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8일 금요일, 오선영은 평소보다 일찍 나에게 전화했다.
"진혁아. 혹시 어제 윤세한에게 경찰 공문이 갔다고 들었어?"
"아뇨. 무슨 공문입니까?"
"출석 일정을 바꾸고 관련 자료를 지정된 곳에 먼저 제출하라는 안내가 있었대."
나는 바로 물었다. "경찰이 보낸 게 아니란 말씀이죠?"
"현재 확인되는 정식 발송 기록에는 없어. 그래서 진위를 확인 중이야."
선배는 단정하지 않았다. 어떤 직원이 발송을 잘못 등록했을 가능성을 먼저 배제해야 했다. 그러나 내가 받은 익명 사건기록과 비슷하게, 누군가 공식 문서의 형식을 빌려 사람을 움직이게 하려 했을지도 몰랐다.
오전 열 시, 윤세한이 자신이 받은 문서를 경찰에 자발적으로 제출했다는 소식이 왔다. 오선영은 내가 파일을 보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수사의 원본을 확보하고 유포 경위를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문서의 내용과 절차상 문제만 확인했다.
"윤세한은 그 안내를 믿었습니까?"
"처음에는 믿고 일정을 바꿨대. 그런데 지정된 제출처가 평소와 달라 확인 전화를 했고."
"그럼 자료를 보냈습니까?"
"아니. 다행히 제출 전이었어."
나는 안도했지만 곧 그 감정이 불편했다. 윤세한이 한 번 더 확인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는 작년에 원본 확인 없이 완료 버튼을 눌렀다고 진술했다.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사람은 배울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다른 문제가 생겼다. 출석 일정을 변경한 사실이 회사에 전달되면서, 윤세한에게 어떤 자료를 조사받는지 묻는 사람들이 몰렸다고 했다. 그가 문서를 제출하지 않았더라도 누군가는 그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었다.
오선영이 말했다. "문서가 가짜였다고 바로 말할 생각은 없어. 확인이 끝나기 전에 누가 무슨 내용을 알고 있는지 굳이 알려줄 이유도 없지."
나는 동의했다. 하지만 선배가 정보를 아끼는 동안 윤세한이 회사 내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생각했다. 수사를 보호하려면 누군가의 생계와 명예를 희생해도 되는 걸까. 쉬운 답은 없었다.
그날 오후 고태원에게서 또 연락이 왔다. 자신의 예약 변경 업무가 조사 중이라는 소문을 들었다고 했다. 회사에서는 컴퓨터 화면을 잘못 본 경위를 적으라고 요구했다. 그가 초안에 쓴 문장은 '본인의 착오로 회의가 취소됐음'이었다.
"그 말이 사실입니까?" 내가 물었다.
"제가 취소 버튼을 누른 건 맞습니다."
"버튼을 누른 건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일정이 충돌했다는 화면을 실제로 봤는지는요?"
"봤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자신이 없어요."
"그럼 그렇게 써야 합니다. 기억이 확실하지 않은 걸 확실한 사실로 적으면 안 됩니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적으면 회사에서 제가 거짓말한다고 할 텐데요."
"그럴 수 있습니다. 그래도 당시 화면을 재현하거나 기록을 확인하는 게 우선입니다."
나는 그에게 문장을 대신 써주지 않았다. 나는 사실과 추정을 구분하는 방법을 알려줄 수는 있지만, 자기 경위서의 주어는 그가 결정해야 한다.
내 사무실에 있는 오래된 공문 양식을 찾아본 적이 있었다. 사건에 관해 전화로만 안내받았는데도 겉모양이 그럴듯한 서류를 보면 먼저 믿고 싶어지는 습관이 있었다. 그날 나는 그 습관을 떠올리며 윤세한이 확인 전화를 한 사실을 기록했다. 그는 원본을 보지 않고 처리한 과거의 부주의를 반복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윤세한이 선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책임을 줄이려고 더 신중해졌을 수도 있다. 사람의 동기를 단 한 번의 행동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도, 싫은 사람에게도 같아야 했다. 오선영은 결국 이 문서로 누군가 실제 자료를 빼갔는지부터 확인하고 있었다. 그 물음에는 선입견이 필요하지 않았다.
저녁에는 정민규가 오선영을 통해 작은 사실을 전했다. 수사팀 내부의 정식 출석 통지 기록과 윤세한에게 도착한 문서에는 담당 부서 표기가 달랐다고 했다. 오류일 수도 있고 누군가 옛 양식을 사용했을 수도 있다.
"어떻게 알았습니까?" 내가 물었다.
"정민규가 보존해둔 예전 양식과 비교했대. 다만 그 예전 양식도 외부에 나온 적이 있어서 출처를 좁히기는 어렵다고."
나는 정민규의 실수로 공용 계정 제한이 늦어진 일을 떠올렸다. 그가 문서를 확인하는 데 신중해진 건 좋은 변화였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아직 사라진 CCTV 영상을 되돌릴 수 없었고, 자신의 경위서가 외부로 흘러나간 이유도 몰랐다.
오선영은 내부 직원에게 공문 발송 기록을 다시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담당자가 바쁜 중에 요청 메일을 잘못 전달했다. 수신자 목록에 윤세한과 같은 회사의 다른 직원이 포함돼 있었다.
이번 실수는 작았다. 메일에는 출석 일정이나 수사자료의 내용이 적혀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경찰이 윤세한의 문서 발송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는 사실은 상대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었다.
나는 선배가 먼저 그 사실을 알려줬을 때 놀랐다. 그녀가 수사팀의 실수를 숨기지 않은 것이다.
"추가 전달 가능성을 확인 중이야." 그녀가 말했다. "접수와 회신을 다시 분리하도록 했고."
"민규 문제와 비슷하군요."
"응. 그런데 담당자를 공개적으로 혼내서 끝내면 또 생길 거야. 재발을 막는 절차부터 고쳐야지. 그 사람의 책임을 없애자는 뜻은 아니고."
나는 그녀의 말을 곱씹었다. 같은 편의 오류는 상대가 만들지 않아도 발생한다. 악인은 오류가 생길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 틈을 발견하면 충분하다.
선배는 발송 오류를 일으킨 직원에게 새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수신 범위가 불분명한 메일은 보내기 전에 한 사람 더 확인하도록 하는 임시 절차였다. 수사팀이 모든 업무를 두 번 점검할 여력은 없겠지만 적어도 사건 관련 외부 전달은 달랐다.
나는 그것이 실수를 완전히 막지 못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확인자가 바쁘다는 이유로 옆 사람의 결재를 미리 받아두면 종이는 또 완료로 보일 것이다. 그래서 오선영은 누가 실제로 확인했는지 남기는 칸을 따로 만들었다고 했다. 거창한 수사 기법이 아니었다. 그러나 상대는 바로 그런 작은 경계가 없다는 사실을 먹고 자랐을지 모른다.
밤 열한 시가 가까워졌을 때 익명 메시지가 왔다. '경찰이 보내지 않은 공문을 경찰이 확인하는 동안, 경찰이 보낸 공문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나는 문장을 읽고 먼저 웃음이 날 뻔했다. 상대는 자기 수수께끼를 과장된 문장으로 포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두 번째 읽을 때는 다른 부분이 보였다. 공문이 둘이라는 말이 사실인지부터 확인해야 했다.
오선영에게 그 내용을 전달했다. 선배는 잠시 뒤 답했다.
'공식 발송 문서 목록은 별도 확인 중. 네가 도착하지 않은 문서를 상상해서 찾지 마.'
나는 답장을 쓰다가 멈췄다. 그녀 말이 맞았다. 존재하지 않는 공문을 쫓으면 상대가 원하는 방향으로 시간을 빼앗길 수 있었다.
그날 밤 고태원에게서 마지막 메시지가 왔다. '회사에서 경위서 원본을 달래요. 복사본부터 보냈는데, 왜 원본이 필요할까요?'
나는 그에게 보존과 제출 요청의 목적을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담당 전문가에게 상담하라고 했다. 원본을 멋대로 없애거나 바꾸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
잠시 뒤 그는 메시지를 한 줄 더 보냈다.
'제가 본 일정표 화면에는 빨간색 일정이 있었어요. 지금 회사가 보여준 화면에는 없어요.'
나는 그 색깔을 증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의 기억은 화면의 색과 이름을 뒤섞는다. 그러나 만약 실제로 서로 다른 일정표가 있었다면 누군가 고태원의 실수를 유도했을 가능성이 생긴다.
새벽이 다가오는 동안 나는 다음 질문만 남겼다.
'일정을 잘못 본 사람을 찾기 전에, 그가 어떤 화면을 보았는지 확인할 수 있는가.'
그 질문에는 아직 누구의 이름도 들어 있지 않았다.
제57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