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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50화
PAYLUA ORIGINAL · 제50화

50화. 완료 버튼을 누른 사람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4,165자

오프라인 책장
12월 11일 아침, 오선영은 내게 의외의 부탁을 했다. "추리 좀 그만해. 오늘은 문서만 봐." 나는 항의하지 않았다. 우리는 한 달이 넘도록 사람의 표정과 발신자의 의도를 추측했다. 그런데 몇 장의 문서는 여전히 사실보다 결론이 먼저 적혀 있었다. 지금 필요한 건 뜻을 해석하는 일이 아니라 언제 누구의 손을 거쳐 지금의 형태가 됐는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오선영은 정식 절차를 거쳐 확보한 온새문서지원의 작업기록 일부를 설명했다. 문제의 02-A는 하나의 고유한 문서번호가 아니었다. 특정 배포 유형을 나타내는 코드로 여러 작업에 반복돼 있었다. 배정우의 수신 용지와 한유리가 받은 문서에 같은 번호가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중요했지만, 그 번호만으로 두 문서가 한 작업에서 나왔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럼 우리가 한 달 동안 붙잡고 있던 번호는 무엇이었습니까?" 내가 물었다. "누군가 이용하기 좋은 숫자였겠지. 진짜 뜻이 하나라고 믿으면 위험한." 나는 창밖을 봤다. 처음 그 번호를 봤을 때 배정우가 죽기 전에 미래의 문서를 읽은 것 같았다. 지금은 같은 양식이 반복됐을 가능성이 더 선명했다. 그렇다고 모든 의문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11월 3일 21시 16분에 도착한 수정본은 여전히 설명되지 않았다. 오선영은 두 번째 기록을 꺼냈다. 공용 계정에서 열람 흔적이 남았던 항목의 실제 내용 일부가 확인됐다고 했다. 그것은 내가 받은 수정 사건기록과 완전히 같지 않았다. 제목은 같았지만 본문에는 다른 수신자 이름이 들어 있었다. 나는 배정우 사건기록이 하나의 고정된 문서가 아니라 복수의 판본으로 돌아다녔을 가능성을 더 무겁게 보았다. "실제 누가 읽었는지는요?" "아직. 공용 단말이고 일부 기록이 남지 않았어." "정민규 실수 때문이라고는 확정할 수 없겠군요." "맞아. 제한 확인을 안 한 건 그의 잘못이야. 그러나 누가 접근했는지는 기록이 더 필요해." 나는 그 말을 받아 적었다. 무너진 절차가 곧 범죄의 증거는 아니다. 하지만 그 절차를 이용할 기회가 열렸다는 사실 또한 지워서는 안 된다. 오후 한 시, 박혜림이 담당 전문가와 동행해 정정 요청 자료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왔다. 회사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합의 제안도 수정 중이었다. 그녀는 돈을 받지 못했고, 일자리도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의 이름으로 된 잘못된 기록을 바로잡으려는 공식 절차가 시작됐다. 그녀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보내려다 그만두었다. 누군가 이미 잃은 것을 되찾기도 전에 승리라고 부르는 건 쉽다. 나는 대신 요청서를 접수한 사실과 다음 확인 날짜를 잊지 말라고 전했다. 그녀는 '이번엔 제가 직접 받았습니다'라고 답했다. 그 문장을 읽자 이상하게 가슴이 저렸다. 몇십 장의 종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거기에 있었다. 사람은 자기가 읽지 않은 서류 때문에 책임을 질 수 있지만, 자기가 선택한 기록을 남길 수도 있다. 오후 세 시, 한유리가 찾아왔다. 그녀가 잘못 발송한 질문지 때문에 오선영 이름이 들어간 표가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정리한 기사 초안을 들고 왔다. 제목은 자극적이지 않았다. '읽었다는 표시와 실제 읽은 사실 사이'. "제 실수도 씁니다." 그녀가 말했다. "그렇다고 그걸 이용한 사람이 누구인지 단정하진 않을 거고요." "자료는 충분합니까?" "표의 형태가 바뀐 건 확인했어요. 유포자가 원본 편집자와 같다는 건 확인 못 했고요. 그 차이를 기사에 썼습니다." 나는 그녀의 원고를 읽었다. 내 이름이나 박혜림의 면접 이야기 같은 것은 없었다. 대신 누군가의 확인 버튼이 그 뒤의 책임 판단으로 이어지기까지 어떤 단계를 거쳤는지 적혀 있었다. 한유리는 나에게 기사 내용을 승인받으러 온 게 아니었다. 자료 확인을 부탁하러 왔다. 우리는 그 차이를 알고 있었다. 그때 오선영에게서 전화가 왔다. "진혁아. 2025년 8월 22일에 확인 요청을 완료로 바꾼 작업의 담당 계정이 확인됐어." 나는 의자를 바로 세웠다. "누굽니까?" "당시 온새문서지원 문서 운영팀장 계정. 윤세한."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내 머릿속에는 바로 악인의 얼굴이 떠오르려 했다. 나는 그 상상을 멈췄다. 계정 소유자가 직접 클릭했는지, 다른 직원에게 권한을 위임했는지, 공용으로 사용했는지 아직 확인할 게 많았다. "계정 이름이 확인됐다는 거죠? 실제 작업자는요?" "면담 일정을 잡고 있어. 하지만 또 하나가 있어. 그 계정은 그날 서진혁 수신처를 빈칸으로 바꾼 작업에도 사용됐어." 나는 말을 잃었다. 두 행동이 같은 날 같은 계정에서 이뤄진 것은 확인됐다. 누군가 내게 문서가 도착하지 않을 가능성을 만들면서도 확인을 완료로 표시했다. 우연일 수도 있다. 업무상 정정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적어도 누구에게 경위를 물을지는 명확해졌다. "그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면 안 되겠죠?" "당연하지. 아직 확인 중이야." 오선영의 목소리에는 경계가 있었다. 수사팀 안에서 새 이름이 나오면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이 신중함이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저녁 일곱 시, 오선영은 윤세한의 당시 업무표가 확보됐다고 했다. 그는 문서 운영팀장으로서 마감 처리와 배포 지시를 승인할 권한이 있었다. 하지만 모든 세부 입력을 직접 처리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경찰은 그가 실제로 어떤 지시를 했는지 확인할 예정이었다. "그럼 그 사람을 만나면 모든 게 해결됩니까?" 내가 물었다. "그럴 리가. 배정우를 누가 죽였는지, 누가 메일을 보냈는지 아직 모른다니까." 맞는 말이었다. 우리는 문서의 한 단계를 알아냈을 뿐이다. 그런데 그 한 단계가 처음으로 공중에 떠 있지 않았다. 실제 업무 책임자와 조치 시각이라는 땅을 밟고 있었다. 나는 배은정에게 바로 연락하고 싶었다. 동생이 왜 죽었는지 조금이라도 가까워졌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직 그럴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다. 배정우가 왜 봉투를 남겼는지, 그 안에 나중 출력된 것으로 보이는 문서가 왜 있었는지, 죽기 전에 누구를 만났는지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밤 아홉 시, 이메일이 한 통 도착했다. 늘 보던 회색 표지였다. 제목은 '수정본'. 나는 원본을 보존한 뒤 화면을 열었다. 이번에는 범인 이름도, 피해자 이름도 없었다. '확인 완료 처리자: 윤세한.' 그 아래에 '완료' 도장이 찍혀 있었다. 경찰에게서 방금 들은 이름이었다. 발신자가 그 이름을 먼저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최근 조사가 흘러나간 뒤 받아 적었을 가능성도 있었다. 이 메일만으로 윤세한이 살인범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하지만 마지막 줄은 이전과 달랐다. '이번에는 확인 대상자가 직접 서명합니다.' 나는 화면을 내려다봤다. 조금 뒤 오선영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진혁아. 윤세한이 면담 전에 서면 답변을 보냈어. 중요한 건 그 답변의 내용이야." "뭐라고 했습니까?" "자기가 완료 버튼을 누른 건 맞다고 했어. 그런데 그때는 원본을 보지 않았대. 배정우가 전해준 목록만 믿고 처리했다고." 나는 머릿속에서 연결고리 하나가 닫히는 소리를 들었다. 배정우는 첫 번째 검토자였다. 윤세한은 완료를 승인한 계정의 주인이었다. 그리고 내가 확인 대상으로 적혀 있었다. 세 사람이 하나의 장부에 묶이는 이유가 드디어 설명될 수 있었다. 그러나 오선영은 마지막 말을 늦추었다. "그런데 진혁아. 윤세한이 덧붙인 문장이 있어." "뭡니까?" "배정우가 준 목록에는 열한 번째 사람 이름이 없었다고 해. 박혜림 이름은 나중에 누군가 직접 추가했다는 거야." 나는 내 노트를 펼쳤다. 박혜림은 받은 적 없는 문서 때문에 일을 잃었다. 회사는 그녀에게 돈을 제안했고, 외부에서는 그녀가 책임을 피한다고 했다. 그 일의 시작이 단순한 일괄 확인 실수가 아니라, 누군가 나중에 이름을 넣은 행위였다면 이야기는 훨씬 달라진다. "그 진술을 입증할 자료가 있습니까?" "아직 확인 중이야. 그래서 누구 이름도 미리 말하지 않을 거야." 나는 입을 다물었다. 내게 도착한 익명 문서에는 처음부터 정답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찾아낸 것은 누군가 질문 자체를 바꿨을 가능성이었다. 그날 나는 새 메일의 도장보다 윤세한의 마지막 진술을 오래 바라봤다. 누가 버튼을 눌렀느냐보다, 누가 누를 수밖에 없는 목록을 만들어 건넸느냐가 더 중요한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질문이 끝내 남았다. 죽은 배정우가 정말 그 이름 없는 목록을 만들었을까, 아니면 누군가 죽은 사람의 이름을 빌려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을 지우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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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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