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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104화
PAYLUA ORIGINAL · 제104화

104화. 장갑을 돌려준 손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5,301자

오프라인 책장
장갑은 생각보다 흔한 물건이었다. 왕도 시장에서 내가 장갑 가게 세 곳을 들르자 주인들은 하나같이 자기 물건을 최고라고 주장했다. 방수 장갑, 제련장 장갑, 문서 보관장갑. 그중 문서 보관장갑은 손목에 흰 실 원을 꿰맨 가죽 표식이 붙어 있었다. “장갑만 가져가면 보관 책임자가 되는 겁니까?” 내가 물었다. 가게 주인이 나를 빤히 봤다. “징수관님, 세무조사관 표식을 산 사람이 왕실 징수관이 되나요?” “그럴 리 없죠.” “그럼 그걸 왜 제게 묻습니까?” 나는 그 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우리는 한참 법전에서 찾던 답을 장갑 가게에서 찾았다. 물건을 소지한 것과 권한을 받은 것은 다르다. 그렇다고 장갑이 쓸모없는 증거는 아니었다. 가게 주인은 삼 년 전 공동 관리단에 장갑 열두 켤레를 납품한 사실을 기억했다. 판매 장부에는 손목 표식을 일련번호로 꿰매 달라는 별도 요청이 적혀 있었다. 그 옆에는 납품 수령처가 '임시 기록관'으로 나와 있었다. 에리카가 운송 꼬리표를 꺼냈다. 케른이 전해 준 표지 열두 장의 수령처와 같은 이름이었다. “같은 장소를 가리키는 걸까요?” 그녀가 물었다. “기록관이 하나뿐이었는지는 확인해야죠. 하지만 시기와 물품이 맞물리네요.” 우리는 케른의 신원과 거처를 노출하지 않는 조건으로 장갑 가게의 장부 사본을 법원에 제출했다. 장갑 주인은 처음에는 귀찮아했지만 서류 보관 비용이 적법하게 지급된다는 설명을 듣고 흔쾌히 협조했다. 그는 끝에 작은 농담을 덧붙였다. “대체 이 나라에 장갑에 붙는 세금이 따로 있습니까?” “팔 때 발생하는 정상 거래세는 있죠. 하지만 장갑을 낀 손에 세금을 매길 계획은 없습니다.” “좋군요. 제 손은 겨울 내내 적자니까요.” 나는 그가 한 말에 웃다가 문득 생각했다. 가짜 보관권자가 멀쩡한 장갑 한 켤레로 권한을 팔아먹었다면, 세금 문제보다 먼저 사기 문제가 발생한다. 임시 기록관의 문을 열기 전에 나는 건물 외벽을 한 바퀴 돌았다. 삼 년 전에도 이곳에 사람들이 드나들었을 것이다. 창문 아래에는 마차 바퀴가 문지른 자국이 있었고, 벽 한쪽에는 빗물이 들이쳐 종이가 썩지 않도록 만든 좁은 배수로가 있었다. “이 정도면 보관을 위해 돈을 썼겠군요.” 루카스가 말했다. “그럴 거야. 관리비를 실제로 썼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 “그런데 왜 보관료를 받는 게 문제죠?” “비용을 썼다고 해서 아무에게나 청구할 권한이 생기는 건 아니니까. 집주인이 지붕을 고쳤다고 행인에게 돈을 받을 순 없잖아.” 건물 주인은 삼 년 전 임시 기록관에 공간을 빌려준 사람의 이름을 기억했다. 그러나 원래 임차인이 아니라 관리단 이름으로 계약한 기관이었다. 계약서에는 ‘공동 증언 자료 일시 보관’이라고 쓰여 있었다. 보관 기간은 한 해였다. 연장 가능하다는 조항은 있었지만 연장 계약을 한 사람의 서명이 빠져 있었다. 우리는 건물주에게 왜 계속 임대료를 받았는지 물었다. “저는 계좌로 돈이 들어와서 그냥 세입자 있는 줄 알았죠.” “세입이라는 말은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내가 웃으며 말했다. “그건 집주인 임대료니까요.” 그는 당황해하다가 웃었다. 내가 웃음을 되찾은 건 오랜만이었다. 공무원의 얼굴을 보는 게 두려운 사람들에게 농담 한 줄이 도움이 되는 날도 있다. 그러나 그는 곧 심각해졌다. “얼마 전에도 돈이 들어왔어요. 이번엔 이름이 달라졌는데 같은 계좌에서 왔습니다.” 그 계좌가 어느 기관 소유인지 확인하려면 법원의 금융자료 열람 허가가 필요했다. 나는 정식 신청서를 썼다. 임대료 한 번으로 누가 상자를 빼돌렸다고 확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돈의 경로는 사람의 진술보다 오래 남는 경우가 많았다. 장갑 못 아래에 숨은 작은 서랍도 발견됐다. 그 안에는 아무 서류도 없었다. 대신 철가루가 눌러붙은 흔적과 조그마한 원형 패임이 있었다. 티르센은 일련번호를 찍는 금속 인장이 그곳에 보관됐을 수 있다고 했다. 네일은 원형 패임이 고장 난 기계 부품의 흔적일 수도 있다고 했다. 우리는 두 사람의 설명을 모두 기록했다. 브란트가 경비대원을 둘러보며 말했다. “누구든 자기가 찾고 싶었던 것을 먼저 보게 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세계에 와서 배운 가장 비싼 교훈이었다. 처음 국고 열일곱 금화를 봤을 때는 돈만 찾았다. 그러다 돈의 주인을 찾았고, 이제 권한과 사람의 안전을 함께 찾고 있었다. 욕심으로 증거를 읽는 순간 다음 피해자가 생긴다. 돌아오는 길에 케른에게서 추가 자료가 왔다. 그는 옛 운송 꼬리표의 수량과 오늘 찾은 장갑 납품 수량이 같다는 이유로 자신에게 주목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사람들은 이미 그의 새 이름을 수군거리고 있었다. 나는 보호기관에 비공개 증인 접수 절차를 다시 요청했다. “조사보다 증인이 다칠까 걱정이군요.” 에리카가 말했다. “증인이 무너지면 증언이 남아도 결국 사람을 잃습니다.” 우리는 새 신원 대신 당시 운송표의 사실만 제출했다. 기록은 남고 사람은 안전하게 숨을 쉴 수 있어야 했다. 수사관에게 가장 어려운 종류의 성공이었다. 오후에 마이렌의 대리인이 나를 찾았다. 다툼이 없는 열하루치 임금 은화 여덟 닢과 구리화 일부에 대한 지급 일정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심리에서 산정만 됐지 실제 지급되지는 않았다. “그 금액을 법정에서 인정했으면 지급도 바로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대리인이 물었다. “맞습니다. 다만 어떤 예산에서 나갈지와 정산할 대상이 확인돼야 합니다. 보상금 은화 마흔 닢이랑 섞으면 안 됩니다.” “그 돈은 죽었다고 적힌 사람에게 준 돈이잖아요. 마이렌은 살아 있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사망 보상금 은화 마흔 닢은 지급 승인 표시만 있고 출금·수령이 확인되지 않았다. 그 돈을 마이렌 임금으로 썼다고 꾸미면 두 번째 회계 부정이 된다. 에리카와 나는 군무청이 승인한 체불임금 예산의 불용액을 찾았다. 이월 금액은 적었지만 열하루의 다툼 없는 임금을 충당할 수 있는 별도 예산이 남아 있었다. 지출원은 정식 심의와 안전한 계좌 대체가 필요하다고 했다. “마이렌은 계좌를 쓰지 않아요.” 대리인이 말했다. “옛 신원으로 돈을 받으면 생존 사실과 주소가 드러날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보호기관을 통한 봉인 수령 방식을 심의하겠습니다. 수령 여부를 기록할 때도 공적으로 필요한 범위만 남기죠.” 루카스가 물었다. “그냥 돈을 봉투에 넣어 전하면 안 됩니까?” “그랬다가 나중에 지급 증빙이 없으면, 국가는 또 지급했다고만 우기게 돼.” “그러면 증빙은 남기되 사람은 가릴 방법이 필요한 거군요.” “바로 그거야.” 한편 브란트 경비대장은 북문 임시 기록관으로 쓰였던 건물을 수색할 허가를 받아 왔다. 건물은 버려진 방직창고 옆에 있었다. 안쪽에는 작업대 셋, 낡은 인쇄 압판, 누군가 장갑을 걸어 두었을 법한 못 열두 개가 남아 있었다. 못 아래에는 각각 번호를 새긴 작은 황동 표가 있었다. 영번은 비어 있었다. 일번부터 십이번까지 중 몇 개는 먼지가 덮였고 몇 개는 최근 닦인 듯 반짝였다. 그게 최근 사용 흔적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었다. 누군가 청소했을 수도 있었다. 티르센이 황동 표를 하나 들어 올렸다. 표 뒤에 작은 글씨가 있었다. ‘보관일지에 기명한 손만 문서에 접촉할 것.’ “장갑을 끼면 권한이 생기는 게 아니라, 권한 있는 사람이 장갑을 끼라는 거군요.” 루카스가 말했다. “이 나라 법이 아주 조금씩 제정신을 찾는 것 같네.” 우리는 못 사이에서 붉은 실 한 가닥을 발견했다. 지난번 하엘이 목격한 붉은 끈이 달린 표지와 관련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만으로 어느 수첩의 표지인지 알 수는 없었다. 나는 봉투에 물건이 발견된 위치를 정확히 적게 했다. 창고 뒤편에서 옛 장갑을 말리던 틀도 나왔다. 가느다란 나무 손가락이 뻗어 있는 장치였다. 루카스는 처음에 누군가의 손을 본 줄 알고 비명을 질렀다. “사람 손인 줄 알았어요!” “장갑이 혼자 서 있으려면 어쩔 수 없지.” “저기 앉아 있는 것도 사람은 아니겠죠?” 의자 위에는 인형이 아니라 먼지에 덮인 낡은 외투가 놓여 있었다. 그걸 뒤집자 안주머니에서 수선 영수증이 떨어졌다. 장갑 손목 표식 열두 개를 한번에 꿰매 달라는 주문서였다. 수선 날짜는 화재가 발생하기 석 달 전. 사용처는 '공동 관리단 기록실'. 우리는 옷을 함부로 가져가지 않고 관리자에게 소유자 확인부터 요청했다. 네일은 수선 영수증의 구멍 간격이 장갑 표식의 것과 같다고 했다. 티르센은 이 일치가 당시 널리 사용된 재봉 장치 탓인지 비교 실험이 필요하다고 했다. 루카스는 두 사람 사이에서 메모하다가 손을 들었다. “이쯤 되면 장갑 하나 만들려고 세 개 부서가 모인 겁니까?” “아직 네 개야.” 내가 말했다. “왕실 예산 담당도 끼어야 하거든.” 우리는 잠깐 웃었다. 누가 웃으면 안 되는 현장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삼 년 전 사람들의 생활을 망가뜨린 것은 웃음이 아니라, 권한이 끝나야 할 날을 지운 손이었다. 일하는 사람들이 숨을 쉬어야 마지막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창고에서 나오는 길에 바넨 목수를 만났다. 그는 삼 년 전 첫 발화와 두 번째 발화가 있었을 수 있다고 진술했던 사람이다. 그는 오늘은 불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대신 창고에 새로 만든 문턱을 손으로 쓸었다. “누가 수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문턱이 높아졌어요. 상자를 옮기려면 수레 바퀴를 바꿔야 할 겁니다.” 그 말은 옛 상자가 최근까지 여기 드나들었다면 흔적을 남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었다. 우리는 바퀴 자국 감정을 신청했다. 적어도 창고에 있던 자국을 함부로 지우지 않을 이유가 생겼다. 장갑 가게 주인은 밤이 되자 남은 재고를 다시 세었다. 삼 년 전 주문서와 현재 보관 중인 표식은 수량이 달랐다. 그는 일부가 새 장갑의 수선에 사용됐을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재고 차이를 곧바로 범죄 증거라고 적지 않았다. 단지 누구의 손에 어떤 표식이 넘어갔는지 확인하기 위한 추가 출발점으로 남겨 두었다. 그날 밤 에리카는 부친의 사적 기록 중 한 문장만 법원에 제출하기로 했다. 나머지 가족 이야기는 봉인 상태로 남겨 달라고 요청했다. ‘장갑이 있는 사람을 찾지 마라. 장갑을 넘긴 손을 찾아라.’ 나는 그 문장을 여러 번 읽었다. 마침 감정관이 제출한 장갑 일련번호 대조 결과에 따르면 삼 년 전 화재 당시 근무자로 적힌 0호는 사건 발생 두 달 전에 교체된 표식이었다. 납품 장부와 근무 대장의 교체 날짜가 일치하지 않았다. “그럼 두 명이 같은 번호를 쓴 겁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아직은 어느 서류가 늦게 적혔는지 모르지. 하지만 그 번호를 누가 언제 넘겨받았는지 확인할 수는 있어.” 나는 교체 기록 열람 신청서 맨 위에 한 줄을 적었다. ‘장갑의 수보다 중요한 것은 장갑을 돌려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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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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