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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71화
PAYLUA ORIGINAL · 제71화

71화. 이름보다 늦은 기록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872자

오프라인 책장
새해 첫날에 울린 전화는 축하 인사가 아니었다. "김주하 씨한테 연락하셨습니까?" 오선영은 인사도 없이 물었다. 나는 방금 전까지 읽고 있던 익명 메일을 닫았다. 메일에는 김주하가 2025년 8월 22일 C-12 분류 사고 기록의 경고문을 썼다고 적혀 있었다. 사람의 이름은 있었지만 그 사람이 글을 작성했다는 증거는 없었다. "안 했습니다. 그분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확인하지 않았어요." "잘했어. 밤사이에 누가 그 사람 집으로 찾아갔나 봐." 나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기자입니까?" "아직 몰라. 관리사무소에 낯선 방문자 문의가 있었대. 신원 확인 전이고, 김주하 씨가 위협을 받았다고 신고한 것도 아니야. 이름이 돌기 시작했다는 정도만 확인됐어." 어젯밤 나는 김주하의 이름 옆에 '작성자 미확인'이라고 적었다. 그런데 익명 발신자는 이미 다른 사람들에게 그 이름을 보여줬을 수 있었다. 내가 경찰에 보낸 원본이 유출된 것인지, 나에게만 보낸 메일과 다른 판본이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전화 한 통은 확인이 아니라 압박이 될 수 있었다. "제가 한유리 기자에게 물어보겠습니다. 기사에 이름을 썼는지." "내가 공식적으로 확인할게. 넌 자료만 정리해." 나는 동의했다. 협조와 수사는 달랐다. 경찰이 신원을 보호해야 하는 단계에서 사설 조사사가 앞서 사람을 만나면 상대가 의도한 혼란을 더할 수 있다. 새해를 맞아 사무실 근처 카페도 문을 열지 않았다. 나는 편의점 커피를 사서 책상에 앉았다. 공용 복합기에서 우연히 흘러나온 문장 하나가 익명 메일에 쓰였던 일이 떠올랐다. 누군가 글을 안다는 사실은, 그 글의 작성자를 안다는 사실과 다르다. 작성자라고 지목된 사람과도 다르다. 세 문장을 노트에 따로 썼다. 먼저 파일을 열었다. 12월 30일 확인한 창고 사고일지의 경고에는 '실물 인계 전 완료 처리 금지'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한 달 전 익명 발신자가 보여준 문장에는 '담당자 서명 전 완료 처리 금지'라고 적혀 있었다. 비슷하지만 같은 뜻은 아니었다. 전자는 문서가 실제 손에서 손으로 넘어갔는지 묻는다. 후자는 서명칸만 채워졌는지 묻는다. 만약 두 판본이 같은 원본의 수정 이력이라면, 왜 그 말을 바꿨는지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각각 쓴 독립 문장일 가능성도 있었다. 나는 화면에서 글씨체, 줄 간격, 흑백 인쇄의 얼룩을 비교하다가 스스로를 멈춰 세웠다. 출력본의 모양을 비교하는 동안 원본 파일이 있는지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오후 한 시가 넘어 한유리에게 전화가 왔다. 그녀는 취재 메모를 보내 달라는 내 요구를 거절했다. 대신 자신이 직접 확인한 사실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제 기사에는 김주하라는 실명이 안 나갑니다. 저도 작성자라는 근거가 없어요." "누가 언론에 돌린 문서가 있습니까?" "문서처럼 보이는 이미지가 돌고 있어요. 제목은 '경고문을 지운 직원'. 제가 받은 건 메신저 전달본입니다. 처음 올린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릅니다." "김주하 씨 사진도 있습니까?" "없어요. 이름과 부서명만 있어요. 그래도 알아볼 사람은 알아보겠죠." 나는 답하지 못했다. 누군가의 얼굴이 없어도 작은 회사에서는 이름 하나만으로 충분했다. 유리는 이어 말했다. "서 조사관님, 이걸 누가 썼는지 알아도 기사가 되지 않습니다. 경고를 누가 받았고 누가 무시했는지가 확인돼야 기사죠." "그래서 원본이 필요합니다." "그 원본을 요청하면 회사가 원본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죠." "그럴 때를 대비해 요청 시점과 답변도 남겨야 합니다." 통화가 끝난 뒤 메시지가 하나 왔다. 한유리가 보낸 이미지는 익명 메일의 사진과 같지 않았다. 하단이 잘린 대신 왼쪽에 연필로 적은 숫자가 보였다. '11/14'. 나는 확대했다. 분자와 분모인지, 날짜인지, 페이지 수인지 알 수 없었다. 이름을 특정할 힌트로 쓰기에는 너무 많은 해석이 가능했다. 그런데 내게 보낸 익명 사진에는 그 자리가 하얗게 처리돼 있었다. 같은 사진을 잘랐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순서까지는 알 수 없었다. 오선영에게 두 이미지를 보냈다. 서로 다른 출처에서 받았다는 사실을 강조했고, 누가 먼저 만들었는지는 모른다고 적었다. 선영은 답장을 보내기 전 잠시 전화를 걸었다. "네가 알아낸 게 뭐라고 생각해?" "하나의 자료가 같은 모습으로 돌고 있지는 않다는 겁니다." "그럼 우리는 무엇부터 해야 해?" "원본이 여러 개인지, 전달 과정에서 가린 건지 구분해야 합니다. 그리고 김주하 씨를 작성자로 부르면 안 됩니다." "좋아." 선영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김주하 씨에게 직접 확인할 기회가 생겼어. 본인이 경찰 조사를 원한다고 연락했대. 다만 자신의 이름이 왜 거론됐는지는 아직 모르고 있어." 나는 전화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누군가를 해명하게 만들면 그 사람이 곧 의심스러워진다. 의심받는 순간 직장을 지키려는 사람은 불리한 기억까지 확신처럼 말하기 쉽다. 내가 해야 할 일은 그 사람이 말할 대답을 미리 기대하지 않는 것이었다. "선배. 첫 질문을 '경고문을 썼습니까'로 시작하지 마세요." "그 정도는 알아." "어떤 업무를 맡았고 어떤 원본을 실제로 봤는지부터요." "알았어. 네가 보낸 비교표도 같이 확인할게." 오후 세 시 무렵 나는 지난해의 보험사 조사 파일을 한 번 더 펼쳤다. 당시 창고 분류 업무에 관한 진술에는 두 명의 담당자가 등장했다. 한 사람은 목록을 인쇄했고, 다른 사람은 봉투를 옮겼다. 그 사이 발생한 사고는 '혼입 가능성'이라는 단어로만 기록돼 있었다. 어느 문서가 섞였는지, 섞인 뒤 실제로 다시 분류했는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 나는 이 오래된 기록이 김주하의 결백이나 책임을 보여준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기록이 가리키는 것은 내가 1년 전 물어보지 않았던 질문이었다. 그때 나는 보험금 지급액에만 관심을 뒀다. 서류가 잘못 전달됐다면 누구에게 금액이 잘못 귀속될 수 있는지까지는 조사하지 않았다. 그 사실을 지금의 수사 성공담으로 덮어버리면, 내게도 서류를 확인하지 않은 책임이 생긴다. 한유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경고문의 글쓴이가 확인되기 전에는 회사 조직도에 있는 이름만으로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유리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어요'라고 답했다. 그 짧은 대답은 나를 조금 민망하게 했다. 나는 다른 사람의 잘못을 예상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실제로 누군가는 내 경고가 없어도 원칙을 지키고 있었다. 그날 경찰서에서는 김주하에게 연락할 때 이전 직장 동료에게 이름을 묻지 말고 본인이 제공한 연락 경로를 우선 사용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 작은 결정은 사건의 정답을 주지 않았다. 대신 이름 하나가 떠돌며 새로운 피해를 만드는 속도를 늦췄다. 나는 사건 기록에 그것도 성과로 적었다. 한 사람을 살리는 일은 범인을 잡는 일만큼이나 수사의 일부일 수 있었다. 오후 여섯 시, 김주하에게서 내 사무실 대표번호로 문자가 도착했다. 그녀가 직접 보낸 것인지 확인할 길은 없었다. '제가 썼다고 나오는 문장, 사실 저는 그 문장을 싫어합니다.' 나는 답하지 않고 오선영에게 전달했다.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옳을 때가 있다. 그러나 방금 받은 문장에는 분명히 새로운 질문이 있었다. 경고문을 작성한 사람이 그 문장을 싫어하는 것과, 작성하지 않은 사람이 싫어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둘 중 어느 쪽인지는 아직 모른다. 밤 열한 시, 익명 메일이 한 통 더 왔다. '이름을 찾아가셨습니까? 이름은 항상 문서보다 늦게 도착합니다.' 첨부된 것은 경고문의 사진이 아니었다. 날짜가 찍힌 작업 지시표였다. 2025년 8월 22일 오전 9시 10분. 그 아래 연필 자국처럼 보이는 글씨. '원본을 받지 못했음.' 나는 한동안 그 문장을 바라봤다. 경고문을 쓴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 뒤에서, 누가 원본을 받지 못했느냐는 질문이 다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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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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