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1일 월요일 아침, 나는 휴대전화에 알림 하나를 설정했다. 다음 날 오전 9시 16분. 하지만 그 알림의 제목은 ‘수신 확인’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받았다고 말하지 말 것.’
나는 그 문장을 지운 뒤 다시 썼다. ‘내가 실제로 받은 것을 먼저 확인할 것.’
부정문은 누군가의 행동에 끌려다니게 만든다. 상대가 나에게 하지 말라고 한 일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내 선택이 생기지 않는다. 지난 두 달 동안 익명 발신자는 그 방식을 여러 차례 써먹었다. 임소율이 죽을 것이라고 말하면 우리는 임소율을 보호했고, 배정우를 범인이라 적으면 배정우의 행적을 좇았다. 그 결과 누가 이겼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았다. 적어도 배정우가 죽은 사실만은 어떤 설명으로도 지울 수 없었다.
오선영에게서 연락이 온 것은 아침 여덟 시 반이었다.
“네가 어제 물어본 것부터 확인했어. 서진혁 명의의 인수 확인이 내일 만들어진다는 예고 말이야.”
“실제로 접수된 문서가 있습니까?”
“네 이름으로 접수할 예정이라고 표시된 요청 하나가 있어. 아직 인수됐다는 기록은 없어.”
“누가 신청했습니까?”
“화진모빌리티의 문서보관 대행 접수창구. 문제는 신청자 이름이 아니라, 신청한 사람을 그 문서만으로 특정할 수 없다는 거야. 공용 신청 계정이야.”
내가 웃자 선영은 기분 나쁘다는 듯 물었다.
“왜 웃어?”
“공용 계정이네요. 이 사건에서 가장 꾸준하게 등장하는 범인 후보요.”
“공용 계정은 사람을 죽이지 않아.”
“알고 있습니다.”
그녀의 대답이 맞았다. 계정은 책임을 대신 질 수 없다. 계정을 쓰도록 만든 사람, 보호조치를 생략한 사람, 그 틈을 이용해 특정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려 한 사람이 각각 있다. 이 셋은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었다.
선영은 요청 화면의 일부를 읽어주었다. ‘기존 확인 대상 재지정, 수령 예정 일시 2027년 1월 12일 09:16.’ 요청의 설명란에는 ‘문서 일치 여부 검증을 위한 최종 인계’라고 적혀 있었다. 최종이라는 단어는 실제로 마지막이라는 뜻이 아니었다. 회사 서류에서는 임시 파일에도 최종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우리는 그 실수를 이미 겪었다.
“선배, 제가 거기로 가면 인계가 성립합니까?”
“가서 서명하면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지금은 누구도 네게 출석하라고 요구하지 않았어.”
“그럼 가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어떤 파일도 대신 열지 않겠습니다.”
“좋아. 경찰에서 필요한 범위로 신청 경로를 확인할 거야. 너는 메일이나 메시지가 오면 원본 보존하고, 무엇을 받았는지부터 기록해.”
나는 그 통화를 마친 뒤 지난해 보험사에서 근무할 때의 직원 카드 사진을 찾았다. 내 개인 기기에는 보관하지 않았고, 퇴사할 때 합법적으로 받아둔 경력증명서만 있었다. 내가 이전 직장에서 업무 문서를 넘겨받은 사람으로 등록됐다면, 오래된 부서 주소가 아직 수신처로 남아 있었을 수 있다. 12월에 확인된 기록과도 맞았다. 하지만 그 주소를 내 의지와 연결하려면 실제 연락이 도착한 경로가 필요했다.
점심 무렵 한유리가 찾아왔다. 그녀는 새 기사를 준비 중이었다. 제목은 ‘읽지 않은 사람이 읽었다고 기록되는 날’이었다.
“너무 설명적입니까?” 그녀가 물었다.
“독자에게는 친절하겠죠. 문제는 그 문장이 누구를 가리키는지입니다.”
“지금은 특정 이름을 넣지 않았어요. 시스템이 만들 수 있는 오류를 설명하는 기사예요.”
“시스템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과 누가 고의로 이용했다는 사실을 분리해주세요.”
유리는 노트를 덮었다. “저를 통제하려고 하지 마세요.”
“그럴 권한은 없습니다.”
“그래서 계속 확인하러 오는 거예요. 당신이 모든 걸 설명해주는 사람인 줄 알고 기사를 쓰면 또 틀릴 테니까.”
그녀는 내게 작은 종이를 보여주었다. 박혜림의 인터뷰 동의 내용 중 기사에 쓰지 말아 달라는 항목이었다. 채용 지원 회사 이름과 가족 이야기. 나는 그 종이를 읽고 안도했다. 한 번의 보도가 당사자의 다음 직장을 잃게 만들 수도 있으므로, 정확한 기사도 공개할 필요가 없는 사실은 숨길 수 있다.
오후 네 시, 임소율에게 문자가 왔다. ‘제 신고가 철회가 아니라 이관 종결이었다면, 회사가 왜 아직 제 이름으로 철회 확인서를 보내나요?’
나는 답을 바로 쓰지 못했다. 회사 보고서의 오표기와 살아 있는 자동 안내는 다른 문제였다. 상태를 정정했다는 말이 실제 발송 프로그램까지 고쳤다는 뜻은 아니었다.
‘현재 발송되는 안내문의 문서번호와 발송 경로를 보존해두세요. 담당 수사팀과 회사 정정 담당자에게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잠시 후 그녀가 답했다. ‘다른 사람이 읽지 않은 문서를 제 이름으로 읽었다고 처리한 일이 저한테도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내일을 믿지 않아요.’
나는 그 문장을 여러 번 읽었다. 임소율에게는 미래를 예고하는 메일보다 이미 과거에 확정됐다고 쓰인 허위 기록이 더 무서웠다.
저녁 일곱 시, 오선영이 한 가지를 더 전했다. 내일의 인수 신청은 새로 작성된 요청이 아니었다. 2025년 8월 25일 생성된 보류 자료의 인계번호를 다시 사용하고 있었다. 번호 자체는 재사용할 수 있었지만 담당자 필드는 처음에 비어 있었다가 최근 내 이름으로 채워졌다.
“누가 채웠습니까?”
“그걸 확인하는 중이야. 그리고 이번에는 요청을 취소시키기보다 관련 기록을 보존하는 절차부터 밟고 있어.”
“누가 만들었는지 알아내려고요.”
“아니. 먼저 정말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있는 상태인지 알아내려고.”
나는 선영이 가끔 나보다 차갑게 생각한다고 느꼈다. 그 차가움 덕분에 우리는 아무 이름이나 서류에 적지 않고 있었다.
그날 오후 나는 퇴사 전 보험사의 문서관리 담당자에게 공식 문의서를 보냈다. 내 이름으로 예전 자료를 인계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지, 있다면 그 기록의 보존기간과 정정 절차가 무엇인지 물었다. 담당자에게 사적인 인맥을 이용해 자료를 보내달라는 부탁은 하지 않았다. 내가 조사하던 회사에서 남의 개인정보를 넘겨받는 편법을 쓰면, 나중에 얻은 증거가 진짜여도 누구에게 어떻게 받았는지 설명할 수 없게 된다.
답장이 온 건 오후 다섯 시가 넘어서였다. 자료 보존 여부는 확인 중이며, 구체적인 조회에는 본인 확인과 회사의 적법한 절차가 필요하다는 답이었다. 어쩌면 별다른 답을 못 얻을 수도 있었다. 그래도 요청을 보낸 사실이 남았다.
그런데 담당자가 덧붙인 문장 하나가 눈에 걸렸다. ‘퇴직 이후 인수자 지정은 자동 연동되지 않습니다.’
나는 문장을 두 번 읽었다. 퇴직 뒤에도 내 이름이 자동으로 남았다는 회사 쪽 설명과 달라 보였다. 물론 보험사의 내부 시스템과 온새문서지원의 접수 프로그램이 같을 리 없었다. 그래서 곧바로 둘을 모순이라고 쓰지 않았다.
내 이름이 새로 입력된 시점과, 오래된 수신처가 남아 있던 시점은 따로 확인해야 했다. 누군가 악의를 품고 입력했을 수도 있다. 오래된 문서를 복사하는 직원이 편의상 이전 담당자 이름을 지우지 않았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그 이름이 내 실제 수령 의사를 대신할 수는 없었다.
해가 진 뒤 오선영에게 한 장의 표를 보냈다. 맨 왼쪽에는 사건기록이 내게 예고한 행동, 오른쪽에는 내가 실제로 한 행동을 적었다. 예고된 시간과 다른 부분도 있었고, 비슷한 부분도 있었다. 선영은 그 표를 보더니 ‘시간이 같다고 원인도 같은 건 아님’이라는 문장을 빨간 글씨로 덧붙여 돌려줬다.
나는 잠깐 웃었다. 그 문장을 쓰기 위해 우리가 잃은 날들이 있었다. 하지만 다음 사람은 처음부터 그 문장을 보고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자정 무렵 익명 발신자가 다시 나타났다.
‘내일 오전 아홉 시 십육 분. 당신이 받지 않아도 받은 사람이 생길 것입니다.’
나는 메일을 저장했다. 답장 대신 수첩에 문장을 하나 남겼다.
‘내 이름이 쓰인 확인서가 생기는 것과, 내가 책임을 인수하는 것은 다르다.’
그 차이를 증명하는 데 또 다른 사람의 삶이 필요하지 않기를 바랐다.
제81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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