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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118화
PAYLUA ORIGINAL · 제118화

118화. 남아 있는 한 자리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5,210자

오프라인 책장
마이렌의 이름을 지키는 데 드는 비용은 회계장부에 쉽게 적히지 않았다. 비공개 이동을 위한 마차 한 대, 보호기관 상담인의 근무 시간, 증언 기록을 옮기는 봉인 용기. 돈으로 셀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였다. 누군가의 집 주소가 시장에 퍼졌을 때 그 사람이 느끼는 두려움에는 단가가 없었다. 보호기관에서 연락이 왔다. 마이렌은 최근 시장에서 판매된 가짜 증서에 자신의 표식이 쓰였다는 말을 듣고 분노하고 있었다. 직접 공개 반박하고 싶어 했지만, 그것이 새로운 신원 노출로 이어질까 우려했다. 그는 에리카에게만 짧은 질문 세 개를 전달했다. 첫째, 자신이 실제로 증언해야만 상자를 돌려줄 수 있는가. 둘째, 증언하지 않으면 왕국이 돈을 잃는가. 셋째, 삼 년 전 급식실에서 자신을 도운 사람들이 처벌받는가. 나는 답변을 서두르지 않았다. 첫째 질문에는 계약의 원문과 현재 법원 판단을 함께 설명해야 했다. 둘째 질문에는 미확정 돈을 빌미로 사람에게 압박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답했다. 셋째 질문에는 누구의 책임도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을 적었다. 에리카가 편지를 읽고 눈을 감았다. “이건 아버지 사건에서 제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기도 해요. 아무도 저에게 이런 설명을 하지 않았어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대답은 그 정도예요. 더 알고 싶다고 해서 마이렌에게 그날을 다시 살라고 요구할 수는 없죠.” 보호기관은 답변을 전달하고, 마이렌이 원하는 경우 별도의 비공개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아직 승낙은 없었다. 마이렌에게 보내는 답변서를 작성하던 밤, 나는 한국에서 보험 서류를 보던 동료가 했던 말을 떠올리려 했다. 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았다. 그날 그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도 흐릿했다. 이미 대가로 잃어버린 기억인지, 원래 오래되어 잊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자신이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누군가 내 기억을 빼앗아 갔다고 결론 내리지 않았다. 대신 수첩을 꺼내 확실히 기억하는 사실과 헷갈리는 사실을 따로 적었다. 한국에서 세무조사관으로 일했다는 건 여전히 선명했다. 누가 내 마지막 점심을 샀는지는 모호했다. 지금 내가 증언으로 남길 수 있는 것은 그 차이뿐이었다. 에리카가 내게 물었다. “귀환 계정을 찾는 게 두렵습니까?” “두렵죠. 하지만 돌아갈 방법을 찾는 것과 여기 있는 사람을 볼모로 잡는 건 달라요.” “마이렌이 증언하면 그 길이 빨리 열릴지도 모르잖아요.” “그건 아직 추측이에요. 그리고 추측이 사실이더라도 그 사람에게 강요할 수는 없죠.” 에리카는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버지의 흔적이 나올 때마다 눈빛이 흔들렸다. 나는 그녀가 얼마나 힘든지 상상할 수는 있어도 대신 결정할 수는 없었다. “아버지의 최후를 알고 싶은 마음이 때로는 수사를 망칠까 봐 무서워요.” 에리카가 말했다. “그 마음이 있는 건 잘못이 아니에요. 그래서 독립 감정과 참관인을 두는 거죠. 사람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사람이라서 흔들릴 수 있으니까.” 우리 앞에는 공문서 세 장과 식은 차 한 잔이 있었다. 내가 한국에 있을 때도 야근은 비슷했지만, 그때는 마왕의 도장이 찍힌 종이가 책상 위에 올라오지는 않았다. 이상하게도 지금은 그 종이보다 친구의 얼굴이 더 중요한 밤이었다. 다음 날 나는 시장에서 만난 노인의 집을 찾아갔다. 방문 목적은 피해 접수 절차를 설명하는 것이었고, 경비대의 수색은 아니었다. 노인의 딸은 다친 다리로 문을 열어 줬다. 그는 자기가 사려 했던 것이 돈벌이 수익권이 아니라 치료비 지원 기회였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저 때문에 돈을 냈어요. 그 종이가 가짜라면 아버지가 바보가 되는 건가요?” “아닙니다. 누군가 절박한 상황을 이용해 거짓 약속을 팔았다면 그 사람을 먼저 조사해야죠.” 나는 필요한 서류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사기 피해와 기존 부상 보상 절차를 분리해서 안내했다. 실제 보상 인정 여부는 담당 기관의 조사와 심리에 따를 문제였다. 가짜 증서를 샀다고 정당한 권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노인은 거듭 고맙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이 마음에 걸렸다. 적어도 이곳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알려 준 것뿐인데, 그 사실이 특별한 친절처럼 느껴지는 나라였다. 돌아가는 길에 시장에서는 아이들이 새로 켜진 가로등 아래에 모여 있었다. 한 아이가 은화의 앞뒷면을 내게 보여 주며 물었다. “세금은 어른만 내는 거예요?” “물건을 사면 가격 속에 포함된 세금이 있을 수 있어.” “그럼 내가 산 빵에도요?” 나는 이 왕국의 해당 빵에 실제 어떤 세목이 적용되는지 확인하지 않고 대답하지 않았다. “그건 판매자에게 영수증을 받아 확인해 보자.” 아이는 나를 한참 보더니 말했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는 어른 처음 봤어요.” 내가 웃었다. “모르면 세금을 잘못 걷게 되거든.” 그날 오후 메라는 나를 급식실로 불렀다. 식탁에는 사람 한 명이 더 앉을 수 있도록 의자가 놓여 있었다. 그러나 사람은 없었다. 메라는 의자 등받이를 손으로 훑고 말했다. “저 자리는 원래 견습이 앉았던 자리예요. 그 애가 돌아오지 못할 때부터 치워 뒀죠.” “마이렌 말씀이십니까?” “이름은 묻지 말아 줘요. 그날 급식실에 일하던 견습이 여럿이었으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긴 말을 준비한 사람처럼 천천히 움직였다. “사람이 사망 처리된다고 그가 앉았던 의자까지 없애면, 나중에는 아무도 그 사람이 있었다는 걸 기억하지 못해요.” “그래서 의자를 남겨 놓으셨군요.” “처음에는 미워서 남겼어요. 내가 못 지켜 줬다는 걸 잊고 싶지 않았거든.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애가 원한 건 내 죄책감이 아니라 자기 자리였겠더라고.” 메라는 서랍에서 낡은 급식표 하나를 꺼내 탁자 위에 놓았다. 표에는 빵 열두 개의 지급 표시가 있었지만 열두 번째는 ‘미수령’이었다. 표의 날짜는 화재가 발생한 날과 일치했다. “이걸 증언과 연결해도 됩니까?” 내가 물었다. “당장은 모르겠어요. 내가 기억하는 건 빵을 줄 사람이 남았는데, 누군가 그 사람을 장부에서 지웠다는 거예요.” “이 표를 보관하셨던 이유가 있습니까?” “그날 우리 급식실에서 빵 한 개가 남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요.”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목이 막혔다. 나는 일주일 내내 열두 번째라는 숫자를 찾았지만, 그녀에게 열두 번째는 먹지 못한 빵 하나였다. 숫자가 사람을 대체하는 일을 직업으로 막아야 하는 내가, 다시 숫자만 보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급식표의 상태와 출처를 기록했다. 메라는 원본 제출 여부를 보호기관 자문을 받은 뒤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녀가 가진 물건을 왕실이 강제로 가져갈 필요는 없었다. 무엇이든 급하게 빼앗는 곳에선 거짓말이 진실보다 빨리 자란다. 저녁에는 왕국 남부 상인 대표단이 찾아왔다. 북부 세입 일부를 제삼 결제소에 맡긴다는 소문 때문에 남부 상인들이 통행료를 선납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낸 돈이 그들에게 가면 어쩌죠?” 대표가 물었다. “현행 법원의 제한 결정 아래 정상 세입은 왕국 계정으로 들어갑니다. 결제소가 신규 관리권을 주장했지만 아직 승인되지 않았어요.” “내일 뒤집힐 수 있는 거 아닙니까?” “법적 다툼이 있으니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지금 낸 돈이 곧바로 그들에게 넘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수납 내역을 공개하고 법원 감독을 받겠습니다.” 상인은 한참 나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내 말이 달콤해서 믿는 것이 아니었다. 확인할 길이 있다는 점을 믿는 눈치였다. 왕도에는 몇 년 만에 정상 수납된 세금으로 수리한 시장 가로등이 하나 켜졌다. 그 빛 아래서 아이들이 동전을 세며 빵을 샀다. 은화 한 닢도 남의 주머니에서 함부로 꺼내면 안 된다고 말하던 내가, 세금을 쓰는 순간 사람들의 생활이 조금 달라지는 광경을 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좋은 일은 대개 오래 바라볼 시간이 없었다. 브란트가 급히 달려와 보고했다. “제삼 결제소 대리인이 시장 피해자 명단 전체를 달라고 요구합니다. 그중 한 사람의 서명이 공동 증언 마지막 단위와 관련 있다고 주장해요.” “명단을 넘겼습니까?” “아닙니다. 법원 명령이 없다고 거절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나는 에리카와 함께 정식 이의서를 작성했다. 시장 피해자의 개인 정보는 보관권 다툼과 직접 관련이 없었다. 이름이 유사하다는 것만으로 세금 정보나 보호기관 기록을 넘길 수는 없다. 그날 밤 에리카와 나는 보호기관의 기록 원칙을 다시 읽었다. 한 번 제출한 진술이라도 뒤에 특정 문장을 공개할 때는 별도의 동의가 필요했다. 마이렌이 화재에 관한 증언 일부를 허용했다고 해서 왕국에 있는 모든 서기관이 그의 현재 주소를 알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다. “저는 예전에 아버지 사건 자료를 찾아다니면서 누구든 제게 원본을 보여 주지 않으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에리카가 말했다. “지금은요?” “지금도 가끔 그래요. 하지만 원본을 들고 있는 사람이 또 다른 피해자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어 메라의 급식표를 복사할 때 누구의 이름이 읽히는지 확인하자고 제안했다. 열두 번째 자리의 근무 이름이 다른 사람의 가족관계나 병력을 드러낼 수도 있었다. 우리는 공개본과 법원 제출본을 나눠 작성하기로 했다. 단순한 결정 같았지만 자그마한 비용이 더 들었다. 봉투가 두 개 필요했고 열람 기록도 따로 만들어야 했다. 재무청 직원은 불평했다. 나는 서류를 손에 쥐고 말했다. “돈을 아끼고 싶다면 종이를 줄일 방법을 찾죠. 사람의 권리를 줄이지 말고.” 직원은 한참 생각하더니 낡은 문서의 뒷면에 임시 목록을 쓰자고 했다. 나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되 개인정보가 보이는 종이는 재사용하지 않도록 했다. 절약에도 경계가 있었다. 늦은 밤 메라에게서 짧은 쪽지가 왔다. ‘열두 번째 사람의 이름을 말할 준비는 아직 안 됐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이 물건을 맡긴 것은 사실일지도 모릅니다. 증언을 받을 사람을 당신이 정하지 않는다면, 이야기하겠습니다.’ 쪽지 뒷면에는 작은 밀가루 자국이 남아 있었다. 나는 그 자국을 아무렇게나 손으로 털지 않고 봉투에 넣어 보관했다. 그것이 범죄의 흔적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니었다. 메라가 직접 보낸 물건을 나중에 누가 옮기거나 바꿨다고 의심받지 않게 하려는 조치였다. 에리카는 봉투 겉에 수령 시각과 전달자의 성명을 적었다. 우리는 누군가의 말이 법정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손을 거치는지 이제 조금 알게 되었다. 나는 쪽지를 접었다. 사람을 찾는 수사가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말할 자리를 만드는 일. 이번에는 그 순서를 틀리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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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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