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화재 조사를 다시 열면 상자가 돌아옵니까?”
루카스의 질문은 간단했다. 나는 그 질문에 간단히 대답할 수 없었다.
“조사를 재개하는 것과 종결하는 것은 달라. 중단된 사건을 다시 살펴보는 걸 조건으로 삼았다면 지금도 반환할 이유가 없어질 수 있지.”
왕실 법정의 브란트 법관은 내 말을 듣고 잠시 기록을 넘겼다. 그는 경비대장 브란트와 이름이 같아 사람들이 종종 헷갈렸다. 그날도 문지기가 ‘브란트께서 부르십니다’라고 말하자 루카스가 검을 찬 경비대장을 찾았다.
“나도 보고서에 직책부터 적을 걸 그랬군요.” 내가 중얼거리자 법관은 웃지 않고 질문을 던졌다.
“신청인은 무슨 권한을 회수해 달라는 것입니까?”
“상자가 아닙니다. 상자를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대리 승인과 보관료 청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권한의 집행을, 원본 확인까지 제한해 달라는 요청입니다.”
제삼 결제소 대리인 리엔 모브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공동 보관자는 물건을 맡긴 사람이 반환을 요구할 때까지 관리 의무가 있습니다. 왕실은 일방적으로 그 지위를 박탈할 수 없습니다.”
“누가 물건을 맡겼습니까?” 법관이 물었다.
리엔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공동 관리단입니다.”
“그 관리단을 대표하여 인계했다는 개인의 서명은?”
“삼 년 전 화재로 일부가 소실됐습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관리인이 서명을 대신했다는 위임장은?”
리엔은 빈 종이를 넘겼다. 그가 확인해야 할 종이는 놀랍게도 누구에게나 제출하도록 요구해 온 바로 그 종이였다. 나는 비웃고 싶어졌다. 그러나 그가 서류를 못 찾는다는 사실과 실제 권한이 없다는 법적 판단은 달랐다.
법관은 명령을 짧게 내렸다. “논란이 된 보관번호로 제삼자 서명이나 현금 납부를 요구하는 집행은 증명자료가 제출될 때까지 중지합니다. 정상 화물 인수증과 별도로 구분하십시오.”
에리카는 법정 밖에서 리엔을 붙잡아 직접 설득해 보자고 했다. 나는 처음에는 반대했다. 법정에서 다툰 상대와 밀실에서 거래한다는 소문이 날 수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거래가 아니라 요청이에요. 자기 권한이 어디서 왔다고 믿는지 물어보자는 거죠.”
우리는 법원 직원이 입회하는 공개 면담실을 이용했다. 리엔은 처음에 말이 없었다. 그러다 내가 물었다. “보관 대상의 실제 존재를 마지막으로 확인한 날이 언제입니까?”
“회사 장부상으로는 일곱 달 전입니다.”
“직접 보셨습니까?”
“아니요.”
“그럼 그 기록이 실물 확인인지, 종이상의 관리 수수료 갱신인지는 구별해야겠군요.”
리엔은 시선을 피했다. 나는 그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기보다 자신도 회사 장부밖에 모를 가능성을 떠올렸다. 조직은 종종 서로의 직책에 책임을 넘기며 운영된다. 결국 아무도 물건을 보지 않았으면서 모두가 봤다고 믿는 상태가 된다.
“제가 실물을 직접 확인하겠습니다.” 리엔이 말했다.
“법원 허가 아래 함께 확인하시죠. 회사 단독으로 열면 나중에 누구도 결과를 믿기 어렵습니다.”
그는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면담 기록은 남았다. 제삼 결제소 측에서도 보관물의 최근 실물 확인을 직접 증언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분명해졌다.
나는 빈 점검칸을 바라봤다. 위협적인 권한은 가끔 누구도 채우지 않은 한 칸에서 자란다. 사람이 아니라 서류만 권한을 행사하게 두면, 권한은 끝나야 할 날에도 끝나지 않는다.
법정을 나서자 시장에는 이미 ‘모든 보관증 무효’라는 소문이 퍼져 있었다. 떡가게 주인만 세 사람이나 내게 항의했다. 나는 그날 세무조사 대신 소문을 조사해야 했다.
메라가 왕실 급식소에서 나를 불렀다.
“밀가루가 못 들어오면 오늘 아이들 식사를 줄여야 해요.”
“정상 보관증은 효력이 유지됩니다. 통관 관리에게 따로 확인받을 수 있어요.”
“서류가 정상인지는 우리가 어떻게 알아요?”
“지금부터 표식을 공개하겠습니다. 다만 가짜 직원이 따라 할 수 있으니, 이름과 발급처를 함께 확인할 수 있는 창구도 열죠.”
우리는 급식소 벽에 안내문을 붙였다. 문제의 보관번호 네 자리만을 고시하고, 나머지 화물은 검사 범위에 들지 않는다고 적었다. 글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나디아가 직접 읽어 주었다. 검문소의 쌀 수레 한 대가 마침내 들어왔다. 메라는 수프 냄비에 마지막 보리를 붓다가 말했다.
“징수관님, 오늘 세금은 못 걷으셨겠네요.”
“국민이 굶지 않았으니 성공한 징수입니다.”
“그런 회계 항목이 있나요?”
“없어서 문제죠. 만들자고 하면 에리카가 화낼 겁니다.”
에리카는 실제로 화를 냈다. 다만 내가 농담한 탓은 아니었다.
“제삼 결제소가 방금 공문을 냈어요. 모든 보관증이 안전하려면 ‘재확인료’를 내야 한다고 합니다.”
“액수는요?”
“은화 한 닢.”
“법원 결정에 따라 멈춘 보관번호를 다시 확인한다면서 무관한 사람들까지 청구하는군요.”
에리카는 공문에 적힌 왕실 인장을 유심히 봤다. 우리에게 이미 폐기번호와 복제 유리판 사건이 있었다. 새 공문에도 익숙한 획이 있었지만 우리는 그것만으로 위조라고 발표하지 않았다. 인장 보존고의 실제 사용대장과 대조하기로 했다.
법정 결정을 들고 북문 세관에 갔을 때 일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식량 수레와 마법석 수레가 같은 길에 서 있었다. 보관료를 요구하는 자들의 천막은 길목의 가장 좁은 부분에 있었다. 거기서 가짜 확인서를 받은 사람이 다음 검문소에서 진짜 확인서를 다시 내야 했다. 불필요한 절차가 사람들이 보내는 시간을 두 배로 만들고 있었다.
“저 사람들은 세금을 받는 게 아닙니다.” 내가 브란트에게 말했다. “길을 막고 서류가 없다는 불안을 팔고 있어요.”
“무허가 점유라면 철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천막을 치운다고 그들이 낸 돈까지 돌아오진 않습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을 먼저 통과시키죠. 돈은 따로 조사합시다.”
경비대는 일반 통관로를 구분했고 세관은 정상 운송증 발급처를 현장에서 안내했다. 그 작업에 든 시간은 반나절이었다. 해 질 무렵 수레 행렬은 절반으로 줄었다. 사람들이 환호하지는 않았다. 대부분은 너무 지쳐서 집에 가고 싶어 했다. 나는 그게 오히려 정상적인 행정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세무조사관의 영웅담을 들으러 국경에 오지 않는다. 물건을 보내고 집에 돌아가고 싶어서 오는 것이다.
한 수레꾼이 내게 다가와 낡은 영수증을 보여 줬다. 두 달 전 ‘보관갱신료’를 냈다고 적힌 종이였다. 그러나 이름에는 수레꾼이 아니라 그의 죽은 형이 적혀 있었다.
“형 이름으로 되어 있어도 돈을 내면 통과해 주겠다고 했어요.” 그가 말했다.
나는 그 영수증을 바로 위조라고 부르지 않았다. 형이 이전 계약의 당사자였을 가능성도 있었다. 다만 죽은 사람의 이름만으로 현재 수레꾼의 동의를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우리는 피해자에게 영수증 원본을 보관하게 하고 사진과 진술서만 법원 관리하에 수집했다.
“전부 사기입니까?” 그가 물었다.
“그 여부는 아직 조사 중입니다. 하지만 적법한 세관에서 같은 돈을 다시 내라고 하지 않도록 조치하겠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작은 약속이었지만 바로 지킬 수 있는 약속이었다.
다음 날 로웬의 책상에는 국경 운영 보고서가 놓였다. 문제의 보관번호와 상관없는 일반 통관량이 회복됐고 일부 수레가 낮에 추가 통과했다는 기록이었다. 숫자는 적었지만 공포가 아니라 사실을 기준으로 대응한 결과였다. 국왕은 그 자료를 보고 물었다.
“잘못된 보관료도 국가 세입으로 들어온 겁니까?”
“아닙니다. 사적 천막에서 받은 돈은 국고와 구분해야 합니다. 일부 금액은 여전히 어디로 갔는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되찾으면 세입이 되는가?”
“그것도 아닙니다. 돌려줄 피해자가 있으면 그 사람 돈입니다.”
왕은 잠깐 입을 다물었다가 말했다. “나는 도대체 언제 돈이 생기나.”
“돈이 생기는 것보다 돈이 누구 것인지 아는 게 먼저죠.”
“왕이 된 뒤 들어 본 말 중 가장 비싸게 들리는 말이군.”
나는 웃으려다 참았다. 실은 나도 국고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매일 했다. 그러나 공공의 적자를 해결하려고 민간의 피해금을 빼앗는다면 왕실이 불법 보관소와 다를 것이 없었다.
법정에서 돌아오는 길에 네라가 남긴 비공개 진술을 다시 읽었다. 폐기 번호를 재사용할 수 있는 판, 대리 승인 문구를 인쇄한 받침, 부서가 비어 있는 신청서. 서로 맞물릴 수 있었다. 그중 어느 하나도 아직 누가 판을 작동시켰는지 결정하지 못했다. 나는 그 불확실성을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오후 늦게 네라가 보호기관을 통해 비공개로 진술 의사를 밝혔다. 그가 지켰던 인장실에는 폐기 인장의 번호를 재사용할 수 있는 빈 금속판이 있었고, 누군가 판을 빌리려 했다고 한다. 누구였는지는 얼굴을 보지 못했다.
“왜 그때 신고하지 않았습니까?” 내가 물었다.
“제 동생이 그곳에서 일했으니까요. 제가 문제를 일으키면 동생이 쫓겨날 것 같았어요.”
나는 질문을 멈췄다. 신고하지 못한 이유가 범죄의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동시에 그 이유를 듣지 않으면 다음 피해자를 보호할 방법도 찾기 어려웠다.
“지금은 동생이 안전합니까?”
“보호기관에 있습니다.”
“그 사실도 공개 기록에는 적지 않겠습니다.”
네라는 뒤늦게 하나를 기억했다. 판을 빌리러 왔던 사람이 ‘반환일이 없으면 보관료도 끝나지 않는다’고 투덜댔다는 것이다. 그 말은 단순한 하청 직원의 불평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기한을 모르는 상태에서 돈을 청구하고 있었다는 정황과 맞물렸다.
저녁 회계 회의에서 로웬이 물었다. “재확인료 은화 한 닢을 안 받으면 우리 쪽 확인 비용은 어떻게 조달하나?”
“기존의 정상 예산으로 심의해야죠. 사적으로 누군가 만든 청구서를 세입으로 둔갑시킬 수는 없습니다.”
“기존 예산이 없으면?”
“그땐 비용을 공개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면 됩니다. 궁중 연회의 설탕 과자부터 줄이는 걸 추천합니다.”
국왕이 그 말을 듣고 침묵했다. 그가 과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그날 알았다.
서명 없는 보관증을 들고 온 시민이 창구 밖에서 한참 서 있었다. 그는 자신이 장부의 빈칸 때문에 또다시 입증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나는 그의 서류를 맡기 전에 사본을 만들어 주었다. 기록이 없어졌다는 이유로 시민에게 같은 일을 두 번 하게 해선 안 됐다. 국가가 확인하지 못한 것은 국가가 확인해야 한다.
회의가 끝날 때쯤 화재 조사관의 옛 보관 목록이 전달됐다. 종이의 아래쪽에는 ‘임시 종료’라는 표시가 붙어 있었고, 뒤쪽에는 작은 각주가 있었다.
‘반환 대상의 부재만으로 기한을 연장하지 말 것.’
나는 그 문장을 소리 내어 읽었다. 누군가 반환받을 사람을 사망 처리했다는 사실만으로 맡긴 물건을 영원히 독점할 수는 없다는 뜻일 수 있었다.
문제는 마이렌을 비롯한 생존자들을 장부에서 지운 사람이 그 각주를 알고 있었는지였다.
이제 우리는 기한뿐 아니라 **반환받을 사람을 지운 기록**도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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