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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74화
PAYLUA ORIGINAL · 제74화

74화. 완료와 전달 사이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647자

오프라인 책장
1월 4일 월요일, 윤세한은 첫 문장부터 자기 잘못을 인정했다. "제 계정에서 완료 처리가 된 건 맞습니다." 나는 그가 말을 끝낼 때까지 기다렸다. 상대가 먼저 죄책감을 말할 때 사람은 쉽게 거기에 기대고 싶어진다. 진실을 찾는 일보다 잘못한 사람 하나를 찾는 일이 편하기 때문이다. 윤세한과의 면담은 오선영이 동의한 범위에서 공식 절차로 진행됐다. 나는 경찰 조사실에 들어가지 않았다. 세한이 자신의 의사를 확인한 뒤, 오선영을 통해 일부 사실만 전달받았다. 외부 조사사가 경찰 증언을 대신 받아 적는 장면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날 무슨 서류를 받았는지 기억하나요?" 오선영이 물었다고 했다. "배정우 과장이 준 목록이에요. 받을 사람들 이름이랑 수신 확인 칸이 있었어요." "그 명단에 박혜림이 있었습니까?" "제가 받은 건 없었습니다." "임소율은요?" "그 이름도 못 본 것 같습니다.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나는 이 마지막 말을 오래 붙들었다. 확신하지 못한다는 대답은 오히려 신뢰할 단서일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 잘못을 줄이려는 말일 수도 있다. 윤세한의 기억은 열여섯 달 전 자료와 대조돼야 했다. 업체가 보존한 시스템 기록에는 9시 16분 완료 처리 요청이 윤세한의 계정에서 발생했다고 적혀 있었다. 문제는 당시 그 계정이 한 대의 공용 업무용 PC에서 로그인된 상태였다는 점이다. 업체는 사용자가 자리를 비울 때 화면을 잠그도록 교육했다고 설명했다. 그것으로 책임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윤세한은 자신이 자리를 뜰 때 잠금을 하지 않은 적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날 실제로 누가 버튼을 눌렀는지는 기록만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면 누군가 제 계정을 쓴 거네요?" 윤세한이 말했다고 한다. 오선영은 곧바로 부정했다. "그럴 수 있다는 것과 그랬다는 건 달라요. 본인이 직접 처리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는 한동안 답하지 못했다. 나는 그 대답에 동의했다. 계정은 사람이 아니다. 로그인 흔적은 경로를 가리키지만 손가락의 주인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오후에는 김주하가 당시 출력실 동료의 이름을 하나 기억해냈다는 연락이 왔다. 이름은 유진아. 인쇄물 교체를 돕던 파견 직원이었다. 하지만 기억 하나로 직원을 찾아가서는 안 됐다. 오선영은 회사의 근무 명부와 계약관계를 먼저 확인하겠다고 했다. 파견 직원 이름은 유진아가 아니라 유진서일 수도 있었다. 그만큼 오래된 일이었다. 나는 별도로 회사 문서지원 계약서를 읽었다. 세한의 업체는 화진모빌리티의 원본을 보관하는 회사가 아니었다. 발송용 목록을 받아 출력과 수신 확인 작업을 위탁받은 곳이었다. 즉 그곳에서 완료라고 찍었다고 해서 원본이 실제로 전달됐다는 뜻은 아니었다. 문제는 화진모빌리티 내부의 다른 시스템이 그것을 실물 전달 완료로 받아들였다는 데 있었다. 하나의 편의 기능이 책임을 바꿨다. 출력이 끝나면 업무가 완료된 것으로 표기하고, 그 값이 다른 시스템으로 넘어가면 수신까지 끝난 것으로 보이는 구조. 누군가 일부러 설계했는지, 서로 다른 담당자가 편의상 연결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 구조를 아는 사람은 문서 한 장을 전달하지 않고도 전달했다고 만들 수 있었다. 오선영에게 그 가능성을 보냈다. 선영은 곧바로 전화했다. "좋은 지적이야. 그런데 정확하게 쓰자. 두 시스템의 완료 뜻이 다를 수 있다는 거지, 그게 실제로 연동됐다는 건 아직 확인 전이야." "맞습니다. 제가 앞질렀습니다." 나는 보낸 메시지 아래에 정정 문장을 덧붙였다. 상대가 우리의 말을 나중에 유출한다면, 나는 그 정정까지 포함해 공개되기를 바랐다. 틀린 판단을 감추는 사람이 되는 순간 악역은 내 과거 문장들을 무기로 쓸 것이다. 오후 다섯 시에는 정민규와 잠깐 통화했다. 그는 최근 잘못 발송한 첨부의 수신처를 정정하는 과정에서 출처를 구분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달았다고 했다. "제 이름으로 나간 문서가 모두 제가 보낸 건 아니더라고요." "그렇다고 본인이 보낸 걸 다른 사람이 보냈다고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그 말 때문에 전 일주일째 출근하자마자 확인부터 합니다." 나는 민규에게 고생한다는 말을 하려다 조금 다른 질문을 했다. "처음에 왜 확인을 생략했습니까?" 그가 잠시 멈췄다. "빨리 피해자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연락처가 필요한데 담당자가 못 찾으니, 확인해달라고 회사에 말한 거죠.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건 그때도 알았는데, 그렇게 빨리 퍼질 거라고는 생각 못 했습니다." 그것은 게으름과도, 뇌물과도 다른 종류의 실수였다. 좋은 일을 빨리 하겠다는 마음이 절차를 뛰어넘게 만들었다. 나는 그 차이를 민규의 면죄부로 쓰지 않았다. 피해자가 보호받아야 한다는 사실과 개인정보가 어디로 퍼질지 확인할 의무는 함께 존재했다. "이제는 매번 선배한테 묻습니다. 제가 모른다고 인정하면 사람들이 답답하겠지만, 잘못 알아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보다는 낫죠." 민규가 말했다. 오선영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민규야. 확인하라고 했지 무조건 기다리라고 안 했어. 스스로 판단할 때는 근거를 남겨." 나는 웃지 않았다. 선영의 지적이 정확했다. 실수한 사람이 아무 행동도 하지 않으면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정해진 절차 속에서도 판단해야 하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그날 저녁 나는 윤세한에게 남은 문제를 정리했다. 그가 계정을 잠그지 않은 행동은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계정에서 일어난 모든 조작을 그가 직접 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서명 하나를 잘못한 사람을 찾는 일과, 그 서명을 이용해 다른 사람의 책임을 바꾼 사람을 찾는 일은 다르다. 나는 종이에 선을 하나 더 그었다. 그 선이 윤세한을 보호할 수도 있고, 반대로 그가 미처 말하지 않은 행동을 드러낼 수도 있었다. 저녁 여섯 시, 온새문서지원에서 과거 장애 대응 기록을 제출했다는 연락이 왔다. 2025년 8월 22일 오전 9시 12분부터 9시 19분까지 수신 상태 연동이 불안정했다는 내용이었다. 기록은 당시 담당자가 남긴 것이지만 시스템 로그 전체가 아니라 요약 보고서였다. 오류가 있었다는 것은 확인될 수 있어도, 오류가 곧 철회 상태를 만들었다는 결론까지는 갈 수 없었다. 그 순간 윤세한이 보낸 메시지가 도착했다. '저 때문에 그 사람들 이름이 문서에 남았다면 제가 바로잡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저한테서 안 나간 문서까지 받았다고 할 수는 없어요.' 나는 그에게 법률 상담과 회사의 공식 경로를 통해 자기 진술을 정리하라고 답했다. 사적 대화에서 과거의 오류를 스스로 해명하도록 만들고 싶지 않았다. 밤 아홉 시, 누군가 나에게 온새문서지원의 내부 게시판 화면을 보내왔다. 제목은 '업무처리 재발 방지'. 첫 줄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완료는 전달을 뜻하지 않는다.' 작성일은 2025년 8월 25일, 사고 발생 사흘 뒤였다. 글쓴이 칸에는 개인 이름이 아니라 '운영관리'라고 표시돼 있었다. 다음 줄이 중요했다. '연동 불일치 발견 시 해당 원본 수신자에게 재확인할 것.' 그렇다면 사건 이후 누군가는 이미 문제를 알아챘을 수 있었다. 그런데 왜 이 통지는 박혜림과 임소율에게 닿지 않았을까. 아니면 닿았는데도 내가 아직 모르는 것일까. 나는 게시판 캡처만으로 내부 담당자를 단정하지 않고 오선영에게 보냈다. 이 사건의 첫 번째 진짜 방해물은 미래를 아는 범인이 아니라 과거의 오류를 발견하고도 끝까지 고치지 못한 조직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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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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