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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96화
PAYLUA ORIGINAL · 제96화

96화. 누가 타지 않았는가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754자

오프라인 책장
배정우의 자동차 열쇠는 두 개였다. 하나는 그의 집에서 발견됐다. 다른 하나는 유족 배은정이 보관하고 있었다. 이것은 1월 26일 화요일에 갑자기 발견된 사실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수사팀이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달라진 건 유족이 두 열쇠를 언제 누구에게 맡겼는지 기록한 수첩을 제출했다는 점이었다. 오선영은 내게 전화로 말했다. “유족의 말과 차량 이용 기록을 대조할 수 있는 단서가 나왔어. 다만 내용은 수사 중이라 자세히 말 못 해.” “그럼 11월 3일 저녁 원효로에서 차를 몰았던 사람을 알 수 있습니까?” “아직. 차가 움직였다고 운전자를 특정할 수는 없어.” 나는 그 대답을 예상했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우리는 두 달 동안 배정우가 직접 차량을 몰고 현장에 갔다고 생각했다가, 그 생각을 버렸고, 다시 확인했다. 근거 없이 확신하는 데 쓰던 시간을 이제야 제대로 줄이는 중이었다. 오전 열한 시, 배은정에게서 직접 연락이 왔다. 그녀는 내가 동생에 관한 정보를 더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정우가 죽기 전에 누굴 만나기로 했다는 건 사실인가요?” “일정표에 적힌 약속은 확인됐지만, 실제로 누구와 만났는지는 조사 중입니다.” “지난번엔 취소했다고 했잖아요.” “취소 안내가 전달됐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배정우 씨가 그걸 읽었는지와 실제 행동은 별개입니다.” 그녀가 크게 숨을 쉬었다. “죽은 사람한테는 자꾸 뭐가 별개래요. 제가 아는 건 정우가 그날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는 것뿐인데.” 나는 사과했다. 틀린 말을 해서가 아니라 그 말을 들을 사람이 어떤 마음인지 잠시 잊어서였다. “저도 동생분이 그날 어디 있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다만 확인되지 않은 말을 말씀드렸다가 나중에 더 큰 상처가 될까 두렵습니다.” 그녀는 한참 있다가 말했다. “그럼 확실해지면 알려줘요. 모른다면 모른다고 해도 돼요.” 그 말이 오히려 나를 더 무겁게 했다. 점심 무렵 나는 배정우 사건과 관련된 시간표를 다시 정리했다. 2026년 11월 3일 오후 5시 52분 회의 관련 경고창. 5시 56분 약속 취소 전달. 6시 41분 원효로 인근의 차량 주차 기록. 오후 9시 15분 시신 발견. 9시 16분 수정 이메일. 9시 17분 경찰 첫 보고. 각각 확인된 것과 확인되지 않은 것을 표시했다. 경고창이 누구에게 떴는지, 취소 안내를 배정우가 실제로 읽었는지, 주차 차량의 운전자가 누구인지, 사망의 구체적 시각은 여전히 빈칸이었다. 그날 오후, 내가 관찰할 수 있는 범위에 있는 구식 주차요금 정산 체계를 확인하러 갔다. 현장 관리자는 수사팀이 이미 정식으로 문의한 자료 외에는 줄 수 없다고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 같으면 ‘도와달라’는 말로 자료를 더 끌어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받아낸 정보는 나중에 누가 언제 무엇을 확인했는지 더 흐릿하게 만들 수 있었다. “딱 하나만 묻겠습니다. 지난달에도 기계 시간이 어긋난 적이 있습니까?” 관리자는 난감해했다. “그것도 회사에 문의하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나는 돌아섰다. 실패가 아니라 지켜야 하는 선이었다. 돌아오는 길, 한유리에게 문자가 왔다. ‘배정우 유족을 공격한 가짜 감정 통지서 게시물, 원본 대신 수정된 캡처가 다시 퍼집니다. 기사로 정정 중.’ 그녀는 누가 처음 올렸는지 단정하지 않았다. 대신 가짜 통지서에 있는 ‘사망 원인 확정’ 문구가 정식 발표와 다르다는 점을 설명하겠다고 했다. 사람들이 사실이라고 믿는 걸 막기 위한 기사였다.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예상하지 못한 방문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김동식이었다. 원효로 건물의 야간 경비원. 그는 모자를 두 손으로 쥐고 서 있었다. “조사관님, 잠깐만요.” “경찰에는 말씀하셨습니까?” “했어요. 그런데 제가 한 말을 자꾸 다르게 쓰는 사람이 있어요.” 나는 그를 사무실로 들이기 전에 방문 목적과 시간을 기록했다. 정식으로 경찰에 진술할 내용이면 경찰에게 다시 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돈 받은 건 맞아요. 그건 안 바뀌어요.” “네.” “근데 사람들이 그 돈 받고 사람 죽이는 차를 들여보냈다잖아요.” “그렇게 확인된 건 없습니다.” 그가 입술을 깨물었다. “저는 출입 기록만 안 쓰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잘못한 건 알아요. 그런데 제가 본 차가 없는데 어떻게 차를 들여보내요?” 그 말에 나는 펜을 멈췄다. “그 시간에 차를 한 대도 못 봤습니까?” “제가 기억하는 건 그래요. 경찰한테도 말했어요. 돈 준 사람은 차를 가져오지도 않았고요.” 그는 무언가를 더 말하려다가 멈췄다. “왜요?” “그날 출입구 옆에 빈 상자가 하나 있었어요. 노란 딱지가 붙어 있었는데, 다음 날엔 없더라고요.” 나는 C-12라는 글자가 적힌 노란 조각을 떠올렸다. 하지만 상자에 붙은 딱지와 사진 속 조각이 같다고 생각할 근거는 없었다. “상자에 어떤 글씨가 있었는지 기억합니까?” “잘 모르겠어요. 이제 와서는 사진을 본 기억이랑 섞여서요.” 그는 솔직했다. 그가 그날 진짜 봤던 것과 나중에 본 사진을 구별하기 어려워한다는 점이 오히려 중요했다. 나는 유도 질문을 하지 않았다. “그 사실은 경찰에 언제 말씀하셨습니까?” “오늘 아침요.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고도 말했어요.” 그는 잠시 머뭇거렸다. “저 그 돈 다시 돌려놓으면 없던 일이 될 줄 알았어요.” “돈을 돌려주는 것으로 기록을 생략한 사실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알아요. 이제는 알아요.” 그의 어깨가 내려갔다. 나는 그를 범인이라고 몰아붙일 수 없었지만, 잘못을 없던 일처럼 말할 수도 없었다. 작은 뇌물은 실제로 있었다. 범인이 그 틈을 이용했는지는 아직 확인해야 한다. 김동식은 돌아가기 전 문 앞에서 한 번 더 멈췄다. “우리 딸이 기사를 봤어요. 아빠가 사람을 죽였냐고 묻더라고요.” 그는 그 질문에 자신이 돈을 받았다는 사실부터 말했다고 했다. 아이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으려던 마음이 그를 경찰서로 다시 오게 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김동식이 자책하고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덜어주지 않았다. 그러나 딸의 질문을 이용해 그가 보지 못한 차량을 봤다고 말하게 만들 생각도 없었다. “직접 보신 것만 말씀하셔야 합니다. 그게 자신을 지키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저녁 여섯 시, 오선영에게 김동식 방문 사실과 그가 말한 내용을 전달했다. 선영은 이미 같은 진술을 확보했으며, 오늘 추가된 기억은 독립 증거가 될 수 있는지 따져보겠다고 했다. “그 사람을 어떻게 봤어?” 그녀가 물었다. “겁에 질린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그게 사실을 말한다는 뜻은 아니지.”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가 저지른 잘못과 그에게 덧씌워진 범죄는 분리해야 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더는 아무 말도 보태지 않았다. 밤늦게, 배은정이 내게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동생이 11월 3일에 차 열쇠를 누구에게 맡겼는지 적힌 수첩 원본을 경찰에 제출했습니다.’ 나는 답장을 보내지 못했다. 사건을 추적하는 나보다 유족이 오랫동안 붙들고 있는 물건의 무게가 더 크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날 익명 메일 대신 낯선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 ‘차가 어디 있었는지는 물으셨군요. 그 차에 누가 타지 않았는지도 물어보세요.’ 나는 문장을 저장했다. 처음으로 상대의 말이 내가 이미 정리해 둔 빈칸과 조금 달랐다. 누가 탔는지가 아니라, 누가 타지 않았는가. 그 질문이 왜 필요한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그 차가 움직였다고 생각하며 동시에 배정우가 운전했다고 가정했던 날들을 떠올렸다. 사람 한 명의 부재도 사실을 확인한 뒤에야 증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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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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