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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99화
PAYLUA ORIGINAL · 제99화

99화. 기록되지 않은 책임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842자

오프라인 책장
오전 아홉 시, 정민규 순경은 자신의 실수 목록을 새로 만들었다. 나는 그 사실을 오선영에게 들었다. ‘첫 연락처 확인 시 회사 통지 경로를 검토하지 못함. 외부 회신 첨부자료 가림 범위 재확인 미흡. 정정 공문의 수신 확인 누락.’ 세 문장이었다. 1월 29일 금요일. 눈이 내릴 듯 흐린 아침, 나는 그 목록을 보고 웃지 못했다. 과거의 민규는 그런 문장을 적는 것만으로도 수사를 망친 사람이 되는 것 같아 두려워했다고 했다. 지금은 누가 그 잘못을 이용했는지와 별개로, 자신의 잘못을 기록해야 피해가 반복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선배. 저 사람은 이제 잘못을 인정하는 게 습관이 됐겠네요.” “그렇다고 면책되는 건 아니야.”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자기만 탓하다가 수사를 못 하는 건 막아야지. 실수한 사람이 다시 제대로 일할 기회를 가져야 다른 피해도 줄어들어.” 오선영은 그 말을 하고 정식 진술 확인 일정으로 나갔다. 오전 열 시, 고태원에게서 서면이 도착했다. 직접 보낸 것이 아니라 변호인의 검토를 거친 자료의 공개 가능한 부분이었다. 2025년 8월 25일 정산 담당자가 병가를 내고, 정산관리실에 검토 공백이 생겼다는 내용이었다. 태원은 마감 현황표에 ‘진행 중’이라고 적었지만 담당자가 비어 있다는 사실은 적지 않았다. 그는 당시 마감 지연을 보고하면 자신에게 책임이 돌아올까 두려웠다고 썼다. 그리고 누구도 보고서의 한 줄을 그렇게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고 했다. 나는 그 문장을 두 번 읽었다. 게으름이라기보다 두려움이 섞인 방치였다. 그러나 결과는 같았다. 책임자가 없는 상태에서도 시스템에는 ‘검토 진행 중’이라는 말이 남았다. 나는 선영에게 서면의 의미를 물었다. “누군가 그 문장을 보고 경고 수준을 낮추자고 요구했을 수 있습니까?” “그럴 수 있어. 실제 요청서의 문구와 연결되는지 확인하고 있어.” “태원에게는 무엇을 물어야 합니까?” “우리가 묻고 있으니까 너는 묻지 마. 그때 자기가 본 것과 나중에 들은 걸 구분하게 해야 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사팀이 있는 사건에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행동이 때로는 말을 아끼는 것이라는 사실이 아직도 낯설었다. 정오에 한유리 기자가 연락했다. 자신의 정정 기사에 달린 댓글 중 하나가 눈에 걸린다고 했다. “‘열한 번째 칸은 금지가 아니라 권고였음’이라고 쓰여 있어요. 작성자는 이름이 없고요.” “왜 걸립니까?” “기사에는 8월 25일 경고 수준 변경을 언급하지 않았거든요. 구형 알림 문제만 다뤘어요.” “그 내용을 아는 다른 사람이 썼을 수도 있습니다.” “맞아요. 그런데 댓글이 제 기사에 붙기 전, 회사 직원 대상 게시판에도 같은 문장이 올라왔대요.” 나는 시선을 들었다. “그쪽은 누가 확인했습니까?” “당사자 하나가 제보했어요. 원본은 경찰에 제출하라고 했어요.” 유리의 목소리가 조금 가벼워졌다. 누군가 흥미로운 제보를 받자마자 기사로 쓰지 않았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자랑스러운 듯했다. 나는 그 판단이 옳았다고 말했다. 다만 제보자의 안전과 자료 보존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후 두 시, 오선영에게서 소식이 왔다. “경고 수준 변경 요청서의 사유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나왔어. ‘월말 정산 마감 지연 방지’라는 문구는 당시 업무 표준 사유에서 고를 수 있는 항목 중 하나였대.” “그럼 누군가 특별한 이유를 적은 건 아니군요.” “그럴 수도 있어. 그런데 그 항목을 선택한 행위는 기록에 남았어. 자동으로 선택됐는지 사람이 골랐는지 확인 중이고.” 나는 이상하게 허탈했다. 무언가 거대한 동기가 드러난 줄 알았는데, 실상은 흔한 드롭다운 항목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항목 하나가 다른 사람의 명의에 남길 결과는 결코 흔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누구든 같은 이유로 경고를 낮출 수 있었습니까?” “권한이 있으면 가능했겠지. 다만 권한이 있다고 적법하거나 적절한 건 아니야.” “누가 승인했습니까?” “승인 경로는 확인됐지만 실제 사람이 누군지는 더 봐야 해.” 또 같은 대답이었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조급해하지 않았다. 오후 세 시, 임소율은 자신의 신고 정정이 실제 수신자들에게 전달됐다는 확인서를 받았다. 기존 월간 보고서에서 철회로 표시됐다는 오류가 인정됐고, 관련 부서가 사용 중단 조치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녀는 기뻐하면서도 물었다. “이제 제가 잘못했다고 적힌 돈도 없어지는 건가요?” “그건 별도 정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신고 상태와 비용 귀속은 다른 절차입니다.” “알아요. 요즘은 저도 구분할 수 있어요.” 그녀는 잠시 침묵했다. “그런데요, 그날 제가 신고할 때 누가 ‘잠깐만 기다리면 알아서 정리된다’고 했는지 기억나요.” “누구였습니까?” “이름은 확실해요. 다만 제가 그때 무슨 말을 들었는지 그대로 기억하는지 자신이 없어요.” 나는 그녀가 이름을 먼저 말하지 않도록 했다. 경찰에 독립적으로 진술하고, 당시 문자나 메모가 남아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내 귀를 통해 들은 이름은 내가 이미 의심하는 사람의 얼굴을 덮어씌울 수 있었다. 그녀는 처음에는 답답해했지만 곧 이해했다. “제가 직접 말해야 하는 거죠. 남이 제 말을 대신 적는 게 아니라.” “맞습니다.” 오후 다섯 시, 새 회사에서 박혜림에게 연락이 왔다. 채용 여부가 아니라 최종 검토가 끝났다는 안내였다. 혜림은 ‘확인 완료’라는 단어를 다시 봤지만 이번에는 구체적인 제출 서류 목록과 담당자의 이름까지 받아뒀다고 했다. 아직 삶이 제자리로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녀는 자기 이름으로 문의하고 확인하는 방식을 되찾고 있었다. 저녁 여섯 시가 넘어 이경섭에게서 문자 하나가 왔다. 제출한 사본이 조작본이라는 소문 때문에 가족들이 불안해한다고 했다. 그는 경찰에 보관 경위와 실물 자료를 모두 설명했고, 아직 자신이 작성자가 아니라는 사실조차 확정적으로 증명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나는 그가 제출한 자료의 출처를 밖에서 대신 보증하지 않았다. 다만 경찰이 출력 특징과 제출 경위를 독립적으로 확인하고 있다는 사실만 설명했다. 그러자 경섭은 “그럼 제가 할 건 다 한 거네요”라고 답했다. 나는 그렇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정확하게는 달랐다. 그에게도 추후 확인에 협조할 일이 남을 수 있다. 그래도 더 이상 익명 글 하나하나에 반박해야 할 의무까지 떠맡길 이유는 없었다. 밤 아홉 시, 오선영이 전화를 걸었다. “진혁아. 네가 첫 사건에서 보낸 이메일 원본, 아직 있지?” “있습니다.” “11월 2일에 받은 미래 사건기록 말이야. 그때 원본하고 이후 수정본 모두.” “보관하고 있습니다.” “그걸 다시 볼 이유가 생겼어.” 나는 책상에서 외장 저장장치를 꺼냈다. 메일을 받을 때부터 원본을 따로 저장해두길 잘했다. 바로 수사팀에 넘긴 사본과 내 보관본을 비교할 수 있었다. “왜요?” “수정본이 9시 16분에 왔잖아. 공식 보고보다 빨랐고. 그 시각이 처음 사건 예고의 정확도를 증명한다고 생각했지.” “네.” “그때 현장 인력들이 쓴 사설 연락망에 남은 첫 메시지의 시간 표시가 서로 다르다는 진술이 있어.” 나는 손을 멈췄다. “동일한 메시지가 서로 다른 시간으로 보인다는 겁니까?” “그럴 가능성이 있어. 기기의 시간 설정 차이일 수도 있고, 서버 저장 시각과 화면 표시 시각의 차이일 수도 있어.” “그럼 9시 16분 이메일이 최초 보고보다 빨랐다는 판단도 달라질 수 있겠네요.” “시간표를 다시 짜야 해. 어쩌면 우리가 처음부터 비교 대상을 잘못 놓았을 수도 있어.” 나는 단말의 시간을 확인하고 마지막 문장을 적었다. ‘정보가 퍼진 시각’과 ‘문서에 찍힌 시각’은 같지 않을 수 있다. 그 차이를 모르는 사람은 미래를 안다고 믿고, 아는 사람은 미래를 아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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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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