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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79화
PAYLUA ORIGINAL · 제79화

79화. 보류 파일의 수신인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850자

오프라인 책장
1월 9일 토요일, 나는 처음으로 익명 발신자의 메일을 열지 않고 하루를 시작했다. 메일함에 도착한 사실은 확인했다. 제목은 '보류된 사람'. 하지만 내용을 보는 대신 오선영에게 연락해, 원본 보존 절차와 열람 시점을 함께 기록했다. 내가 열었다는 행동을 발신자가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지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일부러 읽지 않는 행동이 범인을 속일 수 있다고 믿지도 않았다. 중요한 건 내 행동에 의미를 과하게 부여하지 않는 일이었다. 아침부터 박혜림이 사무실에 왔다. 회사가 자기 명의의 가짜 동의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다시 발급해주기로 했다고 했다. 이번에는 외부 확인용으로도 제출할 수 있는 문장이 포함될 예정이었다. "제 이름으로 누가 답장했는지 아직 못 찾았죠?" "네. 그리고 저는 그 사람이 특정됐다고 말할 근거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이 문서만큼은 완전히 제 것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녀가 고른 표현은 오래 남았다. 자기 이름으로 발송된 문서 때문에 고통받던 사람이, 자기 이름으로 보내는 정정문만큼은 자신의 선택이기를 바라고 있었다. 나는 문장을 대신 써주기보다 그녀가 이미 작성한 내용을 읽고 사실과 추정을 나누는 표시만 했다. 그녀가 돌아간 뒤 오선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젯밤 사진 가장자리의 '실물 인수 전 — 보류'라는 문구가 회사의 업무 지침에 등장하는지 물었다. 오선영은 그 표현이 여러 업체의 공용 안내문에 쓰였다는 점까지 확인했다고 했다. "그러면 이 조각이 어떤 특정 문서였다고 할 수는 없겠군요." "맞아. 하지만 하단의 표 번호를 보면 공급 업체를 좁힐 수는 있어." "표 번호가 보입니까?" "사진만으로는 불분명해. 확보한 원본과 비교 중이야." 나는 괜히 사진을 확대하며 해상도가 높아지기를 바랐다. 보이지 않는 숫자는 확대해도 읽히지 않는다. 과학수사에 대한 영화 속 상상은 그런 순간에 특히 위험했다. 없는 글자를 만들어내는 대신 실제 종이를 찾아야 했다. 점심 이후 한유리가 연락해왔다. 어제 기사가 나간 뒤 회사 직원들 사이에서 '누가 진짜 미교부 명단을 봤는가'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댓글에 적힌 이름들은 대부분 서로 다른 사람을 가리켰다. 어떤 사람은 백이준을, 어떤 사람은 윤세한을, 어떤 사람은 김주하를 지목했다. "이런 상황에선 기사에 반박을 싣기도 어렵겠죠?" 내가 물었다. "그래서 잘못된 이름을 적은 댓글은 삭제 요청을 했어요. 다만 제 기사 때문에 그 사람들이 더 의심받게 된 것도 사실이에요." "누가 시작했는지와 누가 넓혔는지는 나눠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도 책임에서 빠지지는 않겠다는 말이에요." 유리의 목소리는 지쳐 있었다. 나는 그녀가 틀린 기사를 쓰지 않았다고 위로하고 싶은 마음을 삼켰다. 검증된 사실만 적은 기사라도 그 기사로 새 피해가 생길 수 있었다. 그 위험을 줄이는 것이 기자의 일일 것이다. 오후 네 시, 고태원은 놀라운 사진을 하나 보내왔다. 11월 3일 자신이 본 빨간색 일정과 비슷한 형태의 화면이었다. 사진은 당일 촬영한 것이 아니었다. 다른 동료가 교육 자료로 남긴 지난달 화면이었다. 고태원은 같은 표시를 봤다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다며 날짜를 강조했다. "이 사진으로 당일 화면을 입증할 수는 없지만, 이런 표시가 실제로 존재했다는 건 알 수 있겠네요." "맞아요. 저를 바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한테 그 정도라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나는 그의 마음을 이해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를 바보라고 생각하든 아니든, 수사가 해결해야 할 것은 그날의 실제 입력과 취소 경로였다. 저녁 여섯 시, 오선영에게서 작은 진전이 왔다. 2025년 8월 25일 운영관리 게시판에 '완료는 전달을 뜻하지 않는다'고 적힌 뒤, 회사 내부에서 보류 명단을 별도로 내보낸 기록이 있었다. 파일명이 '보류_수정_최종'이었다. "정말 최종본이었습니까?" "그렇게 저장돼 있었다는 것만 알지. 실제 최종본인지 아직 몰라." "누가 받았습니까?" "한 곳은 화진모빌리티 정산관리실이야. 그 이후 회사 쪽 기록을 확인하는 중이야." 정산관리실. 최명환이 총괄하던 부서였다. 직접 수신인이 최명환인지, 실무 직원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나는 그의 이름을 적는 대신 부서 이름을 썼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명한 진전이 있었다. 오류가 발견된 뒤에도 회사 쪽으로 정정될 수 있는 자료가 전송됐다는 것이다. 오후 여덟 시 나는 정민규에게서 짧은 메시지를 받았다. 정정문을 잘못 보냈던 기관 두 곳의 담당자가 자리를 옮겼다는 소식이었다. 담당자 명단이 바뀌었는데도 이전 주소를 그대로 쓴 것이 또 다른 누락의 원인이었다. 민규는 이제 전화로 수신 기관을 확인한 뒤 문서를 다시 보내겠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정정의 속도보다 도달 여부를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몇 달 전 같았으면 그는 '다 보냈습니다'라는 한 문장으로 일을 끝냈을 것이다. 지금은 어디까지 확인됐고 어디가 비었는지 말할 수 있었다. 실수의 결과가 사라진 건 아니지만, 적어도 같은 실수를 더 큰 침묵으로 덮지 않게 됐다. 그날 저녁 박혜림이 보낸 정정문 초안에는 내가 수정하지 않은 문장 하나가 있었다. '본인은 해당 합의에 동의한 사실이 없으며, 이 진술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요청한다.' 그녀는 예전에는 '저를 믿어달라'고만 말했다. 지금은 믿음 대신 확인할 자료를 요구했다. 나는 그 변화를 자신의 삶을 되찾기 시작한 행동으로 받아들였다. 한유리는 기사에 나온 회사 담당자가 정정 요청을 보냈다고 했다. '잘못 전달된 기록은 회사도 피해자다'라는 주장이었다. 유리는 관련 자료가 부족하면 그 주장도 반영하겠다고 했다. 다만 당사자들에게 발생한 비용을 부정하는 설명은 그대로 기사에 싣지 않겠다고 했다. 나는 서로 다른 사람들의 사정을 한 장짜리 기사로 정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느꼈다. 사무실로 돌아오자 고태원의 사진이 다시 눈에 띄었다. 그는 자신이 본 일정표가 존재했을 가능성을 겨우 설명할 자료 하나를 찾았다. 그럼에도 '내가 취소했기 때문에 배정우가 죽었다'는 문장을 버리지 못했다. 나는 그에게 시간표를 다시 보자고 했다. 그의 취소는 오후 다섯 시 오십육 분. 배정우 명의 차가 원효로 근처에서 기록된 것은 여섯 시 사십일 분. 차의 운전자는 미확정이었다. 그 사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밝혀지기 전까지 고태원에게 누군가의 죽음을 책임지라고 할 수는 없었다. 내가 그 사실을 전하자 고태원은 처음으로 긴 침묵 끝에 말했다. "그럼 저는 제가 한 일만 말할게요. 그게 맞겠죠." 나는 그렇다고 답했다. 다른 사람의 잘못까지 자백하려는 사람이 수사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다만 그가 자기 행동의 기록을 끝까지 내놓을 때 진실에 가까워질 수는 있었다. 이런 생각들을 정리하다가 나는 내 책상의 맨 위에 한 문장을 적었다. '실수는 개인의 것이지만, 그 실수를 무기로 삼는 선택은 다른 사람의 것이다.' 그 둘이 겹친 지점을 제대로 찾지 못하면 범인은 끝까지 조직의 게으름 뒤에 숨어 있을 것이다. 밤 열 시, 나는 아침에 보류해둔 익명 메일을 열었다. 내용은 짧았다. '누가 보류 파일을 마지막으로 받았는지 알고 싶습니까?' 그 아래에는 답장을 보낼 주소가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보내지 않았다. 이미 공식 경로를 통해 같은 파일의 수신 이력을 확인 중이었다. 발신자가 이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그가 제공하는 답은 우리를 도우려는 게 아닐 수 있었다. 그때 오선영이 마지막 메시지를 보냈다. '수신부서 기록에 예상과 다른 사항이 있어. 내일 다시 확인할게. 회사가 받은 것과 직원이 확인한 것은 같지 않아.' 나는 책상에 한 줄을 남겼다. '보류 파일이 도착했다고 해서, 누가 읽었다고 결론 내리지 않는다.' 익명 발신자의 가장 오래된 무기는 바로 그 결론을 서둘러 내리는 사람들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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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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