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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61화
PAYLUA ORIGINAL · 제61화

61화. 첫 문장을 아는 방법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677자

오프라인 책장
12월 22일 화요일 아침, 나는 사무실 문을 열기 전에 계단참에 서서 손잡이를 바라봤다. 누군가 나를 감시한다고 믿기 시작하면 손잡이의 작은 흠집도 증거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제 없던 흠집인지 기억할 수 없다면 그것은 증거가 아니다. 나는 열쇠를 꺼내 평소처럼 문을 열었다. 경보가 울리지 않았다는 것과 침입이 없었다는 것은 다른 사실이었다. 밤사이 컴퓨터의 전원을 끄지 않았다. 무턱대고 자료를 지우거나 프로그램을 새로 설치하면 확인할 수 있는 흔적부터 없어질 수 있다는 조언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는 사건 관련 장치의 상태를 보존하고 전문가에게 원격 접속 기록과 외부 공유 설정을 검토받기로 했다. 대신 그동안 종이에 시간표를 그렸다. 첫째, 내가 문장을 처음 쓴 시점. 둘째, 외부로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는 시점. 셋째, 익명 발신자가 그 문장을 파일 이름에 넣어 보낸 시점. '본인은 확인한 사실만 기재한다.' 나는 어제 그 문장을 처음 쓴 줄 알았다. 하지만 12월 14일 작성한 옛 초안에도 같은 문장이 있었다. 기억에는 없었다. 확인을 늦춘 이유는 내 생각이 나보다 정확할 거라는 오만이었다. 12월 14일 문서는 회사가 보내온 의견서 요청에 답하지 않기 위해 만든 내부 메모였다. 작성 뒤 인쇄한 적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책상 서랍에서 종이 한 장이 나왔다. 맨 윗줄에 그 문장이 있었다. 잉크가 흐렸고 아래쪽은 잘려 있었다. 프린터 시험 출력에 쓰다 만 종이였다. 내 사무실에는 프린터가 없다. 같은 층 복도 끝, 건물 관리인이 제공하는 공용 복합기를 쓴다. 개인 조사업무에 쓰는 원고를 공용 기기로 보내지 않는 것이 원칙인데, 그날은 문서 머리글의 줄 간격만 확인하려고 첫 장을 보냈던 기억이 떠올랐다. 종이가 걸려 다시 출력하지 않고 돌아왔다고 생각했다. 나는 날짜를 적었다. 그날 인쇄 대기열에 남은 자료가 있다면 누구든 마음대로 볼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관리 권한이 있는 사람, 용지 걸림을 처리한 사람, 실제 용지를 발견한 사람이 각각 다르다. 내가 한 부주의를 곧바로 정보 유출로 결론 내리면 실제 경로를 놓친다. 오선영은 내 설명을 듣고 짧게 말했다. "네가 그 문장을 밖으로 보냈을 가능성을 먼저 발견한 건 잘한 일이야." "칭찬입니까?" "아니. 그 말 안 했으면 네가 감시당하고 있다는 주장에 수사팀이 며칠을 허비했을지도 모르니까." 그녀는 복합기 관리기록은 관리인의 협조를 구하거나 필요한 절차에 따라 확보하겠다고 했다. 내가 임의로 공동 관리 계정에 들어가 확인할 일은 아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간 정민규를 비판하면서 정작 나 자신은 출력 한 장을 처리하지 않은 것이다. 점심 무렵 관리인 차영복이 내 사무실을 찾아왔다. 그는 인쇄기 문제가 있었다는 말에 표정부터 굳었다. "그거 누가 고장 냈다고 하는 겁니까?" "그런 얘기가 아닙니다. 열나흘에 용지가 걸린 기록이 있는지만 확인하려고요." "그날 오후에 수리기사 왔었죠. 인쇄가 자꾸 밀렸거든요." "수리기사가 출력물을 가져갔습니까?" "그런 건 모르죠. 기사 올 때마다 제가 옆에서 지키는 것도 아니고." 그는 갑자기 기억을 더듬더니 휴대전화를 꺼냈다. 수리 요청을 넣을 때 고장 화면 사진을 찍어 업체에 보냈다고 했다. 사진에는 종이가 걸린 배출구와 출력물의 윗부분이 조금 보였다. 그는 별생각 없이 그 사진을 문자로 보냈고 답장을 받았다. 나는 사진을 직접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사건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원본을 보존해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동의한 뒤 경찰에 제출하도록 연락처를 안내했다. "별것도 아닌 걸로 일이 커지네요." 차영복이 말했다. 그 말은 변명도 아니고 고백도 아니었다. 그는 고장 수리를 위해 사진을 보낸 것이다. 문제는 내가 비공개 문서를 공용 복합기에 출력했고, 누군가 그 화면을 찍어 외부 업체에 전달했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날 오후 한유리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익명 발신자가 그녀에게도 파일 이름 하나를 보냈다는 것이다. '나는 확인한 것만 기사로 쓴다.' 한유리는 전날 내게 그와 비슷한 말을 했다. 어느 기사에서든 나올 법한 문장이다. 그러나 발신자는 각자의 직업을 알고, 각자가 지킬 원칙을 말하는 문장을 골라 보내고 있었다. 우리는 그것을 미래 예지처럼 느끼고 싶어 했다. "이건 심리전이네요." 그녀가 말했다.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우엔 실제 출력물이라는 설명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기자님 문장의 출처는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그러면 발신자가 서로 다른 사람일 수도 있겠네요." "맞습니다. 같은 사건을 아는 사람이 모두 같은 계정을 쓰는 건 아닐 테니까요." 저녁, 오선영은 12월 14일 복합기 수리 접수 기록이 존재한다고 알려줬다. 작업자는 장비를 점검했지만 어떤 문서가 인쇄됐는지 보지는 못했다고 진술했다. 사실을 입증하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배출구 사진의 원본 검토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는 복도에 나가 복합기를 바라봤다. 그 기계는 수백 명이 지나가는 길 한복판에 놓여 있었다. 방금 나온 종이를 잡지 못한 내 작은 게으름이 누군가에게 신비한 능력처럼 보일 단서를 준 셈이었다. 그러나 익명 발신자가 그 종이를 실제로 봤다는 증거는 여전히 없었다. 그 둘을 혼동하지 않기로 했다. 자정 전, 낯선 메시지가 왔다. '당신은 종이를 찾았군요.' 나는 답하지 않았다. 그 문장도 발신자의 관찰일 수 있고 짐작일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내가 새로운 질문을 던지도록 계속 유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차영복이 돌아간 뒤 나는 전날 오후의 일을 하나 더 떠올렸다. 건물 관리비 청구서를 찾으러 관리실에 갔을 때, 누군가 내 사무실 호수를 물었다. 관리인은 택배가 잘못 왔다고 했고 나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그 기억은 오늘 아침에야 갑자기 의미심장해졌다. 나는 관리실에 다시 전화해 그 택배가 실제로 있었는지만 물었다. "네, 있었어요. 다른 층으로 잘못 보냈더라고요." 관리인의 대답은 너무 평범했다. 범죄자가 굳이 택배 기사를 가장할 필요가 없었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그날 택배가 있었다는 독립적인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택배가 잘못 왔다는 사실을 소설의 복선처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그날 오후 정민규가 정식 경로로 질문 하나를 전해왔다. "조사관님은 그 첫 문장을 사건이 시작되기 전에도 자주 사용하셨습니까?" 나는 처음엔 반발하고 싶었다. 내 습관이 다른 사람의 범행을 가볍게 만들어주지는 않으니까. 그러나 질문은 정확했다. 2024년 보험금 조사 의견서에도, 지난해 의뢰인에게 보낸 보고서에도 비슷한 문장이 있었다. 나는 그 문장들을 날짜별로 분리해 제출했다. 정민규는 짧게 답했다. "그럼 발신자가 특정 문서를 보지 않고도 흉내 낼 수 있겠네요. 다른 정보가 붙어 있는지 보겠습니다." 나는 그가 과거의 정민규와 조금 달라졌다고 느꼈다. 상대를 놀라게 할 대답보다, 놀라지 않을 근거를 먼저 찾고 있었다. 하지만 문장만 흉내 낸 것이라면 발신자는 왜 하필 12월 21일에 그것을 보냈을까. 나는 그 질문에도 두 가지 답을 남겼다. 내가 최근 더 자주 쓰는 문장이었거나, 발신자가 내가 그 문장에 반응하리라는 것을 알았거나. 순서를 알 수 없을 때는 둘 다 열어둬야 했다. 나는 노트 가장 위에 적었다. '내가 무엇을 노출했는가.' 그 아래에 또 한 줄을 더했다. '노출된 것을 실제로 누가 이용했는가.' 두 번째 문장만이 다음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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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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