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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83화
PAYLUA ORIGINAL · 제83화

83화. 두 개의 완료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4,094자

오프라인 책장
서로 다른 기록이 있다고 해서 둘 중 하나가 반드시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전 9시 16분에 내 휴대전화로 도착한 문자는 ‘인수 확인 완료’였다. 같은 시각 오선영이 확보한 정식 처리 화면에는 ‘대상자 미확인’이라고 표시됐다. 나는 두 문장을 나란히 놓고 보고 있었다. “어느 쪽이 맞습니까?” 오선영은 즉답하지 않았다. “무엇에 관한 기록인지부터 달라. 문자 발송 상태와 실물 인수 상태가 연결돼 있다는 보장이 없어.” “그러면 문자를 보낸 쪽에서는 제가 확인한 것처럼 설명할 수 있겠군요.” “설명할 수는 있지. 그러나 사실을 입증하지는 못해.” 나는 그 말에 안도하려다 말았다. 누군가가 사실과 다른 문자를 보내도 실제 서명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그 문자를 받아든 회사 직원이 ‘확인됐음’이라고 다시 입력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허위 상태가 다음 단계의 사실처럼 사용되는 구조. 우리가 지난 두 달 동안 추적한 범죄의 입구였다. 오전 열 시가 되기 전 한유리가 전화를 걸었다. “서진혁 씨, 누가 제보를 보냈어요. 오늘 아침 당신이 사건 문서를 인수했다고요.” “그 내용을 보낸 사람이 제가 받은 문서를 보여줬습니까?” “아니요. 완료 알림 캡처만요. 이름과 시각이 적혀 있어요.” “같은 알림을 저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인수한 적 없습니다.” “제가 그 말만 믿고 기사를 안 쓰면 누가 좋을까요?” 나는 창밖을 봤다. 유리는 내 말을 의심하는 사람이었고, 그 점이 좋았다. 기자가 나를 믿는다는 이유로 보도를 멈추면 다음에는 나를 믿는다는 이유로 잘못된 이름도 쓸 수 있다. “정식 접수처에 확인해보세요. 그리고 문자를 보낸 시스템이 무엇을 완료했다고 말하는지 구분해보셔야 합니다.” “그렇게 할게요. 그런데 한 가지 더 있어요. 제보자가 당신이 보류 파일의 원문을 가졌다고 합니다.” 나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없습니다.” “정말요?” “저는 확인된 일부 기록을 경찰에게서 설명받았을 뿐입니다. 파일 자체를 받은 적 없습니다.” “그럼 누군가 당신 이름으로 받았다고 적어놓은 거네요.”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중입니다.” 유리는 전화를 끊기 전 말했다. “저는 아직 쓰지 않겠습니다. 대신 공식 답변을 요구할게요. 아무도 답을 안 하면 그 사실도 기사에 들어갑니다.” 점심이 가까워져서야 온새문서지원 측의 답변이 나왔다. 업체는 9시 16분 완료 알림이 실제 문서 인수 여부를 뜻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출고 예약을 접수한 사실이 ‘완료’라는 문구로 통지되는 구형 알림 양식이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받은 문자는 그 양식으로 발송된 것이었다. 그러나 그 답변으로 모든 의문이 끝나지는 않았다. “누가 예약을 넣었습니까?” 오선영이 물었다고 했다. 업체는 공용 계정으로 요청이 등록됐으며 대행사 창구에 전화 확인을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내가 수령자로 지정된 사실을 어느 직원이 승인했는지는 즉시 확인되지 않았다. 오후 한 시, 오선영이 내 사무실에 직접 왔다. 그녀는 사건 기록 가운데 외부인이 볼 수 있는 확인 항목만 정리된 표를 내밀었다. 신청 번호. 보류 파일 번호. 재지정 시각. 알림 발송 시각. 실물 출고 여부. 마지막 칸은 공란이었다. “받지 않았다는 증명은 이렇게 만드는 거군요.” “아니. 이 표 하나로 증명하는 건 아니야. 보관 장소 확인, 출고 담당자의 진술, 출입 기록, 시스템 로그가 다 맞아야지.” 그녀는 내가 한때 보험사기 조사에서 중요하게 보던 원칙을 그대로 말했다. 서류에 없는 행위가 반드시 일어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입증해야 할 것도 있다. “그런데 선배. 발신자는 왜 지금 같은 실수를 반복했을까요?” “반복한 사람이라는 증거는 없어. 지난해 오류를 본뜬 사람이 새 장난을 쳤을 수도 있고, 같은 시스템이 그냥 구형 양식을 썼을 수도 있어.” “그럼 오늘 저는 아무것도 막지 못한 겁니까?” “막은 게 있지. 네가 직접 확인 버튼을 누르지 않았고, 취재가 들어왔을 때 임의로 파일을 받은 척하지 않았잖아.” 그것이 승리라고 부를 만한 일인지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누군가가 허위 기록을 만들더라도 그 반대쪽에 같은 시간의 기록이 남아 있었다. 오후 네 시,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박혜림이 자신의 채용 재검토를 담당하는 회사에서 연락을 받았다. 화진모빌리티 관련 분쟁이 ‘새 문서 인수 완료’로 마무리됐는지 확인해 달라는 질문이었다. 서진혁 명의의 오늘 날짜 확인이 기사 제보보다 빨리 인사 담당자에게 전달됐다는 것이다. “그 회사가 왜 제 이름을 알죠?” 내가 물었다. 혜림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제가 낸 정정 자료에 조사관님 이름이 있으니까요. 회사에서는 추가 사실 확인을 하는 중이라고 했어요. 문제는 누가 제게 끝난 일이라고 말했냐는 거예요.” 나는 그녀에게 확인된 사실만 담은 답변 초안을 함께 검토하자고 했다. 내가 대신 진술서를 써주지 않고, 그녀가 자신의 경험을 설명하도록. 혜림은 한참 뒤 말했다. “이건 사람을 죽이지는 않지만 자꾸 사람을 못 살게 굴어요.” 그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저녁에는 한유리의 새 메시지가 도착했다. ‘완료 안내 발송은 사실, 실물 인수는 미확인. 이 표현으로 쓰겠습니다.’ 나는 좋다고 답하지 않았다. 사실관계를 더 확인해달라고만 했다. 그녀가 어떤 제목으로 보도할지는 그녀의 책임이었다. 오후 두 시 무렵, 한유리는 추가 확인을 위해 다시 전화했다. 그녀는 회사 측의 공식 설명과 나의 진술이 정면으로 다르다고 했다. “회사에서는 인수 신청이 정상적으로 접수됐다고 해요. 서 조사관님은 아무것도 받은 적 없다고 하고요. 둘 중 하나가 틀린 거 아니에요?” “다른 사실을 말하고 있으니 둘 다 맞을 수도 있습니다. 신청은 접수됐고, 실제 인수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회사가 말장난을 한 거네요.” “그렇게 단정하려면 의도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회사 담당자가 자신이 확인할 수 있는 접수 단계만 말했을 수도 있습니다.” 유리가 한숨을 쉬었다. “독자가 이런 구분을 끝까지 읽어줄까요?”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누군가의 이름이 걸려 있다면 구분해야겠죠.” 그녀는 잠시 침묵하다가 오늘 기사에 회사의 접수 기록과 내 미수령 진술을 나란히 싣겠다고 했다. 그리고 회사의 회신 화면에 찍힌 시각이 내가 받은 문자보다 1분 늦다는 점을 물었다. 나는 그 시각 차이를 처음 알았다. 수신한 문자와 담당자가 열어본 화면이 같은 사건을 가리킨다는 증거는 접수 번호뿐이었다. 서로 다른 서버의 시각이 완벽하게 일치한다고 가정해서는 안 됐다. 11월 배정우 사망 사건의 9시 15분, 9시 16분, 9시 17분을 너무 성급하게 연결했던 실수가 떠올랐다. “그 차이 하나로 먼저 알았다고 쓰지 말아 주세요.” “그래서 전화했잖아요. 다른 기록의 시간 표시가 같은 기준인지부터 알아볼게요.” 나는 고맙다고 말했고, 그녀는 여전히 무심한 목소리로 ‘고맙다는 말보다 자료가 낫다’고 답했다. 유리가 전화를 끊은 뒤 나는 사건기록의 초판과 수정본을 다시 펼쳤다. 초판에는 내가 경찰에 연락하는 시각이 맞아떨어져 있었다. 수정본에는 배정우의 사망이 공식 보고보다 빨리 적혀 있었다. 이번에는 상대가 전자 알림의 구형 문구를 이용해 실제 인수까지 미리 예고한 것처럼 만들었다. 세 장의 기록에 공통점이 있었다. 사람들이 숫자와 상태값만 보고 사실을 건너뛰도록 유도했다는 점이다. 그 공통점을 악의의 증거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다만 세 번 모두 확인해야 할 곳이 같았다는 사실은 적어둘 수 있었다. 밤 열 시, 익명 발신자가 다시 메일을 보냈다. ‘서진혁 조사관님, 오늘은 왜 확인하지 않으셨습니까?’ 나는 그 문장을 여러 번 읽었다. 발신자는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실을 아는 것처럼 썼다. 그러나 그것은 나에게 확인 버튼을 누르라고 두 번 문자를 보낸 누구라도 추측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 아래에는 사진 한 장이 있었다. 2025년 8월 25일 보류 파일 이동표의 맨 끝 부분. 일곱 글자가 흐리게 남아 있었다. ‘서명 불요 처리.’ 나는 문서를 오선영에게 전달했다. 이번에는 그 문장의 뜻을 내가 먼저 정하지 않았다. 서명이 필요 없다는 결정은 누가 내렸을까. 그리고 그 결정이 누구의 서명을 대신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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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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