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류 파일이 이동된 시간은 2025년 8월 25일 오전 9시 32분이었다.
오선영은 화요일인 1월 12일 이른 아침, 그 시간 하나를 알려주었다. 오늘 오전 9시 16분에 예정된 인수 확인과는 1년 반 가까이 떨어진 숫자였다. 그런데 파일이 옮겨진 장소는 우리를 다시 같은 사건으로 데려왔다.
“정산관리실 공용 접수함에 들어온 파일이 자동으로 ‘검토 대기’ 폴더로 이동했어. 여기까지는 시스템 규칙이야.”
“그다음은요?”
“열한 분 뒤 ‘검토 대기’에서 ‘처리 완료 참고’ 폴더로 옮겨졌어.”
“사람이 직접 옮겼습니까?”
“기록에는 사용자 작업이라고 돼 있어. 하지만 사용자 계정은 부서 공용이야. 자동화와 구분하는 코드만으로 실제 사람이 누구인지까지 말할 순 없어.”
나는 예전에 배정우가 맡겼던 봉투를 떠올렸다. 그 안에는 수신확인 용지, 서로 다른 판본, 누군가에게 다시 보라는 요청이 있었다. 파일이 ‘참고’ 폴더로 옮겨지는 순간, 누가 읽었는지보다 누가 읽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는지가 중요해졌을 수 있다.
“그 폴더 이름을 누가 만들었습니까?”
“그것도 찾아보고 있어. 회사는 오래전부터 쓰던 분류명이라고 주장해. 단순히 폴더 이름을 붙였다는 사실만으로 범행이라고 볼 순 없고.”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마치 우리는 계속 문장 뒤에 숨어 있는 사람을 쫓는 것 같았다. ‘완료’, ‘수신’, ‘참고’, ‘종결’. 사람 이름은 사라지고 상태만 남았다.
아침 여덟 시, 박혜림이 내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다.
“오늘 또 제 이름이 나오나요?”
그 질문은 예민한 반응이 아니었다. 열흘 동안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자신이 쓰지도 않은 문서 속에서 어떻게 돌아다니는지 지켜보았다.
“지금 확인 중인 건 제 이름으로 예정된 문서입니다. 혜림 씨는 관련 문서를 직접 받았는지 묻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새 확인을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새 확인을 하지 않으면 예전 기록을 그대로 둔다던데요.”
“누가 그렇게 말했습니까?”
그녀는 한 회사 담당자가 보낸 메일을 읽어주었다. ‘기존 기록의 정정을 위해 별도 수신확인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가능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전화에서는 이미 꼭 해야 하는 일처럼 설명했다고 한다.
나는 회사 담당자를 거짓말쟁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문서 담당자도 정확히 모르는 시스템 절차를 설명하려 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모호한 안내는 박혜림에게 실제 비용을 만들었다. 그녀는 또 하루 일을 쉬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정정에 필요하다면 절차와 법적 근거를 서면으로 요청하세요. 저에게 사적인 확인 버튼을 눌러달라는 말에는 응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서 조사관님, 왜 저한테 늘 하지 말라는 말만 하세요?”
나는 입을 다물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뭐예요?”
그녀가 물었다. 나는 몇 초 뒤 대답했다.
“본인이 실제로 받았던 종이와 받지 못했던 종이를 구분해서 말하는 겁니다. 그 판단은 다른 사람에게 맡길 필요가 없습니다.”
“그건 이미 했어요.”
“맞습니다. 그리고 그 진술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그럼 오늘은 일을 하러 갈게요. 남들이 만든 사건 때문에 또 결근하기 싫어요.”
통화가 끝나고 나는 내가 던진 말의 의미를 적었다. 우리는 불법적인 확인을 막아주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람들에게 끝없이 기다리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기다리는 사람도 밥을 먹고 출근해야 한다.
오전 여덟 시 49분, 내게 문자 하나가 왔다. 문서 인계 접수 번호와 확인 링크가 적혀 있었다. 나는 링크를 누르지 않았다. 대신 발신번호, 수신 시각, 문자 전체를 보존했다. 오선영이 요구한 대로였다.
발신자 이름은 온새문서지원이었다. 하지만 그 이름은 휴대전화 화면에 표시된 문자열일 뿐이었다. 실제 업체에서 보냈는지 확인하려면 별도 경로가 필요했다.
오선영에게 알리자 그녀가 말했다.
“우리가 확인 중인 신청과 번호는 맞아. 그렇다고 네가 링크를 눌러야 할 이유는 없어.”
“실제 문서를 확인하지 않으면 내가 무슨 내용의 확인서를 받게 되는지 모르지 않습니까?”
“그건 경찰이 정식으로 확보할 거야. 너한테 진본을 보내라고 할 수도 있고. 지금은 우선 보존해.”
나는 시계를 보았다. 오전 9시 03분.
서진혁이라는 이름이 입력된 요청은 어딘가에서 처리 대기 중이었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은 하지 않았다. 2025년 8월 22일 윤세한의 계정에서는 누군가가 버튼을 눌렀고, 박혜림은 받지도 않은 문서의 확인자로 남았다.
오전 9시 7분, 나는 사무실 문을 잠갔는지 확인했다가 다시 열었다. 문 앞에 택배기사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 커다란 종이 상자를 들고 그는 수취인 이름을 물었다. 내 이름이었다. 심장이 한 번 세게 뛰었다.
“어디서 보냈습니까?”
“여기 송장에 적힌 대로요. 사무용품 업체인데요.”
나는 송장의 주문번호를 확인했다. 이틀 전 직접 주문한 프린터 용지였다. 예상치 못한 사람을 경계하고 있던 나는 내가 산 종이조차 위험한 물건처럼 보았다. 기사에게 미안하다고 말한 뒤 상자를 받았다. 그리고 수령 서명란을 확인했다. 이름 하나가 적히는 순간 내가 실제로 받은 것은 프린터 용지라는 사실이 남았다.
나는 방금 행동이 익명 발신자의 예고와 무관하다는 점을 메모했다. 몇 분 뒤 도착할 전자 문서의 인수 확인과 지금의 택배 수령은 다른 일이었다. 그러나 누군가 일부러 두 행동을 겹치게 만들었다면 사진 한 장으로 내 행동을 왜곡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상자를 한쪽으로 밀어놓고 나는 출입 기록을 살폈다. 택배기사는 내가 먼저 출입증을 확인한 뒤 들어왔다. 문앞 CCTV는 운영실에서 보관했고 나는 필요할 때 정식으로 보존 요청할 수 있었다. 모든 사람을 용의자로 보는 대신, 내가 실제로 만난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게 만드는 절차였다.
잠시 후 오선영이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경찰에도 확인 버튼을 대신 누르라는 요청이 들어왔어. 담당자는 요청만 접수하고 처리하지 않았어.’
나는 문자를 읽다가 멈췄다. 익명 발신자가 나를 움직이게 하지 못하면 경찰을 움직이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담당자가 본인 확인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진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누군가의 신중함이 남을 도왔다. 눈에 띄는 영웅적인 행동이 아니었다. 버튼을 누르기 전에 이유를 물은 것뿐이었다.
문제는 그 버튼을 누르려던 사람이 실제로 악의를 가졌는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행정 담당자는 흔히 다른 부서가 시킨 일을 반복한다. 우리는 그에게도 나중에 설명할 기회를 남겨두어야 했다.
9시 11분. 오선영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신청 화면에서 네 이름 옆에 인수 예정 표시. 아직 인수 완료 아님.’
나는 메모했다. 예정과 완료 사이.
9시 14분. 링크를 다시 보내는 문자가 왔다. ‘미확인 시 자동 확인 처리 예정.’
내 손가락이 잠시 멈췄다. 위협하는 문장이었다. 하지만 발신자가 실제로 자동 확인을 만들 권한이 있는지는 별개였다.
9시 15분. 오선영에게 전화가 왔다.
“통화 연결 유지할 필요 없어. 문자만 보존해. 경찰이 원본 요청을 확보했어.”
“그쪽에서 자동으로 누르겠다고 합니다.”
“그건 시스템의 기능인지 확인할 거야.”
그리고 정확히 9시 16분.
문자 하나가 더 왔다.
‘인수 확인이 완료되었습니다. 확인자: 서진혁.’
나는 아무 버튼도 누르지 않았다. 어디에도 서명하지 않았다. 그런데 화면에는 완료라는 말이 떠 있었다.
나는 그 문장을 캡처하는 대신 원본 문자 내용을 내보내고 수신 내역을 보존했다. 고작 한 번의 탭이 또 다른 사건의 시작이 되지 않도록.
그 뒤에야 오선영에게 말했다.
“완료라고 왔습니다.”
그녀는 짧게 대답했다.
“우리 쪽 원본 기록에는 아직 완료가 아니야.”
두 개의 기록이 같은 시각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제82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