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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105화
PAYLUA ORIGINAL · 제105화

105화. 은화 여덟 닢의 영수증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5,312자

오프라인 책장
마이렌의 임금 봉투는 일부러 비어 있었다. 보호기관 상담실에 가져간 것은 돈이 아니라 지급 방식에 대한 동의서였다. 마이렌은 종이를 보자마자 얼굴을 굳혔다. “이번에도 손도장을 찍으라는 건가요?” “아닙니다. 서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툼 없는 임금은 이미 산정됐고, 여기서는 직접 받으실지 보호기관을 통해 받으실지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마이렌이 지급 방식을 선택하기 전, 보호기관 담당자는 우리의 설명을 일부러 다시 읽게 했다. 우리는 ‘국가가 은화 여덟 닢을 지급할 계획’이라는 말을 세 번 썼다. 담당자는 그 문장에 줄을 그었다. “계획과 완료를 섞지 마십시오. 전에도 계획만 적힌 공문으로 당사자가 돈을 받았다고 처리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설명서에는 확정된 임금 채무, 현재 승인된 지급 절차, 실제 수령 후 작성할 영수증을 칸으로 나누었다. 그 칸을 나누는 데 종이 세 장이 더 들었다. 루카스는 종이를 아끼자고 말하려다가 멈췄다. “종이값보다 비싼 일이네요.” “맞아. 부정확한 한 줄을 고치는 데 삼 년이 걸렸으니까.” 상담실 앞 복도에는 한 노인이 앉아 있었다. 그는 화재 이후 가족이 사망한 줄 알고 사망보상금을 신청했지만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손에는 오래된 승인 통지서가 있었다. 거기에는 은화 마흔 닢이라는 총액과 빨간 승인 도장이 찍혀 있었다. “내 몫은 얼마인가요?” 그가 물었다. “이 통지서는 개별 지급액을 확정한 자료가 아닙니다. 실제 출금과 수령자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어요.” “그럼 지금껏 준다고만 했던 건가.” 나는 쉽사리 답하지 못했다. 누군가 승인 도장을 찍은 행위와 유족이 믿고 기다린 시간은 별개였다. 우리는 그에게 개별 신청을 확인할 수 있는 절차를 안내하고, 새 접수에서 돈을 요구하는 창구는 공식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내가 그때 몰라서 바보처럼 기다린 거군요.” “공식 통지서를 믿은 일이 잘못은 아닙니다.” 그는 종이를 접었다. 나는 그의 손이 심하게 떨리는 걸 봤다.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자기 무지를 탓하게 만드는 행정은 결국 가장 약한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그는 내게 종이를 돌려주었다. “기록이 남는 게 싫어요.” “어떤 기록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죽었다는 기록을 지우는 데 삼 년이 걸렸어요. 살아 있다는 기록을 누가 또 마음대로 쓰면 어떡합니까?” 나는 대답할 말을 고르느라 잠시 침묵했다. 그 말에 대한 정답이 법전 속에 미리 적혀 있을 리 없었다. 에리카가 먼저 설명했다. 왕실 지급원에는 금액과 지급일, 보호기관 관리번호만 남는다. 마이렌의 현재 주소와 새 신원은 보호기관의 별도 봉인대장에 남고, 재무청은 열람할 수 없다. “제가 안 받으면 돈은요?” “미지급 채무로 남습니다. 국가가 받았다고 표시할 수 없습니다.” 마이렌은 그제야 조금 웃었다. “그럼 진짜로 제 돈이네요.” “원래부터 그랬습니다.” 내가 말했다. “우리가 늦게 인정했을 뿐이죠.” 그는 보호기관을 통한 비공개 지급을 선택했다. 대리인과 담당자가 서로 다른 칸에 서명했다. 군무청의 독립 지출원이 승인을 확인한 뒤 금고에서 은화 여덟 닢과 계산된 구리화를 꺼냈다. 구리화의 정확한 잔돈은 이전 산정표와 같은 수량으로 맞춰 봉인했다. 그 돈이 군무청의 정식 체불임금 예산에서 나갔다는 증빙도 따로 남겼다. 나는 봉인된 봉투가 상담실에 전달되는 것을 봤다. 마이렌은 지급액을 직접 확인한 뒤 보호기관 보관용 영수증에 자기 뜻에 따라 표시했다. 수령 확인에는 가짜 손도장 양식을 쓰지 않았다. 내게 보이는 왕실 장부에는 ‘보호기관 지급 완료, 수령 확인 별도 봉인’만 기록됐다. 지급원은 봉인 절차를 세 번이나 재확인했다. 군무청 지출원, 보호기관 담당자, 내부 감찰인이 각자 독립된 기록을 만들었다. 같은 사람이 승인과 출금과 수령을 모두 확인한 것처럼 꾸밀 수 없도록 했다. 그래서 마이렌이 실제 수령을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나는 그 시간이 느리다고 불평하지 않았다. 모든 절차가 끝난 뒤 보호기관에서는 작은 회신이 왔다. ‘확정 채무 일부 지급 수령 완료. 비공개 수령 내역 봉인. 나머지 청구권 유지.’ 나는 그 문장을 읽고 세 번이나 확인했다. 이건 계획이 아니라 실제 완료였다. 에리카가 물었다. “국고 지출이 늘었는데 기분이 좋아 보이시네요.” “그 돈은 원래 우리가 줬어야 할 돈입니다. 국가가 채무를 갚으면 숫자는 줄어도 신뢰는 생길 수 있어요.” “신뢰를 돈으로 환산하실 겁니까?” “절대로요. 환산을 시작하면 누군가 사람의 이름에 가격표를 붙일 테니까.” 루카스는 그 말을 듣고 메모에 작은 별표를 그렸다. 그는 이제 누가 말하면 왜 기록하는지를 배웠다. 모든 말이 법적 증거가 되는 건 아니지만, 어떤 말은 다음 세대의 관리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막아 준다. “이제 다 끝났습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다툼 없는 열하루 임금만. 나머지 이틀과 야간 수당, 명부 조작 피해는 아직 남았어.” 마이렌도 그 말을 들었다. “그건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포기하라고 요청하지 않겠습니다.” 상담실을 나서는데 오딜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짜 보상금 창구를 운영하던 사람이 또 다른 곳에서 손도장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이번에는 장갑 보관자 등록이라고 했다. 대상은 삼 년 전 화재의 유족뿐 아니라 최근 화물 보관료를 낸 상인들이었다. “누가 이렇게 서류를 좋아합니까?” 루카스가 투덜댔다. “서류를 좋아하는 게 아니야. 서명할 권한을 돈으로 바꾸는 걸 좋아하는 거지.” 우리는 시장으로 향했다. 천막 아래에서는 작은 줄이 만들어져 있었다. 안내문에는 ‘무자격 보관자 등록 방지’라고 적혔다. 얼핏 보면 왕실이 내린 조치처럼 보였다. 그러나 아래에는 담당 부서와 법령 번호 대신 제삼 결제소의 사설 접수번호가 찍혀 있었다. 나는 직원에게 물었다. “접수비를 받습니까?” “은화 반 닢입니다.” “납부하지 않으면요?” “기존 보관증이 정지될 수 있습니다.” “누가 그렇게 정했죠?” 그는 내 신분을 알자 천막을 걷으려 했다. 브란트 경비대장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법원 허가 없이 모든 자료를 빼앗지 않겠다고 밝히면서도, 허위 왕실 인증 문구를 즉시 게시 중단하도록 행정명령을 고지했다. 이미 낸 돈의 규모는 증언과 현물로 대조해야 했다. “징수관님이 우리 돈을 돌려주실 겁니까?” 한 상인이 물었다. “확인된 지급액이 누구에게 들어갔는지부터 찾겠습니다. 아직은 돌려드렸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상인은 실망한 표정이었다. 그 얼굴이 아팠다. 하지만 내가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면 훗날 피해는 더 커진다. 그날 늦은 오후, 제삼 결제소 임시 기록실 직원이 비밀리에 연락해 왔다. 자신이 접수한 장갑 보관자 등록증이 같은 일련번호로 두 번 발급됐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삼 년 전 화재 직후. 두 번째는 불과 엿새 전이었다. 두 등록증의 개인 이름 칸은 달랐다. “누가 최근 등록했습니까?” 내가 물었다. “이름을 말하면 제가 해고됩니다.” “이름을 공개하지 않도록 보호 절차를 요청하겠습니다. 그분이 실제로 신청했는지 확인할 자료부터 주십시오.” 그가 건넨 것은 접수대의 발행 기록이었다. ‘본인 확인 완료’ 표시는 있었지만 본인 확인을 진행한 사람의 칸은 공란이었다. 최근 등록증에는 에리카 벨란의 이름이 들어 있었다. 나는 즉시 그녀에게 알려 줄 생각을 했다. 그러나 전화 같은 통신으로 민감한 정보를 남기면 또 다른 위험을 만들 수 있었다. 비공개 회의실에서 그녀를 만나 원본 대조를 요청했다. 에리카는 종이를 보고 표정을 굳혔다. “나는 이 번호로 보관자가 된 적이 없어요.” “지난번 대체 승인 요청과 같은 문제일 가능성은 있습니다. 다만 이 서류가 그 요청에 사용됐는지는 아직 미확인입니다.” “누군가 제 이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건 확실하네요.” “그것도 확정은 아닙니다. 이전 대장에서 이름을 기계적으로 복사했을 수도 있어요.” 에리카는 단호하게 말했다. “어쨌든 제 서명은 아닙니다. 그건 제가 직접 진술할 수 있어요.” 우리는 재발급의 근거 문서와 인장실 사용 기록을 보전하도록 신청했다. 장갑이 새로 발급된 것인지, 장갑 번호만 복제된 것인지 확정하기 위한 첫 단계였다. 밤에 국왕은 내가 마이렌의 임금을 실제 지급했다고 보고하자 한참 안도했다. “고작 은화 여덟 닢인데, 왜 이 일이 이렇게 무겁지?” “고작이라는 말은 안 쓰시면 좋겠습니다.” 왕은 잠시 고개를 숙였다. “맞네. 내가 받을 돈이라면 고작이라고 하지 않았겠지.” 나는 장부에 두 줄을 적었다. 마이렌 인정 임금 일부 실제 지급 완료. 나머지 다툼 계속. 은화 마흔 닢 사망 보상금은 여전히 출금과 수령 미확인. 돈이 실제 지급된 저녁, 루카스는 내가 매번 세 칸을 나누는 이유를 알 것 같다고 했다. “승인만 있으면 저도 월급을 받은 줄 알았을 거예요.” “네 월급도 체불됐었지.” “그래서 압니다. 지급 예정이라는 말이 얼마나 쉽게 사람을 기다리게 하는지.” 그는 늦게까지 남아 재무청 게시판의 문구를 바꿨다. '지급 확정'이라고 쓰인 자리는 실제 출금 여부에 따라 다른 색 표식을 붙였다. 다만 사람들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누가 임금을 받았는지를 동네 사람들 모두가 알아야 할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메라는 그 게시판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급식소 조리 인력도 자기 임금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물을 수 있겠네요.” “물으실 수는 있죠. 아직 지급되지 않은 돈을 지급 완료라고 말하면 안 됩니다.” 그날 재무청에는 작은 물건 하나가 도착했다. 마이렌이 직접 보낸 것은 아니고 대리인이 전한 종이였다. ‘살아 있는 사람으로 기록해 준 것은 고맙지만, 사망했다고 적은 사람이 왜 그렇게 했는지는 아직 알고 싶다.’ 나는 종이를 접어 비공개 파일에 넣었다. 사람의 권리 회복이 범인을 잡는 일로만 설명될 수는 없지만, 과거 기록을 조작한 이유를 조사할 책임이 사라지지도 않는다. 열하루의 임금은 지불했어도 삼 년의 삶은 영수증으로 되돌릴 수 없었다. 에리카는 가짜 승인서에 자기 이름이 적힌 일을 보고 한참 말이 없었다. 나는 그녀가 부친의 사건 때문에 자신을 탓할까 걱정했다. 그런데 그녀는 뜻밖의 말을 했다. “제 이름을 또 썼다는 건 그들이 아직 제 서명을 직접 받을 수 없다는 뜻일지도 몰라요.” “그럴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생각 때문에 상대를 과소평가하진 맙시다.” “압니다. 제가 원래 해야 할 일, 진짜 서류와 가짜 서류를 나누는 일부터 하죠.” 그날 그녀는 예전보다 훨씬 조용히 일을 했다. 나는 그 침묵을 무너지기 직전의 침묵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필요한 말만 골라 쓰는 사람의 집중일 수도 있었다. 그날은 아무런 금화를 새로 걷지 못했다. 그러나 왕실이 사람에게 빚진 돈을 제대로 갚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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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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