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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62화
PAYLUA ORIGINAL · 제62화

62화. 종이를 버린 사람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761자

오프라인 책장
12월 23일 수요일, 복합기 관리업체의 수리 기사는 자신이 종이를 버렸다고 말했다. 정확히는 그렇게 기억한다고 했다. 종이가 걸려 있었고, 그것을 꺼내 옆 휴지통에 놓았던 것 같다는 진술이었다. 어떤 글씨였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차영복이 보낸 사진 속 종이가 내가 인쇄한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이상하게 실망했다. 누군가 내 문서를 몰래 가져갔다고 말해주길 바랐던 걸까. 범인이 있다는 결론이 빨리 나올수록 나는 편안해질 것이다. 하지만 편안한 결론은 종종 불확실한 증거를 가장 먼저 버린다. 오선영은 내게 사진을 보내지 않았다. 대신 그 사진에 실제 글자가 식별 가능한지를 감정 중이라고 했다. 무슨 문장이 찍혀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관리업체 담당자에게 관련 업무 기록의 보존을 요청했다고도 했다. "그 종이를 발견한 사람이 누군지 찾아봐야 할까요?" 내가 물었다. "찾고 있어. 그렇다고 청소한 사람을 의심해서는 안 돼." 오후에 관리실 직원 정아라가 자발적으로 연락했다. 자신이 그날 저녁 공용 복합기 주변에 떨어진 종이를 주웠다는 것이다. 종이 한 장을 접어 폐지함에 넣었다고 했다. "글은 읽었습니까?" "위에 큰 글씨가 있었던 건 기억해요. 그런데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겠어요." "다른 사람에게 보여줬습니까?" "아뇨. 왜요? 제가 뭐 잘못했나요?" 나는 질문을 멈췄다. 이 사람이 하지 않은 행동까지 방어하도록 만들면 그녀는 다음 질문에서 사실을 말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나는 내가 질문할 권한이 제한된 사람이며, 가능한 한 경찰의 정식 확인을 받는 편이 낫다고 설명했다. 정아라는 잠깐 망설이다가 말했다. "사실은 사진을 찍었어요. 잘못 버린 중요 서류면 나중에 찾으실 수도 있잖아요." "사진을 아직 갖고 계십니까?" "있어요. 그런데 다른 사람이 볼 수 있을까요?" 그녀는 직원들이 근무일지를 공유하는 단체방에 그 사진을 올렸다고 했다. 직원은 다섯 명이었고 관리업체 팀장도 있었다. 사진에는 종이 윗줄과 날짜 일부가 보였다고 했다. 내가 말을 잃자 정아라가 먼저 말했다. "제가 잘못한 거죠?" "제가 공용 복합기에 민감한 문서를 보낸 게 첫 번째 실수입니다. 직원분이 사진을 올린 건 확인할 문제가 있고요. 누가 그걸 범죄에 이용했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그녀는 안심하지 않았다. 그 표정이 오래 남았다. 나는 그녀에게 원본 사진과 단체방 대화를 지우지 말고, 참여자 정보 역시 함부로 퍼뜨리지 말라고 부탁했다. 어쩌면 자료는 단순히 그대로 남아 있을 뿐일 것이다. 한유리는 내 설명을 듣고 웃지 않았다.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는 행동이네요. 고장 나면 찍고, 공유하고, 버리고." "그렇죠. 그런데 상대가 그걸 알고 있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당신이 보낸 파일을 본 사람일 수도 있고, 그럴듯한 문장을 골랐을 수도 있고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기사에 '실시간 감시'라는 표현을 쓰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디지털 문서와 공용 기기의 보안 문제를 취재해보겠다고 했다. 나는 그 취재를 돕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내 과거 자료까지 공개하는 문제는 별도 판단이 필요했다. 오후 네 시, 오선영에게서 전화가 왔다. "공용 복합기 사진이 단체방에 올라간 건 확인했어. 그런데 중요한 건 사진이 아니라 그 뒤야."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방에 있던 팀장 한 명이 업체의 민원 관리 프로그램에도 사진을 첨부했어. 고장 처리 내역의 증빙으로." "누가 접근할 수 있습니까?" "범위를 확인 중이야. 일반 고객에게 공개된 건 아니고 내부 직원의 접근권한도 서로 달라." 나는 사진이 다시 한 번 복제됐다는 사실을 메모했다. 그러나 여전히 누가 그 사진을 익명 메일에 사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리고 진혁아." 오선영이 말했다. "그 단체방 사진에 네가 쓴 문장이 정확히 보인대." 나는 펜을 내려놓았다. 이제 추측이 하나 줄었다. 문장 자체가 외부에 보였을 가능성이 아니라 실제로 보이는 상태로 공유됐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현재 쓴 초안을 누가 읽었다는 주장은 힘을 잃겠군요." "그럴 수 있어. 대신 옛 사진을 지금까지 보관한 사람이 있다는 문제가 남지." 나는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답 대신 내게 직접 집 주변을 살펴보거나 수상한 사람을 추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나는 그러겠다고 했다. 퇴근 무렵 정아라는 내게 두 번째로 전화를 걸었다. 관리업체 팀장이 갑자기 자신이 찍은 사진을 삭제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겁이 나서 나에게 먼저 물었다. "삭제하면 안 되는 거죠?" "왜 삭제하라고 했답니까?" "개인정보가 찍혔으니까요. 그 말도 맞는 것 같아요." 나는 잠시 생각했다.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를 불필요하게 유통하지 말자는 요구는 합당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관련 사실을 확인 중인 상황에서 원본까지 없애면 누가 무엇을 봤는지 검증하기 어려워진다. 나는 정아라에게 자료를 새로 전송하지 말고 관리자의 지시와 시점을 그대로 남겨두며, 보존 방법은 경찰 담당자와 상의하라고 말했다. "팀장님이 저를 업무에서 빼면 어떡하죠?" 그녀가 물었다. 나는 장담할 수 없었다. 정아라는 근무 형태가 불안정하다고 했다. 그 사정을 알자 사진 한 장의 경로가 단순한 정보보안 문제가 아니라 생계 문제가 되었다. 오래된 회사에서 박혜림이 겪었던 일이 지금 내 건물에서도 반복될 수 있었다. 오선영에게 이 사실을 전달했을 때 선배는 즉시 팀장을 범인 취급하지 않았다. 그는 원래 개인정보 포함 사진을 삭제하라고 지시하는 업무를 맡은 사람이었다. 다만 삭제 요구를 한 정확한 시각과 이미 보존 요청이 전달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했다. 나는 누군가 사진을 조작했을 거라는 화려한 가설을 적다가 지웠다. 사건의 중요한 선택은 늘 그렇게 평범한 말로 시작됐다. 지우세요. 확인하세요. 완료하세요. 그러는 동안 누군가는 그 말을 지킨 대가를 혼자 치르고 있었다. 이날 저녁 정아라는 팀장의 지시가 전화였는지 문자였는지 기억을 수정했다. 처음엔 전화였다고 했지만 사실은 단체방 메시지를 보고 직접 전화를 건 것이었다. 나는 기록을 그에 맞춰 고쳤다. 진술이 바뀌었다고 그녀를 거짓말쟁이로 만들면, 다음에는 처음 기억한 문장을 끝까지 고집하게 될지도 몰랐다. 밤에는 배은정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는 동생의 반송 봉투와 내 사무실 문서 유출이 서로 관계있는지 걱정했다.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나는 말했다. "혹시 누군가 제게 똑같은 문장을 보냈다는 이유만으로 동생분을 의심하고 계신다면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오히려 동생을 이용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그녀가 조용히 물었다. "그 사람은 언제쯤 끝낼까요?" 나는 약속할 수 없는 말을 하지 않았다. 사건이 끝나는 시각은 누구도 예고할 수 없었다. 전화를 끊자 이메일이 도착했다. 이번에는 미래의 날짜도, 살인 예고도 없었다. '출력물을 찾는 데 이틀이 걸렸군요. 임소율 씨의 첫 신고문은 일 년 넘게 찾지 못했습니다.' 나는 문장을 여러 번 읽었다. 상대는 내가 우선순위를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 말 자체는 옳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옳은 말을 하는 사람이 옳은 편인 건 아니다. 나는 임소율에게 직접 연락하기 전에 오선영에게 전달했다. 보호 대상자의 삶을 상대의 문장 때문에 흔들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날 밤 내가 바꾼 것은 수사 방향이 아니라 질문의 순서였다. 출력물의 경로는 확인할 수 있는 만큼 확인하되, 임소율의 최초 신고문이 어디에서 어떻게 처리됐는지 독립적으로 검증할 것이다. 남의 말이 맞더라도, 남이 정해준 순서대로 움직일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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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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