱씹었다. 그제야 내가 처음 이 부엌에 왔을 때 왜 선반부터 살펴보려 했는지 이해한 듯했다. 하지만 나는 이 사람이 내 방법을 믿어 주기를 강요하고 싶지는 않았다. 믿음도 증언처럼 자발적으로 생겨야 했다. 우리가 부엌을 떠나려 할 때 에리카가 메라에게 말했다. “아버지께서 마지막에 뭐라고 하셨는지 더 기억나세요?” 메라는 한참 생각했다. “받지 않은 걸 받았다고 적지 말라고 하셨죠. 그리고… 그걸 해내면 불을 두 번 낸 사람이 결국 실수할 거라고.” 우리는 서로를 바라봤다. 화재 당시 두 번의 발화가 있었다는 증언은 이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감사관이 누군가의 속임수를 알고 있었다는 뜻인지, 그저 회계 기록을 고치지 말라는 당부였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았다. 나는 봉인 목록의 마지막 줄을 적었다. ‘제12단위 후보 원본 발견. 제출자 메라. 신원·보관 경로·원작성자·적법한 수령 여부 미확정.’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발견은 아니었다. 그러나 드디어 누군가를 강제로 부르지 않고도, 잃어버린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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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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