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5일 금요일 아침, 정민규가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그가 내게 직접 연락한 일은 드물었다. 보통은 오선영을 통해 필요한 내용만 전달했다. 오늘도 그는 먼저 자신이 수사팀의 허가를 받은 범위 안에서 말하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그 점이 이전과 달랐다.
"서 조사관님. 기사 하나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어떤 기사입니까?"
"제 이름이 들어간 문서가 또 돌아다니고 있어서요."
나는 '또'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누가 이번 문서를 만들었는지 확인할 때까지 그가 죄책감을 새 증거로 바꾸게 해서는 안 됐다.
정민규는 사건을 설명하지 않고 절차를 말했다. 보호 대상자 연락처를 가린 수사 진행 요약본을 관계 기관에 보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첨부한 파일 중 한 장에 수정 전 내용이 남아 있었다. 지워야 할 이름 한 줄이 가려지지 않은 것이었다. 그는 송신 직후 발견해 회수와 정정 요청을 넣었다고 했다.
"그 이름은 누구였습니까?" 나는 물었다.
"수사팀에서 외부 유포 여부를 확인 중입니다. 그건 말씀드릴 수 없어요."
그 대답이 더 안심됐다. 과거라면 정민규는 자신의 잘못을 변명하려고 그 이름부터 말했을 것이다.
"정정은 접수됐습니까?"
"네. 하지만 이미 열람한 사람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렇습니다. 잘못된 첨부를 지웠다는 사실과 그 내용을 아무도 못 봤다는 사실은 다르니까요."
전화가 끝난 뒤 한유리가 연락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자료가 도착했는데 거기에는 '경찰이 숨긴 피해자 명단'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고 했다. 나는 내용 자체를 보지 않았다. 오히려 경찰 문서라는 주장의 근거부터 확인하라고 권했다.
"자료가 진짜일 수도 있잖아요." 그녀가 말했다.
"그렇죠. 진짜 문서가 잘못 전달됐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합니다."
그녀가 기사 제목을 고민하던 사이, 인터넷에는 이미 일부 캡처가 떠돌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임소율의 오래된 연락처와 박혜림의 전 직장명이 적혀 있었다. 개인정보를 직접 가렸다는 주장과 달리 화면 일부가 선명했다.
누가 올렸는지는 몰랐다. 정민규의 실수와 같은 파일이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출처보다 내용이었다. 한 번 붙은 '경찰 자료'라는 꼬리표가 그 안의 모든 말을 사실처럼 만들었다.
정민규는 오후에 오선영의 지시에 따라 정정 경위와 열람 가능 범위를 별도로 남겼다고 했다. 그의 작은 실수는 사라지지 않았다. 임소율은 전화번호를 바꾸는 불편을 겪을 수도 있었고, 박혜림은 또다시 취업 상담에서 과거 직장을 설명해야 했다. 사과로 끝낼 문제가 아니었다.
그날 늦은 오후 박혜림에게서 연락이 왔다.
"제 이름이 올라간 뒤 채용 담당자한테 연락이 왔어요. 혹시 경찰 조사받고 있느냐고요."
"어떻게 답하셨습니까?"
"당사자로 확인받은 건 맞는데 제가 범인인 건 아니라고 했어요. 그런데 상대가 다음에 다시 연락하겠대요."
나는 그녀가 잘못 말했는지 평가하지 않았다. 회사가 어떤 결정을 할지 내가 알 수 없었다. 대신 필요하면 기록을 정리해줄 전문가와 상의하라고 했다. 그녀는 이미 상담을 받고 있다고 했다.
"제가 확인도 못 받은 문서 때문에 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게 화가 나요."
"그럴 만합니다."
"그럼 왜 아무도 그 문서를 지우지 못해요?"
나는 쉽게 답하지 못했다. 잘못 퍼진 정보는 정정 자료보다 오래 살아남는 경우가 있다. 이번 사건에서 악역이 노리는 것은 법정의 최종 판단이 아니라, 그 판단이 나오기 전 사람이 견뎌야 하는 시간일 수도 있다.
오선영은 저녁에 나를 불렀다. 우리는 경찰서 근처 카페에서 잠깐 만났다. 그녀는 수사상 공개할 수 없는 내용은 말하지 않았고, 정민규가 정정을 즉시 신고한 점을 기록했다고 했다.
"네가 알겠지만 민규에게 책임이 없는 건 아니야." 그녀가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민규만 나무라고 끝내면 왜 잘못된 첨부가 외부 열람까지 이어질 수 있었는지는 안 보이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사람의 실수를 고치는 일과 조직의 절차를 고치는 일은 별개였다.
"그리고 그 자료가 곧바로 익명 발신자한테 갔다고도 생각하지 마. 유출된 캡처의 화면 구성은 관계 기관에 보낸 요약본과 조금 달라."
"그럼 누군가 다시 편집했을 수도 있겠군요."
"그럴 수도 있고 다른 판본일 수도 있어. 아직 몰라."
오선영은 한유리에게 직접 연락해 기사에 실리는 개인 정보를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한유리는 독립적인 편집 판단을 할 것이라면서도 실제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서로 의견이 완전히 같지 않았지만, 그 대화가 나쁘게 들리지는 않았다.
밤에 익명 메일이 도착했다. 제목은 '가려진 사람'.
본문에는 정민규가 송신한 시각과 다른 시각 하나가 적혀 있었다. 그 시각이 같은 시스템을 가리키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아래에는 짧은 문장이 있었다.
'한 줄을 가리지 않은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맡길 생각입니까?'
나는 답하지 않았다. 상대는 내 분노가 정민규를 향하게 만들고 싶을 수도 있었다. 반대로 정민규를 무조건 감싸도록 유도할 수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그의 행동을 확인하는 일과 문서가 퍼진 경로를 확인하는 일은 따로 남겨야 했다.
그날 밤 정민규가 내게 또 전화했다. 직속 선배에게 경위서를 제출한 뒤 한참을 망설이다 걸었다고 했다.
"저번에는 사진을 내부 단체방에 올렸습니다. 이번에는 첨부한 자료를 확인하지 않았어요. 제가 수사팀에 있는 게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에게 그만두라거나 힘내라고 말하지 않았다.
"어떤 파일을 가려야 하는지 몰랐습니까?"
"알았습니다. 수정본을 만들었고, 마지막에 다른 탭에 남아 있던 원본이 들어간 줄 몰랐습니다."
"그럼 잘못은 분명하네요."
"네."
"그 잘못이 누구의 범행까지 설명해주지는 않습니다. 피해자에게 생긴 불이익도 사라지지 않고요. 둘 다 남겨야 합니다."
정민규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그가 물었다. "그럼 제가 할 수 있는 건 뭡니까?"
나는 잠시 생각했다. "누가 대신 책임져 줄 사람을 찾지 말고, 같은 오류가 다시 나오지 않도록 절차를 고치는 겁니다. 하지만 그 방법은 오 경위님과 상의하세요."
그는 통화를 끝내기 전 자신이 남은 파일들의 발송 기록을 하나씩 대조 중이라고 했다. 여전히 두려워하는 목소리였다. 나는 두려워하는 사람이 정확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 정확함이 지난 피해를 보상하는 건 아니라는 점도 잊지 않기로 했다.
박혜림에게는 밤 열 시가 넘어 새 연락이 왔다. 채용 업체가 경력 확인을 보류한다는 정식 문자였다. 그녀는 그 문자를 지우지 않았다. 언제 누구에게서 받은 불이익인지 자기 손으로 남기겠다고 했다. 나는 익명 발신자가 의도한 것이 바로 이런 장기적인 소모전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누군가의 전략을 들으려 연락한 게 아니었다.
나는 오선영이 묻기도 전에 한 가지를 더 전달했다. 이름이 공개된 뒤 박혜림의 채용 면담이 멈춘 날짜와, 정민규가 잘못된 첨부를 보낸 날짜가 겹쳤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같은 날짜에 벌어졌다는 이유로 원인과 결과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그녀를 아는 다른 경로에서 정보가 퍼졌을 수도 있었다. 오선영은 그 점까지 기록하겠다고 했다.
나는 두 개의 별도 항목을 만들었다.
'정민규의 발송 실수: 사실 확인 및 후속 조치.'
'익명 캡처의 제작·유포: 독립 조사.'
문장은 평범했다. 하지만 평범한 두 줄을 분리하는 일이 오늘 수사의 유일한 진전이었다.
제64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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