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8일 월요일, 나는 내 사무실 우편함에서 두 통의 편지를 꺼냈다. 하나는 광고 전단지였고, 다른 하나는 임소율이 보내온 정정 공문 사본이었다.
정정 공문에는 회사가 2025년 8월 22일 접수된 신고를 임소율 본인의 의사에 따른 철회로 표시했던 기존 안내를 정정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아직 모든 외부 기관에 전달됐다는 증거는 없었다. 그러나 회사는 적어도 이제 ‘철회’라는 단어를 그대로 반복할 수 없게 됐다.
내가 오선영에게 그 사실을 알리자 그녀는 예상보다 담담했다.
“그 기록은 형사사건과 별개로 정정될 수 있었어. 늦었지만 잘된 거지.”
“누가 잘못 입력했는지도 계속 확인합니까?”
“그래. 다만 프로그램 연동표가 잘못된 문제와 신고자에게 누가 의도적으로 책임을 떠넘긴 문제는 같은 결론으로 묶지 않을 거야.”
나는 선영의 말을 다시 적었다. 이 사건에서 우리의 성과가 늘 체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의 서류 한 줄이 정확해지는 일도 성과였다. 그러나 그 정정이 범행을 덮는 구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점심을 먹고 돌아오니 한유리가 사무실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오늘따라 평소보다 말수가 적었다.
“기사가 하나 나갔어요.”
“어떤 기사요?”
“제가 쓴 건 아니에요. 한 온라인 매체에서 어제 배정우 사건에 관한 가짜 통지서를 근거로 제목을 달았어요.”
나는 그 기사를 열었다. 단정적인 제목 아래에는 ‘관계자에 따르면’이라는 표현이 반복됐다. 관계자가 누구인지, 무엇을 직접 확인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독자가 읽으면 배정우의 죽음에 대한 의혹이 이미 정리된 것처럼 느낄 수 있는 문장이었다.
“유족이 반박했습니까?”
“그런 요청이 왔는데 아직 보도한 매체가 답을 안 했대요.”
나는 화가 났다. 정정될 수 있는 기사는 정정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첫 번째 제목은 이미 사람들 머릿속에 남는다. 배은정은 또 동생의 이름을 검색하게 될 것이다.
유리는 나를 보며 말했다. “제가 이걸 반박하면 제 기사도 결국 소문을 키우는 걸까요?”
“그건 기자가 판단해야 합니다.”
“편하네요. 당신은 언제나 판단을 남한테 돌려요.”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제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사실관계입니다. 제 일처럼 대신 결정할 수는 없지만, 확인된 자료라면 전달하겠습니다.”
유리는 한참 나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필요했어요.”
그녀는 독립적인 확인 결과를 모아 보도하겠다고 했다. 나에 관한 기사가 나오더라도 먼저 상의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나는 그 말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오후 네 시, 정민규 순경이 수사팀을 통해 또 하나의 사실을 확인했다. 어제 허위 감정 결과 통지서에 쓰인 서식 번호 중 일부가 실제 기관의 공개 민원 양식과 같았다. 비밀 문서가 유출돼야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경찰 내부 공모를 주장하는 단서를 하나 줄일 수 있었다.
“상대가 우리를 자꾸 경찰 내부로 끌고 가는 것 같습니다.” 내가 말하자 선영이 대답했다.
“상대가 그런 의도를 가졌다는 증거가 있는 건 아니야. 다만 내부 유출로 단정할 수 없다는 건 맞아.”
그 말을 들으며 나는 내 주장을 다시 고쳤다. 범인이 의도했다고 단정하기 전에, 범인이 이용할 수 있었던 효과를 먼저 적는다. 이 순서만 바꿔도 누군가의 이름이 억울하게 보고서에 남을 가능성이 줄어든다.
그날 저녁 박혜림에게서 전화가 왔다. 채용 담당자가 추가 서류를 검토한 뒤 면접 일정을 다시 잡겠다고 했다는 소식이었다. 아직 채용된 것은 아니었다. 혜림은 내게 그 사실을 분명히 강조했다.
“사람들이 저한테 일이 잘 풀렸다고 말할까 봐 미리 말씀드려요. 돈도 많이 썼고, 그동안 일도 못 했어요. 아직 다시 시작하는 중이에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면접은 가볼 겁니다. 이번엔 누가 대신 ‘동의했다’고 쓰기 전에 제가 먼저 대답할래요.”
나는 그 말을 듣고 웃었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승리는 상대가 시킨 일을 하지 않은 사람의 기록뿐 아니라, 스스로 하겠다고 선택한 사람의 말에도 있었다.
이경섭이 오기 두 시간 전, 온새문서지원에서 발송한 공식 안내가 내게 도착했다. 1월 12일 오전 9시 16분 전송된 완료 문구는 ‘출고 예약 접수 완료’로 정정됐고, 시스템의 다른 대상자에게도 같은 문구 오류가 있을 수 있으므로 전수 점검을 진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그 안내에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대신 내 개인 기록에는 실제로 받은 날짜와 문서번호를 적었다. 그리고 종이에 작게 ‘인수 완료 아님’이라고 덧붙였다. 이제 문서 두 장을 나란히 놓으면 어떤 문구가 잘못됐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오선영은 이 정정을 단순한 회사의 선의로만 보지 않았다. 누군가가 그 기능을 알고 이용했다면 그 사실은 여전히 조사해야 했다. 하지만 취약한 문구가 고쳐졌다는 성과도 별도로 남겼다. 잘못을 고쳐도 형사사건이 끝나지 않는다는 말과 형사사건이 끝나지 않았으니 잘못을 고칠 필요가 없다는 말은 정반대였다.
오후 일곱 시, 배은정의 가짜 감정 통지서가 일부 온라인 게시물에서 다시 돌기 시작했다. 누군가 ‘경찰이 숨긴 내용’이라고 제목을 붙였다. 몇몇 사람은 유족이 왜 입장을 밝히지 않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 질문에 분노했다. 가족은 동생의 사망 기록을 세상에 해명할 의무가 없었다.
한유리는 그날 저녁 공식 감정기관과 유족 측 확인 범위가 다른 데 대해 짧은 반박 기사를 냈다. 그녀는 원본이 아니라 위조 가능성이 있는 문서가 돌고 있으며 공식 발송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적었다. 배은정의 개인적인 감정이나 가족의 사정은 실리지 않았다.
이후 처음 기사를 쓴 온라인 매체에서 제목을 수정했다는 소식이 왔다. 수정이 이미 퍼진 문장을 다 거둬들이지는 못했다. 그래도 오늘 처음 기사를 보는 사람은 더 이상 거짓 확정을 사실처럼 읽지 않을 수 있었다.
나는 오후 여덟 시에 수첩을 펼쳤다. 누군가의 공포를 자극해 예정된 반응을 끌어내는 시도가 번번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었다. 배은정은 확인했고, 한유리는 출처를 물었으며, 정민규는 자신이 놓쳤던 수신처를 다시 찾아냈다. 상대가 사람의 게으름과 욕심을 계산할 수 있다면, 우리는 사람이 배우고 달라질 가능성도 계산에 넣어야 했다.
그때 문 밖에서 우산을 접는 소리가 났다.
나는 우편함에 넣어둔 정정 공문 사본을 서랍에 보관했다. 임소율이 허락한 범위 밖으로 전달될 일이 없도록 봉투에도 접수 날짜만 썼다. 이제 이 서류는 사건의 장식이 아니라 다음 연락을 받을 때마다 그녀가 자신의 의사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됐다.
밤 아홉 시, 사무실에 낯선 방문자가 왔다. 중년의 남자였다. 회색 우산을 접어 손에 쥐고 있었다.
“서진혁 조사관님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누구신가요?”
“전직 문서보관 담당자입니다. 정확히는 그 회사와 계약했던 업체에서 일했어요.”
그는 명함을 내밀었다. 이름은 이경섭. 며칠 전 보관자 목록에서 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그러나 그 기록의 이경섭과 내 앞에 선 남자가 동일인인지도 확인해야 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누가 서명했는지 찾으시죠?”
나는 답하지 않았다.
남자는 우산의 물기를 닦더니 작은 종이봉투를 내놓았다.
“서명한 사람이 아니라, 서명을 하지 말라고 한 사람을 찾으셔야 합니다.”
나는 봉투에 손대지 않았다. 방문 목적과 전달 자료의 성격을 먼저 확인했고, 필요한 경우 경찰에 정식으로 제출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남자는 잠시 망설였다.
“저도 그래서 왔습니다. 혼자 들고 있기 무서워서요.”
그 말은 처음으로 익명 메일이 아닌 실제 사람의 입에서 나왔다.
제89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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