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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107화
PAYLUA ORIGINAL · 제107화

107화. 끝나지 않는 삼십 일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5,230자

오프라인 책장
고대 협약의 번역이 틀렸다는 말이 퍼지자 왕국에는 이상한 유행이 생겼다. 상인들이 물건에 붙은 보관증을 들고 재무청으로 몰려온 것이다. 한 사람은 생선 두 통을 돌려달라고 했고, 다른 사람은 십 년 전에 맡긴 혼수용 의자를 찾고 있었다. “여기는 분실물 센터가 아닙니다.” 루카스가 말했다. “그럼 마왕 측에서 공동 보관권한을 회수한다는 소문은 뭡니까?” 한 상인이 항의했다. “영번 기록봉 관련 분쟁과 여러분의 일반 창고 보관 계약은 다른 사안입니다.” 나는 설명을 맡았다. 끝없이 말을 반복하자 목이 쉬었다. 바쁜 와중에 하필 세르나가 방문했다. “마계의 공식 입장은 왕국 물건을 회수하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말했다. “마왕 폐하께서 의자를 가져가 봐야 앉는 데도 불편할 테니까요.” 그 농담이 내 농담보다 훨씬 잘 통하는 바람에 기분이 조금 상했다. 우리는 공개 안내문에 서명 권한, 물품 번호, 보관 종료 조건 세 가지를 구분해 적었다. 정상 보관계약은 정상적으로 유지된다. 분쟁 중인 특정 보관번호의 자동 대리 승인만 정지된다. 개인이나 단체가 돈을 내야 권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안내는 법원 결정과 다르다. 오후에는 티르센이 과거 번역본을 가져왔다. 삼백 년 전 작성된 고대 협약은 영번 기록봉을 세 가지 역할로 구분했다. 기록을 맡긴 쪽, 보관하는 쪽, 반환을 증언하는 쪽. 인간 쪽 최근 사본에서는 마지막 역할을 ‘출석자’라고만 적었다. “출석자라면 아무나 법정에 와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겠네요.” 내가 말했다.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대 원문에서는 실제 공동 증언에 참여한 사람이나 적법하게 선정된 후임 관리자를 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세르나가 단호하게 말했다. “마이렌이 삼 년 전 화재 현장에서 열두 번째 자리에 있었다고 해서 자동으로 그 자격을 얻지는 않습니다.” “그렇죠. 본인이 그런 책임을 맡겠다고 동의하지 않았으니까요.” 이번에도 결론은 섣불렀다. 고대의 공동 증언이 지금 누가 반환해야 할 물건인지 정의하는지 아직 법적으로 다투어야 했다. 하지만 무서명 출석 요구를 개인의 의무인 것처럼 사용한 근거는 훨씬 약해졌다. 우리는 법관에게 과거 번역본의 감정 절차를 신청했다. 임시 결론은 단순했다. 개인의 출석이 없다는 이유로 제삼 결제소가 물건과 권한을 무기한 점유할 수는 없다. 그날 오후 제삼 결제소는 반론을 발표했다. ‘상자의 반환은 위험하다. 고대 보관물이 열리면 국경 방벽이 무너질 수 있다.’ 로웬은 그 문장을 읽고 얼굴이 하얘졌다. “방벽을 건드리면 안 되네.” 나는 즉시 북부 방벽 담당자에게 실제 구조와 보관물 연결 여부를 물었다. 방벽 유지에 필요한 마력석, 감응판, 구조 경보와 영번 상자는 관리계통부터 달랐다. 관련성이 없다는 단정도 하지 않았다. 다만 위험하다는 말을 검증하지 않고 국가 정책으로 채택할 수는 없었다. “그들이 겁을 주는 게 목적일까요?” 루카스가 물었다. “그럴 수 있어. 하지만 위험이 실제라면 검사 방식부터 바꾸면 되지. 겁을 준다는 이유로 위험을 무시할 수는 없어.” 브란트 경비대장은 상자를 열기 전에 독립된 방벽 전문가와 마계 감정관, 왕실 기술관이 함께 안전성을 평가하도록 제안했다. 국왕은 안전 점검비를 기존 유지관리 예산 안에서 따로 심의하게 했다. 승인되지 않은 방벽 유지료 240금화를 새로 받은 것으로 처리하지 않았다. 옛 보관 감정관이 제삼 결제소 자문위원이라는 소문이 알려진 날, 제삼 결제소 앞에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들은 보관증을 당장 폐기하라거나 왕실이 책임지라고 외쳤다. 그중에는 실제 사기 피해자도 있었지만 단순히 화물이 묶일까 두려운 상인도 있었다. 나는 창문 밖을 보다가 세르나에게 물었다. “마계에서도 누군가 법령을 잘못 번역하면 이런 일이 생깁니까?” “더 심한 일이 생깁니다.” “마왕이 불을 뿜습니까?” “그분은 불을 못 뿜습니다. 다만 그 문서를 작성한 부서 전체를 소환하여 삼백 년치 회의를 하시죠.” “그건 불보다 무섭네요.” 세르나는 아주 조금 웃었다. 어느 세계나 회의는 가장 강력한 처벌이었다. 우리는 군중을 해산시키는 대신 설명회를 열었다. 사기 피해 신고를 받을 줄과 정상 물품 반환을 요청할 줄을 분리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모두 같은 줄에 섰다. 한 젊은 부부는 결혼 전 맡긴 물건이 없어졌다고 했고, 늙은 대장장이는 제삼 결제소의 새 수수료 고지서를 들고 왔다. “둘 다 보관 문제 아닙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범주가 같아도 권리가 다르지. 저 부부는 물건 소재를 찾아야 하고, 대장장이는 청구 권한을 확인해야 해.” 부부는 물건을 맡긴 정상 창고의 주소를 찾았고, 대장장이는 법원에서 중지시킨 번호가 고지서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문제를 해결한 정도는 서로 달랐지만, 적어도 창구에서 같은 답을 돌려받는 일은 없었다. 설명회 중간에 검은 망토를 입은 사람이 종이를 던졌다. 거기에는 ‘징수관이 영번 상자를 열어 방벽을 파괴할 것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브란트 경비대장이 달려가 그를 붙잡으려 했지만 나는 먼저 종이부터 보라고 했다. “자기 생각을 알리는 것만으로 체포할 수는 없습니다. 위협 행위가 있었는지 따로 보세요.” 실제 위협은 없었다. 그는 돈을 받고 유인물을 나눠 주었다고 말했다. 돈을 준 사람이 누구인지는 이름을 몰랐다고 했다. 우리는 그가 가진 같은 유인물의 인쇄번호와 대금 수령 기록을 확보했고, 법적 근거 없이 구금하지 않았다. “저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면?” 루카스가 물었다. “그럼 거짓말임을 확인할 자료가 필요하겠지.” 우리는 유인물의 종이 품질이 최근 영번 전사본과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제작자를 확정하지 않았다. 왕궁과 북문에서 같은 종이 공급처를 썼기 때문이다. 티르센은 잉크의 성분과 판의 압흔을 독립적으로 비교해야 한다고 했다. 이 일을 겪으며 나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누군가가 우리에게 불확실한 증거를 던질 때, 그걸 당장 범인에게 연결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위험했다. 자신이 만든 공포와 자신이 던진 허술한 단서를 한꺼번에 조사기관에 먹이면, 조사기관은 시간을 허비하고 사람들은 진짜 문제를 잊는다. 그날 저녁 구호소에서 메라가 만든 식탁에는 사람들이 조금씩 돌아왔다. 노파 한 분은 보관증 때문에 장을 못 보러 갈 줄 알았는데 정상 절차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세금을 제대로 받으려면 우선 사람들이 일할 수 있어야겠군요.” 루카스가 말했다. “그렇지. 없는 거래에서 세금 고지서를 만들 수는 없으니까.” 나는 내 수첩에 적었다. 기록을 고치는 일은 지나간 일을 설명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내일 사람이 어떤 계약을 믿고 살아갈 수 있을지도 함께 지켜야 한다. 오 년 전 사본에 등장한 기호의 실제 뜻을 알아내려면 기록 전문가만으로는 부족했다. 나는 왕립 언어학교에 협조를 요청했다. 언어학자는 마계 원문의 동사가 단순한 '돌려주다'보다 '받는 쪽이 수령을 확인하다'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럼 마지막 반환일은 보관자가 상자를 놓은 날짜와 다르겠네요.” 에리카가 말했다.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령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어떻게 처리하는지의 예외 조항도 봐야 합니다.” 언어학자가 대답했다. 루카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상자를 주려고 해도 받을 사람이 없으면 보관자가 계속 들고 있어야 하는 겁니까?” “일정 기간 법정에 보관하는 식의 대체 절차가 있을 수 있어.” 내가 말했다. “보관자가 그 상황을 이용해 자기 권한을 영원히 늘리는 건 별개 문제고.” 언어학교 교정본에는 작은 밑줄이 많이 그어졌다. 평소 같으면 서류를 귀찮아했을 국왕도 그날은 직접 교정본을 읽었다. 그가 왕위를 담보로 잡혔다는 소문 때문에 고생한 뒤부터는 권한이라는 단어를 쉽게 넘기지 않았다. “세상에, 문장 하나 때문에 나라가 흔들리다니.” 왕이 말했다. “문장이 나라를 흔드는 게 아니라 그 문장을 이용하는 사람이 문제입니다.” “그럼 사람을 바꾸면 해결되는가?” “새 사람이 와도 마음대로 읽을 수 없게 절차를 만들어야죠.” 왕은 잠깐 생각하다가 서명했다. 왕실과 마계의 공동 번역 심사를 열되, 어느 한쪽의 번역만으로 국민에게 새 부담을 지우지 못하도록 하는 임시 규칙이었다. 그 결정은 누구를 체포하지도, 금화를 되찾지도 못했다. 하지만 누군가 다음 날 번역본을 고쳐 새 보관료를 청구하는 건 막을 수 있었다. 밤에 에리카는 빈 서명칸을 들여다봤다. 그녀의 부친이 남긴 일기에는 '증인에게 닿지 못한 물건은 증인을 만들어서 반환하지 마라'라는 문장이 있었다. 그녀는 읽고 나서 오래 침묵했다. “아버지가 이런 걸 지키려다 돌아가셨을까요?” “그럴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모릅니다. 그날 화재의 원인도, 어떤 자료를 지키려 했는지도 확정되지 않았으니까요.” “알아요.” 에리카가 말했다. “그냥 언젠가는 이 질문을 피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면 좋겠어요.” 나는 그녀에게 어떤 위로도 사실처럼 약속하지 않았다. 대신 다음 날 조사 일정을 함께 정했다. 질문을 피하지 않는 건 오늘 확인할 수 있는 기록 하나에서 시작할 수 있었다. 그 무렵 언어학교 학생 하나가 우리에게 작은 쪽지를 보냈다. 그는 원문에 쓰인 ‘돌아감’이라는 표현이 물건뿐 아니라 증언이 원래 사람에게 돌아간다는 뜻으로도 쓰인다고 설명했다. 오래된 단어가 가진 두 뜻 가운데 어떤 것이 이 계약의 의미였는지는 더 큰 문맥이 필요했다. 나는 기뻤다. 문장 하나를 확정하기 전에 질문이 하나 늘어났기 때문이다. 에리카는 그게 기뻐할 일인지 물었지만, 나는 답을 아꼈다. 모르는 것을 늘리는 일이 결국 거짓 확신을 줄일 때가 있었다. 새벽이 가까워지자 네일이 조폐소에서 만든 금속 자를 들고 왔다. 영번 전사본의 잘린 반환 기한 칸 길이가 최근 왕실 인쇄기에 쓰는 금속 글자틀 폭과 같다고 했다. 그러나 그걸로 삼 년 전 원본이 최근 만들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오래된 문서를 최근 잘랐을 수도 있었다. 그때 에리카가 낡은 보존고 사본을 가져왔다. 잘린 칸이 없는 오 년 전 사본이었다. 반환 기한에는 날짜 대신 기호가 있었다. ‘공동 증언 완료 시점 + 삼십 일.’ 우리는 서로를 바라봤다. 기한이 아예 없었던 게 아니었다. 누군가가 기한을 적지 않음으로써 영원한 보관권을 만든 듯 보였던 것은, 사실 완료 조건을 지운 일이었다. “그러면 우리가 찾아야 할 건 날짜가 아니라 공동 증언이 완료됐는지군요.” 루카스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완료를 기록할 자격이 누구에게 있었는지도.” 오 년 전 사본에 서명한 보관 감정관은 살아 있는 사람이었다. 문제는 그가 지금 제삼 결제소의 자문위원으로 일한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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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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