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우가 사망했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그가 왜 죽었는지는 여전히 분명하지 않았다.
1월 6일 수요일 아침, 오선영이 내게 전화를 걸었다. 배정우의 11월 3일 동선을 다시 확인하던 수사팀이 오래된 주차장 이용 기록을 확보했다는 소식이었다. 정확히는 자동 결제 기기에 남은 거래 기록이었다. 차주의 신원도, 실제 운전자가 누구인지도 그 기록만으로 알 수 없었다.
"기록에 찍힌 시각은요?"
"오후 여섯 시 사십일 분. 원효로 근처야."
나는 펜을 멈췄다. 11월 3일 오후 다섯 시 오십육 분, 고태원은 최명환과 배정우의 만남이 취소됐다고 기록했다. 취소된 약속이 사실이라면 배정우는 그곳에 갈 이유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주차 기록이 그가 실제로 도착했다는 증거는 아니었다.
"차량번호는 확인됐습니까?"
"확인했어. 배정우 명의의 차였어. 다만 가족이 함께 이용한 적도 있다고 해."
"가족에게 알려졌나요?"
"필요한 절차에 따라 확인 중이야. 네가 직접 연락하지 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배은정은 동생의 죽음 이후 익명 문서에 의해 여러 차례 흔들렸다. 가족에게 먼저 확인하지 않은 정보로 또 다른 상상을 요구해서는 안 됐다.
오후가 되자 고태원이 자신이 제출한 회의 취소 기록의 날짜를 다시 물었다. 그의 상사는 11월 3일에 그런 회의가 원래 없었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고태원은 분명히 자기 화면에서 약속을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 실제 회의 초대장을 확인해야 합니다. 화면을 봤다는 기억과 약속이 성립했다는 사실은 다를 수 있어요."
"제가 직접 취소 버튼을 눌렀는데 어떻게 없을 수 있습니까?"
"예약 시스템에 남은 초안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임시로 등록한 일정일 수도 있죠."
그는 한참 침묵하다가 낮게 말했다.
"제 잘못으로 사람이 죽은 건 아니겠죠?"
나는 예전과 같은 대답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알려진 사실만으로 그와 배정우의 죽음을 인과관계로 묶을 수 없었다. 대신 그가 어떤 기록을 보존했고 어떤 판단을 했는지 정직하게 진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오후 네 시, 오선영에게서 또 다른 사실을 들었다. 배정우의 차가 기록된 주차장은 원효로 물류창고의 주차장이 아니었다. 걸어서 십 분 정도 떨어진 상가 건물이었다. 차량이 빠져나간 시간도 확보했지만, 실제 이동 경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 배정우가 원효로에 왔다고 쓸 수는 없겠네요."
"맞아. 근처에 등록된 차량 거래가 있었다고만 써."
나는 두 개의 문장을 비교했다. '배정우가 원효로에 갔다.' '배정우 명의 차량의 주차 결제 기록이 원효로 인근에서 발견됐다.' 두 번째는 길고 답답했다. 하지만 법정에 가져갈 수 있는 문장은 대개 그런 식이다.
저녁 무렵 나는 배정우의 유족이 보낸 봉투를 다시 생각했다. '처음 받는다면 열지 말 것.' 문서의 마지막 장이 다른 사람에게 먼저 전달됐는지를 물어보는 문장처럼 보였다. 배정우가 살기 전 마지막으로 누구를 만나려 했는지, 무엇을 돌려주려고 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나는 더 늦기 전에 선영에게 차량 기록과 관련한 한 가지 질문을 추가했다. "자동 결제는 현장에서 이루어진 건가요, 사전 등록된 계정으로 처리된 건가요?" 선영은 아직 정확히 답할 수 없다고 했다. 내가 차주와 운전자를 구분하려면 결제 수단도 분리해서 확인해야 했다.
그때 오선영이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수사팀에서 11월 3일 당시 현장 관계자에게 전달된 비공식 알림의 일부를 확인했어. 시신 발견 전에 사망이 예고됐다는 증거는 아직 아냐.'
나는 시계를 보았다. 누군가 오후 9시 15분에 시신을 발견하고, 9시 16분에 익명 수정본을 보냈다. 단 일 분. 그 짧은 시간 때문에 우리는 계속 미래를 보는 사람을 상상했다. 그러나 당시 현장에는 무전도, 메시지도, 전화를 받은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공식 보고보다 빠른 비공식 전달은 현실에서도 일어난다.
"선배, 비공식 알림은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내용이야. 사망 확정 통지는 아니었어. 최초 전달 시각과 수신 경로는 더 확인해야 해."
그 차이는 컸다. '쓰러져 있다'는 정보를 '사망했다'는 문서로 바꾸었다면 누군가는 아주 짧은 순간에 결과를 단정했다. 현장을 직접 아는 사람이었을 수도 있고, 단순히 위험을 계산하는 사람이었을 수도 있었다.
저녁 여덟 시 무렵에는 배정우의 휴대전화에 관한 언론 보도가 나왔다. '마지막 통화 확인'이라는 제목이었다. 나는 기사를 읽다가 곧바로 창을 닫았다. 기사에는 통화 상대도, 통화 일시도 없었다. 마지막 통화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살인 범인을 좁힐 수 있다는 암시가 붙어 있었다. 모든 죽음에는 마지막 통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유리에게 그 기사가 사실인지 물었다. 그녀는 자신이 확인한 내용이 아니라고 했다. "취재원에게 누가 마지막 통화냐고 물으면 그 이름만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셈이겠죠. 그러면 그 사람이 범인처럼 보일 거고요."
"배정우 씨가 죽은 원인부터 밝혀져야 합니다." 내가 말했다.
"이미 확정된 게 없다는 말이죠?"
"그렇습니다. 감정과 수사 결과가 어디까지인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날 나는 과거 배정우와 나눈 면담 메모를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봤다. 보험금 청구 서류에서 같은 오류가 반복됐다고 지적했을 때 그는 어깨를 움츠렸다. 당시 나는 그 반응을 거짓말의 신호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사람은 억울해도 그렇게 움츠리고, 비밀을 알고 있어도 그렇게 움츠린다. 그 한 장면을 지금 기억해서 그의 죽음을 해석하는 것은 위험했다.
오선영에게 나는 그때의 메모를 원형 그대로 제공하겠다고 했다. 그녀는 "기억으로 보충해 쓰지 말고 당시 적은 것 그대로"라고 말했다. 선영이 과거부터 강조한 원칙이었다. 나는 면담 직후 작성한 원본과 현재의 회상 메모를 별도로 구분했다. 시간이 지난 뒤 기억이 자꾸 또렷해지는 것은 선명한 증거가 생겨서가 아니라, 내 머리가 이야기를 채워넣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한동안 생각하다가 사무실 불을 하나 껐다. 배정우가 당시 진실을 숨겼더라도 누군가 그의 죽음을 합당한 대가처럼 취급할 권리는 없다. 이 사건을 조사할수록 보험사기와 살인 의혹이 서로 다른 사건이라는 사실이 흐려졌다. 나는 새로운 페이지를 펴고 제목을 썼다. '배정우 사망 — 독립 조사.' 그의 이름이 어느 문서의 책임 귀속 칸에 있었는지는 그 페이지의 마지막 항목으로 내려보냈다. 그 대신 마지막 확인된 생존 시각과 사망 원인 확인 절차를 맨 위에 놓았다.
밤 열 시, 배은정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수사팀으로부터 동생의 차량 이동과 관련한 확인 요청을 받았고, 자신이 운전한 날이 언제였는지 기록을 찾아보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동생이 나쁜 일을 했는지 알고 싶지만, 그래서 죽어도 되는 사람은 아니잖아요.'
나는 그 문장을 지우지 않았다. 아무리 그가 지난 사건에서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 해도 그의 죽음을 원래의 잘못에 대한 결과처럼 취급해서는 안 됐다.
그리고 밤 열한 시 이십 분, 익명 메일이 도착했다.
'차는 그곳에 있었습니다. 사람은 다른 곳에 있었을 수도 있죠.'
이전보다 구체적인 힌트도 아니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발신자가 왜 그 문장을 보냈는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대신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적었다.
차량 결제의 원본, 실제 이용자, 마지막 정상 목격, 사망 원인 감정 결과. 네 가지 중 하나도 익명 메일이 대신 증명해주지 못한다.
제76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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