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 기한을 알아보려고 하자 세 사람에게서 세 가지 답이 나왔다.
왕실 보존고는 ‘점검할 때까지’라고 했고, 군무청은 ‘증인이 출석할 때까지’라고 했다. 제삼 결제소는 ‘권리자가 동의할 때까지’라고 주장했다.
나는 서류 세 장을 나란히 펼쳤다.
“셋 중 하나가 거짓말인 걸까요?” 루카스가 물었다.
“반드시 그렇진 않아. 서로 다른 물건의 다른 기한을 말하는 걸 수도 있지. 하지만 세 문서가 한 물건을 두고 권한을 주장한다면 그때는 확인해야겠지.”
에리카는 보존고 문서에 빨간 줄을 그었다. ‘점검’이라는 말은 삼백 년 전 보관 규칙에도 있었다. 반면 ‘증인 출석’은 삼 년 전 이후 작성된 서식에만 나타났다. ‘권리자 동의’는 제삼 결제소가 최근 제출한 광고 안내문에 반복됐다.
“광고 안내문이 법률은 아니니까요.”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광고 때문에 사람들이 돈을 냈다면 법률이 아니라는 말로 끝낼 수도 없죠.”
우리는 제삼 결제소 임시 기록실의 실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임시 기록실은 거창한 금고가 아니었다. 북문 뒤편의 오래된 우편 분류소 한 칸이었다. 벽에는 곰팡이가 피었고 문 앞에는 ‘왕실 승인 대행’이라고 쓰인 새 천막이 매달려 있었다.
“승인도 대행합니까?” 내가 천막을 가리키며 물었다.
직원이 말했다. “인증서 발급을 대행합니다. 신청이 많아서요.”
“본인이 신청했는지 확인하는 절차는?”
“양식이 잘 갖춰지면 발급합니다.”
“양식을 누가 작성했는지는요?”
그는 대답을 망설였다. 내가 징수관이라는 신분을 밝힌 뒤에야 장부를 내놓았다. 나는 압수부터 하지 않았다. 법원 허가에 적힌 열람 범위는 반송 물품과 관련된 인수증이었다. 다른 고객들의 이름이 보이는 장부는 보호 봉투로 가렸다.
임시 기록실에 들어가기 전 우리는 관리인에게 출입 목적을 두 번 설명했다. 첫 설명은 법원 허가의 범위였고, 두 번째는 그 허가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었다.
“고객 명단 전부를 가져가겠다는 건 아닙니다.” 내가 말했다.
관리인은 물끄러미 나를 보았다. “보통 조사 나온 사람은 먼저 책상 서랍부터 엽니다.”
“그렇게 해서 알아낸 정보는 법정에서 쓸 수 없을 뿐 아니라 무관한 사람의 비밀을 망칠 수도 있어요.”
그가 잠시 고민하더니 보관 장부를 두 권 내왔다. 한 권은 일반 고객의 사적 보관용 물품 장부였고, 다른 한 권은 공동 관리단 반송 물품 대장이었다. 우리는 후자만 펼쳤다. 그런데 반송 물품 대장에도 일반 고객의 이름이 끼어 있었다. 그 이름들이 실제 보관자인지 단순한 운송인인지 구별하지 못한 채 공개하는 건 위험했다.
에리카는 한 칸씩 가림막을 붙였다. 루카스는 자신의 글씨로 번호를 옮겼고 나는 그 번호가 어느 원본의 몇째 줄에서 나왔는지 적었다. 조사가 느려졌다. 세 사람이 한꺼번에 장부를 읽는데도 점심이 다 되어서야 두 쪽을 검토했다.
“이렇게 하다가 200년은 걸리겠는데요?” 루카스가 말했다.
“그 전에 우리의 자녀가 감사를 이어받겠지.”
“제게 자녀가 생기면 다른 직업부터 가르칠 겁니다.”
나는 그를 보며 웃었다. 임금이 세 달 밀렸던 기록실 견습이 이제 후배의 직업을 걱정하는 날이 왔다. 그 변화만으로도 우리 부서가 완전히 망하지는 않았다는 증거 같았다.
첫 대장의 문제는 숫자였다. 한쪽에는 장갑 0호, 다른 쪽에는 장갑 2호가 나왔는데 결재란은 둘 다 동일한 손으로 쓰인 듯 보였다. 티르센은 아직 감정 전이라 단정하지 말라고 했다. 잉크가 같은 것도 확인되지 않았다. 대신 우리는 필압 사진과 원본 보존 신청만 접수했다.
인계 책임자 이름이 두 번이나 달라진 사건에서 필체 하나로 범인을 결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숫자가 바뀐 날짜에 실제 어떤 상자가 오갔는지 확인했다. 한 번은 곡물 창고 화재 직후, 또 한 번은 북쪽 초소 폐쇄 이튿날이었다. 각각 그때 왕국의 어떤 규정이 시행 중이었는지도 달랐다.
브란트 경비대장은 군무청 마차칸을 조사하면서 빈 상자의 수를 세었다. 왕궁 창고에서는 오래된 납작 상자 다섯 개가 발견됐다. 크기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모두 압수할 수는 없었기에 봉인 번호를 대조한 뒤 관련이 있는 것만 보관 조치를 요청했다. 그러자 창고장 한 사람이 갑자기 화를 냈다.
“공무원이 마음먹으면 내 창고 물건이 전부 범죄 증거가 되는 겁니까?”
“그렇게 하려는 게 아닙니다.” 내가 말했다. “해당 반출번호와 연결되지 않은 물건은 장부대로 쓰셔도 됩니다.”
그는 마지못해 물러났다. 나는 그가 화낸 이유를 이해했다. 왕국의 관리들이 오랫동안 백성의 물건을 공무라는 이름으로 마음대로 가져갔다면, 지금 우리가 법원을 앞세워도 사람들은 같은 폭력으로 느낄 것이다.
운송 대장 끝에 붙은 각주가 그날의 중요한 단서였다. '반환 물품이 원래 보관처가 아닌 임시 장소로 옮겨지면 담당자는 이관 이유와 수령자를 모두 서명한다.' 그런데 두 번째 상자에는 이관 이유만 적혀 있었다. '위험물 보전.' 수령자 이름은 비어 있었다. 그 위험이 무엇인지는 명세서에 없었다.
“위험물이면 당연히 숨겨야 하지 않습니까?” 관리인이 물었다.
“위험할수록 안전한 보관경로가 있어야죠. 숨기는 것과 안전하게 관리하는 건 달라요.”
우리는 상자의 실제 위험성을 판단할 수 있는 기술자의 명단도 요청했다. 단순히 종이 상자를 찾는 일이 아닐 수 있었다. 화재 조사 자료를 숨기려고 위험물이라 적었을 수도 있고, 정말로 열면 안 되는 물건일 수도 있었다.
한 장의 운송 전표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기호를 발견했다. 빈 사각형 안에 숫자 둘. 원본 서명칸에는 ‘공동 관리단 장갑 2호’라고 쓰여 있었다.
루카스가 흥분해서 소리쳤다. “두 번째 장갑이네요!”
“사람이 둘이라는 뜻인지, 장갑 한 켤레 중 오른손이라는 뜻인지부터.”
직원이 딱딱하게 대답했다. “계대 번호입니다. 근무자를 교대할 때 장갑 표지를 반납하고 새 담당자가 이어받습니다.”
“담당자 명단은 어디에 있죠?”
“공동 관리단 내부에 있겠죠.”
“임시 기록실에서는 확인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번호만 받아서 적습니다.”
그 말은 도움이 됐다. 인증서 발급 대행소가 개인의 실제 위임장을 확인하지 않고 번호만 접수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 하나로 모든 거래를 무효라 선언할 수는 없었다. 나는 구체적인 분쟁 건의 발급을 잠정 보류하도록 신청서를 작성했다.
마차 보관소에서 돌아오는 길,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누군가 삼 년 전 상자 운송 기록을 찾는다는 소문을 듣고 과거 마차꾼들이 줄지어 자기 번호표를 내민 것이다. 그중 두 사람은 같은 번호표를 가지고 있었다.
“둘 중 하나가 가짜겠네요.” 루카스가 말했다.
“아직은 모르지. 하나가 반납되지 않은 번호표를 다시 발급받았을 수도 있고, 업무가 바뀌면서 번호가 재사용됐을 수도 있어.”
대장을 확인하자 실제로 번호표는 분기마다 회수했다가 다시 발급하는 방식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해에 같은 번호를 받았다. 나는 그 사실을 현장에서 알렸고, 사람들은 지적받을까 봐 눈치를 보던 표정을 조금 풀었다.
“장갑도 이런 식으로 넘어갔을까요?” 에리카가 물었다.
“그 가능성이 더 커졌네요. 하지만 같은 제도였다는 증거는 아니죠.”
우리는 마차 번호표와 장갑 표식의 회수 절차를 나란히 비교했다. 둘 다 공용 물건이었지만 장갑에만 개인 확인 서명이 요구됐다. 그 차이가 우리의 다음 질문을 만들었다. 장갑의 서명란을 누가 지웠을까. 왜 물건만 옮겨도 될 것처럼 만들었을까.
오후에는 군무청의 마차 보관소로 갔다. 아델이 물품 반출 대장을 들고 기다렸다. 반출된 상자 두 개는 크기부터 달랐다. 첫째는 사람이 팔로 안을 만한 긴 원통 상자. 둘째는 납으로 모서리를 덧댄 납작한 나무상자.
“지난번 개봉한 보세창고의 상자는 어떤 것이었죠?” 루카스가 물었다.
“원통이었지. 다만 그 안의 영번 기록봉이 삼 년 전 반출 상자와 동일한 것인지는 봉인 번호를 대조해야 해.”
아델이 고개를 끄덕였다. 운송 대장에는 첫째 상자의 무게만 적혔다. 둘째 상자는 ‘장갑 인계 예정’이라는 글씨 밑으로 수령 무게가 비어 있었다.
“들어온 무게가 없으면 상자를 돌려주지 않았다는 뜻인가요?”
“아니요.” 나는 말했다.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실물이 없었다는 결론은 아직입니다.”
그때 마차꾼 한 명이 모퉁이에서 나왔다. 삼 년 전 북쪽 초소까지 두 번째 상자를 옮겼다는 사람이었다. 그는 장갑을 낀 관리인이 상자를 받아 갔다고 했다. 그러나 얼굴은 떠올리지 못했다. 당시에는 겨울이었고 누구나 장갑을 끼고 있었다.
“옷에 표지가 있었습니까?” 에리카가 물었다.
“흰 실로 동그라미를 꿰맨 가죽 조각을 손목에 달았죠. 주머니 안쪽에서도 비슷한 걸 본 것 같습니다.”
“같은 표지가 누구나 살 수 있는 물건입니까?”
“마차꾼이라면 살 수 있었죠. 손목이 자꾸 찢어져서.”
좋은 증언이었다. 동시에 위험한 증언이었다. 누구나 살 수 있는 표식을 특정 범인의 단서인 것처럼 부풀리면 무고한 마차꾼 수십 명이 의심을 받을 터였다.
보관소 뒤에서 브란트 경비대장이 나를 기다렸다. 그는 마차꾼의 안전을 우려했다. 전날 밤 그의 집으로 ‘상자를 모른다고 말하라’는 쪽지가 들어왔다는 것이다.
“협박인가요?”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발신자가 누군지 모르고, 실제로 위협을 실행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럼 우선 안전을 확보합시다. 진술도 본인 선택에 따라 비공개로 받게 해주세요.”
그날 마차꾼이 집으로 돌아갈 때 브란트가 경호를 붙였다. 나는 그 모습이 어떤 영웅의 전투보다 고마웠다. 왕국을 구한다는 말은 거창했지만, 밤에 증인 한 사람이 무사히 잠드는 일 없이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궁으로 돌아오는 길에 상인들의 수레가 북문 앞에 길게 늘어서 있었다. 제삼 결제소의 대행소 직원이 누군가의 보관증을 제대로 발급하지 못하자 창고에서 화물을 내주지 않은 것이다.
“징수관님이 조사해서 이렇게 된 거래요.” 루카스가 속삭였다.
“그럴 수도 있지. 그러니까 조사 대상과 무관한 화물은 통과시킬 수 있어야 해.”
나는 로웬에게 전화 같은 마법통신을 걸었다. 법원에 긴급으로 특정 번호의 보관증만 효력을 보류하고 정상 물류 증명서는 이전대로 인정하는 분리명령을 요청했다. 저녁 식량이 지연되지 않게 국경 관리가 별도 확인표를 발급할 수 있도록 했다.
왕궁 식탁에 늦게 돌아왔을 때 국왕은 밀가루 한 자루 가격을 보고 있었다.
“왕위가 아니라 밀가루가 날 괴롭히는군.”
“적어도 밀가루는 무게를 잴 수 있습니다, 폐하.”
“아주 적절한 위로다.”
그의 농담에 겨우 웃었을 때, 에리카가 새로운 인수증을 가져왔다. 두 번째 상자의 최초 보관자는 ‘장갑 2호’가 아니었다. 그 번호는 인계 이후 부여됐다. 최초 보관칸에는 더 오래된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장갑 0호. 임시 관리 종료 예정: 화재 조사 종결일.’
화재 조사는 삼 년 전 끝난 적이 없었다. 공식 문서에는 ‘자료 부족으로 잠정 중단’이라고만 남았다.
나는 인수증을 내려놓았다. 누군가가 반환 기한을 영원히 오지 않는 날짜에 매어 놓았을 수도 있었다.
“이제 화재 조사를 끝내는 게 물건을 찾는 일과 같아졌네요.”
에리카가 대답했다. “끝낼 수 있다면요. 끝내지 말아야 이익인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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