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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109화
PAYLUA ORIGINAL · 제109화

109화. 증인을 없애는 규정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5,173자

오프라인 책장
장비 번호를 추적하는 데 하루가 걸렸다. 북문 공동구매단은 삼 년 전 문을 닫았고 인쇄기는 왕궁 제이 인쇄실로 팔린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그런데 옛 장비 번호가 찍힌 최근 규정집은 다른 곳에서 나왔다. 누군가 인쇄기 하나를 두 번 판 걸까, 아니면 낡은 인쇄판만 옮겼을까. 네일은 기계 관리인답게 단정부터 막았다. “인쇄판만 가지고도 같은 자국을 낼 수 있습니다. 기계가 이동했다는 증거는 아니죠.” “그렇다면 판의 현재 소유자를 찾으면 되겠군요.” “그러기 전에 제 수리 기록을 보시겠습니까? 제게 지급됐다고 적힌 임금이 실제 받은 금액의 세 배였던 기록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의 신고서를 다시 꺼냈다. 세 배로 부풀려 기재된 금액이 있다고 해서, 그 차액이 제삼 결제소로 흘러갔다고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왕실 인쇄실의 허위 정산이 특정 장비 반출과 같은 시기에 발생한 건 조사할 가치가 있었다. 장부에는 최근 인쇄판 수리 의뢰번호가 있었다. 보관 대상은 ‘장갑 0호 반환용 판’. 발주자는 공동관리단의 임시 관리인이라고 적혔다. 인명칸은 다시 비어 있었다. “빈칸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군.” 내가 말했다. 루카스가 씁쓸하게 웃었다. “그 사람은 빈칸 덕분에 월급을 받나 봅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빈칸을 채우는 건 좋지만, 아무 이름이나 넣지 말자.” 재심에 앞서 나는 리엔이 제출한 실물 관리비 보고서를 살펴봤다. 창고 보관비, 판 수리비, 운송 위험료, 감정비. 이름은 그럴듯했다. 그런데 같은 수리비가 서로 다른 두 건의 보관증에 각각 전액 청구돼 있었다. 같은 지출을 두 번 배분했을 수도 있고 실제로 작업이 두 번 이뤄졌을 수도 있었다. “중복 청구입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결산표가 의심스럽다는 것까지. 업체가 제출한 작업 명세서와 수리업자의 실제 수령 내역을 확인해야 해.” 우리는 네일을 불렀다. 그는 같은 날 두 기계의 수리를 지시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한 기계는 고장 난 적이 없었고, 수리 대신 윤활유만 발랐다고 했다. 명세서에는 두 기계 모두 부품 교체라고 적혔다. “당신이 거짓말을 한 걸 수도 있죠.” 리엔 측 회계사가 말했다. 네일은 화를 내지 않았다. “그렇다면 부품 반출 대장을 보십시오. 제가 교체한 부품이라면 낡은 부품을 반납했을 겁니다.” 작업장에는 반납품 수량이 한 개만 남아 있었다. 우리는 해당 날짜의 봉인 사진과 영수증을 대조하기로 했다. 법정에서 즉시 결론을 내지는 않았다. 대신 비용 항목 중 실제 작업이 확인되지 않은 부분은 권리 확인 전 강제 징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숫자 하나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야 합니까?” 국왕이 나중에 물었다. “그 숫자 뒤에 사람들의 돈이 모여 있으면요.” “왕국은 복잡하군.” “왕국이 아니라 사람의 삶이 복잡한 거죠.” 나는 예전 국세청 사무실에서 한 동료가 했던 말을 떠올리려 했다. 웃으며 숫자를 대조하던 장면까지는 기억났다. 그런데 이름이 선명하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오늘 새 기억 손실이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진실의 장부 정밀 열람도, 귀환 인증도 하지 않았다. 오래된 기억은 이유 없이 흐려질 수도 있다. 그저 새 수첩에 '동료 이름 불명확'이라고 적고 더 이상 억지로 떠올리려 하지 않았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쓸 용기가 있으면, 타인의 삶에 쉽게 거짓 도장을 찍지 않을 수 있었다. 그때 네일은 교체된 부품의 크기를 손으로 그려 보였다. 그림은 최근 왕궁 인쇄실에서 쓰던 받침판과 닮았으나 구멍의 위치가 달랐다. 그는 같은 틀에 다른 부품을 넣었을 수 있다고 했다. 나는 그 그림에도 ‘추정’이라고 적었다. 사람들은 내 보고서에 추정이 너무 많다고 불평하겠지만, 나중에 확정이라고 썼던 말 하나를 지우는 것보다 지금 추정이라고 쓰는 편이 훨씬 싸게 먹혔다. 오후 법정에서는 리엔 모브가 보관권 집행 정지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다. 그의 주장은 요약하면 이랬다. 왕국이 공공 안전을 책임질 수 없으므로 제삼 결제소가 보관물을 계속 관리해야 하며, 관리가 계속되는 한 수수료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 보관료가 실제 어떤 비용을 충당했습니까?” 내가 물었다. 리엔은 인쇄비와 창고비를 열거했다. 나는 지출 내역을 수입과 대조할 독립 감정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그의 회사가 비용을 지출했다는 사실과 시민에게 강제로 청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브란트 법관은 제삼 결제소가 임의로 늘린 대리 승인 권한을 계속 정지시키면서, 실물 안전관리 업무는 법원 감독하에 가능한 범위만 인정했다. 정상 보관계약의 의무는 유지하되, 권리 확인 없는 강제 청구는 금지했다. “왕실이 모든 걸 가져가겠다는 겁니까?” 리엔이 물었다. 법관이 답했다. “가져가겠다는 게 아닙니다. 누구 것인지 확인하겠다는 겁니다.” 그 말에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세금을 걷는 손과 물건을 보관하는 손을 구분하는 일. 이 왕국에는 그것부터 필요했다. 결정이 내려진 뒤 에리카는 제삼 결제소에 과거 보관자 명단을 요구했다. 현재의 ‘장갑 0호’ 표식이 누구에게 넘어왔는지를 알기 위해서였다. 결제소는 장갑 관리 규정이 비밀 계약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에리카는 곧바로 비공개 법원 제출을 요청했다. 인쇄판의 소재를 추적하던 중, 에리카가 내게 제안했다. “오늘은 서류를 조사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질문하는 방식을 바꾸면 어떨까요?” “어떻게요?” “직책만 묻지 말고 그 사람이 실제로 뭘 했는지 물어요.” 그녀는 먼저 옛 공동구매단의 작업자를 찾았다. 이름과 주소를 강제로 대조하는 대신 보호기관의 연락 경로를 이용했다. 세 사람은 응답을 거절했고 한 사람만 구호소 별실에 찾아왔다. 그는 오래전에 인쇄기 받침을 나르던 견습이었다. “저는 서류 글씨를 몰랐어요.” 그가 첫마디로 말했다. “그것부터 확인하겠습니다. 어떤 물건을 옮기셨습니까?” “철판이요. 글자를 뒤집어 새긴 판. 무거웠어요. 나무 상자 바닥에 구리판을 깔았고요.” “상자 표식은 기억하십니까?” “손목에 원을 꿰맨 장갑 그림이 있었어요. 그런데 관리인은 늘 다른 사람이었죠.” 그의 진술은 장갑 표식이 사람 이름이 아니었다는 가설과 맞았다. 하지만 그걸로 특정 기관의 범죄가 입증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당시 운송료를 제대로 못 받았다고도 했다. 우리는 그가 원한다면 옛 임금 미지급 진정을 별도로 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증언의 대가로 돈을 주겠다는 말과 노동의 대가로 밀린 임금을 청구하는 일은 전혀 달랐다. “제 말을 하면 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인가요?” “증언과 무관하게 근무 기록이 확인되면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 지급 여부는 별도 절차입니다.” 그는 처음으로 내 얼굴을 똑바로 봤다. 그에게는 자신의 말을 팔아야만 생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오늘의 조사에서 그 선택을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왕궁으로 돌아가던 중 공용 마법통신이 울렸다. 북쪽 초소의 구조 경보가 또 시험 발동된 것이다. 이번에는 화재가 없었다. 시험 발동이 정상인지 확인하려고 실제 소방대와 감응 장치 담당자에게 연락했다. 자동 기록에는 시험이라고 표시되어 있었지만 근무자가 쓰는 서식에는 ‘증인 도착’이라고 옮겨 적혔다. “같은 신호를 두 용도로 쓰고 있습니다.” 네일이 설명했다. “이전에도 그런 가능성이 있었죠. 이번엔 시험 명령서와 실제 수신기 기록이 남았네요.” 우리는 새로운 시험을 중단하기보다 양쪽 신호를 완전히 분리하고 변경 이력을 남기도록 요청했다. 구조 경보는 사람이 위험할 때 즉시 울려야 했다. 그것이 보관자 출석 서류를 꾸미는 장치로 계속 쓰이게 둘 수는 없었다. 브란트 경비대장은 물었다. “서류를 고치면 경보가 제대로 작동합니까?” “실물 회로도 고쳐야겠죠. 그리고 실제로 소방대가 시험해 봐야 합니다.” 그 말을 듣고 현장 기술자가 씁쓸하게 웃었다. 그의 임금도 체불돼 있었지만 그는 그날 안전 점검을 마쳤다. 나는 안전 점검을 했다는 사실과 임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똑같은 칸에 적지 않았다. 잠시 뒤 마이렌의 대리인이 짧은 편지를 보냈다. 열하루의 임금을 실제로 받았다는 감사 인사와 함께, 자기의 사망 처리 날짜를 다시 확인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그 날짜가 바뀌면 누군가 보관권을 유지하려고 사용한 ‘증인 부재’의 시작일도 달라질 수 있었다. 나는 답장을 썼다. ‘날짜를 바꾸기 위해 진술을 요청하지 않겠습니다. 먼저 어떤 공적 기록이 잘못됐는지 확인하겠습니다.’ 그가 또 누군가의 권한을 위해 살아남은 사람이 되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 그날 오후 서류를 나르던 병사가 복도에서 쓰러졌다. 수상한 공격처럼 보였지만 원인은 공복과 열병이었다. 메라가 끓인 수프를 먹인 뒤에야 그는 말을 할 수 있었다. “무슨 상자를 옮기려다 오셨습니까?” 내가 물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서류 묶음입니다. 낡은 장갑 규정집을 보관고에 전달하라고 했어요.” “누가요?” “담당 부서에서요. 인수증은 봉투에 있습니다.” 봉투의 담당 부서명은 왕궁이 아니라 북문 창고관리 협회였다. 그런데 협회는 두 해 전에 해산했다. 서류 속에는 최근 날짜의 발급 수수료 영수증이 들어 있었다. 나는 차관실 부호와 해산 협회의 이름만 보고 누군가를 체포하자고 하지 않았다. 적어도 실제 영수증을 발행한 장치와 접수인이 누구인지는 찾아야 했다. 브란트 경비대장이 병사를 보호기관으로 데려가며 물었다. “사람 하나 쓰러진 게 증거가 될까요?” “아뇨. 다만 그 사람이 쓰러지면서 떨어뜨린 문서가 조사할 대상이 된 거죠.” 해가 질 무렵 티르센은 규정집 끝장에 남은 압흔을 확인했다. ‘공동 증언 완료’라는 글씨 위에 다른 문장이 덧씌워져 있었다. 종이에 남은 두 압흔의 깊이가 달랐다. 덧씌운 문장의 잉크가 상대적으로 새것이라는 예비 결과가 나왔다. “이거면 누가 조작했는지 알 수 있나요?” 루카스가 물었다. “아직. 어떤 판이 언제 쓰였는지의 단서일 뿐이다.” 그러나 서류의 마지막 쪽이 뒤집히면서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누군가는 공동 확인을 단독 승인으로 바꾼 문장을 여러 번 시험 인쇄했다. 잘못 찍힌 시험지들이 보관고 안쪽에 남아 있었다. 한 장에는 짧은 메모가 있었다. ‘증인을 없애면 완료되지 않는다. 증인을 대신하면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 나는 그 문장을 읽고 마이렌의 사망 처리 기록을 떠올렸다. 사람을 장부에서 지운 일이 단순한 임금 부정이 아니라 보관권 독점을 위한 도구가 됐을 가능성이었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만들어진 권한을, 누군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무너뜨릴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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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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