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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78화
PAYLUA ORIGINAL · 제78화

78화. 사진을 찍은 사람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628자

오프라인 책장
사진은 말하지 않는다. 사람은 사진에 말을 붙인다. 1월 8일 금요일 오전, 한유리는 자신이 기사에 쓸 예정이었던 C-12 사진을 빼기로 했다고 연락했다. 사진 속 노란 조각의 위치가 익명 메일에 첨부된 이미지와 달랐기 때문이다. 같은 조각을 다른 각도에서 찍은 것인지, 서로 다른 조각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둘 중 하나가 가짜일까요?" 그녀가 물었다. "그럴 수도 있죠. 둘 다 진짜일 수도 있습니다. 찍힌 장소와 시간이 확인되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면 아무것도 못 쓰네요." "조각 자체가 아니라, 조각이 사고일지에 등장한 사실까지만 쓸 수 있을 겁니다. 그것도 원본 확인이 된다면요." 유리는 한숨을 쉬었다. 내가 남의 취재를 가르칠 입장은 아니었다. 대신 그녀가 독자에게 무엇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지 스스로 구분할 수 있도록 물었을 뿐이었다. 점심 무렵 오선영에게서 새로운 소식이 왔다. 2025년 8월 22일 창고에서 사용한 분류표 고정부품에는 규격 번호가 인쇄돼 있었다. C-12는 부품 모델명이 아니라 분류함 위치번호에 가까웠다. 같은 번호의 표식은 여러 개 있을 수 있었다. "그럼 최초 사건기록에 나온 노란 조각이 그날 깨진 부품이라는 증거는 없네요." "없어. 그래도 비슷한 조각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확인됐지." "발신자가 창고 내부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건 다른 사람도 알아. 창고 작업자가 여럿이고, 사진은 오래된 게시판에 올라왔을 수 있어." 나는 공감했다. 한 가지 특이한 사물을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살인과 연결할 수는 없다. 익명 발신자는 내게 그런 연결을 계속 요구했다. 과거의 물건을 미래의 증거처럼 배치하고, 나머지를 내가 상상하게 만드는 것이다. 오후에는 정민규의 실수에서 또 다른 문제가 나왔다. 민규가 관계기관에 보낸 정정문은 원래 첨부파일을 잘못 받은 일부 담당자에게 도착하지 않았다. 주소록에서 과거 담당자 이름이 교체된 것을 확인하지 않은 탓이었다. 수사팀은 해당 기관과 다시 연락해 수신 여부를 확인했고, 필요한 조치를 진행했다. 민규는 선영에게 말했다고 한다. "제가 한 번 실수했을 때 더 꼼꼼히 했어야 했는데요." 선영은 이렇게 답했다. "사과하는 걸로 끝내지 마. 누가 실제로 받았는지까지 확인해." 나는 그 대화를 들으며 실수한 사람이 다시 일어설 기회를 얻는 방법을 생각했다. 죄책감만으로는 아무것도 고쳐지지 않는다. 자신의 행동이 남긴 경로를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 해질 무렵 김주하의 목소리가 공식 통화로 처음 내게 전달됐다. 오선영과 김주하가 동의한 범위에서 세 사람이 짧게 통화했다. 김주하는 내게 무례할 정도로 직설적이었다. "저를 찾으려면 제게 물으세요. 다른 사람들한테 제 이름부터 돌리지 말고요." "맞습니다. 제쪽에서 이름을 퍼뜨린 적은 없지만, 처음 메일을 받았을 때 더 적극적으로 보호 조치를 요청했어야 했는지는 돌아보고 있습니다." "경고문은 제가 만든 게 아니에요. 제가 한 건 떨어진 종이 분류표를 주워서 다시 끼운 일입니다." "그때 어떤 문서를 봤습니까?" "볼 수 없었어요. 끼우는 데 정신이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누가 사진 찍는 건 봤어요." 나는 호흡을 멈췄다. "누군지 기억합니까?" "얼굴은 기억이 안 나요. 손만 봤어요. 노란 장갑을 끼고 있었어요." 노란 장갑. 그 말은 사진 속 노란 조각과 너무 잘 어울렸다. 나는 바로 반응하지 않았다. 장갑 색은 흔한 기억의 오류일 수 있었다. 사진을 여러 번 본 뒤 남은 인상일 수도 있다. "그 장갑을 오늘도 기억하고 계셨습니까, 아니면 사진을 본 뒤 떠올린 겁니까?" 그녀는 한참 대답하지 않았다. "사진을 보고 나서요. 솔직히 그전에는 그런 걸 기억하지 못했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 대답이 중요했다. 그녀가 기억을 조작했다는 뜻은 아니었다. 다만 독립적인 목격 정보가 아니라 사진을 본 뒤 형성된 기억일 수 있다는 한계를 스스로 알려준 것이었다. 통화가 끝나기 전에 그녀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저 때문에 서류가 못 간 거면 제가 사과해야 하나요?" 나는 말했다. "어떤 서류가 실제로 못 갔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그다음에 누구의 어떤 행동이 원인이었는지요." 그녀는 조용히 답했다. "그럼 그때까지는 죄송하다고 안 할게요." 통화가 끝난 뒤 김주하가 말했다는 '노란 장갑'을 지워버리지 않고 진술의 생성 시점과 함께 표시했다. 내가 기왕에 본 사진 때문에 떠올린 기억을 마치 독립적인 현장 목격처럼 취급해선 안 됐다. 사진에 노란 조각이 있으니 노란 장갑을 봤다고 기억할 수도 있다. 반대로 실제로 장갑을 봤으나 사진이 그 기억을 다시 떠오르게 했을 수도 있었다. 두 가능성 모두 남아 있었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사건노트의 표 머리글을 바꿨다. '증언' 옆에 '최초 진술 시각', '사진 열람 전후'를 붙였다. 과거에 진술을 얼마나 자세히 했는지가 아니라 어떤 정보를 접한 뒤 그 진술이 만들어졌는지를 기록하기 위해서였다. 오선영에게 표를 보냈더니 선영은 한 줄을 추가했다. '질문 방식.' 경찰이 어떤 단어로 물었는지도 기억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몇 번이나 내 질문을 다시 읽었다. "누가 사진 찍는 걸 봤습니까?"라고 묻는 순간,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었다는 전제를 상대에게 주입할 수 있다. 다행히 김주하는 먼저 그 말을 했다. 그 사실도 기록했다. 저녁에는 한유리가 자기 기사의 댓글에 새로운 익명 계정이 나타났다고 알려왔다. 그 계정은 C-12를 훔친 직원이 누구인지 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공한 내용은 이미 공개된 창고 사고일지의 문장과 같았다. 새 증거가 없었다. 유리는 특정인을 범인으로 지목한 댓글을 그대로 기사에 인용하지 않기로 했다. "독자들이 답답해하겠죠." 유리가 말했다. "답답한 게 억울한 사람을 만드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그런데 독자들이 아니라 피해자도 답답할 거예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 말이 맞았다. 정확한 말만 고집하다가 제때 필요한 조치를 하지 못하는 것도 잘못일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경찰이 원본 확보와 당사자 보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당장 해야 할 일과 기다려야 할 일을 나눠서 기록했다. 다시 김주하에게서 사소한 메시지가 전해졌다. 분류판에 걸린 노란 표식을 다시 끼운 뒤 그녀는 고장 접수표를 작성했다고 했다. 그 접수표에는 사진을 찍은 사람 이름이 없었다. 대신 '현장 사진 별도 첨부'라는 글씨가 있었다고 기억했다. 그 기억이 맞다면 사진은 단체방이나 기자에게 퍼지기 전에 내부 고장 접수에 들어갔을 수 있었다. 선영은 해당 접수표의 원본 보존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했다. 나는 익명 메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날은 아무것도 답하지 않았다. 사진을 볼 때마다 누군가의 이름을 먼저 떠올리는 습관을 버리기 위해서였다. 밤 열한 시, 익명 메일에 사진 두 장이 첨부됐다. 둘 다 C-12 조각이었다. 하나는 내가 이미 본 사진, 다른 하나는 구겨진 종이 위에 놓인 조각이었다. 발신자는 '어느 쪽이 먼저일까요?'라고 물었다. 나는 답을 쓰지 않았다. 사진의 순서가 아니라 출처를 확인해야 했다. 그러나 두 번째 사진의 가장자리에 보이는 인쇄 문구 하나가 눈에 걸렸다. '실물 인수 전 — 보류'. 우리가 오랫동안 찾던 상태값이 사라진 곳은 바로 그 종이의 다음 줄일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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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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