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8일 월요일. 박혜림이 정정 회신을 보내는 동안, 나는 배정우의 죽음에 관한 오래된 시간표를 다시 펼쳤다.
11월 3일 오후 9시 15분 시신 발견. 9시 16분 익명 수정본 도착. 9시 17분 경찰 첫 보고. 나는 그동안 그 순서에만 매달렸다. 누군가 공식 보고보다 먼저 배정우의 죽음을 알았다는 사실이 범인을 가리킬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발견 시간과 사망 시간은 다르다. 시신을 발견한 사람이 범인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 발견 전에 죽음을 예상했을 수도 있고, 이미 다른 경로로 상황을 들었을 수도 있다.
오선영은 내게 새로운 감정 결과를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 수사 중인 내용이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했다.
"배정우가 정확히 9시 14분에 죽었다는 증거는 없어. 보고서의 시각을 사망 시각처럼 읽지 마."
"알겠습니다."
"그런데 너는 그 시각을 그렇게 적어 놓았더라."
나는 노트를 내려다봤다. '21:14 배정우 사망 예정.' 그 말은 첫 예고 문서의 피해자와 장소를 바꾼 수정본의 시간에 끌린 해석이었다. 실제 시신 발견과 의학적 추정은 별개였다.
나는 줄을 그어 수정했다.
'21:14, 익명 문서에 적힌 사건 시각. 실제 사망 시각은 미확정.'
오선영은 관련된 출입 기록과 주변 신고를 다시 대조하고 있었다. 나는 수사팀이 확인한 한 가지 사실만 들을 수 있었다. 배정우 건물에는 저녁 시간에 방문 배달이 있었다. 그 배달의 접수 시각과 기사 진술에 차이가 있었지만, 그 차이가 곧 범인의 동선은 아니었다.
오후에는 배은정이 찾아왔다. 동생의 마지막 날 전화기에서 울렸던 알림음이 무엇이었는지 기억났다고 했다. 나는 그녀에게 그 기억이 떠오른 시점부터 기록해달라고 했다.
"내가 자꾸 바뀌는 말을 하면 못 믿겠죠?" 그녀가 물었다.
"말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믿지 않는 건 아닙니다. 언제 무엇을 떠올렸는지 알면 검증할 방법이 늘어납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생이 죽기 전날 저녁에 '예약 완료'라는 말을 했다고 했다. 그 말이 화진모빌리티 회의실 예약을 뜻하는지, 병원이나 다른 일정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그때 제가 물었어요. '무슨 예약?' 동생이 대답을 안 했거든요."
나는 그녀의 말을 있는 그대로 적었다. 마지막 날의 모든 문장을 살인사건으로 연결하려는 습관을 경계했다.
저녁, 한유리에게서 문자 한 통이 왔다.
'경찰 첫 보고보다 먼저 배정우의 죽음을 알았다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기사로 쓰실 겁니까?"
"아직 아니에요. 그 사람이 누군지도 몰라요."
"보고를 먼저 받은 사람과 시신을 먼저 발견한 사람이 다르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는 말의 의미부터 따져야 합니다."
"그래서 제보자가 표현을 바꾸게 만들려고요. 죽은 걸 '알았다'는 건지, 신고가 들어온 걸 '들었다'는 건지."
그녀는 점점 증거의 범위를 신중하게 다뤘다. 하지만 나는 기자가 확인한 내용을 수사팀보다 먼저 알게 되는 상황이 항상 편하지는 않았다. 각자 다른 목적과 권한을 가진 채 같은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오선영은 밤에 두 번째 전화를 걸었다.
"진혁아. 시신 발견을 보고한 시간과 현장 직원이 동료에게 메시지를 보낸 시간이 달라."
"누가 먼저 연락했습니까?"
"현장에 있던 사람이 공식 보고 전에 다른 직원에게 상황을 알렸을 가능성이 있어. 내용과 수신자는 확인 중이야."
나는 9시 16분 이메일을 떠올렸다. 공식 보고가 9시 17분이라도 현장의 소식은 그전에 퍼질 수 있었다. 범인의 능력처럼 보였던 한 분이 평범한 메시지로 설명될 수도 있었다.
"그 메시지가 9시 16분보다 앞섰다면 익명 발신자의 정보 경로가 될 수 있겠군요."
"가능성이야. 그런데 그걸 보낸 사람이 사건을 계획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
"맞습니다. 정보를 전달한 사람과 살인범은 구분해야죠."
통화 뒤 나는 지금까지 만든 시간표를 다시 정리했다. 과거 자료에서 온 시간, 실제 기기가 기록한 시간, 사람이 나중에 기억한 시간을 세 칸으로 나눴다. 그동안 우리는 서로 다른 세 가지 시간을 한 줄에 섞어 놓고 미래를 맞힌 사람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한 가지는 남았다. 현장의 메시지가 먼저 전해졌다고 해도, 배정우의 시신이 발견되기 전에 작성된 첨부 문서가 정말 그 시점에 만들어졌는지는 별도 검증해야 한다. 미리 준비한 양식에서 이름만 바꾸었을 수도 있고, 수신 시각이 달라 보이도록 만들었을 수도 있다.
오후 늦게 나는 예전 보험사기 조사 때 이용하던 시간표를 꺼냈다. 사진 속 시계, 주차장 출입 기록, 목격자의 기억을 서로 다른 색으로 적어둔 표였다. 당시 나는 택배 기사의 기억을 지나치게 믿고 새벽 배송을 범행 시각이라고 단정하려 했다. 그런데 카드 결제 시각을 확인하자 그 기사는 한 시간 늦게 움직였고, 사진에는 손목시계가 아니라 벽시계가 찍혀 있었다. 나는 그때의 오류를 오래 후회했다.
이번에는 같은 방식으로 날짜를 나누었다. 11월 3일 밤이라는 공통점만으로 서로 다른 시계를 묶으면 안 됐다. 시신 발견자의 휴대전화 기록과 배정우가 살아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마지막 독립 근거 사이에는 아직 공백이 있었다. 익명 문서는 그 공백에 사건 시각을 써 넣었다. 누군가는 내가 그 숫자를 믿기를 바랐던 것 같다.
나는 오선영에게 물었다. "배정우가 여섯 시 회사에 가려 했다는 기록이 사망 시각을 좁혀줍니까?"
"아직 아니야. 약속은 예정일 뿐이고 참석은 확인되지 않았으니까."
"그럼 수사팀은 무엇을 먼저 확인합니까?"
"사람이 실제로 어디 있었는지. 그리고 그걸 각각 다른 경로로 확인할 수 있는지."
그녀의 답은 평범했다. 하지만 내가 놓치던 질문이었다. 나는 배정우의 전화가 마지막으로 연결된 시각을 알더라도 누가 전화를 썼는지 증명할 수 없다고 적었다. 택배가 배달됐다고 집주인이 직접 받았다는 뜻도 아니다.
이때 오선영이 덧붙였다. "현장 방문기사가 그날 본 사람의 외투 색을 정정했어. 처음엔 검정이라고 했는데, 기록을 다시 확인하고 남색일 수 있다고 하더라." 나는 그를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며칠 지난 기억은 흔들릴 수 있었다. 문제는 누군가 그 첫 번째 색을 이미 기사 제목에 써버렸다는 점이었다.
나는 표에서 '검은 외투 남자'라는 항목을 지우지 않고 '초기 기억'으로 이동시켰다. 기억은 버리는 게 아니라 그 시점을 함께 보존해야 한다. 그 차이가 나중에 누군가를 잘못 용의자로 지목하는 일을 막아줄 수 있었다.
나는 빈칸을 남겨둔 채 책상을 정리했다. 답이 없는 곳에 이름을 적지 않는 일이 오늘의 유일한 성과라고 생각했다.
밤 열한 시, 배은정에게서 짧은 메시지가 왔다.
'정우가 죽기 전 제가 화냈던 걸 경찰에 다 말했습니다. 그게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어요.'
나는 답장을 썼다.
'확인할 수 있는 말을 남긴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동생분의 책임을 대신 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보내기 전에 마지막 문장을 지웠다. 내가 가족에게 책임의 무게를 계산해줄 권리는 없었다.
최종 답장은 이렇게 짧아졌다.
'말씀하신 시점과 내용을 기록해두신 것이 중요합니다. 수사팀이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나는 그 문장이 덜 따뜻하다고 느꼈지만 더 정확하다고 생각했다.
제67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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