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88화
PAYLUA ORIGINAL · 제88화

88화. 차를 본 사람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673자

오프라인 책장
배정우의 누나 배은정은 동생이 남긴 차를 팔지 못했다. 1월 17일 일요일, 나는 그녀와 직접 만나지 않았다. 대신 오선영이 허락한 범위에서 배정우 차량의 이동 기록이 추가로 확인됐다는 설명을 들었다. 유족이 원하지 않는 만남을 사건의 단서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강요하지 않기로 했다. “11월 3일 오후 여섯 시 사십일 분 원효로 주차 기록이 있었지.” “네. 차가 있었지만 누가 운전했는지는 몰랐습니다.” “차량 이용료가 다른 날 것과 묶여서 결제된 내역이 나왔어.” “그럼 운전자 신원을 알 수 있습니까?” “아니. 결제 계정의 이름과 실물 운전자는 달라질 수 있어. 다만 차를 대여하거나 대신 맡겼을 가능성을 수사팀이 확인 중이야.” 나는 처음부터 배정우의 차량 기록을 살인사건 예고와 연결하고 싶어 했다. 취소됐다는 만남 시각과 차량의 주차 시각이 모순되면 그는 몰래 현장에 왔다고 생각하기 쉬웠다. 그런데 차만 움직였을 수도 있다. 가장 평범한 사실 하나가 익명 발신자가 만든 이야기를 흔들었다. “배은정 씨는 무엇을 알고 있습니까?” “차 열쇠가 두 개였다는 사실을 말했어. 하나는 동생 집에서 찾았고, 다른 하나는 어디에 있었는지 아직 몰라.” “그럼 제삼자가 사용했을 수 있겠네요.” “가능성이지. 분실했을 수도 있고. 그 가능성만으로 사람을 쫓지 마.” 그날 오후 배은정에게 가짜 감정 결과 통지서가 도착했다. 나는 상세 내용을 보여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오선영이 설명한 건 봉투 겉면과 수신 경로에서 확인 가능한 부분뿐이었다. 경찰이나 감정기관의 공식 양식을 흉내 낸 문서였고, 발신처를 직접 확인하자 실제 발송 기록이 없었다고 한다. “문서에는 뭐라고 적혀 있었습니까?” “확인되지 않은 사망 경위를 단정하는 표현이 있었어. 유족이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고.” 나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누군가 배정우가 죽은 사건을 이용해 그의 가족에게 또 다른 거짓 확정을 만들고 있었다. 사실이 아닌 내용을 확정 판정처럼 보여주면 유족이 다른 사람을 원망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 원망이 다시 경찰로 향할 수도 있었다. “누가 보냈는지 찾았습니까?” “발송 경로를 확인 중이야. 그래서 네게 미리 말하는 거야. 이 문서를 근거로 새 가설을 만들지 마.”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새 가설이 이미 자라고 있었다. 익명 발신자와 허위 감정 결과 통지서의 작성자는 같은 사람일까. 아니면 익명 사건기록을 보고 다른 누군가가 흉내 낸 걸까. 어느 쪽이든 일시적으로는 적에게 유리했다. 유족은 다시 흔들렸고 수사팀은 진짜 기록과 가짜 문서를 구분하느라 시간을 써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배은정은 통지서를 읽고 곧바로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누나가 동생의 마지막을 확인하기 위해 연락한 곳은 오선영이 미리 알려둔 공식 담당 창구였다. 그 덕분에 거짓 통지서가 기사나 온라인 게시글로 퍼지기 전에 공식 발송 여부부터 확인됐다. 누군가의 공포를 자극해 반응을 유도하려던 시도는 적어도 그날에는 실패했다. 오선영이 말했다. “배은정 씨가 대단했던 건 동생이 결백하다고 우긴 게 아니라, 무슨 문서인지 확인해달라고 물었다는 거야.” “그동안 많이 당했으니까요.” “그런 일은 익숙해져야 할 일이 아니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저녁 여섯 시, 한유리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는 이미 그 가짜 통지서를 보내준 제보자로부터 기사 요청을 받았다고 했다. “제보자는 ‘가족도 인정했다’고 했어요.” “가족이 인정한 건 문서가 왔다는 사실이겠죠.” “맞아요. 그런데 제보자가 문서 내용을 꼭 쓰라고 했어요.” “그대로 보도하실 겁니까?” “아니요. 출처 확인이 안 됐어요. 누가 제보했는지보다 왜 저 문서가 가족에게 먼저 갔는지를 쓰려고요.” 나는 그녀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기자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내 편에 섰다는 말로 포장해서는 안 됐다. 대신 필요한 확인 항목을 전달했다. 문서 발송 여부, 유족이 직접 말한 범위, 수사기관 공식 답변의 한계. 밤 열 시, 오선영이 문자를 보냈다. ‘오늘 배은정이 확인을 요청한 덕분에 허위 통지서 유포가 더 커지는 건 막았어. 다만 발신자 추적은 계속. 유족에게 위협이 재발하지 않도록 필요한 보호도 검토 중이야. 같은 문서가 다시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전달 경로도 확인하고 있어. 같은 문서가 다시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전달 경로도 확인하고 있어.’ 나는 그 문자를 보며 처음 받은 미래 사건기록을 떠올렸다. 범인의 계획은 인간이 실수한다는 사실을 믿고 있었다. 그 계획에 대응하는 방법은 인간이 실수하지 않는다고 믿는 것이 아니었다. 실수할 수 있으니 확인할 시간을 만드는 일이었다. 오후 네 시 반, 선영은 공식 창구를 통해 배은정이 남긴 짧은 진술을 확인해주었다. 배정우는 살아 있을 때 자동차를 자주 빌려주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자주 빌려주지 않았다'는 말은 한 번도 빌려준 적 없다는 뜻이 아니었다. 동생은 며칠씩 차를 세워두고 걸어 다니기도 했고, 업무상 누군가 대신 운전해준 적도 있었다고 했다. “그 사람이 누군지 아십니까?” 내가 물었다. “기억나는 사람이 둘 있대. 하지만 그 이름을 네게 줄 이유는 없어. 수사팀에서 확인하고 있어.” 나는 더 묻지 않았다. 원효로에 차량이 주차된 시각이 이미 누군가에게 공개됐기 때문에, 이름 하나를 얻자마자 그에게 가짜 제보나 협박이 날아갈 수 있었다. 우리가 보호해야 할 사람이 더 생길 수도 있었다. 오후 다섯 시 반, 한유리에게서 새로운 제보 메일이 왔다고 했다. 내용은 배정우가 죽기 직전 특정 장소에서 목격됐다는 이야기였다. 증언자는 자기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한 사진 한 장을 붙였다. 유리는 사진이 원효로 주차장인지부터 확인했다고 했다. “어때요?” 내가 묻자 그녀가 말했다. “아직 장소도 확실하지 않아요. 배경에 같은 모양의 화분이 있는 것만으로는요.” “사진의 날짜는요?” “원본이 아니라서 모르죠.” 나는 웃었다. 기자가 이미 내 질문을 모두 하고 있었다. 그녀는 잠깐 짜증 난 목소리로 덧붙였다. “제가 할 일까지 다 물으실 필요는 없어요.”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전화를 끊지 않았다. “그 사진을 보낸 사람이 유족에게도 같은 걸 보냈대요. 배은정 씨가 오늘 공식 창구에서 확인하겠다고 했고요.” 나는 그 사실을 적었다. 범인은 진짜 사진을 보냈을 수도 있었다. 거짓을 섞었을 수도 있었다. 중요한 건 배은정이 낯선 기록을 받자마자 누구를 공격하거나 자기 삶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확인할 곳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날 밤 나는 실내등을 끄고 창문 가까이 섰다. 멀리 지나가는 자동차마다 운전자의 얼굴을 볼 수는 없었다. 차 한 대가 움직였다는 사실로 그 안의 사람까지 결정할 수 없다는 간단한 진실이, 왜 수사기록 앞에서는 그렇게 어려워지는지 생각했다. 누군가 내일 날짜의 기록에 배정우의 이름을 넣었을 때 우리는 이미 그 남자의 얼굴을 상상하고 있었다. 전화기를 내려놓으며 나는 유족에게 사과해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다시 생각했다. 범인의 책임과 사실 확인을 서둘러 잘못된 의혹을 퍼뜨린 사람의 책임은 달랐다. 확인하기 전에는 그 둘을 한 사람에게 몰아넣지 않을 생각이었다. 익명 발신자는 그날도 잠잠했다. 그 침묵을 패배라고 부를 증거는 없었다. 하지만 사람을 겁주어 다음 행동을 정하게 만드는 방법 하나가 실패한 것은 사실이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88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88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