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116화
PAYLUA ORIGINAL · 제116화

116화. 빌려 쓴 장갑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5,304자

오프라인 책장
왕국의 이름은 귀하고, 왕국의 도장은 비쌌다. 그러나 이틀 동안 내가 본 가장 위험한 물건은 헌 장갑 한 켤레였다. 테오른이 법원에 출석했을 때 그는 양손을 내보였다. 아무 장갑도 끼지 않았다. 제삼 결제소의 자문위원인 그는 최근 단독 승인 조항을 자신이 작성하지 않았다고 이미 진술했다. 오늘은 삼 년 전 공동 관리단의 교대 절차를 설명하기로 했다. “장갑에는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습니까?” 내가 물었다. “옛날에는 표식 번호만 썼습니다. 사람 이름은 별도 인수대장에 기록했지요. 장갑을 빌려 쓰는 경우가 있어서요.” “빌려 쓴 사람이 그 직책의 권한도 빌렸습니까?” “아닙니다. 그게 다툼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는 낡은 도면 하나를 펼쳤다. ‘장갑’은 문서의 이동을 눈으로 구별하기 위한 조합이었다. 어떤 장갑은 왕실 보관고로, 어떤 장갑은 마계 접경 보존소로, 어떤 장갑은 급식실을 통해 화재 현장 임시 기록실로 물건을 옮겼다. 여러 사람이 같은 장갑을 교대로 썼다. 장갑의 실물 번호와 사람의 서명은 별도 장부에 있었다. 에리카가 물었다. “그럼 삼 년 전 장갑 0호라는 표식으로 제삼 결제소에 출석한 사람을 특정할 수 없겠군요.” “그렇습니다. 표식을 착용했다는 증거와 권한을 부여받았다는 증거는 다릅니다.” 나는 테오른을 살폈다. 그는 용의자처럼 떨지 않았고, 그렇다고 죄 없는 사람처럼 자신만만하지도 않았다. 누구든 이 자리에선 자기 말이 몇 달 뒤 문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최근 규정집에 공동 확인이 단독 승인으로 바뀐 사본이 나왔습니다. 이 도면을 보셨습니까?” “오 년 전 것과 다릅니다. 하지만 내 사본이 원본이라고 단정할 권한은 나에게도 없습니다.” “그 사본을 만든 북문 인쇄기의 사용자는 누굽니까?” “모릅니다. 다만 장갑을 세탁해 돌려받는 자리를 인쇄소 기록실과 공유하던 시절은 있었습니다.” 테오른의 대답은 의외로 소박했다. 세상을 조종하는 거대한 마법의 비밀 대신, 옛날 세탁물 인수 기록이 등장했다. 나는 루카스에게 세탁비 내역부터 확보하라고 했다. “세탁비가요?” “거창한 계약은 도장을 위조해도 세탁소 주인은 장갑을 몇 켤레 돌려줬는지 기억할 수 있어.” 세탁소는 왕도 외곽에 있었다. 주인은 한쪽 눈에 안대를 한 노파였다. 그녀는 오래된 장부를 가져오면서 우리를 빤히 보았다. “왕실이 이제 장갑 빨래에도 세금을 걷나?” “세금은 안 걷습니다. 세탁을 누가 맡겼는지 확인하려고요.” “장갑은 손이 없는데 어떻게 맡기겠어. 사람이 들고 왔지.” “그 사람 이름이 있었습니까?” “있어도 기억 못 해. 가끔 손님이 자기 이름을 적지 않고 남의 이름을 적었거든.” 나는 오래된 기록이 보관돼 있는지만 물었다. 노파는 장부를 내밀었다. 특정 기간에 장갑 0호 두 켤레, 2호 세 켤레가 맡겨졌고, 그중 0호 한 켤레는 반납되지 않았다고 적혀 있었다. 세탁비는 이미 지급돼 있었다. 누가 지급했는지 확인하니 군무청 급식실의 공용 비용으로 정산됐다. “급식실이 장갑을 왜 빨았죠?” 루카스가 물었다. “급식실에서는 불에 그을린 천을 많이 빨았어요.” 노파가 대답했다. “당시에는 피 묻은 천도 왔지. 어떤 건 다시 돌려주지 말라고 했어.” 우리는 그녀에게 무리한 기억을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현존하는 장부를 복사하고 원본 보존 동의를 받았다. 노파는 서명 대신 사인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했다. 손도장을 요구하던 수상한 창구 때문에 겁을 먹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절차를 설명하고 서명 방식을 그녀가 선택하게 했다. 세탁소 기록에는 한 가지 이상한 점이 더 있었다. 반납되지 않은 0호 장갑이 세탁소에 들어온 날에는 여섯 켤레가 접수됐는데, 가져간 날에는 다섯 켤레의 비용만 정산돼 있었다. 숫자가 맞지 않는다고 해서 장갑을 훔친 사람이 세탁소 주인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결제표가 잘못됐을 수도 있었다. 노파는 잃어버린 장갑에 대한 보상금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나는 받으라고 한 적도 없어. 그날 손님이 ‘나중에 찾을 물건’이라고 표시해 달라 했거든.” “그런 표식을 쓴 다른 손님이 있었습니까?” “한 번 더 있었어. 그때는 장갑이 아니라 천 봉투였지.” 나는 곧바로 기록할 수 있는 것은 기록하게 했다. 노파는 그날의 이름을 확신하지 못했지만, 운송인이 검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는 말은 했다. 그것도 특징이라기보다 당시 유행하던 복장이었다. 에리카는 모자에 관한 말을 참고 진술로만 남겼다. 우리는 세탁소 주변의 운송 기록을 찾았다. 한 번은 군무청 급식실로, 다른 한 번은 북문 임시 보존고로 갔다고 쓰인 기록이 있었다. 둘 다 ‘현물 지급’이 아니라 ‘보관 이동’이었다. 수레꾼 이름은 공란이었고, 마지막 서명란에는 글자보다 커다란 장갑 모양 표식이 찍혀 있었다. “아니, 운송장에 장갑을 찍어도 되는 겁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그걸 권한의 증거로 삼았다면 안 되지. 하지만 현물 식별 표식으로만 쓴 경우도 있을 거야.” 테오른은 내게 불리한 자료도 제공했다. 오 년 전 정식 대조표에도 장갑 모양 표식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보십시오. 과거에 공식적으로 쓴 사례가 있습니다.” “그럼 최근의 단독 승인도 공식적이라는 뜻입니까?” 내가 물었다. “아뇨. 나는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옛 표식은 봉투가 이동했다는 기록이지, 사람이 다른 사람의 권리를 승인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나는 테오른의 말을 신중하게 받아 적었다. 그는 이해충돌을 가진 자문위원이었다. 그래서 그가 제공한 유리한 자료뿐 아니라 불리한 자료도 같은 기준으로 보전했다. 법정에서 중요한 것은 그가 우리 편인지가 아니었다. 왕실 법정에서는 임시 이의 신청을 심리하기 전 예산 담당자가 나를 따로 찾아왔다. “결제소가 북부 세입을 맡으면 왕국은 수문 공사에 쓸 돈이 부족해집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들의 문서를 무시하면 배상금이 커질 수 있어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소송을 피하려고 국민 돈을 넘기는 게 아닙니다. 어느 돈에 어떤 권리가 실제로 설정돼 있는지 밝히는 거죠.” “그러다 재판이 길어지면요?” “그동안 정상 수납과 분쟁 금액을 분리해야 합니다. 국고는 국고대로, 보관금은 보관금대로. 누구도 확정되지 않은 승리를 현금처럼 쓰지 못하게요.” 담당자는 불안한 얼굴로 돌아갔다. 나도 불안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왕국의 돈이 모자라면 진짜로 밥을 굶는 사람이 생긴다. 하지만 불안을 견딜 수 없어서 더 큰 권한을 아무에게나 넘기는 일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미래의 피해를 미리 결제하는 일이었다. 오후에는 메라를 다시 만났다. 급식실 문가에는 의자 하나가 새로 놓여 있었다. 그녀는 그 의자에 사람을 앉히지 않았다. “삼 년 전 그날, 불타다 남은 장갑을 제게 건넨 사람이 있었어요.” 나는 메라의 말을 끊지 않았다. “그 사람이 누군지는 지금 말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장갑을 왜 건넸는지는 말할 수 있어요. ‘이걸 가져간 사람의 이름을 믿지 말라’고 했거든요.” “장갑은 어디에 있습니까?” “모르겠어요.” 그녀가 대답했다. “그날 이후 급식실에 남아 있던 물건 일부가 다른 보관소로 옮겨졌어요. 내가 직접 지켜보지 못했어요.” 나는 질문을 좁혔다. “그 사람이 마지막 증언을 가지고 있었습니까?” “그것도 확실하지 않아요.” 메라는 내 눈을 똑바로 봤다. “징수관님이 원하는 대답을 하면 제가 편해질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제가 원하는 대답 말고, 기억하는 것만 말씀해 주세요.” 그녀는 긴 숨을 내쉬었다. 그때 문밖에서 사절의 나팔 소리가 들렸다. 왕궁 경비병이 길을 비키며 외쳤다. “왕실 조세 감사 특별 심리가 열립니다! 제삼 결제소에서 긴급 이의를 제출했습니다!” 이의 내용은 단순했다. 공동 증언 열두 번째의 수령 여부가 확정되기 전까지 왕국의 북부 신규 세입 일부를 결제소가 임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 기존에 법원이 제한한 것과 비슷한 권한을 다른 이름으로 다시 요구하고 있었다. 에리카가 이를 악물었다. “이 사람들이 또 국민 돈을 담보로 삼으려 해요.” 나는 접수된 이의서를 읽었다. ‘공동 증언 수령 불능 시 보관자 단독 승인으로 관리 권한을 전환한다.’ 최근 조작 의혹이 있는 인쇄 문구와 같은 표현이었다. “이건 심리에서 다퉈야 합니다.” 내가 말했다. “그동안 정상적으로 걷힌 세금은 공금으로 보호하고, 아직 다투는 금액은 법원 감독 아래 별도 관리해야 해요. 우리가 억울하다고 반대편 장부를 찢으면 그 사람들이 바라는 대로 되죠.” 메라는 우리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리고 내가 문턱을 넘기 직전 조용히 물었다. “이제는 장갑을 잃어버린 사람도 증언할 수 있나요?” 나는 돌아보았다. “장갑이 없어도, 그 사람이 원한다면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왕실 법정의 대기실에서 리엔 모브와 잠깐 마주쳤다. 그는 한쪽 벽에 기대 서 있다가 내게 말했다. “징수관님은 왕국을 위해 누구의 편을 들고 있습니까?”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의 편입니다.” “그 기록을 만든 사람은 늘 권력을 가진 사람들 아닌가요?” 그 말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즉답하지 않았다. 리엔은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 “판을 바꾸지 않으면 가난한 사람은 늘 가난해요.” “그래서 가난한 사람의 세금을 당신이 맡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군요.” “법정에서 보시죠.” 그는 떠났다. 나는 그가 제삼 결제소의 실제 관리 권한을 알고 말하는지, 자신도 누군가의 계약 사본만 믿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대화의 날카로움은 죄의 증거가 아니다. 그가 다음 심리에서 무엇을 원본으로 제출하는지 기다려야 했다. 법원 서기는 오늘의 출석인 명단을 확인하며 장갑 0호를 공란으로 두었다. 직책 번호를 사람 이름처럼 입력하면 다음 달 대장에는 실제로 없는 인물이 만들어질 수도 있었다. 나는 공란 옆에 ‘직책 표식, 사용자는 조사 중’이라고 명기하도록 했다. 루카스는 처음엔 이런 작은 표기가 왜 중요하냐고 물었다. 나는 삼 년 전 사망 처리 명단을 떠올렸다. 이름 하나가 엉뚱한 칸에 들어가면 결국 그 이름으로 받을 임금도, 말할 기회도 사라질 수 있었다. 오렐은 대기실 쪽 문을 잠그며 내게 말했다. “누구든 서류를 보러 들어올 수 있지만, 빌려 간 서류는 반드시 돌려줘야 합니다.” 나는 그의 말을 적어 두었다. 우리 사건은 결국 돌려주지 않은 물건과 돌려주지 않은 권한을 구분하는 일에서 시작됐으니까. 그날 밤 세탁소 기록을 대조하던 루카스가 작은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반납되지 않은 0호 장갑 세탁비를 마지막으로 결제한 사람의 서명은 군무청 급식소장이 아니었다. 그 서명 아래에는 짧은 문장이 있었다. ‘현물 지급 불가. 공동 증언과 함께 이송.’ 세탁비 장부가 실종된 증언의 이송 기록과 맞닿아 있었다. 세탁물이 아니라 무엇을 운송했는지 이제 확인해야 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16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16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