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무청 급식실 선반을 조사하겠다고 하자 메라는 내게 청소 도구를 내밀었다.
“먼지가 삼 년 치야. 세금 징수관이 직접 뒤질 거면 닦으면서 뒤져.”
“서류를 찾으러 왔는데 대가가 너무 큰데요.”
“급식실에서는 공짜로 일하는 사람이 없어요. 일하면 밥 먹여 주지.”
“그럼 저희는 일당 대신 빵 한 개씩 받겠습니다.”
“공식 영수증은 안 끊어도 되지?”
나는 잠깐 고민했다. “물품 출입대장은 작성하겠습니다.”
“그놈의 장부.”
메라가 웃었다. 처음 보는 웃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제부터 그녀가 의식적으로 웃어 보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인가 숨기고 있다는 증거는 아니다. 누군가의 불안을 관찰하는 일과 그 불안을 빌미로 몰아붙이는 일은 달랐다.
선반을 열기 전 우리는 목록을 작성했다. 급식실은 법원 봉인 장소가 아니었다. 오래된 물건에 대한 임의 수색이 가능한 곳도 아니었다. 메라가 허락한 것은 폐기 예정인 공용 물품의 확인이었다. 개인 서랍과 식재료 보관함은 제외했다. 참관인으로 급식소 계약 담당자를 불렀고, 에리카는 각 물건의 위치를 먼저 그렸다.
두 번째 칸에는 밀가루를 담던 천 주머니 세 개가 쌓여 있었다. 맨 아래에는 녹슨 양철통이 있었다. 뚜껑에는 ‘봄철 교대용 실’이라고 적혀 있었다. 안쪽에는 파란 실뭉치, 낡은 바늘, 꿰매다 만 헝겊, 그리고 드워프식 직조 표식이 찍힌 자투리 천이 있었다.
“드워프 상단에서 포대를 샀어요.” 메라가 말했다. “예전에는 아주 질긴 포대를 썼지. 금가루보다 밀가루를 많이 넣었던 시절이었어.”
로흐가 우리와 동행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그는 포대를 함부로 자른 사람을 보면 종종 대장장이 조상의 명예를 들먹이며 화를 냈다. 대신 로흐가 전해 준 표식 도면을 천 옆에 놓고 비교했다. 직조 방향과 세 줄의 푸른 실은 유사했다. 그러나 드워프 상단이 납품한 천은 왕국 전역에 퍼져 있었다. 동일한 공급망이라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었다.
루카스는 양철통 바닥에서 아주 얇은 종이를 발견했다. 종이에는 ‘당직 교대 일람’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이름의 대부분이 지워져 있었다. 마지막 칸은 손상돼 있었다. 나는 그 종이를 즉시 가져가지 않았다. 메라에게 물었다.
“이건 공용 당직표입니까?”
“옛날에는 그렇게 썼어. 화재 이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네.”
“원본은 여기 두고 사진과 위치만 기록하겠습니다. 법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별도 보전 명령을 받겠습니다.”
“잘하네요.”
나는 뜻밖의 칭찬에 고개를 들었다. 메라가 빵 반죽을 만지며 말했다.
“옛날에는 가져가는 사람들이 많았어. 무엇을 왜 가져가는지는 아무도 설명 안 했고.”
그 말 뒤에는 더 긴 이야기가 있을 듯했다. 하지만 그녀는 먼저 물을 붓고 반죽을 돌렸다. 기다려야 할 때는 기다리는 것이 일이다.
오후에는 화재 당시 급식소와 공동 보관단의 관계를 찾았다. 에리카의 부친이 남긴 부분 감정서에는 화재 현장의 사망자 명단에 없는 사람이 적어도 한 명 있었다는 진술이 있었다. 그중 한 명은 현재 생존이 확인된 마이렌이었다. 그러나 제12석 표식과 실제 제12번째 증언자의 관계는 여전히 불확실했다.
“마이렌을 다시 불러야 합니까?” 루카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사람은 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마다 과거로 돌아갈 의무가 없어.”
“그럼 증언은 어떻게 찾죠?”
“종이와 물건이 먼저 답하게 하자. 그래도 반드시 필요한 질문이 남으면 본인이 선택할 수 있게 범위를 설명하고.”
보호기관에서는 짧은 회신이 왔다. 마이렌은 이번 조사에서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이 지켜진다면 기존 진술의 기록 대조에는 동의했다. 직접 출석이나 새 손도장 제출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 선을 지켰다.
아침 선반 조사에서 나온 얇은 급식표는 곧바로 에리카 부친의 화재 보고서와 비교됐다. 급식소의 근무 일자가 모두 같지는 않았다. 긴급 급식 배분과 군무청 정규 급식은 다른 장부로 관리됐기 때문이다. 나는 두 장부를 하나로 합치려는 직원에게 잠시 멈춰 달라고 했다.
“같은 사람에게 음식을 줬을 수 있어도 지급 근거가 달라요. 여기서는 ‘급식실 근무’, 저기서는 ‘피난 중 구호’를 따로 세야 합니다.”
“그럼 열두 번째 자리는 실제 사람이 아닌 구호 대상일 수도 있겠네요.”
“그럴 수도 있죠. 대신 먼저 원본에 열두 번째라는 번호가 있었는지 확인해야 해요.”
사벨이 옛 소방대원 이셀과 함께 찾아왔다. 그는 구조종이 울렸다는 말을 듣자 표정이 달라졌다. 낡은 종소리는 귀로 듣지 않아도 몸이 기억하는 법이라고 했다. 그는 화재 당일의 지도를 꺼내 첫 발화 지점과 두 번째 연기 목격 위치를 서로 다른 색으로 표시했다. 하지만 색이 다르다고 해서 방화범이 둘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현장에는 재난이 반복된 흔적이 있었소.” 사벨이 말했다. “처음 불을 끈 뒤 다시 연기가 올라왔지. 우리 기록에 그 사실은 남았어. 누가 불을 붙였는지는 쓰지 않았소. 눈으로 보지 못했거든.”
이셀은 급식실 쪽 문이 마지막까지 열려 있었다고 기억했다. 사망 처리된 사람 명단이 불완전하다는 보고도 했다고 했다. 다만 그 보고가 상부에 도착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명부를 고친 사람이 누군지 압니까?” 내가 물었다.
“모릅니다. 나는 그날 연기를 막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다만 급식실 사람들이 어린 견습을 두고 나가지 않으려 했던 건 기억납니다.”
에리카는 이셀의 진술을 받아 적었다. 아버지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손끝이 조금 굳어졌다. 나는 잠깐 기록을 쉬자고 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쉬고 싶을 때는 제가 말할게요. 그때까지는 기록하게 해 주세요.”
나는 더 권하지 않았다. 동료의 강한 의지를 무너질 징후로 마음대로 해석하지 않기로 했다.
그날의 그림을 완성하려면 더 많은 자료가 필요했다. 사벨의 개인 메모에 적힌 구조종 소리 두 번, 이셀의 비상문 개방, 메라의 급식 당직표. 셋은 서로 다른 출처에서 나온 사실이었다. 억지로 한 사람을 지목하도록 결합하지 않는 한, 각자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
오후에는 왕국의 식량 가격을 조사했다. 수문이 막힌 탓에 귀리가 하루 늦자 값이 소폭 올랐고, 몇몇 상단은 제삼 결제소 분쟁을 이유로 선금까지 요구했다. 나는 시장 감독관과 함께 실제 재고량과 운송 지연 시간을 공개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정리했다. 공급이 완전히 끊긴 게 아니라면 과장된 공포가 가격을 더 올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마왕이 세금을 낸 뒤에도 백성은 빵값을 걱정하는군요.” 루카스가 말했다.
“마왕의 거래세는 마왕의 적법한 거래에서만 나오는 돈이야. 빵집 밀가루는 마왕이 구워 주지 않지. 이걸 묶어서 생각하면 다음 위기가 와.”
우리는 재무청 게시판에 당일 들어온 곡물 수레 수와 예정된 물량을 적었다. 추정은 추정이라고 표시했다. 수레가 도착했는지는 다음 날 다시 확인해야 했다. 약속한 물량이 곧 입고 물량은 아니라는 것을, 나는 그동안 너무 많이 봤다.
그날 해 질 무렵 북문에서 돌발 소식이 왔다. 수문이 닫혀 귀리 수레가 제방 아래에 갇혔다는 것이다. 긴급 수리 인력은 임금을 받지 못하면 일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전날 승인한 일당은 국고 지출 결재 절차를 통과했으나 실제 현금 지급은 내일 아침으로 잡혀 있었다.
“그럼 오늘 밤은 못 고칩니다.” 담당자가 말했다.
“왕국은 수문이 고장 나도 서류가 먼저군요.” 루카스가 화를 냈다.
“서류가 먼저인 게 아니라 돈을 받지 못한 사람이 나사를 안 죄는 거지.” 내가 말했다.
나는 수문 현장으로 갔다. 날이 어두워지자 물안개가 제방에 걸렸다. 급류 속에서 청동 경첩 하나가 벌어져 수문 위쪽이 떨렸다. 수리 기사는 갈라진 손을 보여 줬다.
“지난번에도 내 돈 못 받았습니다. 이번엔 약속만으론 못 하겠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나는 차마 임금을 대신 내겠다고 할 수 없었다. 왕국의 공금을 개인적으로 움직이면 또 다른 장부의 구멍이 생긴다. 대신 현장 재무 담당관과 연락해 소액 긴급 집행 예외 절차를 확인했다. 이미 결재된 실제 노무비 가운데 출근이 확인된 사람의 오늘 작업분만 현금 지급하도록 승인받았다. 직원은 두 사람의 실명과 인수증을 받되, 예전 가짜 창구에서 악용된 손도장 양식을 쓰지 않게 했다.
“이러면 오늘 밤 끝낼 수 있겠네요.” 수리 기사가 말했다.
“될 만큼만 작업하십시오. 물이 위험하면 철수하세요.”
“징수관이 안전관리까지 합니까?”
“사람 다치면 의료비가 더 비싸거든요.”
그가 웃었다. 우리는 제방 위에 작은 등불을 세웠다. 두 번의 굉음이 들렸다. 하나는 경첩이 빠지는 소리였고, 다른 하나는 어디선가 울린 오래된 구조종 소리였다.
북쪽 초소의 종은 이미 폐쇄됐어야 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달려가려 했지만 브란트가 팔을 잡았다.
“이쪽 수문부터 닫아야 합니다. 물이 넘치면 아래 마을이 위험해져요.”
그 말이 맞았다. 우리는 수리 기사들의 신호를 받아 수문을 안전 위치에 묶었다. 그제야 북쪽 초소를 향해 경비대 한 조를 보내고, 구조종의 출처를 조사하도록 했다. 누군가 우리를 유인하는 신호라면 달려가 주는 것이 그가 바라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수문 수리를 마쳤다는 보고에는 작업 시간과 실제 지급한 일당이 각각 적혀 있었다. 나는 피곤한 눈으로 두 칸을 대조했다. 내일부터 지급될 잔여 작업비와 오늘 밤 긴급 지급된 노무비는 섞이지 않았다. 한 직원이 장부를 보며 말했다. “우리가 이 돈을 제대로 적으면 누가 알아줄까요?” 나는 수문이 다시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내일 귀리가 도착하면 급식소는 알게 되겠죠.” 그 말은 위로가 아니라 계산이었다. 식량이 이동하고 작업자가 돈을 받는 것, 그것이 세금의 가장 평범하면서도 중요한 목적이었다.
자정이 지나 급식실로 돌아왔을 때 메라는 빵 두 개를 남겨 놓고 있었다. 그녀는 말없이 따뜻한 물을 내밀었다.
“저 종소리, 삼 년 전에도 들었죠?” 내가 물었다.
메라는 내 얼굴을 보았다. 한참 후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첫 불이 났을 때 한 번. 그리고 사람들이 모두 나간 줄 알았을 때 또 한 번.”
“오늘 종도 그때 종과 같습니까?”
“여기서는 들리지 않았어요. 제가 들었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죠.”
그 대답은 조심스럽고 정확했다. 메라는 알지 못하는 사실을 아는 척하지 않았다.
“그날 두 번째 종소리 뒤에 누가 들어왔는지 기억하십니까?”
그녀는 손에 든 빵을 접시에 내려놓았다.
“기억해요. 하지만 그 사람에게 약속했어요. 이름을 함부로 말하지 않겠다고.”
나는 그 약속을 깨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그분이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듣고 싶지 않으시면 거절하셔도 되고요.”
메라가 미간을 문질렀다.
“이십 년 동안 애들 밥을 먹였는데, 사람은 밥값보다 이름값을 더 많이 물어내더군요.”
그녀는 내게 말하지 않았던 두 번째 문장을 덧붙였다.
“두 번째 종이 울린 뒤, 그 사람은 빈손으로 오지 않았어요.”
어떤 물건이었는지는 묻지 않았다. 저녁 전까지만 해도 빈 선반을 조사하려던 사건이 이제 살아 있는 증인의 오랜 약속으로 바뀌고 있었다.
제113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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