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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110화
PAYLUA ORIGINAL · 제110화

110화. 돌아온 두 번째 상자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5,752자

오프라인 책장
두 번째 상자는 새벽에 돌아왔다. 북문 경비초소에서 브란트 경비대장이 나를 찾았을 때, 나는 아직 잠옷 위에 외투를 걸친 상태였다. 그는 웃지도 못할 표정으로 말했다. “상자를 돌려주겠다는 사람이 왔습니다.” “누굽니까?” “자신을 ‘장갑 0호’라고 소개합니다.” 나는 잠이 순식간에 달아나는 걸 느꼈다. 우리가 열흘 넘게 찾아다닌 직책의 이름을 누군가 스스로 들고 온 것이다. 그러나 신분을 밝히는 말이 진짜 신분을 증명하지는 않았다. 초소 앞에는 작은 마차가 서 있었다. 마차 위에는 납으로 모서리를 덧댄 납작한 나무상자가 놓여 있었다. 앞서 확인한 운송 대장에 적혔던 두 번째 상자의 모습과 닮았다. 손목에 흰 원을 꿰맨 장갑을 낀 사람이 마차 옆에 서 있었다. “본인 이름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내가 물었다. 그는 대답했다. “이름을 말할 권한은 없습니다. 보관물을 돌려드리러 왔습니다.” “그럼 누구에게 돌려주는 겁니까?” “공동 관리단의 적법한 반환 증인에게.” “그 증인이 누구죠?” “제가 알 수 없는 부분입니다.” 나는 머리를 짚었다. 세상에서 가장 답답한 배송기사였다. 받는 사람도 모르면서 물건을 배송하겠다는 것이다. 브란트가 나를 흘끗 봤다. “명령만 주시면 저 사람을 붙잡겠습니다.” “거짓말을 하는지 확인도 안 됐고, 상자를 돌려주러 왔다는 행위만으로 체포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상자의 출처는 확인해야죠.” 마차꾼은 오늘 자신이 받은 일회성 위탁서만 제시했다. 장갑은 근무 도구였고 ‘0호’는 의뢰인이 말하라고 지정한 접수 표식이었다. 그는 진짜 공동 관리단 직원이 아니었다. “그럼 당신도 누가 보낸 건지 모르는군요.” “연락은 중개소에서 받았습니다. 임금은 선불로 지급됐습니다.” “어디로요?” “북문 중개소 보관계정으로요. 제가 받은 건 운송비 일부뿐입니다.” 이제 진술과 실물 접수 기록을 분리할 수 있었다. 우리는 중개소에 영수증 보전을 요청했고, 운송인은 임의로 떠날 수 있다는 안내를 들은 뒤 연락처를 남겼다. 그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 상자를 곧장 열지는 않았다. 티르센과 세르나, 왕실 기술관이 봉인과 안전성을 점검했다. 방벽 감응 장치와 연결된 흔적은 외부에서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게 완전한 안전 판정은 아니었다. 우리는 특별 보관실로 상자를 옮기고 법원 입회하에 개봉 절차에 들어갔다. 상자가 보관실로 옮겨지는 동안 사람들은 밖에서 기다렸다. 국왕은 친히 오겠다고 했지만 나는 정중히 만류했다. 국왕이 참석하면 경비는 두 배로 늘고 물건을 확인해야 할 기술자들이 서로 눈치를 보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오늘은 왕실이 뭔가를 소유하게 되는 행사가 아니었다. “그러면 내가 왕으로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건가?” 국왕이 물었다. “방벽 안전 인력이 필요한 때에 올 수 있도록 예산을 승인해 주셨습니다. 그게 훨씬 중요했습니다.” “내가 한 일이 정말 그 정도인가?” “국왕의 승인을 받지 않은 기술자가 장비를 뜯고 다녔다면 더 위험했겠죠.” 왕은 멋쩍게 웃으며 물러났다. 나는 그가 어떤 화려한 입당식이라도 기대했을 것처럼 보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무상자 한 개를 여는 일에 왕실의 모든 문장이 필요한 건 아니었다. 특별 보관실 바깥에는 두 개의 출입대장이 놓였다. 하나는 사람의 출입을 기록했고 다른 하나는 물품의 이동을 기록했다. 우리는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 일부러 두 장부를 나눴다. 사람을 물품과 같은 칸에 적었던 문서들이 지금의 모든 문제를 만들었을지도 몰랐다. 브란트가 물었다. “마차꾼이 돌아가면서 자기 장갑을 가져간 건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건 자기 노동 도구니까요. 증거로서 필요하다면 적법한 절차를 거쳐 확인 요청을 해야겠죠. 일단 사진과 지급받은 중개서의 서명은 확보됐습니다.” “그럼 정말 상자를 보낸 사람은 누구인지 모르는군요.” “정확히는, 이름을 말한 사람을 아는 게 아니라 그 이름을 어떻게 쓰라고 지시한 흔적만 알아낸 겁니다.” 티르센은 납으로 덧댄 상자 모서리에 오래된 흠집을 발견했다. 삼 년 전 운송 도면에는 같은 위치에 고리 표시가 있었다. 그렇다고 동일 물건이라는 결론은 유보했다. 고리 자국은 흔했고 도면은 단순한 약식 그림이었다. 그는 독립 감정 결과가 나오기까지 ‘유사함’이라는 표현만 쓰기로 했다. 세르나는 안전 감정을 위해 무색한 마력봉을 가져왔다. 봉을 상자 앞에 댔을 때 반응이 없자 루카스는 안도했다. “마법 물건이 아닌가요?” “이 봉은 일부 봉인 마력만 감지합니다. 모든 위험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세르나가 대답했다. “저희 나라 감정관이랑 말투가 똑같으시네요.” “정확한 말투는 국경을 넘습니다.” 그 짧은 대화에 긴장이 조금 풀렸다. 그러나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 나는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랐다. 나무판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면, 화재 현장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떠올랐다. 우리는 안전을 이유로 그들을 다시 겁주지 말아야 했다. 기술관은 뚜껑을 여는 과정도 순서대로 적었다. 먼저 외부 봉인 상태를 촬영하고, 그다음 납 고정판을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뚜껑을 들어 올렸다. 누군가 나중에 상자 안에 들어 있었던 물건이 원래부터 있었다고 주장하거나, 반대로 나중에 넣었다고 주장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개봉의 모든 순간이 필요했다. 빈틈 사이로 오래된 종이 냄새가 났다. 나는 한국의 낡은 세무서 창고를 잠깐 떠올렸다. 그 기억이 정말 내가 살던 곳의 것인지, 왕궁의 보관실과 닮아서 그렇게 느끼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마법 장부를 쓰지 않은 지 오래됐지만 한국의 기억은 여전히 희미했다. 그게 자연스러운 망각인지 과거의 비용인지, 또는 다른 무엇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나는 그 불확실함을 잠시 수첩에 적었다. 물건을 여는 사람이 자기가 가진 기억조차 함부로 증거로 쓰지 않기 위해서였다. 첫 번째 칸에는 장갑 두 짝이 있었다. 하나는 오래됐고 하나는 비교적 새것이었다. 두 번째 칸에는 인계용 목패와 지워진 이름 조각이 있었다. 마지막 칸에는 얇은 회계 원장이 들어 있었다. 루카스가 속삭였다. “돈 장부입니까?” “그런 것 같아. 하지만 어디 돈인지부터.” 원장에는 금화가 아니라 작은 표식 열두 개가 나열되어 있었다. 사람의 이름 대신 여러 기관의 보관번호가 적혀 있었다. 그중 하나는 영번 기록봉과 연결된 번호였고, 다른 하나는 화재 때 사용된 급식실 임시 기록표와 닮았다. 같은 번호가 실물로 일치하는지는 대조가 필요했다. 세르나는 장갑 안쪽 문장을 읽었다. “이것은 마계 공동협약의 원문과 유사합니다. ‘보관하는 손은 소유하는 손이 아니다.’ 다만 어떤 판본에 속하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그 말은 이제 이걸 가져간 쪽이 소유자라는 뜻입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아뇨. 정확히 반대죠.” 내가 대답했다. “돌려주는 사람도, 받아 적는 사람도 자기 것이라고 주장할 근거가 없습니다.” 에리카가 이름 조각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잘린 인계증과 절단면이 비슷했다. 티르센은 현장에서 맞춰 보지 않고 각각 봉인해 실험실 감정을 요청했다. “혹시 아버지 이름일까요?” 그녀가 말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원본이 확인되기 전에는 그걸로 에리카 씨 가족에게 어떤 책임도 씌우지 않겠습니다.”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후 법정에서는 상자 회수 자체를 승리라고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마차가 가져온 물건이 삼 년 전 반출된 두 번째 상자와 동일한지 독립 감정이 남아 있었다. 영번 기록봉의 진본 여부도 기존 감정과 별개였다. 그렇지만 하나의 실물 보관경로가 드러난 것은 분명했다. 법관은 제삼 결제소에 특정 보관증을 이용한 강제 재등록과 수수료 청구 금지를 유지하도록 명령했다. 상자 보관 책임은 임시로 왕실과 법원이 공동 감독하며, 적법한 원소유자나 반환 권리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열람을 제한했다. “보관권한을 회수한 겁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최종 회수는 아닙니다. 적어도 누군가가 증인 없이 영원히 서류를 붙잡을 수 있다는 주장은 멈춘 거죠.” 마이렌은 그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그는 자기가 원한다면 나중에 봉인된 진술을 낼 수 있다고 대리인에게 전했다. 다툼 없는 열하루 임금을 받았다는 사실도 법정 밖의 조용한 기록으로만 남았다. 그의 생존이 누군가의 사적 보관권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이 되지 않도록 지켜야 했다. 상자가 열렸다는 소문이 퍼지자 왕궁 정문 앞에 한 노인이 찾아왔다. 그는 자기가 공동 관리단의 마지막 증인이라고 주장했다. 내게만 말할 수 있는 비밀이 있으니 금화 다섯 닢을 달라고 했다. “증언에 돈을 요구하십니까?” 내가 물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게 그 정도 값이 있다는 뜻이죠.” 나는 그에게 돈을 주지 않았다. 동시에 그를 사기꾼이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하지도 않았다. 그가 실제로 아는 것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분을 확인할 연락처와 증거 자료를 남기고, 필요한 경우 보호 절차를 통해 정식 진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돈을 안 주면 아무것도 말하지 않겠소.” “그렇다면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그는 화를 내며 떠났다. 루카스는 답답한 표정이었다. “정말 중요한 걸 아는 사람이면 어떡하죠?” “그럼 다른 증거로도 접근할 수 있어야지. 돈을 주고 원하는 답만 사면 우리가 모로에게 백 금화를 제안했다는 사람과 뭐가 다르겠어.” 루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방금 열린 원장의 열두 표식을 다시 떠올렸다. 마지막 하나를 찾아야 한다는 말 때문에 누군가의 진술을 값으로 매기는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날 결산을 위해 공식 회계 보고서의 마지막 칸을 비워 두었다. 새로운 국고 세입 없음. 보관물 실물의 소유권과 반환 권리 미확정. 다툼 없는 체불임금 일부는 기존 예산으로 실제 지급 완료. 오래된 조폐소의 봉인 260금화는 여전히 타인의 권리가 다투어지는 돈이다. 미확인 운송 대기 80금화와 등록 비용 140금화도 자동으로 수납된 게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적처럼 늘어난 금화가 아니었다. 돈과 물건에 붙은 잘못된 이름을 하나씩 바로잡을 수 있는 장부였다. 저녁에는 국왕이 평범한 식사를 마련했다. 구호소에서 만든 보리빵, 메라의 수프, 절인 채소. 국고가 처음 열일곱 금화뿐이었다는 사실을 국왕이 꺼냈다. “우리는 돈보다 서류를 더 많이 되찾은 것 같군.” “서류를 되찾았다고 돈이 생기진 않습니다.” 내가 말했다. “하지만 돈이 어디로 가야 했는지는 알 수 있죠.” 그는 작은 과자 하나를 내게 내밀었다. “오늘만큼은 설탕을 조금 썼네.” “과세 대상은 아닙니다.” “다행이군.” 나는 웃었다. 너무 오랫동안 우리는 권한이라는 단어만 붙잡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밤, 새로 회수한 원장의 맨 마지막 장에서 작은 접힌 쪽지가 나왔다. ‘장갑 0호의 임무 종료 확인: 유효.’ ‘반환 증인의 서명: 없음.’ ‘공동 증언 보관 단위: 열둘.’ ‘실제 수령 확인: 열하나.’ 나는 마지막 줄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열둘 중 열하나만 돌아왔다는 뜻일까. 아니면 열두 사람 중 열한 사람의 증언만 확인됐다는 뜻일까. 상자 안에 있던 원장은 돈의 목록이 아니라 **증언의 보관 목록**일 수도 있었다. 그 아래에는 이전에 없던 문장이 더 있었다. 글씨가 최근의 것인지 감정이 필요했다. ‘마지막 하나를 보관한 사람은 아직 왕국 안에 있다.’ 나는 무심코 진실의 장부가 떠오르는 손을 내려다봤다. 인증을 하면 알려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억을 대가로 사람의 이름을 얻고, 그 이름을 증거 없이 유포할 수는 없었다. 나는 마법의 장부를 닫았다. 대신 공식 인수 기록에 적었다. ‘미확인 공동 증언 한 건. 소재 미상. 보관권한 미확정.’ 그리고 다음 장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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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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