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63화
PAYLUA ORIGINAL · 제63화

63화. 신고자가 아니라 수신인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816자

오프라인 책장
12월 24일 목요일, 임소율을 만나는 일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그녀가 거부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내게는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녀는 이미 경찰에게 사실관계를 설명했고, 다시 외부 조사사에게 설명할 의무가 없었다.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오선영에게는 당시 신고 경로 중 확인 가능한 부분만 물었다. 그녀는 정식으로 확보된 자료를 통해 2025년 8월 22일 오전에 임소율 명의의 정산 오류 신고가 접수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 신고문 전문이 완전히 확보된 것은 아니었다. "그 문서가 사라졌습니까?" "사라졌다고 단정할 수 없어. 원본 저장소와 그 뒤의 접수 대장이 따로 있어. 현재 어느 쪽이 누락된 건지 보는 중이야." "그럼 열한 번째 행은 신고 내용과 직접 관계가 없을 수도 있겠네요." "그래. 원래는 미교부 대상 분류라고 확인됐잖아. 피해자가 신고했다고 그 칸에 들어가는 건 아니지." 나는 2025년의 사건을 나눠 그렸다. 임소율은 신고자. 배정우는 최초 검토자. 서진혁은 외부 검토 요청 대상. 박혜림은 나중에 이름이 추가된 미교부 관련자. 이 네 문장은 모두 같은 뜻이 아니었다. 누군가 그 역할들을 한 장의 목록에 합치면서 의미가 바뀌었다. 오전에는 김주하라는 전 출력실 직원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녀는 이전 면담에서 자신이 찍은 확인 도장이 수령 완료를 뜻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던 사람이다. 그날의 출력 오류를 적은 수첩을 찾았다고 했다. "그때 인쇄가 안 된 문서는 두 개였어요." 그녀가 말했다. "하나는 임소율 씨 이름이 있는 신고 접수 통지였고, 다른 하나는 이의신청 안내였어요." "같은 사람에게 보낼 문서였습니까?" "아뇨. 이름은 기억 안 나요. 제가 기억하는 건 묶음 번호가 달랐다는 거예요." 나는 순간 흥분했다. 사건기록에 나타난 02-A와 02-B, 잘못 합쳐진 두 목록이 떠올랐다. "묶음 번호를 기억합니까?" "정확하게는 모르겠어요. 검은 펜으로 옆에 적어뒀는데 수첩 한쪽이 찢어져서요." 나는 그녀에게 남은 수첩을 보존하고 경찰에게 제출하도록 안내했다. 단지 내 머릿속 두 번호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같은 서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김주하는 오히려 질문했다. "그때 저는 고장 난 프린터를 다시 돌리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관리자가 '통지 자체는 완료로 처리한다'고 말했어요. 그게 잘못이었을까요?" "그 말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습니까?" "업무일지에는 적었어요. 지금 회사에 있을 텐데." "누가 말했는지는 기억합니까?" "이름은 모르지만 목소리는 기억합니다. 다만 일 년 넘게 지났으니까 확실하다고는 못 해요." 그녀는 자신이 일한 곳에서 '완료'라는 단어가 다섯 가지 의미로 쓰였다고 했다. 출력 완료, 검수 완료, 발송 준비 완료, 인계 완료, 수령 확인. 대부분 같은 초록색 표시로 보였다. 시간이 부족한 사람은 그 차이를 묻지 않았다. 나는 오늘의 복합기 사고와 지난해 출력실을 같은 오류로 묶고 싶어졌다. 하지만 어떤 일이 비슷하다는 사실과 두 일에 같은 사람이 개입했다는 사실은 다르다. 점심때 배은정이 경찰에 제출했던 반송 봉투의 사진을 내게 설명했다. 오선영은 당사자가 자발적으로 공개한 범위 내에서만 확인하라고 했다. 사진 속 봉투에는 임소율의 옛 회사 주소가 있었다. 수취인은 임소율 개인이었다. 반송 사유는 '수취인 부재'가 아니라 '주소 불명'으로 적혀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왜 그 사실이 중요하냐고 묻지 않았다. 배은정은 먼저 말했다. "정우가 어쩌면 틀린 주소로 보낸 거겠죠? 그럼 받지 못한 사람이 생기는 게 당연하잖아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가 주소를 적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봉투가 진짜이고 주소가 틀렸다면 발송자의 실수일 수 있다. 그러나 문서가 반송됐다는 사실을 알고도 누군가 '전달 완료'로 처리했다면 그 뒤의 책임은 달라진다. 책임은 한 번의 오류보다 그 오류를 알았을 때의 선택에서 커진다. 그날 오후 오선영은 놀라운 점을 알려줬다. 반송 봉투와 관계된 발송 대장에는 수취인 이름이 임소율이 아니라 '정산정정 담당자'로 표시돼 있었다. 개인명과 역할명이 서로 바뀐 것이다. "입력 착오일까요?" "일단은 가능성이 있어. 그런데 변경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지 보는 중이야." "그럼 임소율은 신고자이면서 회신받을 사람으로도 표시됐다는 말이군요." "기록상으로는. 실제로 받았는지는 아직 몰라." 나는 오래된 보험사기 사건의 교훈을 떠올렸다. 동일한 금액이 서로 다른 장부에 반복해서 적히면 사람들은 두 번의 거래로 생각한다. 그러나 하나의 거래가 여러 회계 처리 단계를 거친 것일 수도 있다. 이름 또한 마찬가지였다. 한 사람에게 여러 역할명이 붙는다고 여러 사람이 생기는 건 아니다. 저녁에 임소율이 직접 연락했다. 내게 설명을 거절하던 그녀가 마음을 바꾼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서진혁 씨. 한 가지는 말해두고 싶어요." "말씀하십시오. 다만 불편하시면 경찰을 통해 전달하셔도 됩니다." "그때 제가 신고한 건 돈을 훔친 사람의 이름이 아니었어요. 돈을 누구한테 청구할지 바뀐 이유였어요." 나는 펜을 들었다. "처음엔 회사 계정이었는데 어느 순간 사람 이름이 됐어요. 제가 그게 이상하다고 썼어요. 그런데 다음 날 제가 신고를 철회했다고 적혀 있더라고요. 전 그런 적 없는데." "철회 기록은 보셨습니까?" "화면으로만요. 담당자가 '시스템에서 끝난 건데 왜 자꾸 묻느냐'고 했어요." "어떤 담당자였습니까?" 그녀는 숨을 골랐다. "그 사람이 지금도 회사에 있어요. 제가 이름을 말하면 그 사람이 절 찾아낼까요?" 나는 대답을 서두르지 않았다. 그녀의 안전과 진술 절차가 먼저였다. 누군가의 이름을 내게 말하는 일은 곧 수사팀에 말하는 일과 같지 않다. "우선 오선영 경위에게 안전하게 진술할 수 있는 방법을 물어보겠습니다. 저한테 이름을 말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임소율은 한참 뒤 고맙다고 말했다. 그것이 동의인지도 확인해야 했다. 그녀는 지금까지 누군가 자신의 의사를 대신 기재한 탓에 고통받았다. 통화 후 내게 낯선 메일이 도착했다. '그녀는 처음부터 피해자가 아닙니다.' 나는 발신자의 평가를 무시했다. 임소율이 잘못을 저질렀어도 범행 예고의 피해 대상이라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책임과 보호를 서로 반대편에 놓는 사람의 계산에 따르지 않기로 했다. 나는 임소율과 통화한 뒤 한동안 지난해의 보고서를 들여다봤다. 당시 나는 회사의 과다 청구 여부를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 장부 옆에 붙은 '귀속 대상 변경'이라는 작은 메모도 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회계상의 일반적인 조정이라고 넘겼다. 임소율에게 한 번 더 물었더라면 무언가 달라졌을까. 나는 후회하는 마음과 실제 책임을 혼동하지 않으려 했다. 그때 내가 볼 권한이 없었던 자료도 있었다. 오선영은 내게 과거 업무 범위와 당시 질문 목록을 그대로 보존하라고 했다. "네가 지금 와서 과거에 못 한 질문을 했던 것처럼 쓰면 더 큰 문제가 생겨." 그 말은 서늘했지만 정확했다. 나는 당시의 부족한 조사와 현재의 추정을 나눠 적었다. 그 뒤 임소율에게 메시지 하나를 보냈다. '방금 통화 내용은 동의해주신 범위 내에서만 전달하겠습니다.' 그녀에게서 답이 왔다. '경찰에게는 전해도 됩니다. 회사에는 말하지 말아 주세요.' 나는 그 선택을 기록했고, 경찰에 같은 내용을 전달할 때도 그녀의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보가 어느 방향으로 흐르는지 결정할 권리가 이제라도 그녀에게 남아 있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사건노트에 적었다. '임소율 신고의 핵심: 금액 자체가 아니라 청구 상대의 변경. 철회 주장의 원문 필요.' 이제 3억 8천이라는 숫자 앞에, 처음으로 사람의 말이 아니라 확인해야 할 회계 동작이 붙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63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63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