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박혜림은 새 일자리에 지원하지 못했다. 면접을 보기로 했던 업체에서 경력 확인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연락했다.
그녀는 내게 채용 담당자의 문자를 보여주었다. 이유는 공손하게 적혀 있었다. '기존 업무 처리 관련 확인이 종료되지 않아 검토 보류.' 나는 그 문장이 얼마나 많은 것을 감추는지 알았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는 동안 사람은 수입을 잃는다.
12월 14일 오전, 박혜림은 노동 관련 상담 창구에 제출할 문서를 정리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요청한 범위에서 과거 회사 문서의 날짜를 확인해 주었다. 법률 대리인이 아니니 결과를 약속하지는 않았다.
"윤세한이 완료 버튼을 눌렀다는 게 사실이면 저한테 책임을 물은 회사가 잘못한 거 아닌가요?"
"그 기록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이름이 언제 들어갔는지, 어떤 절차로 책임을 정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동안 저는 뭘 해야 하죠?"
나는 대답을 찾지 못했다. 당장 살기 위해 일해야 하는 사람에게 기다리라는 말은 아무 비용도 치르지 않는 사람이 쉽게 내뱉는다. 나는 통장 내역을 묻지 않았다. 그녀가 원한다면 공식 지원 제도를 안내받을 수 있도록 창구를 함께 찾겠다고 했다.
그날 점심, 화진모빌리티 측에서 연락이 왔다. 박혜림 관련 외부 문의가 이어지니 조사에 관여했던 내가 사실관계 정리 의견을 낼 수 있겠느냐고 했다. 회사는 '업무상 미수신 처리 경위에 관한 확인'이라는 제목을 제시했다.
"제게 특정 결론을 적어달라는 뜻입니까?" 내가 물었다.
"결론은 없어도 됩니다. 현재 조사 중이라고만 쓰시면 됩니다."
그 말에는 함정이 있었다. 나는 회사와 계약 관계가 아니었고, 이 사건에 관한 내 지위는 참고인에 가까웠다. 그런데 공식 문서에 의견을 내면 나중에는 내가 회사 측 조사에 참여한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
"작성 목적과 사용 범위를 먼저 서면으로 보내주세요. 저는 사실 확인 자료 외에 확인되지 않은 판단은 제공하지 않겠습니다."
직원은 알겠다고 했다. 통화가 끝난 뒤 나는 기록을 남겼다. 누군가 '조사 중'이라는 짧은 문장을 빌려 책임 소재를 보류하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상대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내가 계약서를 다시 살펴보자 '분쟁 종결'이라는 표현이 눈에 들어왔다. 그 말이 임금과 계약 문제에만 해당하는지, 아직 조사 중인 문서의 수신 사실까지 인정하는 것인지 문면만으로는 분명하지 않았다. 법률 전문가가 그 범위를 검토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예전에 나는 회사의 제안을 거절하고 끝까지 싸우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상대방의 수입과 가족 사정을 모른 채 원칙만 외친 것이다. 그 사람은 결국 몇 달을 버티지 못했다. 그 기억 때문에 나는 박혜림에게 더 조심스러웠다. 범인을 잡는 일과 오늘 저녁의 병원비를 내는 일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 책상에 앉은 내가 결정할 수 없었다.
오후 세 시 박혜림이 내게 다시 전화했다. 회사에서 새로운 합의안을 보냈다고 했다. 지난번보다 액수가 조금 늘었다. 조건은 기존 정정 요청을 철회하고 업무 관련 외부 발언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받으실 겁니까?" 나는 묻지 않았다.
그녀가 먼저 물었다.
"이걸 거절하면 제가 바보인가요?"
"제가 그 선택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문서의 조건이 어떤 의미인지 담당 전문가에게 확인하세요."
"그럼 조사관님은 어떻게 하실 건데요?"
나는 잠시 생각했다.
"제가 받지 않은 서류에 확인했다고 쓰라고 하면 쓰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생활비가 필요한 상황이 저와 같지는 않겠죠."
그녀는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아주 작게 말했다.
"사실 저는 받으려고 했어요. 엄마 병원비가 밀렸거든요."
그 말이 내게 더 무거웠다. 그녀는 옳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고통받는 게 아니었다. 그냥 살아야 했다.
나는 그녀에게 어떤 결정을 하든 실제 날짜와 서류를 보존하라고 권했다. 제안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나중에 중요할 수 있었다. 그녀의 결정을 범죄 수사의 미끼로 써서는 안 됐다.
저녁, 오선영이 알려온 사실은 한 걸음 나아갔다. 윤세한 계정의 일괄 완료 작업과 박혜림 이름이 추가된 작업은 같은 날 처리됐지만, 작업 기록상 순서는 애매하지 않았다. 이름이 추가된 것으로 보이는 항목이 먼저 생성됐고, 완료가 뒤따랐다.
"그럼 윤세한이 봤을 수도 있겠네요."
"그래. 그러나 화면에 해당 행이 보였다는 증거는 아직 없어. 조회 화면이 한 장씩 넘어가는 방식이었대."
"누가 추가했는지는요?"
"별도 입력 단말이 있었어. 그 단말을 여러 명이 썼다는 진술이 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이 꼬인 정도가 아니라 시스템 자체가 개인의 행동과 계정의 행동을 구분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 허술함을 이용한 사람이 있었을 수 있었다.
오선영은 더 말했다. "문제는 누가 박혜림 이름을 적었느냐뿐 아니라, 그 이름이 왜 외부 확인서까지 옮겨졌느냐야. 중간 단계에서 한 번만 멈췄어도 확인 완료가 그렇게 퍼지진 않았을 수 있어."
그날 밤 나는 김주하의 도장, 윤세한의 승인, 정민규의 회신 미확인, 한유리의 질문지 발송 실수를 나란히 적었다. 하나하나를 보면 평범한 업무 오류였다. 하지만 누군가 그 오류들이 연결되는 지점을 알았다면, 가짜 서명을 만들 필요조차 줄어들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스스로에게 경고했다. 서로 다른 사람의 실수를 하나의 치밀한 계획처럼 보는 것도 함정이다. 모든 사고가 누군가의 조종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악인은 이미 생긴 사고를 뒤늦게 이용했을 수도 있다.
정민규에게도 사과할 비용이 남아 있었다. 나는 오선영에게 그가 어떤 징계를 받을 것인지 묻지 않았다. 대신 그가 보존하지 못한 자료를 대신할 수 있는 기록이 어디까지 확보됐는지 물었다. 선배는 멀리서 촬영한 영상만으로 원래 편의점 화면을 복구했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출입 시간과 다른 카메라 자료를 합쳐 일부 동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박혜림에게 전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사건의 모든 진전을 알려줄 권한도, 이유도 없었다. 누군가의 고통을 달래려고 확인되지 않은 성과를 약속하는 것은 또 다른 실수다. 박혜림에게 필요한 건 자신의 기록을 바로잡는 공식 결과와 생계의 회복이었다. 내가 수사 상황을 흘려주면 잠시 위로가 될 수는 있어도 나중에 그녀가 의심받을 위험을 키울 수 있었다.
밤 아홉 시가 넘어서 낯선 번호로 문자가 왔다.
'좋은 사람이 되려면 얼마가 필요합니까?'
나는 번호를 저장하지 않고 원문을 보존했다. 금액도, 요구도 없는 문장. 박혜림에게 제시된 합의와 연결시키고 싶어졌지만, 연결을 뒷받침할 근거는 없었다.
잠시 뒤 다시 문자가 왔다.
'당신이 한 번만 확인했다고 쓰면 한 사람의 일자리가 돌아옵니다.'
이번에는 요구가 있었다. 그러나 '무엇을' 확인하라는 말은 빠져 있었다.
나는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대신 오선영에게 메시지 원본과 수신 사실을 전달했다. 누군가는 내가 내용이 없는 확인서에 먼저 서명하길 바라고 있었다.
그때 박혜림에게서 짧은 연락이 왔다.
'합의안은 아직 서명 안 했습니다. 변호사님과 내일 다시 보겠습니다.'
나는 그 문장을 읽고 조금 안도했다. 그래도 그녀가 서명하든 하지 않든 그녀를 평가하지 않기로 했다. 그 결정의 무게를 내가 대신 들 수는 없었다.
다음 날 오전, 나는 회사에서 보내겠다는 의견서 요청을 기다렸다. 만약 그 안에 확인되지 않은 문장이 들어 있다면 거절할 것이다. 반대로 사실을 바로잡을 자료가 있다면 원칙대로 전달할 것이다.
나는 책상 위에 빈 문서를 띄웠다. 첫 줄만 적었다.
'본인은 확인한 사실만 기재한다.'
이번에는 상대가 내 이름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빈칸을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제53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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