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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52화
PAYLUA ORIGINAL · 제52화

52화. 잃어버린 인쇄물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779자

오프라인 책장
박혜림이 받지 못했다는 안내문에는 출력 실패 기록이 있었다. 그 사실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누군가 일부러 인쇄를 막았다고 생각했다. 12월 13일 일요일, 오선영은 그 생각이 지나치게 앞서갔다고 말했다. "출력 오류는 장비에서도 나. 당시 기계가 오래돼서 용지 걸림이 잦았대." "그렇다면 다시 출력한 기록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있어. 문제는 어느 서류가 어느 출력물인지 확인할 순번이 일부 비어 있다는 거야." 나는 전화를 끊고 지난해 보험사에서 쓰던 출력 대장을 떠올렸다. 프린터는 여러 사람의 명령을 차례로 처리한다. 사용자가 인쇄를 누른 사실과 종이를 손에 쥔 사실은 같은 일이 아니다. 나는 일곱 번쯤 그 차이를 설명했지만 정작 내 업무에서는 '출력 완료'를 '전달 완료'와 혼용했었다. 오후에 한유리에게서 연락이 왔다. 온새문서지원에서 일했던 전 직원이 공개 장소에서 만나 설명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이름은 김주하. 당시 단기 계약직으로 출력실과 배포실 사이를 오가며 서류를 분류했다고 했다. 나는 취재 면담에 동석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대신 한유리에게 그 사람이 기억한 사실과 다른 사람에게 들은 설명을 구분해 달라고 부탁했다. 한유리는 오히려 나에게 물었다. "그 사람이 자신한테 불리한 얘기를 하면 보도해야 해요?" "그걸 결정할 사람은 기자와 편집부입니다. 다만 취재원에게 정답을 먼저 알려주지는 마세요." "왜요?" "내가 열한 번째 칸이 박혜림이라고 말하면, 김주하 씨는 자기가 기억하는 빈칸을 그렇게 설명할 수도 있으니까요." 두 시간 후 한유리에게서 통화가 왔다. 김주하는 2025년 여름에 같은 제목의 서류가 두 번 출력됐다는 것은 기억했다. 처음은 '열람 대상자 이의신청 안내', 다음은 '수신 여부 변경 통지'. 그러나 어느 날이었는지 확신하지 못했다. "그게 중요할까요?" 한유리가 물었다. "중요할 수 있습니다. 안내문과 변경 통지는 목적이 다르니까요." 김주하의 말에는 더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 그녀는 당시 반송함에 들어온 봉투를 다음 근무자에게 넘겼다고 했다. 반송 사유를 쓰는 칸이 비어 있어 그냥 '확인 요청' 도장을 찍었다는 것이다. "직접 찍었다고 인정했습니까?" "네. 봉투를 열어본 적은 없다고 했어요." 그 행동이 나쁜 의도에서 나왔다고 생각할 근거는 없었다. 그러나 반송 사유가 공란인 봉투에 '확인 요청'을 찍으면, 나중 사람은 내용이 전달될 준비가 끝난 서류로 읽을 수 있다. 나는 오선영에게 김주하가 자발적으로 설명한 범위를 전달했다. 선배는 취재원에게 직접 접근하지 말고 필요하면 정식으로 조사하겠다고 했다. 그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유리의 기록이 원래 형태로 보존되도록 확인하는 것뿐이었다. 나는 인쇄실 근무자의 책임을 더 정확하게 나누기 위해 예전 내 보험사에서 쓰던 서류 흐름도를 꺼냈다. 출력 담당자는 종이가 실제로 나왔는지 확인한다. 배포 담당자는 봉투의 수신처를 확인한다. 수령 확인 담당자는 받았다는 회신이 있는지 검토한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어느 날부터 세 절차를 한 칸에 모아두었다. 출근 첫날의 계약직 직원이 그 칸에 도장을 찍었다고 해서 마지막 수령 여부까지 알 수 있을 리 없었다. 더 불편한 것은 관리자도 그것을 알았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절차가 허술하다는 걸 몰랐다면 관리가 부실했던 것이고, 알면서도 그대로 사용했다면 책임이 더 무거워질 수 있었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이를 배정우 살해와 곧장 연결할 수는 없었다. 나는 인쇄물의 실수와 살인의 증거를 같은 칸에 두지 않기로 했다. 저녁 무렵 김주하가 한유리를 통해 메시지를 보냈다. 자신이 도장을 찍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회사가 손해배상을 청구할까 두렵다는 내용이었다. 더 무서운 것은 오래된 일인데도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확신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법률적 조언을 단정적으로 하지 않았다. 오선영이 원한다면 공식 진술을 하고, 기억나지 않는 부분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라는 취지를 전달했다. 일부러 빈칸을 채워야 할 이유는 없었다. 한유리는 저녁 늦게 찾아와 녹음 파일을 보여주었다. 김주하가 허락한 취재 기록이었다. 거기에는 짧은 망설임이 있었다. '그때 누가 서류를 빨리 보내라고 했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느린 사람으로 보이는 게 싫었어요.' 문장은 나를 불편하게 했다. 나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비슷한 표정을 본 적이 있었다. 담당자는 작업이 늦다는 말을 듣기 싫어 남은 절차를 완료 표시로 넘긴다. 관리자는 그 표시를 믿고 문서를 닫는다. 훗날 문제가 생기면 가장 마지막에 버튼을 누른 사람만 눈에 띈다. "김주하 씨를 기사에 어떻게 쓰실 겁니까?" 내가 물었다. "이름을 공개하지 않으려 해요. 본인도 원하지 않고요. 도장의 의미를 확인한 뒤에요." "그 결정이 사건을 늦출 수도 있습니다." "알아요. 그런데 지금 이름을 내면 그 사람이 모든 책임자처럼 보일 거예요." 나는 그녀가 옳다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메모했다. 결론보다 판단의 근거가 남아야 나중에 틀렸을 때 바로잡을 수 있었다. 한유리는 김주하에게 기억을 더듬으라고 다그치지 않았다고 했다. 대신 그날 무엇을 먹었는지, 교대 시간이 언제였는지, 어느 기계를 사용했는지 등 확인할 수 있는 주변 사실을 먼저 물었다. 김주하는 비가 많이 오던 날이었다고 기억했지만 정확한 날짜는 모르겠다고 했다. 그 기억은 날짜를 특정하는 증거로 사용하지 않았다. 나는 '비가 왔다'는 말조차 언젠가는 누가 제시한 사진에 맞춰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유리가 처음 녹음한 답과 나중에 한 보충 설명을 별개로 보관하라고 부탁했다. 사람의 기억을 신뢰하는 것과 기억이 만들어진 순서를 보존하는 일은 동시에 가능했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충돌할 때 우리가 확인해야 할 건 누구의 표정이 더 진실해 보였는지가 아니었다. 그날 밤 오선영이 알려준 사실은 의외였다. 온새문서지원의 보관 절차상 반송 봉투에 찍는 '확인 요청' 도장은 실제 수령 여부를 뜻하지 않았다. 다음 담당자가 재확인해야 한다는 표시였다. "그런데 재확인 기록이 없습니까?" "문제의 건은 아직 찾지 못했어." "그럼 김주하 씨가 잘못 찍은 도장이 바로 확인 완료로 바뀌었다는 건 아니겠네요." "맞아. 누군가 그 사이 단계를 건너뛰었는지 봐야 해." 우리는 또다시 한 단계의 빈칸 앞에 섰다. 다만 이번에는 이전과 다른 점이 있었다. 빈칸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모른다고 해서, 도장을 찍은 사람이 범인이라는 이야기로 뛰어가지 않았다. 자정이 가까워질 무렵 한유리는 김주하의 다른 말을 전했다. 보관실 문 앞에 반송 봉투를 담는 회색 상자가 두 개 있었는데, 한쪽에는 '미교부', 다른 쪽에는 '재확인'이라고 적혀 있었다는 것이다. "그분이 두 상자를 헷갈렸을 수 있습니까?" "그렇대요. 처음 근무한 날은 구분을 몰랐다고 했어요. 그런데 나중엔 누군가 두 상자의 이름표를 바꿔 붙였다고 기억한대요." 나는 바로 물었다. "언제요?" "그게 기억나지 않는대요." 나는 그 불확실한 기억을 별도 칸에 적었다. 상자 이름표가 바뀌었다는 말은 강한 인상을 남기지만, 날짜와 물건을 모르면 이야기의 중심에 놓을 수 없다. 김주하는 다음 날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당시 근무 일지를 찾아보겠다고 했다. 오래된 공책의 존재조차 확실하지 않았다. 나는 잠들기 전 한 줄을 남겼다. '인쇄되지 않은 안내문이 전달됐다는 기록을 만들려면, 적어도 한 번은 누군가 잘못된 뜻을 읽어야 한다.' 그리고 더 어려운 질문을 덧붙였다. '그 뜻을 처음 잘못 읽은 사람과, 그 오류를 알고 이용한 사람이 같은 사람일까?' 아직 어떤 이름도 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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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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