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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77화
PAYLUA ORIGINAL · 제77화

77화. 공용 주소의 주인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608자

오프라인 책장
최명환은 우리를 만나고 싶어 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내게 연락해 달라고 요청했다. 1월 7일 목요일 오전, 그의 비서가 내 사무실에 공식 회사 번호로 전화했다. 최명환이 자료를 설명할 의향이 있고 오해를 풀고 싶다고 했다. "조사사무소로 연락하는 이유가 뭡니까?" 나는 물었다. "서진혁 조사관님이 처음부터 사건을 보고 계셨으니까요." "형사사건과 관련된 자료라면 담당 수사기관에 제출하시는 게 우선입니다." 비서는 잠시 망설였다. "저희도 경찰에 협조하고 있습니다. 다만 회사의 입장이 한쪽으로 전달된 것 같아서요." 나는 면담 제안을 바로 수락하지 않았다. 최명환은 지난해 보험금 결재의 최종 책임자였고, 올해 사건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인물이었다. 그렇다고 그가 범인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그가 내 사무실에 들어와 설명하는 장면 자체가 누구에게는 수사 협조처럼, 누구에게는 거래처럼 보일 수 있었다. 오선영에게 연락 사실을 알렸다. 선영은 공식 자료 제출을 먼저 요청하도록 안내하라고 했다. 나는 그대로 전했다. 그날 오후 회사 측은 설명자료를 정식 경로로 접수했다. 나는 경찰이 외부에 공유할 수 있는 부분만 보겠다고 했다. 그 자료에서 중요한 건 최명환의 결백 주장보다 접근 권한 목록이었다. 그는 2025년 8월 당시 정산 결재에 관여했지만 온새문서지원의 출력 계정에는 직접 접근 권한이 없었다고 했다. 법무·준법지원실의 백이준도 유사한 주장을 했다. 두 사람의 이름은 수신 책임 승인과 계약 검토에 등장했지만, 그것만으로 외부 문서지원 업체 계정을 움직였다고 볼 수는 없었다. "두 사람이 직접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는 건 증명할 수 있습니까?" 나는 오선영에게 물었다. "그걸 증명하는 건 불가능할 수도 있어. 중요한 건 해당 동작을 누가 어떻게 했는지 확인하는 거야." "그렇죠. 누구의 권한이 없었다는 말이 곧 다른 경로를 통한 개입이 없었다는 뜻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개입했다는 증거 없이 그런 가능성을 기정사실로 만들지도 마." 나는 대답 대신 수첩에 두 줄을 그었다. '직접 접근 권한 없음'. '지시·요청 여부 미확인'. 이제 누군가의 이름을 두 칸 중 하나에 억지로 넣을 필요는 없었다. 오후 세 시, 한유리가 회계 자료에서 '잔월'이라는 이름을 다시 보았다고 했다. 나는 그녀가 어떤 경로로 자료를 얻었는지 묻기 전에 공개 가능한지부터 확인했다. 그녀는 아직 보도할 단계가 아니라고 답했다. "잔월이 사람 이름인지 계정명인지 확실하지 않아요." "저도 과거에는 비슷한 이름을 봤습니다. 그런데 문서마다 뜻이 달랐어요." "3억 8천만 원이 정말 거기로 갔을까요?" "그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금액은 정산 비교값일 수 있고, 귀속 대상만 바뀌었을 수 있습니다." 유리는 잠시 침묵했다. "사람들은 돈이 어디로 갔는지 알려달라고 해요. 그렇지 않으면 기사를 읽지 않아요." "확인되지 않은 계좌에 돈이 갔다고 쓰면 한 사람이 도둑이 됩니다." 그녀는 알겠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이 어려운 선택이라는 걸 알았다. 명확한 범인 하나를 제시하는 기사는 여러 가능성을 남기는 기사보다 읽히기 쉽다. 퇴근 무렵 고태원은 자신이 본 빨간색 일정에 관한 회사 답변을 보내왔다. 회사는 당시 시스템 점검용 테스트 일정이 일부 직원에게 임시 노출됐을 가능성을 인정했다. 정확한 화면 기록은 보존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럼 제가 거짓말한 게 아닌 거죠?" 고태원이 물었다. "거짓말이었다고 단정할 근거는 줄었습니다. 하지만 그 화면에 실제로 어떤 일정이 보였는지 확인된 건 아닙니다." 고태원은 불편한 숨을 내쉬었다. "정말 말 한마디도 쉽게 못 하시네요." "그동안 쉬운 말 때문에 일이 커졌으니까요."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내가 너무 냉정했는지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저지른 실수로 동료가 죽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떠안고 있었다. 정확한 말과 따뜻한 말은 반드시 충돌해야 하는 것일까. 다음 통화에서 나는 그의 감정을 평가하지 않으면서도 오래된 로그를 확인하기 위한 방법을 안내하기로 했다. 오후 일곱 시에는 백이준이 회사에 제출했다는 공식 의견서를 정리했다. 그는 가짜 합의 동의 메일을 근거로 박혜림의 권리를 제한하지 않겠다고 적었다. 나는 그 문장을 이전에 했던 주장과 비교했다. 예전에는 '본인 회신 확인'이라고 썼고, 지금은 '본인 의사 확인 불충분'이라고 썼다. 회사가 일부 주장을 고쳤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회신이 가짜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단정할 자료는 없었다. 오선영이 말했다. "백이준이 나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으면 지금 내 통화를 끊어. 확인할 자료가 있다면 계속해."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저도 사건을 단순하게 만들고 싶은 모양입니다." "당사자는 그 단순함 때문에 다치잖아." 그 말이 걸렸다. 범죄 이야기를 읽는 사람은 범인을 빨리 알고 싶어 한다. 사건을 조사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잘못 지목된 사람의 이름은 한번 퍼지면 되돌리기 어렵다. 김주하의 경우가 이미 그랬다. 나는 최명환 측에서 제출한 회사 조직도와 온새문서지원의 위탁 업무 범위표를 비교했다. 두 조직 사이에는 정기 보고 담당자가 있었다. 그러나 그 담당자가 모든 문서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계약서에는 사고 보고는 운영 책임자에게, 개인 정보가 포함된 원본은 지정 수신처로만 전달한다고 적혀 있었다. 실제로 규정이 지켜졌는지는 별개지만, 적어도 어떤 서류가 어떤 사람에게 도착해야 했는지 비교할 기준이 생겼다. "사고일지가 최명환에게 직접 전달됐습니까?" 내가 물었다. "현재 확인된 건 정산관리실 공용 주소까지야. 개인 수신 확인은 미확정이야." "그럼 그에게 몰랐냐고 묻기 전에 누가 받아야 했는지를 확인해야겠네요." "그래. 절차를 알고 있었는지와 실제로 그날 봤는지를 구분해야 해." 통화를 끊고 나는 '공용 주소'라는 단어에 동그라미를 쳤다. 조직이 만든 주소는 편리했다. 사람이 바뀌어도 업무는 계속됐다. 그러나 책임을 추적할 때는 그 편의가 함정이 될 수 있었다. 부서는 받았는데 아무도 읽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고, 아무도 받지 않았는데 모두 봤다고 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 확인한 것은 범인이 아니라 기록의 경계였다. 회사 법무팀이 정정에 협조한 사실은 적었지만, 그것으로 사건의 모든 의혹을 덮지는 않았다. 같은 날 같은 사람이 옳은 행동과 잘못된 행동을 모두 할 수 있었다. 한 가지 선행이 과거의 부정을 지우지 못하듯, 하나의 잘못이 모든 다른 행동을 범죄로 만들지도 못한다. 밤 아홉 시, 화진모빌리티의 자료 중 한 문장이 오선영을 통해 전해졌다. '해당 문서는 지시받은 바에 따라 정리했고, 기존 수신자의 이의는 별도로 처리한다.' 문장 끝의 서명은 비어 있었다. 작성일은 2025년 8월 25일. 윤세한의 내부 게시판 경고가 올라온 바로 그날이었다. '지시받은 바'라는 말은 누가 지시했는지 말하지 않았다. 나는 오래전부터 익명 메일이 이름을 던질 때마다 그 이름을 뒤쫓았다. 이번에는 반대로 문장에 없는 이름을 찾아야 했다. 작성자도, 수신자도, 지시자도 비어 있는데 결과만 완료로 남은 문서. 누가 지시했는지 모르면 적어도 누가 그 문서가 처리됐다고 믿었는지는 확인할 수 있다. 그 믿음이 다른 사람을 다치게 했다면, 무지와 범행 사이의 빈틈을 이용한 사람이 거기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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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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