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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65화
PAYLUA ORIGINAL · 제65화

65화. 존재하지 않았던 약속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632자

오프라인 책장
12월 26일 토요일, 고태원은 내게 메일 한 통을 보내기 전 세 번이나 전화를 걸었다. 나는 그에게 원본을 개인 사무실로 전송하지 말고 경찰에 먼저 보존해달라고 했다. 그는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자꾸 경찰 얘기만 하시네요. 전 그냥 제가 실수했다는 걸 바로잡고 싶다고요." "그러니까 원본을 지키자는 겁니다. 제가 본 사본 때문에 원본의 경로가 흐려지면 오히려 고 대리님께 불리할 수 있어요." 그는 잠시 침묵했다. 그가 찾았다는 것은 회의실 예약 안내문이었다. 배정우가 11월 3일 오후 여섯 시 최명환과 만나기로 했다는 기록을 취소한 이유가 적혀 있다고 했다. 나는 고태원이 했던 말을 기억했다. '실장님 일정이 겹쳐서 제가 먼저 취소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공개된 일정표에는 겹치는 회의가 없었다. 누군가 잠깐 만들어졌다 사라진 임시 일정이 있었다는 정황만 남아 있었다. 오선영이 절차에 따라 확인한 내용은 조금 달랐다. 임시 일정은 최명환의 개인 일정이 아니라 여러 임원에게 공통으로 표시되는 '장소 점검' 안내였다. 그날 그 안내는 회의실 예약 화면의 오른쪽 경고 창에 떴다고 한다. 고태원은 그것을 최명환의 일정 충돌이라고 읽었다. "그럼 제 잘못 맞네요." 고태원이 말했다. "잘못 읽었다는 건 맞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경고가 왜 그 시각에 떴는지도 확인해야겠죠." "누가 일부러 띄웠다고요?" "그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지, 누가 했다고 단정한 건 아닙니다." 그는 겁먹은 듯 웃었다. 회사에서 매일 수십 건 처리하는 사람이 화면 오른쪽의 노란 문구 하나를 잘못 읽었다. 그 뒤로 배정우의 마지막 약속이 사라졌다. 그가 직접 취소 버튼을 눌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문제는 그 버튼을 누르기 전 무엇을 보고 있었느냐였다. 오후에 오선영은 관리업체의 장비 점검 안내가 실제로 예정돼 있었다고 전했다. 회의실 출입문 센서 점검이었다. 그러나 안내가 나타난 시간은 정상적인 배포보다 늦었다. 누가 별도로 배포한 건지, 담당자의 단순 지연인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럴듯하네요." 내가 말했다. "그럴듯하다고 범죄는 아니야." "맞습니다. 오히려 누가 점검을 요청했는지보다 실제 점검했는지부터 확인해야겠네요." 선배는 작은 웃음소리를 냈다. 내가 과거보다 조심스러워졌다는 뜻인지도 몰랐다. 저녁 무렵 배은정이 찾아왔다. 동생의 수첩과 관계된 종이 몇 장을 더 경찰에 제출했다고 했다. 그 가운데는 11월 3일 오후 여섯 시 일정이 적힌 메모도 있었다. 그러나 메모에는 최명환 이름이 없었다. '여섯 시, 직접 확인. 장소 바뀌면 다시 전화.' 나는 그 문장을 읽고 수첩에서 '여섯 시 서류 확인'이라고 적힌 기존 메모와 대조했다. 같은 시간이었다. 그것이 같은 약속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배정우가 여러 사람과 약속을 잡았을 수도 있었다. "정우는 약속 시간을 잘 지켰어요." 배은정이 말했다. "그 사실을 입증할 기록이 더 있을까요?" "이런 게 남아 있는 줄도 몰랐어요. 동생의 하루를 자꾸 들춰보니까 제가 아는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 그녀는 서류를 내려놓았다. 나는 그에게 수사를 돕는 일과 동생을 애도하는 일이 서로 다르다고 말하려다가 그만뒀다. 가족에게 사건은 목록이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은 하루일 테니까. 밤이 되자 고태원이 회사에서 받은 경위서 수정 요청을 보여줬다. 이번에는 '본인 판단으로 임의 취소'라는 문장을 삭제하고 '상급자의 일정상 불가 사전 통보'로 고치라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상급자가 누구인지, 실제 통보가 있었는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 "그대로 쓰면 제 책임이 줄어드는 건가요?" 그가 물었다. "그럴 수도 있고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사실이 아니면 쓰지 않는 편이 맞겠죠." "누가 이걸 고치라고 했는지 말하면 되나요?" "그 내용은 경찰과 법률 전문가에게 원문 그대로 보여주세요. 제 판단으로 제출 내용을 정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는 멍하니 앉아 있다가 말했다. "저는 처음에 제가 똑똑한 줄 알았어요. 일정표에 노란 표시가 뜨니까 상사한테 확인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죠." 나는 내 이야기를 해주었다. 문장을 처음 쓴 날짜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면서 감시당한다고 생각했던 일. 고태원은 잠깐 웃었다. 우리가 잘못한 방식은 달랐지만, 확인을 생략했다는 점은 같았다. 밤 열한 시, 오선영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장소 점검 안내의 최초 등록 요청자가 확인됐어. 회사 내부 담당자 이름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 요청 취지와 일치하는지 추가 확인 중.' 나는 이름을 묻지 않았다. 누군가가 이용했다면 그 사람이 예약 변경을 예상하고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가 누구인지는 그다음이다. 자정 직전 이메일이 한 통 왔다. '어떤 약속은 취소한 사람이 아니라 취소된 뒤에도 기다린 사람이 중요합니다.' 나는 그 문장에 답하지 않았다. 취소된 약속을 알았던 사람이 수사에 끼어들고 있다면, 그는 누가 회의실로 왔고 누가 오지 않았는지 알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배정우가 그날 그 장소에 실제로 갔다는 증거는 아직 없었다. 나는 메시지를 수사팀에 전달하면서 꼭 한 줄을 덧붙였다. '발신자가 알려주는 동선은 단서일 뿐, 확인된 동선이 아닙니다.' 그러나 새벽에 한유리에게서 연락이 왔다. 고태원의 이름이 포함된 회사 게시판 글이 삭제됐다는 것이다. 삭제되기 전의 화면에는 '개인 판단으로 회의 취소'라는 표현과 '상급자 지시를 수행'했다는 표현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 두 문장은 서로 모순될 수 있었지만, 원본 작성 시점이 다르다면 각각 별도 경위서의 일부일 수도 있었다. 한유리는 물었다. "게시물을 지운 사람부터 찾아야겠죠?" "지운 이유도 확인해야 합니다. 회사가 개인정보 때문에 지웠을 수 있고, 증거를 숨기려 했을 수도 있어요." "그럼 기사가 안 되겠네요." "기사를 안 쓰라는 뜻은 아닙니다. 삭제 사실과 삭제 이유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구분하자는 겁니다."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나도 답답했다. 상대가 명확한 얼굴 하나를 내밀어주면 우리는 즉시 그를 중심에 놓고 싶어졌다. 그러나 고태원에게 노란 경고창을 보여준 사람과 회사 게시판 글을 삭제한 사람이 같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때 오선영이 하나의 시각을 알려줬다. 장비 점검 안내가 표시된 건 11월 3일 오후 다섯 시 오십이 분이었다. 고태원이 회의실 예약을 취소한 건 다섯 시 오십육 분. 다만 안내 등록이 그 순간 실제 화면에 보였는지까지는 별도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네 분의 간격을 적었다. 미래를 알고 있었다는 해석은 필요 없었다. 어떤 정보를 보여주면 그 사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 만한 직원이라면 네 분은 충분한 시간일 수도 있었다. 반대로 단순 우연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한 장면을 그렸다. 배정우가 여섯 시 약속을 믿고 회사를 찾아갔다면, 빈 회의실 앞에 서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그림은 아직 내가 만든 상상이었다. 경찰은 그날 배정우의 실제 방문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 나는 상상을 노트에서 지우고, 방문자 등록 원본 대조라는 항목을 남겼다. 내가 제대로 모르는 과거의 네 분이 누군가의 마지막 하루를 바꾸었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바꾸었을 수 있다'고 쓰는 것과 '바꾸었다'고 쓰는 것 사이에는 아직 건너야 할 거리가 있었다. 그 문장을 보낸 뒤 오랫동안 기다렸지만, 오늘은 더 이상의 예고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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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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