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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10화
PAYLUA ORIGINAL · 제10화

10화. 용의 첫 세금 고지서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5,946자

오프라인 책장
마왕. 그 두 글자는 산을 내려오는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전쟁 비용을 빌리게 만든 자가 마왕이라면, 지금까지 좇아온 탈세와 채무는 단순히 부패한 인간 몇 명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 당장 해결할 문제는 따로 있었다. 청동왕관 상단의 채무 8,000금화가 정오에 만기를 맞는다. 기한 안에 갚거나 적법하게 채무를 소멸시키지 못하면 왕국은 조폐권을 잃는다. “우리에게 돈이 있습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아직 없지.” “그럼 어떻게 해요?” “돈 대신 서로의 채권을 계산할 겁니다.” 에리카가 나를 돌아봤다. “상계요?” “가능한 조건부터 확인해야죠. 왕국이 상단에 갚을 돈과 상단이 왕국에 낼 돈이 모두 확정되고 기한이 맞으면, 같은 금액만큼 맞바꿔서 없앨 수 있습니다.” “상단은 자기들이 내야 할 돈이 없다고 할 텐데요.” “그럴 겁니다. 그래서 원본이 필요합니다.” 왕궁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임시 감사원으로 달려갔다. 새벽부터 로웬이 조폐권 계약서를 펼쳐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국왕도 그 옆에 있었다. “카르디온은?” 아델리온이 먼저 물었다. “살아 돌아왔습니다. 용은 청동왕관 상단의 채굴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진술했습니다.” 왕은 안도한 얼굴이었지만 곧 굳어졌다. “증거는?” 나는 금빛 비늘을 내놓았다. 비늘을 따라 고대어 문장이 떠올랐다. 루카스가 번역하자 아델리온은 직접 문장을 확인했다. 용은 자기 이름이 들어간 새 광산 계약을 인정하지 않았고, 오래된 통행 허락만 유효하다고 선언한 것이었다. “그러면 상단의 채굴은 불법인가?” “의심됩니다. 하지만 광산 사용료 채무부터 따져야 합니다. 실제 채굴과 수익은 상단이 얻었습니다. 왕국이 도로와 광산 접근권을 제공한 계약도 살아 있습니다.” 에리카가 준비한 도표를 펼쳤다. 지난 삼 년간 광석 수출 수량과 시장 거래가격을 맞춘 자료였다. 운하에서 확보한 상자에 들어 있던 은괴의 거래증빙도 연결했다. 모든 비용을 공제하기 전의 매출은 48,200금화. 채굴 허가 계약상 사용료는 실제 정산 수익의 30퍼센트였다. “최대 추정액은 9,540금화입니다.” 에리카가 말했다. “다만 일부 비용은 증빙이 없어서 아직 확정할 수 없습니다.” 국왕이 한숨을 쉬었다. “그럼 정오까지 결정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우선 합의 가능한 금액을 확정해야 합니다. 상단이 직접 제출한 결산서에 적힌 순수익만으로도 8,000금화를 넘습니다. 그 숫자를 인정하는지 물을 겁니다.” 로웬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저들이 자기 장부를 인정하겠습니까?” “누구나 자기에게 유리할 때는 장부를 믿죠.” 정오 두 시간 전, 우리는 마르켈을 왕실 회계 법정으로 불렀다. 법정이라고 해봐야 왕실 재판관 한 명과 서기 둘이 앉은 작은 방이었다. 그러나 오래된 회계 분쟁은 이곳에서 처리하도록 법에 남아 있었다. 국왕은 참관했을 뿐 심판석에 앉지 않았다. 마르켈은 여유롭게 들어왔다. 청동 지팡이 끝의 파란 새가 빛났다. “무슨 새로운 숫자로 나를 괴롭히려는 건가?” “상단이 지난 삼 년간 운영한 붉은 절벽 광산의 매출 내역을 확인하겠습니다.” “광산은 카르디온 소유다.” “광산의 소유와 채굴 수익은 다릅니다. 상단이 광석을 팔고 대금을 수령한 사실에는 이의가 없습니까?” 그는 입을 다물었다. 재판관이 직접 물었다. “상단의 결산서가 본인들 작성 문서가 맞습니까?” 마르켈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다만 사용료 책임은 명의자에게 있다.” “명의자는 계약을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금빛 비늘을 내밀었다. 루카스가 고대어 진술을 읽었다. 마르켈의 얼굴에 처음으로 균열이 생겼다. “용이 직접 진술했다고? 그럴 리가…….” “용과 만난 적이 있습니까?” “없다.” “그럼 왜 그가 뭐라고 답할지 확신하셨죠?” 마르켈은 대답하지 않았다. 재판관은 양측의 주장을 들었다. 채굴 수익자와 광산권 명의자가 다르다는 점, 왕실 도로가 실제 사용되었다는 사실, 서면 계약에 사용료 지급 책임이 명시되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 결과 상단이 직접 제출한 회계자료에 나타난 최소 정산 대상에 대해서는 지급의무가 있다는 잠정 결정을 내렸다. 그 밖의 액수와 계약 위조 여부는 계속 심리하기로 했다. “잠정 인정액 8,360금화.” 방 안이 조용해졌다. 8,000금화보다 360금화 많았다. 나는 재판관에게 요청했다. “왕국의 만기 채무와 상단의 확정 채무를 상계할 수 있도록 당사자 합의를 확인해 주십시오.” 마르켈이 지팡이로 바닥을 내리쳤다.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동의가 없으면 상계가 안 되는 조항도 있습니다.” 에리카가 낮게 말했다. “계약을 더 봐야 합니다.” 나는 조폐권 담보 계약서를 펼쳤다. 만기 조항 아래 아주 작은 문장이 있었다. ‘양 당사자가 상대에 대한 확정 금전채권을 보유할 경우, 먼저 도래한 채권은 동일 통화로 대등액 상계할 수 있다.’ “이 문구에 상단 대표님의 서명이 있습니다.” 재판관이 돋보기를 끼고 확인했다. “상계에 관한 사전 합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 채무의 법적 요건을 검토하겠다.” 마르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문구를 부정하지 못했다. 자기들이 쓴 계약서였다. 상대를 옥죄기 위해 만든 세밀한 문장이 거꾸로 자신을 묶었다. 심리가 끝났을 때 정오까지 열 분 남아 있었다. 재판관이 최종 결정을 읽었다. 현재 확인된 8,000금화의 채무는 양측의 채권을 같은 금액으로 상계해 소멸한다. 남은 360금화는 왕실이 추후 청구할 수 있다. 나머지 사용료와 부정 회계 의혹은 별도 절차에서 다룬다.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국가의 빚 8,000금화가 사라졌다. 실제로 국고에 들어온 돈이 아니므로 수입으로 부풀려 적지는 않았다. 다만 조폐권을 빼앗길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기쁘십니까?” 에리카가 물었다. “기쁘죠. 그런데 국고는 아직도 열일곱 닢에 가깝잖아요.” 로웬이 옆에서 웃었다. “그 말을 듣고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이제 우리 둘이군요.” 우리는 함께 웃었다. 잠깐이었다. 아직 끝나지 않은 문제가 많았다. 북문 세관의 36금화는 반환 절차를 밟아야 하고, 운하에서 확보한 은괴도 소유권을 확인해야 했다. 서쪽 성벽 노동자들의 봉급은 여전히 밀렸다. 법정을 나왔을 때 서쪽 성벽 보수대의 사람들이 외정에 모여 있었다. 누군가는 왕국이 정말 파산을 피했는지 물었고, 누군가는 오늘부터 임금을 받을 수 있는지 물었다. 나는 둘을 같은 질문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조폐권이 상단에 넘어가는 일은 막았습니다. 하지만 국고에 새로 8,000금화가 들어온 건 아닙니다. 우리가 갚아야 할 돈과 받을 돈을 맞춰 없앤 겁니다.” “그럼 우리는 여전히 못 받는 겁니까?” 한 병사가 물었다. 목소리에 분노가 섞여 있었다. 나는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지금 바로 전액을 지급할 수 있다고 말하면 거짓말이 됩니다. 대신 회수 절차에 들어간 북문 수납금과 미지급 군량의 재고는 우선 확인하겠습니다. 여러분 임금은 누락되지 않도록 지급 순서와 채무액을 공개하겠습니다.” “공개하면 뭐가 달라지오?” “누구에게 먼저 줬는지 모두가 볼 수 있습니다. 뒤로 돈을 빼돌리기가 어려워지죠.” 그는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곁에 선 사람이 낮게 말했다. “그 말이라도 지켜주시오.” 나는 고개를 숙였다. 공무원의 약속은 멋진 말로 끝나면 안 된다. 다음 날 누가 확인할 수 있는 숫자를 남겨야 한다. 에리카와 루카스는 그 자리에서 미지급 명단 접수대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이름과 일한 날짜, 지금까지 실제로 받은 돈을 기록했다. 글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루카스가 하나씩 읽어줬다. 잘못 적혔다고 하면 지우지 않고 정정선과 날짜를 남겼다. 로웬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내게 물었다. “이제 국왕께 더 많은 세금을 걷자고 건의하겠습니까?” “그 전에 더 많은 돈이 어디에서 새고 있는지 확인하자고 하겠습니다.” “세율을 올리는 것보다 오래 걸리겠군요.” “그렇죠. 그러나 이번에 배운 게 있잖습니까. 받기로 한 돈조차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세율을 올리면 빠져나가는 돈만 늘 수도 있어요.” 로웬은 입술을 다물었다가 천천히 웃었다. “국고 열일곱 닢을 보고도 도망가지 않은 사람을 내가 과소평가했군.” “저도 도망칠 길을 알았으면 고민했을 겁니다.” 우리는 웃었다. 그러다 루카스가 내게 수납 원장을 보여주었다. 첫 장의 국고 현금 잔액은 아직도 초라했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새 항목이 생겨 있었다. ‘상계로 소멸한 채무 8,000금화.’ ‘추후 정산할 사용료 채권 360금화.’ ‘보전 중인 북문 통행세 36금화.’ 나는 그 세 항목을 확인했다. 서로 성격이 다른 돈을 같은 수입란에 합쳐 놓지 않은 게 마음에 들었다. 소년이 물었다. “이렇게 적는 게 맞죠?” “아주 잘했어. 돈은 숫자만 맞는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 지금 쓸 수 있는지, 나중에 받을 돈인지, 갚을 돈을 줄인 건지도 구분해야 해.” 루카스는 활짝 웃었다. 내가 왕국에서 본 것 중 가장 확실한 성과였다. 법정 밖에는 마르켈이 서 있었다. 그는 나를 지나치며 낮게 말했다. “이겼다고 생각하나? 네가 없앤 건 내 채권 한 장뿐이다.” “그러니까 다음 장부도 열어볼 겁니다.” “넌 네가 누구를 적으로 돌렸는지 몰라.” “세금을 내야 하는 사람이 많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가 사라지자 브란트 대장이 다가왔다. 북문에서 도난당한 반지가 공식 증거로 회수됐고, 군무청이 감사 방해 금지 명령을 받았다고 보고했다. 조금씩 정상이 돌아오는 듯했다. 나는 왕궁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는 의외의 손님을 발견했다. 인간의 모습이지만 눈동자는 황금빛이었다. 검붉은 머리카락에 여행자 외투를 입은 남자가 내게 손을 흔들었다. “강태준.” 목소리를 듣는 순간 알아차렸다. 카르디온이었다. “왕궁에 오시면 안 된다고 했잖습니까.” “왕궁에 온 게 아니다. 이 길에서 물건을 팔았다.” 그는 작은 주머니를 내밀었다. 주머니에는 왕국 상인의 정식 영수증과 금화 몇 닢이 있었다. 상인에게 자신의 오래된 비늘 하나를 팔았다는 거래 명세였다. “내가 이곳에서 물건을 팔았으니 내야 할 돈이 있겠지. 얼마냐?” 나는 영수증을 확인했다. 왕국 내 상인에게 직접 판매한 거래로, 조세법에 따라 판매자가 납부해야 하는 거래세가 적용됐다. 왕국에서는 금화 한 닢을 은화 열 닢으로 계산한다. 거래금액은 74금화, 세율은 10퍼센트. 법률에 정해진 분할 납부와 최소 화폐 단위 반올림 규정에 따라 이번에 납부할 액수를 계산했다. “7금화 4은화입니다.” 카르디온이 코웃음을 쳤다. “그 정도밖에 안 되느냐?” “실제 거래에 대한 세금만 걷으니까요. 동굴에 있는 남의 금까지 세금에 넣지는 않습니다.” 그는 금화 일곱 개와 은화 네 개를 책상에 올렸다. 루카스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수납증을 작성했다. 에리카는 상인의 영수증 번호와 판매 일자를 꼼꼼히 확인했다. 나는 왕실 징수관 명의의 첫 번째 용족 세금 고지서에 서명했다. 납세자: 카르디온. 과세 근거: 왕국 내 재화 판매. 납부세액: 금화 7닢, 은화 4닢. 수납 상태: 납부 완료. 용이 고지서를 받아 들었다. 손톱으로 종이를 만지자 구석에 작은 검은 자국이 생겼다. “이게 내 이름으로 된 인간의 기록인가?” “그렇습니다.” “그럼 하나 부탁하지. 영수증에 내 이름을 정확히 써라. 도둑이 아니라 내가 직접 낸 것이라고.” “물론입니다.” 카르디온은 만족한 듯 돌아섰다. 그러다가 문득 걸음을 멈췄다. “인간. 마왕도 이런 걸 내느냐?” “왕국에서 거래하면 법에 따라 내야겠죠.” 용이 웃었다. “그렇다면 그자를 찾아가 봐라. 삼백 년 동안 인간 왕국에서 물건을 사들이면서 한 번도 세금을 낸 적이 없으니.” 내 손목의 저울 무늬가 갑자기 뜨거워졌다. [신규 조사 가능 대상 발견] [납세 의무자: 마왕 아자르켄] [거래 기록: 300년] [확인된 납부 기록: 없음] [미납 여부 및 과세권 검토 필요] 나는 고지서철을 천천히 덮었다. 첫 번째 드래곤 세금 고지서는 무사히 처리했다. 그런데 두 번째 고객의 규모가 조금 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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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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