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9일, 두 사람의 진술이 서로를 증명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임소율은 2025년 8월 회의실에서 손목에 붕대를 감은 사람이 문서의 앞장을 교체하는 장면을 봤다고 했다. 남궁태식도 비슷한 사람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한유리에게 제보한 익명자는 이 두 진술을 묶어 '결정적 목격자 둘'이라고 적었다.
나는 원고를 읽자마자 한유리에게 전화했다.
"어떤 경로로 나온 글입니까?"
"제 편집국 공용 제보함이에요. 저도 처음 보는 주소에서 왔어요."
"두 사람이 서로의 말을 듣기 전에 같은 장면을 기억했는지 확인됐나요?"
"아니요. 그래서 기사로는 안 쓸 겁니다."
그녀는 원고에 손으로 그은 빨간 줄을 보여주었다. '서로 독립적으로 확인'이라는 부분이었다. 독립성을 입증할 수 없는 순간, 두 진술을 두 배의 증거처럼 취급할 수 없었다.
오선영은 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태식이 처음 진술하기 전에 임소율과 연락했는지 확인하고 있어. 둘이 같은 회의를 기억하더라도 중간에 이야기를 나눴다면 그 부분은 따로 봐야 해."
"그럼 붕대 감은 사람을 찾을 수는 있습니까?"
"가능성을 좁히고 있어. 근무 기록과 출입 자료가 전부 같은 건 아니야. 이름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나는 오선영이 말하지 않은 것을 상상하지 않기로 했다. 손목에 붕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 하나를 범인으로 만들기 쉬웠다. 1년 전 다친 사람은 수없이 많았다.
오후에는 남궁태식에게 불리한 진술이 하나 나왔다. 그는 처음에는 임소율과 사건 관련 대화를 나눈 적 없다고 했지만, 이후 직장 단체 채팅방에서 그녀가 남긴 메시지를 본 사실을 인정했다.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전체 진술이 거짓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그러나 기억이 독립적이었다는 주장에는 균열이 생겼다.
"왜 처음에 말 안 했대요?" 내가 물었다.
"자기는 대화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해. 단체방에서 남이 쓴 글을 읽은 거니까. 실제로 표현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는 확인해야지."
나는 남궁태식을 욕하고 싶었다. 그가 애매하게 숨긴 사실 하나 때문에 수사팀은 이미 확인한 줄 알았던 기억의 출처를 다시 조사해야 했다. 하지만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그 질문에 얼마나 정확히 답했을지 자신할 수 없었다.
점심 무렵 임소율이 내게 문자했다. '태식 씨가 저를 도와줬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오히려 그분 기억을 바꿨을까요?' 나는 그녀에게 누구의 잘못인지 성급히 말하지 않았다. 오선영에게 해당 메시지를 전달할지 묻고 동의를 받은 뒤, 그 사실을 알렸다.
그녀의 질문은 진실을 원하는 사람도 서로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누군가 입을 다물도록 협박하는 것만 증거를 훼손하는 일이 아니다. 선의를 가진 사람들끼리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도 기억은 달라질 수 있다.
그때 한유리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붕대의 주인을 찾는 대신, 당시 회의에서 사용한 문서 앞장의 서식이 왜 바뀌었는지를 취재했다. 누군가 다쳤는지보다 어떤 장부의 어떤 항목이 새 앞장에 들어갔는지가 확인 가능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녀가 확인한 것은 단순한 사실이었다. 2025년 8월 20일부터 일부 문서에 '회수 예정금' 대신 '비용 귀속 검토액'이라는 표현이 쓰였다. 같은 금액을 담은 문서라도 책임을 지는 의미는 달랐다. 하지만 이 변경이 부정한 지시였는지는 공식 승인 절차를 확인해야 했다.
"용어를 바꾸는 건 위법인가요?" 그녀가 물었다.
"그 자체로는 아닙니다. 문서 목적과 승인 절차, 상대에게 어떤 설명을 했는지가 중요하죠."
"그런데 예전 앞장과 새 앞장을 바꾸어 붙이면요?"
"그때는 두 장의 내용이 연결돼야 합니다. 그 장이 같은 묶음인지부터 입증해야 해요."
한유리는 답답하다고 했다. 나는 동의했다. 우리가 찾고 싶은 범인은 한 문장으로 설명되길 원하지만, 실제 증거는 여러 조건을 확인할 때까지 말을 아꼈다.
남궁태식의 진술이 흔들리자 임소율은 한동안 연락을 받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도망친다고 생각할 뻔했다. 그러나 경찰 보호 중인 사람이 계속 같은 질문에 답해야 하는 피로를 내가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나중에 오선영에게 자신의 기억이 달라질까 두려워서 하루 쉬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오선영은 그 요청을 존중하면서도 필요한 조사 일정을 별도로 안내했다. 사람을 보호한다는 것은 언제든 진술을 받아낼 수 있는 상태로 두는 일이 아니었다. 나는 처음에 임소율이 전화를 끊었을 때 받았던 불안을 떠올렸다. 그때 나는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사건을 풀 수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말을 더 하게 만드는 것이 오히려 사건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저녁에 오선영이 새로운 사실을 전했다. 남궁태식의 첫 진술 녹음에는 붕대라는 단어가 없고, '손에 무언가 감고 있었다'는 표현만 있었다고 한다. 나중 진술에서 구체화된 것이었다. 그 변화가 거짓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누가 언제 붕대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익명 제보문을 다시 읽었다. 거기에는 '검은 붕대'라고 적혀 있었다. 임소율은 색을 말하지 않았고, 남궁태식의 초기 진술에도 색은 없었다. 누군가 두 사람의 진술에 없는 세부사항을 넣어 더 극적인 장면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건 아직 공개하지 마세요." 내가 한유리에게 말했다.
"왜요?"
"그 색을 실제로 본 사람이 있다면 나중 진술과 대조할 수 있습니다. 공개되면 누구든 똑같이 말할 수 있어요."
그녀는 즉시 메모에서 색깔을 지웠다. 그리고 말했다. "저도 제 기사에 쓰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리는데요."
"그럴 때가 제일 위험합니다."
나는 농담처럼 말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번 기자 질문지의 표현이 가짜 문서에 돌아온 일은 아직 그녀에게 남아 있었다.
밤 열 시 무렵 정민규가 담당한 보존 기록에서 작은 진전이 나왔다. 순환 저장으로 사라진 편의점 카메라 영상은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인근 건물의 출입 시간 자료와 원효로에 별도 보존된 영상 일부가 그날 특정 차량의 동선을 교차검증할 가능성을 열었다. 없어진 장면을 복구한 것은 아니었다. 손실은 그대로 남았다.
"민규가 또 안도할까 봐 걱정이에요." 내가 말했다.
오선영이 대답했다. "그렇게 쉽게 안도하지 않을 거야. 이제 자기가 놓친 영상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거든."
그날 한유리는 붕대 이야기가 아니라 문서 용어 변경에 관한 검증 기사를 썼다. 사람 이름을 첫 문장에 올리지 않았다. 조회수는 낮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직 의심받아야 할 사람의 이름을 무턱대고 퍼뜨리지 않았다.
익명 발신자가 원한 건 둘 중 하나였을지 모른다. 두 증인을 확신하며 특정인을 몰아붙이거나, 두 증인의 모순을 보고 수사를 포기하는 것. 우리는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았다.
오선영은 마지막으로 말했다. "독립적이지 않은 증언도 모두 버리는 건 아니야. 언제 어디서 같은 말을 들었는지 밝히면 남는 부분이 있어."
나는 그 말을 받아 적었다. 틀린 기억을 무조건 지우는 게 아니라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확인하는 일. 그게 다음 사건을 막는 데 필요한 길일 수도 있었다.
밤늦게 또 하나의 메시지가 왔다. '검은 붕대를 찾지 마십시오.'
나는 그 문장을 두 번 읽었다. 색깔은 우리가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제보문에만 있었다. 같은 표현을 알고 있는 사람이 다시 연락한 것일 수 있었다. 혹은 처음부터 그 표현을 보내 놓고 우리가 반응하길 기다렸을 수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이제 발신자의 문장은 단서가 될 수 있었다. 나는 누가 의심스러운지 쓰는 대신, '검은 붕대 표현의 최초 등장: 익명 제보문'이라고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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